카이사르를 다시 생각한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기원 전 58년부터 51년까지 8년 동안 로마 군단을 이끌고 지금의 프랑스인 갈리아와 지금의 영국인 브리타니아 정복 전쟁을 벌인다. 그는 전쟁 기간 동안 당시 전황을 직접적으로 그리고 꼼꼼하게 기록하였는데 그 결과물이 「갈리아 전기」이다.
「갈리아 전기」에서 카이사르는 전쟁 준비에서부터 전투를 벌이는 방식 및 적장과 담판을 하는 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와 아울러 전쟁 상대인 각 부족들에 대한 지식을 수집하는 데 소홀하지 않는다.
그런데 카이사르는 그의 이 기록물에서 만반의 전쟁 준비를 다 갖추고 이제 막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적과의 혈투가 벌어져야 할 시점에 느닷없이 딴 이야기, 즉 뜬금없이 그 지방의 풍속, 지형의 특색, 사람들의 모습에 대해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그것은 다른 장군들과 달리 카이사르에게 있어서의 전쟁의 목적은 단순히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그 지방을 통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후세학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선교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승리를 위한 방편은 있는데 통치를 위한 방편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갈리아 전기」의 카이사르에게 배워야 하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카이사르에게 있어서의 전쟁의 목적은 “승리??가 아니라 ??통치??였다는 것이다.
선교란 무엇인가? 그리고 과연 선교의 목적은 무엇인가? 선교는 혈과 육에 속한 싸움이 아닌 악한 영과 대적해야 하는 영적인 전쟁이다. 아울러 분명한 것은 선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승리가 아니라 통치 즉 다스림이라는 것이다. 이 통치를 위한 기본적인 작업의 하나는 선교 대상지역 혹은 종족에 대한 연구이다.
지역 및 종족 연구를 위한 번역
번역은 지역 및 종족 연구를 위한 기초적인 작업으로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교계에 번역의 중요성이 그다지 인식되지 못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첫째는 중국의 책을 번역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선교사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번역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진 일반 학자가 선교 자료를 번역해 줄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자료를 번역할 수 있는 일차적인 주체는 선교사일 수밖에 없다. 글을 쓰는데 훈련되어 있고, 번역과 관련한 어느 정도의 경험을 갖춘 선교사가 흔치 않다는 것이 번역과 관련된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둘째는 어떤 종류의 책이나 자료를 번역해야 하는가에 대한 분별력의 부족이다. 선교에 기여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가 실린 자료와 책을 선별할 수 있는 분별력의 부재가 번역에 대한 인식과 의욕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것이다.
영문판 「Operation China」가 발간된 것은 8년 전인 2000년이었다. 2002년 우연히 한동대학교 어느 연구실에서 그 책을 발견한 이후, 나는 그 책을 바탕으로 한 많은 선교 전략을 제시하여 왔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 마다 그 책이 가지는 중요성을 강의와 글을 통해 강조해 왔다. 이런 정도의 책이 아직 한국 선교계에서 번역되지 않고 있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 책의 데이터가 1990년의 것이기 때문에 중국대학선교회에서 늦게나마 번역되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셋째는 정보의 생산 및 공유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보화시대인 이 시대에 수많은 정보가 유통되고 있지만 그 유통의 근원이 되는 질적인 정보가 일차적으로 생산되어야 한다. 그렇게 생산된 질적인 정보는 정보화시대라는 고속도로를 통해 수많은 이용자에게 유용하게 활용되어 질 수 있다.
어렵게 생산되어진 선교 정보가 비록 물질적으로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지만, 정보화라고 하는 고속도로를 통하여 익명의 선교사와 교회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은 어떤 물질적인 보상보다 값있는 것이다.
이런 선교 정보의 생산을 위한 기본적인 작업으로서의 번역에 대한 의무는 가장 우선적으로 현지 선교사에게 주어진다. 왜냐하면 선교사는 어느 누구보다도 그 지역과 종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가이며 그 지역을 섬기고 다스려야 할 주체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한 이 중요한 일에 하나님으로부터 새로운 부름을 받은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즉 선교 현장에서 긴요하게 사용될 자료를 번역하여 정보를 생산하는 번역 선교사이다. 그는 비록 전임 선교사가 아닐 지라도 학문적 능력과 선교적 마인드를 구비하고 주어진 그의 시간을 활용하여 선교적 자료를 번역하는 일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의 은사가 최대한 사용되도록 전임으로 사역할 수도 있다.
번역에 있어서의 최우선적 과제
그렇다면 어떤 자료가 과연 선교적으로 유용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일시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참고할 만한 자료로서는 모든 자료를 번역하면 좋겠지만 인력과 시간의 제한은 번역에 있어서 신중한 선별을 필요로 한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번역물이 여러 가지 이유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사장되어 버릴 수가 있다. 특정 개인의 개인적 관심에서 번역된 자료나 너무 시사적인 내용들은 그 정보를 공유하기에 보편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중국선교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자료는 최우선적으로 번역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여 지는 것들이다.
첫째, 중국 56개 종족에 대한 자료의 번역이다. 56개 종족에 대한 자료는 상당히 많이 알려진 것 같지만 그 자료의 신뢰성이 충분하지 않거나 출처 혹은 시점이 밝혀지지 않고 양식이 통일되지 않아 선교적 용도로 활용하기에 충분치 않은 점이 있다. 56개 종족에 대한 자료의 번역은 권위 있는 저자 혹은 기관에 의해 출간된 책 가운데 여러 종족에 대해 통일성 있게 설명되어 있는 것을 번역한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다음의 차례는 중국 정부에서 발행한 소수민족 자료의 목차이다.
1. 민족의 기원과 민족의 칭호 2. 풍속습관 3. 혼인· 가정· 성씨
4. 장례 5. 신앙과 금기 6. 절기 7. 언어 8. 사회상
만약 이런 정도의 공통된 항목에 의해 56개 종족의 자료가 번역된다면 이 자료를 바탕으로 각 선교단체와 교회는 추가적으로 선교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종족 간의 비교 연구, 예를 들면 56개 종족의 신앙과 금기에 대한 횡단면적 비교도 가능하여 좋은 연구가 될 수도 있다.
둘째, 지역에 대한 번역이다. 이것은 성회 혹은 관문도시에 대한 중국의 자료를 번역하는 것을 말한다. 외국인으로서 언어와 지식의 한계가 있는 우리가 직접적으로 조사하는 것에 비하여 중국 정부에서 충실하게 연구하여 발간된 자료를 번역하는 것은 정보의 신뢰성을 훨씬 더 높일 수 있다.
셋째, 중국 정치 혹은 종교법과 관련된 법률과 규례에 대한 번역이다. 이와 같은 자료에 대한 번역은 매우 유용한 정보로서의 영향력을 선교계에 미칠 수 있다.
넷째, 중국의 각 지역 신문에 보도된 특별한 지역 정보 내지는 생활정보를 번역해 내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번역 작업의 효과적인 수행을 위해 다음과 같은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 번역과 관련된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과거 번역된 자료를 공유하고 현재 번역 중인 자료를 공시함으로 한 동일한 자료가 중복되어 번역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더구나 이 홈페이지는 앞으로 번역할 가치가 있는 자료를 제시함으로 번역 사역에 동참할 사역자를 동원하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번역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선교사의 발굴과 훈련 그리고 가치 있는 일에 헌신하도록 하는 것이다. 교회와 선교단체는 전임사역자 혹은 시간제로 사역하는 협력사역자를 전문적으로 번역을 담당하는 선교사를 인준하고 파송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이 일을 감당하도록 할 수 있다. 즉 선교사로 하여금 꾸준히 예를 들면 최소한 두 달에 한 가지의 자료를 번역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셋째, 이러한 번역물은 번역하는 선교사에게 번역료를 따로 지급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연구 성과로 인정받고 그 연구 결과가 보급되도록 권위 있는 선교정보지 형태로 발간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선교적 감각과 축적된 정보
중국은 우리의 생각보다 크고 다양하다. 중국의 변화는 우리의 생각이나 감각보다 훨씬 빠르고 예측치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우리 대부분은 중국 정국의 변화의 핵심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고 중국 미래의 정치 혹은 경제를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다시 말하면 적어도 우리 대부분의 선교 관련자들은 중국의 주식시장의 변화, 즉 실물경제의 흐름조차 대부분 예측하지 못하는 존재인 것이다. 이것은 우리 선교의 정책이나 전략이 감각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그 지역과 종족에 대한 축적된 선교 정보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실하고 충실한 번역이야 말로 신뢰할 만한 유용한 선교 정보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각 지역 선교사는 그 지역에 대해 그 자신이 번역한 선교적 정보를 마땅히 축적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선교의 궁극적인 목적이 통치 곧 다스림임을 아는 자의 당연한 삶인 것이다. 아울러 굳건한 신앙과 탄탄한 실력으로 무장한 새로운 시대의 번역 선교사의 출현을 기대한다. 그들의 출현은 세계 제2위의 선교 강국이면서 아직도 한국적 선교학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선교계 그리고 질적인 선교 정보에 목말라 하며 텅 빈 곳간 같은 자료실에 당황해 하는 한국교회의 부끄러움을 씻어 내는 단비같이 고맙고 감사한 일이 될 것이다.
이우윤 교수| 본지 편집자문위원, CUM 중국선교연구소장, 선린대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