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승리한 싸움
2002년 배낭여행으로 처음 중국 땅을 밟아본 후, 두세 차례 중국을 오고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단기선교로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단기선교 경험이 없는 내가 행정적인 모든 준비를 해야 했기에 마음에 부담이 있었다. 이 부담은 결국, 단기선교를 준비하는 동안 다양한 영적 전쟁을 치러내야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붙드시고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영적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고, 맡겨주신 분량들을 잘 감당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일정 가운데 그동안 입양하여 후원하고 있는 내몽고 지역의 어원커족(鄂溫克族), 어룬춘족(鄂倫春族), 다워얼족(達斡爾族) 등의 소수민족 학교를 방문하고 학생들과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많은 기대감으로 준비에 임할 수 있었다.
새로운 부담감
1년 반 만에 다시 밟아보는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영혼구령에 대한 부담감이 밀려왔다. 아이들을 만나기로 약속된 이유에선지, 내몽고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유독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같은 칸에 탄 귀여운 사내아이의 엄마와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녀는 우리가 가는 곳에서 차로 세 시간 떨어진 곳에서 옷가게를 한다고 했다. 대화 도중, 이미 복음에 대해 여러 차례 들어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짧은 중국어 실력이지만 조심스레 복음을 전했을 때, 부모님의 핑계를 대며 지금 당장 복음을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 같다는 안타까운 말을 전했다. 그러나 내몽고 땅에 주님께서 친히 일하고 계시며, 조금씩 귀한 열매들이 맺히고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됨에 감사드렸다.
철저히 예비 된 일정
하룻밤을 기차에서 보내고 다음날 아침에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휴식과 어원커족 박물관을 참관하는 것으로 내몽고에서의 첫날은 마무리 되었다. 다음날부터 예정된 학교들을 순방하는 일정이 진행되었다. 첫 번째 학교에 다달았을 때 학교정문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10여 명의 아이들 모습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왔다. 초원의 태양에 그을린 검은 피부와 발갛게 튼 볼, 호기심으로 수줍어하며 인사하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6일 동안 방문한 10개의 학교 중에서 3개의 학교를 제외하곤 모두 넓은 초원의 한 들판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오가는 길에 보이는 것은 초원과 하늘과 풀을 뜯고 있는 무리지어 있는 양과 소들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10월이라 푸른 초원을 볼 수는 없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복잡하고 시끄러운 소음에서 벗어나 드넓은 초원과 하늘을 바라보니 나의 맘도 그것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였다. 문득 찬송가 중 ‘하늘을 두루마리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한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다 기록할 수 없다’는 가사가 떠올랐다. 주님의 그 은혜가 이 넓은 내몽고 땅에도 넘치도록 임하길 간절히 바라는 맘으로 우리의 마지막 꼬마친구들을 향해갔다.
내몽고로 떠나기 전 날씨가 추울 거라 생각했는데, 감사하게도 좋은 날씨를 허락하셨다. 방문한 학교마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가졌는데, 팀에서 준비한 건, 풍선아트시간이었다. 준비해간 다양한 모양과 컬러의 풍선은 아이들의 맘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잘 만들지도 못하는 풍선을 3일 동안 강아지라고 끝까지 우기며(?) 설득하던 내 모습에 웃음이 난다. 그래도 좋아하고 기뻐하며 밝은 웃음을 보여준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중보자로 서 있기를 소원하며
모든 일정동안 우리팀 뿐만 아니라 정부당원들과도 함께 동행을 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복음을 제시할 수는 없었다. 다만 지금은 우리의 모습을 통하여 그들이 우리 안에 계신 주님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우리의 작은 섬김으로 인하여 그 어린 영혼이 주님께 인도되어지기를 중보하기 원한다.
이번 단기선교를 통해 무엇보다 주님은 모든 민족에게 동일하신 주님이라는 것을 가장 깊이 깨닫게 되었다. 죄악 중에 태어난 우리를 아버지의 자녀로 택하여 주신 크고 놀라운 은혜! 주님께서 그 은혜를 내몽고 땅과 우리가 만난 모든 아이들에게도 동일하게 부어주실 것을 믿고 기대한다.
김진하/ 중국어문선교회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