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만 바라보며
오랜 시간 주님께서 사용하여 주실 것을 간구하던 우리 가정은 선교지가 결정되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땅이었지만 순종하는 마음으로 나아갔다. 선교지로 떠날 때까지 남은 20여 일이 우리가 40여 년 간 살았던 한국에서의 삶을 정리해야 하는 시간으로 남겨졌다. 

그러나 선교지로 떠나기 전 답사를 다녀오자마자 아내로부터 셋째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첫째를 낳을 때도 6개월 만의 조기 진통과 전치 태반으로 긴장했던 일이 생각나면서 고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주님이 주시는 선물이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서 주님은 나의 마음을 번민의 고통에서 기쁨으로 변화시켜 주셨다. 

하지만 우리 부부의 가족들 중에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아내의 임신 사실은 알리지도 못했고 가족들의 기도와 축복을 받기는 만무했다. 게다가 파송교회도 어려운 형편 이였기에 정기적인 후원을 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주님은 어떠한 후원도 없이 우리를 선교지로 보내셔서 오직 주님만을 바라보게 하셨다.

아이들의 중국 적응기
선교지에 도착 후 중국어(普通?)를 하지 못했지만 우선 소수민족어를 배우게 되었고 아이들은 현지인 학교에서 중국어를 배우게 되었다. 큰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을 다니다 왔기에 한 학기를 학교에 다니지 않고 현지에 적응하며 가정교사를 통해 기초적인 것들을 어렵게 배워 나갔다. 그 후에 5학년에 다녀야 할 나이에 현지학교 2학년에 입학해서 동생뻘 되는 아이들과 친구로 지내면서도 주님의 은혜로 큰 탈 없이 잘 적응하였다. 3학년을 마친 지난 학기에 6학년으로 월반하여 또래의 친구들과 지내며 사춘기를 맞았다.

둘째 아이는 정상적인 진학과정을 거쳐 작년에는 현지 학교에서 우등상을 받았다. 둘째 아이는 태어나서부터 늘 찬양과 기도원의 기도 소리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라서인지 어려운 사람들을 잘 이해하고 위로하였다. 교회 내의 마음이 힘든 어른들에게 웃으며 다가가는 그 한 가지만으로도 어른들을 위로하는 아이였다. 그런데 1학년 때 좋아하는 어떤 형으로 인해 호기심으로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그 형은 중학교를 퇴학당한 한족(?族)이었는데 둘째 아이를 귀여워해 우리 부부도 자주 만나게 되었고 둘째 아이는 시간만 나면 그 형 집에 자주 놀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둘째가 경찰이 자기를 잡으러 올 거라며 겁에 질려 우는 것이었다. 우리는 혹시 어떤 나쁜 세력이 둘째를 다치게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무척 놀랐지만 알고 보니 그 한족 형과 만나 매일 담배를 피우던 어느 날 동네 어른에게 들킨 것이다. 그 동네 어른이 경찰에 신고한다고 위협하여 두려운 마음과 양심의 가책을 느낀 아이는 그 간의 일을 우리에게 고백한 것이다. 그 후 따랐던 한족 형은 아주 멀리 이사를 가게 되었고 그 일은 지금 추억처럼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훈련의 시간
이곳에서 2년이 지날 즈음에 우리의 재정은 동이 나 버렸다. 물질의 어려움으로 귀국할 때를 계산해야 하는 시점에선 주님보다 물질을 먼저 바라보게 되었다. 주님만을 바라보라고 하시지만 이렇게 염려하게 하시는 주님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하지만 주님은 이런 우리를 여러 과정을 통해 하나님을 더욱 체험하게 하셨다. 

한국에서 온 단기팀들의 후원금으로 6개월을 생활할 수 있게 하셨고 6개월 후 다시 한국에 있는 많은 개인 후원자들을 만나게 해 주셨다. 단체나 큰 교회의 소속이 아니어서 선교훈련을 받을 기회는 없었지만 15년 이상의 공동체 생활을 통해 배웠던 경험과 교훈은 선교지에서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곳은 중국의 이슬람권 지역이다. 이곳에 있는 동안 우리는 기도만을 하다 떠날 수도,  항상 우리의 모든 것을 드린다고 하여도 보이는 것은 없을 수도 있다. 다만 주님을 신뢰한다는 나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릴 수만 있다면 난 성공한 인생이라 여기며 살고 있다.

주님의 일하심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이들을 집으로 비밀리에 초대하여 음식과 쉼을 나누었다. 한 자매에게 현지어로 된 성경책을 건네주었는데 하나님께서는 성령을 통해 자매의 마음을 움직이시고 말씀을 가르쳐주셨다. 한 현지인은 내게 제발 복음을 전해 달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 했지만 선교사의 신분이면서도 나는 오히려 두려움 때문에 몇 번의 확신이 들 때까지 복음 전하는 것을 머뭇거릴 때도 있었다. 그 후 서서히 복음을 전하게 되어 주님은 추수의 때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들을 추수에 참예시켜 주셨고 그 기쁨을 우리에게도 허락해 주셨다.

「어느 이슬람 여인의 회심」이라는 책이 있다. 그 책의 내용은 1960년대 어느 파키스탄의 로얄 패밀리인 이혼녀가 삶의 과정 속에서 주님을 알게 되고 꿈과 환상을 통해 주님을 고백하고 간증을 통해 주님을 증거했지만 파키스탄을 떠나 미국으로 떠난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그 책을 현지인 자매에게 주었고 책을 다 읽은 후 그 자매는 놀라운 고백들을 하였다. 자기도 그 책의 주인공처럼 주님이 꿈과 환상을 통해 자신을 만나 주셨다는 것이다. 정말로 주님의 은혜를 알게 해 주시는 일들이었다.

정결한 주님의 군사
이 땅에 거하며 복음의 서진(西進)을 마음속에 사모하게 되었다. 파키스탄의 국경에 서서 기도할 때 중국의 회심한 예수님의 제자들이 그 땅을 평안케 할 것을 기도하게 하셨다. 주님은 그분의 말씀을 청종하며 나아가는 자를 찾고 계심이 분명하다. 

여호수아서의 말씀처럼 가나안 땅을 정복할 때 그분은 우리에게 육적 훈련이 아닌 영적 성결을 원하셨고 여리고성 앞에서 할례를 행하셨다. 지금은 영적 전투에 임하는 우리의 마음을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이 시대엔 누구든지 가나안 회복의 전쟁터에 나아갈 수 있다. 전쟁터에 나아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전쟁에서 가나안을 회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영적 전쟁터에서 주님의 군사로 쓰임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주님은 내게 전쟁터에 임하기 전에 성결하기를 원하셨다. 

하지만 그 성결함을 행해야 하는 곳은 선교지가 아닌 한국에서의 일이었다. 가장 먼저 걸리는 부분은 한국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사람들이 나의 내면에 있었음을 기억나게 해 주셨다. 일방적으로 억울하다고만 생각했던 일이었지만 주님은 일본과 북한의 모습을 통해 철저한 피해자라고만 느꼈던 우리가 하나님 안에선 피해자가 아닌 회개할 줄 모르는, 그래서 용서할 줄 모르고 하나 되지 못하는 교만한 자임을 알게 하셨다.

내가 당한 억울함 때문에 그들이 회개하기 전에 주님이 속히 재림하시기를 바랐던 겸손하지 못한 내 자신을 보게 하셨고 나의 회개가 없이는 일본도 북한도 주님이 쓰시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교사라고 하지만 실상은 진정한 회개가 없는 주님의 방해꾼이었다. 이 일들을 통해 성령께서는 그동안 원망했던 성도들에게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게 하셨고 그들이 진정한 형제요 그리움의 대상이 되게 하셨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백 투 예루살렘을 이야기하고 있다. 곧 중국의 서쪽 땅들을 통해 박수 받으며 넘어갈 사역자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님은 주님과 관계없이 일만 하는 사역자를 원하고 계시지 않다. 오직 주님의 말씀을 청종하는 제자들을 기다리고 계신다. 


한사람| 중국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