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단어는 “체제 전환국(轉換國)”이다. 중국은 사회주의에서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로, 더 나아가 현실적으로는 자본주의적인 특성을 강화시키는 사회주의로 전환중이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 가입, 2008년 올림픽 개최지로 북경확정, 중국공산당 16차 당대회에서 차기 중국최고지도자로 후진타오를 승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7명에서 9명으로 확대함과 아울러 집단지도체제의 강화, 호구제도(戶口制度)의 변화 가능성 시사(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체제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 주민들의 생활근거지를 크게 농촌과 도시로 구분하여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농촌의 잉여 노동력이 다량으로 발생하면서 도시로의 인구이동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었다. 이것은 중국정부의 입장에서는 명백한 불법행위이지만, 강제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통제의 단계를 넘어서 있기 때문에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호구제도를 활용하면서 부작용이 발생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논의들이 지속되었으며,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글들도 등장하고 있다). 노동자 농민이 아닌 자본가(적색)의 공산당 가입 허용(이와 관련하여 중국 롄샹(聯想)그룹 대표인 장루이민(張瑞敏)이 자본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진출했다. 물론 당초의 예상으로는 3-4명이 진출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적은 수이지만 이것에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노동자 농민을 기반으로 하는 중국공산당의 정체성이 이제는 좀 더 확대된 개념의 인민을 지지기반으로 삼겠다는 표현이라고 보여진다.)
인민폐 평가 절상에 대한 주장 등등은 중국의 변화를 읽게 해주는 중대한 상황전개라고 볼 수 있다. 이상의 내용들에서 우리는 공통적으로 중요한 사실을 찾아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한국의 활로는 중국이라는 사실과 중국은 이제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에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작업을 착수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현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중국의 중요한 일면을 알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정치와 사상이 중국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어들이었다면 이제는 경제와 현실이 중국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중국은 분명히 경제발전을 최우선과제로 설정했으며, 국가의 체질을 국제수준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힘차게 진행하고 있다.
1. 국유기업 개혁과 소유제 변화
사실 이 부분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어서 아주 간략하게만 다루고 다른 주제로 넘어가야 하겠다.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게 했던 것은 과거 중국이 국유기업을 통해서 과도한 잠재적 실업인구를 고용하고 있었다는 것과 소유제의 측면에서 국유제와 집체소유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이 국유기업을 개혁하면서 방대한 노동인구를 방출해 버렸으며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도시 실업자는 1,400만 명이다. 일시 해고 당하는 실업인원을 포함하고 중국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농민들 가운데 항상 존재하는 잉여 노동력을 합하면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실업인구를 갖고 있다. 국유기업의 비중이 큰 도시의 경우에는 실업문제가 훨씬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것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시위가 빈번하게 발생할고 있으며 사회의 절대적인 안정을 흔들리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 소유제의 측면에서 공유제부분보다 기타 부분의 내용이 비중을 키워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가 중국을 어떤 체제를 갖고 있는 나라라고 해석해야 할지가 분명해 지고 있다. 물론 명백하게 중국공산당이 공식적인 선언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결론적인 표현은 할 수가 없다. 국유기업을 개혁하는 과정에서도 국유기업과 대비되는 향진기업이나 삼자기업(삼자기업에는 합자기업, 합영기업, 외자기업이 있다. 이 부분은 국유나 집체의 성격보다는 사영기업의 성격을 많이 갖고 있어서 향후 중국이 국유기업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대안적인 기업형태로 등장할 수 있다)의 비중을 확대시켜가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이것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라는 것은 다양한 실험을 포함하는 진행 중의 사회주의 라는 것이다.
2. 디플레이션 현상의 심화배경과 전개 상황
경제학이론에서 디플레이션이라는 것은 상품의 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물론 쉽게 생각하면 이것은 물건을 사서 쓰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좋은 측면이 클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상품의 가격이 내려가게 된 배경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물건을 팔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된 것이 아닌 소비자 자체의 문제에서 기인하는 현상이다.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한 구매력이 감소해서 물건이 팔리지 않아 전체 산업분야에서 공급이 과잉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어느 정도의 디플레이션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인가? 중국은 우리가 듣고 있는 바로는 13년 동안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9.3%이고 ,구매력평가방식으로 국내총생산(GDP)을 추정했을 때 미국 다음으로 규모가 큰 나라이다. 중국이 디플레이션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이유로 해결을 못하고 있는 것일까? 중국은 디플레이션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경제학자들이 동원할 수 있는 방식들을 모두 동원해서 정책으로 활용했다.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사용하였으며, 화폐정책에서는 96년부터 98년까지 5차례에 걸쳐 이자율을 떨어뜨렸고, 소비의 진작을 위해서 공무원의 월급을 세 차례 인상시켜 주었으며, 개인에 대한 신용 대출을 확대시켜 주었고, 국정 공휴일을 예년보다 더 늘려서 소비를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별다른 효력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중국인들이 미래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경제발전은 지속될 것이라고 믿고 있으나, 사회보장에 대해서는 비관론이 낙관론보다 우세하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국가나 기업에서 개인의 사회보장문제와 주거공간의 공급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개인은 개인이 벌어서 모은 돈으로 집을 사야하며, 자녀들의 교육을 시켜야 하고, 본인들의 장래문제를 고민하면서 사회보장을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그리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중국은 1949년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시키면서 국가와 기업이 개인의 미래를 책임지기 시작했었다. 개인의 교육, 직업, 양로, 의료, 주택 등의 공급을 알아서 지원해 주었다. 이것에 익숙해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주어진 자율성에 대해 도리어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 될 수 있다. 적은 소득을 갖고 어찌 집을 구입하며, 교육을 시키며, 장래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향후 중국정부의 인민에게 향한 커다란 고민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아울러 중국은 지금 실업의 문제가 심각할 정도이다. 국유기업은 개혁과정에서 대규모로 인력을 감축시키고 있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어느 누구라도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이제 더 이상 국가나 기업에서 개인의 사회보장문제와 주거공간의 공급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개인은 개인이 벌어서 모은 돈으로 집을 사야하며, 자녀들의 교육을 시켜야 하고, 본인들의 장래문제를 고민하면서 사회보장을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3. 소득격차의 심화
여러분도 알고 계시는 봐와 같이 자본주의 사회는 소득격차에 대해서 그렇게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지 않다. 잘 사는 나라들에서 가난한 나라를 원조하던 일들은 여전히 이어지고는 있지만 많은 나라들이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별히 미국은 남아서 썩어가는 식량이 있어도 태평양 한 가운데 빠트려서 식량가격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지 가난한 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가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갑자기 왜 미국 이야기를 하는지는 최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파렴치한 형태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루에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수억이나 된다는 사실을 들 들어 보았을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1달러는 세계은행이 정한 빈곤선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중국에도 역시나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여기에서는 빈곤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고 지역간, 도시와 농촌간 소득격차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다.
중국 개혁. 개방의 효과는 경제적 성과의 측면에서 두드러진 진보의 측면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불평등도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발생시키고 있다. 떵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에 의해 탄력을 받은 중국인민의 축부(畜富)에 대한 열정은 이제 그 누구도 제한할 수 없는 단계로 들어서 있다. 최근에는 공부론(公富)을 통해 고르게 잘사는 사회를 만들어 보겠다는 지도부의 의지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이미 중국사회는 소득의 불평등도가 심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동부연안과 중부내륙과 서부지역이 서로 격차가 심화되어 있으며 도시와 도시간 격차, 농촌과 도시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격차의 정도를 여기에서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것은 차치하고 이것이 왜 중국사회에서 사회적인 안정을 유지하는 측면에서 부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지를 살피는 것이 더 필요하다. 소득격차는 사회주의 평등원칙과 모순되므로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성 확보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또한 지역간에 갈등을 발생시키면서 국민경제의 효율성에 큰 손실을 발생시키게 된다. 동부연안지역에 치중된 지역발전전략에서 비롯된 불균형적인 발전은 결과적으로 동부와 서부의 지역격차를 심화시켰으며, 도시와 농촌간의 소득격차를 확대시키는 상황을 만들어 냈다.
경제가 발달한 동부연안지역에서는 임금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이것은 중국인민들로 하여금 불법적인 노동력의 이동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특별히 빈곤한 지역에 살고 있는 청장년 인구의 이농현상은 농촌사회에 커다란 문제점을 남겨주고 잇다. 농촌과 농민의 희생 위에 발전한 도시의 공업부문이 다시 한 번 중국의 농촌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중국의 농촌 상황은 과거에 비해 절대적인 발전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세금과 관련되어 있는데 농촌에서 농민에게 부과되는 세금의 종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장경제의 확대로 농촌에서도 화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그것을 확보하는 일은 어렵기 때문에 농토를 떠나 도시로 이동하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중국정부는 개인들 사이의 소득격차와 지역간의 소득격차 문제를 방치하지 않기 위해 서부대개발과 같은 대형 국가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이다. 이 부분의 해결에 미온적으로 반응하게 된다면 향후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체제안정에 커다란 걸림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선교적 접근
국유기업 개혁과 소유제 변화, 디플레이션 심화로 인한 경기침체와 실업급증, 소득격차의 확대와 농민과 농촌문제의 심각성 등은 중국정부가 고심하고 있는 주요 내용들이다. 물론 중국정부는 다양한 실험과 정책적인 배려를 시도할 것이며 이것이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유지해야 할 것이며, 아울러 선교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실업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의 증가, 상대적 절대적 박탈감의 확대에 대해서는 예수그리스도의 복음만이 가질 수 있는 치유능력이 작용할 수 있다. 가난한 자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자들에게는 복음에 대한 수용성이 높다. 아울러 가난을 탈피하기 위해 도시로 이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영적 감응도가 민감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방식으로 선교전략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가?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선교인력들의 지역적인 재배치이다. 대부분의 인력들은 도시지역과 교회사역에 집중되어 있는 경향을 갖고 있다. 지금은 중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자립적인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시점이며 따라서 우리의 선교적 역할은 좀 더 구체화된 영역으로 진보해야 할 필요성을 갖는다. 물론 우리는 중국사회에서 신앙상담소를 차릴 수는 없다. 그렇지만 가난한 자들과 상처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구체화된 교육프로그램의 공급은 가능하다. 예를 들면, 컴퓨터의 교육이나 한글과 영어의 교육이 있을 수 있다. 이것들은 이들이 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부분들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의료적인 필요에 대한 공급을 할 수 있다. 병원을 짓고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렵다면 무료의료활동 및 이동의료활동을 확대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과거 한국에 선교를 시작했던 선교사들이 왜 교육과 의료에 가장 많은 실천을 했는가를 이해한다면 이 시점에서 중국선교에 필수적인 것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농촌사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중국에서 토지는 사유가 불가능하지만 지방정부로부터의 임대는 가능하다.
물론 일반적인 농업에 투자해서는 힘들다. 유기농법을 활용하거나 지역적인 특수성을 살릴 수 있는 특용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아울러 농업지역에서 가공업을 위한 향진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선교 전략을 수립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구체적인 지역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는 작업이며, 시행착오를 통해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간절하게 지혜를 구한다면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우리 아버지께서 주실 것이다. 두렵다면 일단 부딪혀보아야 한다. 그것이 선교의 길이다.
이동철 | 한양대학교 경제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