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교사의 수적인 성장은 더 이상 놀라움이 아니다. 마지막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한국교회는‘비전 2030' 등을 통해 향후 10만 선교사 혹은 그 이상의 선교사를 파송하려는 큰 비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성장의 이면에는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선교사들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아픔을 겪기도 했다. 양적인 성장을 추구할 때 다른 면에서 질적인 면에서의 점검이 필요하다. 이 시대에 필요한 선교사의 자격은 무엇인가? 다시 한 번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마음으로 생각해 볼 때이다.

말씀과 기도 - 이것은 가장 기초적인 것이다. 그러나 사실 가장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 분주하게 사역하다 보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이 기본적인 영적 생활이 간과된다는 것이다. 선교사가 여기에 충실해서 스스로 자양분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안 된다. 먼저 날마다 말씀을 세밀하게 연구하고, 깊이 묵상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규칙적으로 시간을 내고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성경에 익숙하도록 훈련받는 것이 중요하다. 성경을 통독하거나 암송하는 것도 추천한다. 혼자서 할 뿐 아니라 부부, 혹은 가까운 동료와 정기적인 연구와 나눔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아울러 깊은 기도의 습관이 필요하다. 기도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도하는 것이라고 신앙의 선배들은 충고한다. 기도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경험하게 하며 그 약속을 신뢰하게 한다. 적어도 한 시간을 떼어 기도에 헌신해야 한다. 기도 없이 성공한 사역은 없다.

영혼사랑 - 가장 말하기 쉬운 것이 사랑이라면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사랑이다. 동료선교사나 현지인을 편견이나 사심, 혹은 우월감 없이 사랑하기가 쉽지 않다. 때로는 배신당하거나 고통 받을 때에도 우리의 사명은 사랑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라'고 가르칠 때 사랑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위선을 행하는 것이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수고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가치 있는 일이다. 깊이 사랑하고 마음 다해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잃지 말라. 사랑에 실패하기 보다는 차라리 사랑을 위해 희생하라. 주님이 주신 가장 큰 계명은 하나님 사랑이며 그다음은 동일한 방법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우리는 판단하거나 정죄할 권한이 없다. 그저 마음을 다해 사랑할 뿐이다.

교회의 확증과 지원 - 선교사는 필요한 모든 것을 교회로부터 배워야 한다. 선교사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지역교회이기 때문에 교회가 선교사를 인정하고 파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안디옥교회는 기도하는 가운데 성령의 음성에 순종하여 바울과 바나바를 교회의 이름으로 선교사로 보냈다. 교회 공동체로부터 인정받는 선교사가 되어야 한다. 또한 선교사의 필요는 교회로부터 공급되어져야 한다. 선교사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교회와 성도들을 든든한 후원자 그룹으로 형성해야 한다. 함께 기도하고, 재정적인 부담을 나누며 선교의 목적과 비전을 성취하기 위해 동역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선교는 선교사의 일이 아니라 교회의 일이다. 그러므로 선교사는 교회로부터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어 선교지로 나가야 한다.

희생과 인내 - 선교는 환상도 아니고, 해외에서의 멋진 이벤트가 아니다. 때로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선교사역자들은 육체적, 정신적, 영적인 공격과 고통을 받을 수도 있으며, 매 순간을 긴장하게 하는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난다. 우리가 처한 어려운 상황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을 신뢰하고, 선교지에서 왜 머물며, 그와 같은 사역을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대답을 하도록 한다. 그러나 선교사가 자기 연민에 빠지지는 말아야 한다. 우리의 희생은 자원하는 희생이며, 합당한 희생이다. 또한 인내는 쓰지만 언젠가 우리는 그 열매를 거두게 될 것이다. 자기 앞에 있는 즐거움을 위하여 십자가의 고난을 참으신 주님을 본받는 선교사가 되어야 한다. 오랫동안 영혼의 추수가 일어나지 않는 지역에서 끝까지 머무는 선교사가 소중하다. 언젠가 땅 끝에서 열매를 가득안고 오리라.

영적 전쟁 - 세계복음화를 위해서 넘어야 할 장벽은 이슬람과 힌두교, 세속주의와 공산주의 등이다. 사단의 권세 아래 있는 이 세력과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 핍박과 환란은 초대교회 성도들만 경험한 것은 아니다. 지금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싸움에 참여하는 우리는 자신을 새롭게 무장해야 한다. 참과 거짓사이의 진리대결이나 영적인 권세와 권능의 싸움인 능력대결, 나아가서 그 백성들의 충성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후방에서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누리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의 보혈의 능력을 의지해서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워야 한다.

적극적인 문화 이해 - 선교사는 현지문화를 잘 숙지할 뿐 아니라 선교적 관점에서 연구하여 적극적인 접촉점을 찾아야 하며, 적극적인 상황화를 시도해야 한다. 과거의 실패는 올바른 이해 없이 제국주의 방식이나 수용자를 무시한 방법으로 선교한 것인데, 지금도 이를 반복한다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 문화는 살아있는 것으로 지속적으로 변화된다는 것을 잊지 말고 과거의 자료에 의존하지 말고 계속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현지인을 존중하고, 동역자를 개발하고, 나아가서는 그들과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선교는 우리의 문화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에 적절한 방법으로 복음을 증거 하는 것이다.

언어습득 - 언어습득에는 왕도가 없다. 선교사가 일생동안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영역이다. 그러나 효과적이고도 지속적인 언어의 진보가 없이는 사역의 효율성도 보장할 수 없다. 통역을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 제한적이다. 언어습득 없이는 문화적응도 어렵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나 사역개발도 곤란하다. 공용어뿐 아니라 부족어 혹은 방언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장기선교사라면 초기단계에서는 반드시 언어에 집중할 수 있는 2년 정도의 시간을 주어야 한다. 또한 부인선교사에게도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한다. 

끊임없는 자기 계발 - 선교사는 특정지역에 오래 머물다 보면 자신이 발전하지 않고 있으며 심하면 도태되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새로운 기술은 쫓아가기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선교 분야에서도 새로운 선교전략이 개발되기도 하고, 변화가 급속하게 일어나고 있다. 물론 선교사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신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변화의 흐름과 방향을 읽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은 중요하다. 선교는 유행이 아니지만 21세기에 20세기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도 지혜로운 것은 아니다. 노력하고 배우고, 관심을 갖고 참여하여야 한다. 특별히 부인선교사와 독신선교사들도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단지 학위를 위한 과정보다 선교사들에게 실제적인 필요에 부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성령 충만과 은사 계발 - 영적인 성숙을 경험해야 한다. 이것은 쉽게, 혹은 급속하게 되지 않는다. 거룩한 습관이 형성되어야 하며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영적인 훈련과 연습이 없이는 제자리에 머무를 가능성이 많다. 자기 자신을 영적인 사람으로 훈련해야한다. 날마다 성령의 충만함을 경험해야 한다. 위로부터 주시는 능력과 은사가 선교사의 사역과 생활에서 나타나야 한다. 말씀의 권능, 기도의 능력, 영적인 파워, 영분별, 각양 은사가 선교사에게 있어야 한다.

겸손 - 선교사의 성품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겸손이다. 주님의 겸손을 본받아야 한다. 자신을 교만하게 생각하는 것은 넘어지는 지름길이다. 은근한 교만을 주의해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겸손해 보이지만 하나님은 중심을 보시는 분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아시는 그 분 앞에서 정직하게 대면해야 한다. 가족에게도, 동료선교사에게도, 현지교회에게도 겸손해야 한다.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나님은 준비된 일꾼을 부르신다. 그들을 하나님의 거룩하신 일에 참여하도록 하신다. 선교사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성취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 온 세계의 구원을 위해 행하시는 일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 영광에 참여하는 우리가 합당한 사람으로 준비되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김영남| 목사(P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