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이 간증은 지난 8월에 있었던 여름 단기 여행에 참여하였던 현지인 학생이 쓴 일기형식의 글 중에서 발췌한 것이다. 한 마을에 들어가서 그들과의 짧은 만남을 통해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을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것이다.

8월17일
  “하나님은 사랑하는 자에게 잠을 주신다.” 숙면을 취하고 6시 30분 에 일어났다. 막 떠오르기 시작한 태양은 나를 흥분시켰고 내 맘은 소망으로 충만하여졌다. 주님도 아침 햇빛과 같이 나타나시리라. 오늘의 말씀은 누가복음10장 1--20절 말씀으로 마치 전쟁에 나가기 전 사기를 돋우기 위한 선언서처럼 하나님이 친히 우리에게 당부하시는 듯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사단을 제압할 권세를 주셨으니 그 무엇도 우리를 해할 수 없다. 아침 식사 후 조장은 택시를 불렀고 우리는 즉시 바오안현으로 출발했다. 마침 택시기사도 그 지역 사람이어서 우리는 그에게 많은 것을 물어 보았다. 그는 바오안족은 이미 깐수성으로 이주했고 그곳엔 장족과 토족, 한족만 남아 생활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통런 바오안족에게 복음을 전하려 했는데 어찌하면 좋은가? 자료에 의하면 바오안족은 두 팀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한 팀은 복음은 적이 있고, 나머지 한 팀은 산간벽지에 사는 사람들로 복음을 듣지 못했다고 하는데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우리 팀이 맡은 일이었다. 

  바오안현에 도착했을 때 택시기사는 우리에게 내리라고 했지만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 지 또 바오안 족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택시기사에게 길을 안내해 달라고 했으나 그도 모른다고 하며 돈을 벌어야하니 빨리 내리라고 했다. 이때 60세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가 다가왔는데 교양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이곳엔 정말로 바오안 족이 살지 않으며 300년 전에 이미 깐쑤성으로 이주했다고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그는 우리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궁금해 했다. 우리는 학교 논문 때문에 소수민족의 생활과 신앙을 조사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아저씨는 요즘 곡식을 거두는 시기라 바빠서 다들 얘기해 줄 시간이 없을 것이라며 차라리 스하롱촌으로 가라고 했다. 그 곳은 곡식이 늦게 익으며 장족의 거주지라고 했다. 팀원들과 상의한 후 스하롱촌으로 가기로 결정하자 아저씨는 우리에게 차를 불러 주고 택시기사에게 우리를 촌장집에 대려다 주도록 당부하셨다.

 주님! 당신이 예비하심은 너무나 풍성하십니다. 우리의 모든 계획은 파하시고 당신의 뜻을 이루시며 당신의 영광을 나타내소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처음엔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곧 그 속의 깊은 뜻을 깨달았다. 하나님은 우리가 예수그리스도 안에 거하며 주님과 함께 일하길 원하셨다.  우리 손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 속에 거하며 자기를 위해 살지 않고 하나님을 위해 살기를 바라셨다. 

 차는 털털거리며 앞으로 내달렸다. 우리는 마치 요람에 누워 있는 것 같았다. 20분 후 스하롱에 도착했다. 택시기사가 모셔온 촌장은 30세 가량의 젊은 청년이었다. 우리는 그에게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고 그의 집에 묵을 수 있는 지 물어보았다.  그는 선선히 승낙했고 우리를 안내했다. 작은 시냇물을 건너고 모퉁이를 몇 번 지나자 그의 집이 나왔다. 대문을 열어 보고서 우리는 깜짝 놀랐다. 너무나 아름다운 중국식 정원에 열 개가 넘는 방과 유리로 만든 방이 한 칸 있었다. 정원 가운데에는 태양로가 있었고, 뜰 한 구석에는 해바라기와 작약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촌장은 우리를 친절하게 대접했다. 면 카펫에 앉게 하더니 차와 커다란 빵을 내놓았다. 조원 중 한 명이 말했다. “전 지금까지 이렇게 큰 빵은 처음 봤어요! 자연의 냄새가 나는 것 같군요.” 조장은 프랑스에서 이런 빵을 맛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잠시 후 촌장은 미나리 감자튀김을 한 접시 가지고 왔다. 그것은 내가 태어나서 먹어 본 것 중에 가장 맛있는 감자튀김이었다. 한국의 형제자매들도 시종 “맛있다”를 연발했다.
  촌장이 바삐 일을 보러 나가자 조장이 마을을 한바퀴 돌며 기도하자고 제안했고, 모두들 즐거워하며 길을 나섰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나누었다.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는 일체의 어색함을 녹여 내는 듯, 마을 사람들도 우리를 향해 미소를 보냈다. 산머리에 올라 마을과 먼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우리는 기도했다. 이 땅이 주님께 순복하게 하옵소서. 만 군의 여호와께서 친히 이 땅을 다스리소서. 산바람이 옷자락을 흔들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참으로 기이하고 아름답다. 

  한 어린아이가 우리를 마을의 초등학교로 데리고 갔다. 가는 길에 20세 가량의 젊은이를 만났는데 인사를 하면서 함께 초등학교에 가자고 권하자 흔쾌히 따라 나섰다. 알고 보니 이 청년은 학교 정문의 열쇠를 관리하고 있었다. 학교는 벽돌로 만든 단층 건물이었는데 작지만 아름다웠다. 이 학교에는 6학년까지 있고 각 학년에 한 반씩 있으며 1학년은 마당에서 수업한다고 청년이 말해 주었다. 선생님이 계시는 교무실이 교실 옆에 있었는데, 얼마 전에 컴퓨터를 한 대 들여 놓았다고 했다.
  청년은 우리에게 사당에 가보겠느냐고 물었는데, 그는 지금 사당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하나님의 계획하심은 정말 놀랍다. 조장이 조금 전에 이곳의 우상을 묶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사당은 방금 수리를 마친 것 같았고 빨간 벽돌에 유리기와를 얹어서 호화로워 보였다. 발을 들여놓자 차갑고 눌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우상들이 오랫동안 백성들을 사로잡고 멸망의 문을 크게 열어 놓았던 것이다.  불당 앞에 이르렀을 때, 도회지에서 온 듯한 두 사람이 안경을 쓰고서 불상을 보며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조장이 들어가도 되는지 묻자, 본래 여자는 들어갈 수 없는데 한국에서 온 손님이니 들어가라고 말했다. 난 한국인이 아니어서 밖에 남아 있었는데 그가 들어가 보라고 했다. 안은 냉기로 가득했다. 벽에 있는 조각상들이 누구인지 물었으나 그들도 대답을 못하고 단지 값나가는 보물이라고 했다. 그 때 그 지역의 아가씨가 한 사람 들어왔다. 여자는 들어 올 수 없다고 했는데...?

  사당에서 나오자 햇빛의 따스함이 느껴졌다. 그 곳 연못 근처에 그늘을 찾아 앉아서 쉬고 있는데 꼬마 아이들이 다가왔다. 팀원 중 사진애호가 형제가 디지털카메라를 건네주며 찍어 보라고 한 뒤 아이들에게 보여주자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임자매는 그 기회를 틈타 아이들에게 간단한 한국어를 몇 마디 가르치고는 게임도 하고 찬양도 가르쳤다. 나도 솔개가 병아리 잡는 놀이(숨바꼭질 놀이)를 하며 어린 시절로 되돌아 간 것처럼 웃고 또 웃었다. 나와 은지자매는 손을 잡고 사당을 돌았다. 이 곳이 여리고 성처럼 무너져 유일하신 하나님만 섬기는 성전이 되기를 바라며 돌고 또 돌았다. 주님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사단의 세력을 묶어 주옵소서.

  조장이 마을을 돌며 축복기도를 하자고 제의하자 우리는 기쁜 맘으로 출발했다. 방금 전에 아이들에게서 배운 인사말 “츠더무(안녕하세요)”를 사용하여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하니 그들도 “츠더무” 하며 소박하고 순진한 미소로 답해 주었다. 우리는 다시 찬양을 부르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선율이 산과 강에서 너울거렸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아 주님의 전능하심을 찬양할지어다. 우리는 길에서 곡식을 거두는 청년 하나를 만났다. 놀랍게도 그는 정확한 영어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 왔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시닝민족대학의 장족학과 연구생이어서 나와는 동문이었던 것이었다. 우리는 그를 저녁식사에 초대하였는데 알고 보니  바로 촌장의 조카였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서늘한 바람이 불자 가로수의 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우리는 손을 내밀어 잡으려 했지만 하나도 잡히지 않았다. 누군가가 하늘을 보라고 소리쳤다. 기다란 무지개가 산등성이에 가로놓여 있었다. 선명한 일곱 빛깔이었다. 너무 너무 아름다웠다. 하나님이 노아에게 세우신 언약이 내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난 10년이 다 되도록 무지개를 보지 못했는데 운 좋게도 단기선교 여행 중에 볼 수 있게 되다니, 은혜로우신 주님 감사합니다.

 촌장댁으로 돌아와 서둘러 밥을 하는데 임자매가 수고하신 촌장님을 위해 한국요리 몇 가지를 만들어 드리자고 했다. 과연 하나님의 자녀는 지혜롭고 총명하다. 잠시 후 훌륭한 식탁이 차려졌다. 우리를 학교로 안내했던 청년도 왔다. 그의 이름은 상지에쟈라고 했는데, 난 그를 장족학과 연구생으로 잘못 알고 휴대전화번호를 교환했다. 나중에 연구생 이름은 더지에쟈이고 그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안전을 위해서 어떤 연락처도 남기지 말라고 당부하셨기 때문이다. 

  저녁 식사 후에 한국어로 많은 찬양을 했다. 그들은 무슨 노래인지 참 듣기 좋다고 했다.
조장은 사랑에 관한 노래라고 하며 젊은이들은 이런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
예수님과 우리의 사랑노래! 우리는 그들을 위해 축복송을 불렀다. 더지에쟈는 미국인이 선물한 테이프에서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의 안색이 조금 변한 것 같았다. 그들이 라마불교를 믿기 때문이리라. 마지막으로 우리는 <평안을 주노라>로 이 가족을 축복했고 특히 촌장의 딸을 위해 축복해 주었다. 난 그 아이에게 입맞춤해 주었다.
  촌장은 우리를 위해 쉴 곳을 준비해 주었다. 여자들에게는 전기담요가 있는 방에 붉은 솜이불까지 마련해 주었다. 남자들에게는 유리방에 잠자리를 마련해 주셨다.  
  우리는 함께 모여 기도했다. 조장은 약간 긴장이 된다고 말했다. 방금 전 더지에쟈의 표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상지에쟈에게 전화번호를 건네준 것 때문에 역시 걱정이 되었다. 우리는 마치 늑대소굴에 갇힌 양 같았다. 팀장은 우리가 각자 지니고 있는 성경책과 자료들을 한 군데로 모아놓고,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처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하지만 기도 후에 나는 너무 평안해져서 꿈도 꾸지 않고 잤다.
 
 8월18일
  새벽 공기는 너무나 상쾌했다. 부드러운 햇살은 마당에 드리워졌다. 오늘 묵상한 말씀은 시편 46편이었다. 하나님이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고 친히 우리에게 강하고 담대 하라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사랑과 은혜로 풍성하신 아버지께서 오늘도 우리와 함께 하신다. 형제자매 모두 하나님의 말씀에 위로와 용기를 얻고 영혼의 강건함을 얻었다. 난 10절의 말씀이 더욱 마음에 와 닿았는데 마땅히 일해야 할 때에 오히려 우리를 쉬게 하시고 당신의 큰 능력을 보이시겠다는 내용이었다. 

  묵상을 마치자 촌장의 아버님이 들어오셨다. 입으로 계속 무언가를 중얼거리셨는데 불경을 외우는 것 같았다. 오늘은 아이들과 마을사람들에게 선물과 의약품을 나눠주어야 한다. 어른과 아이들이 계속 모여들었는데, 마을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류머티스성 관절염을 앓고 있어서 치료받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 표정에 가득했다. 조장은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기도하며 약을 나눠주었다. 한 형제는 안약을 눈에 넣어주는 일을 담당했고 또 다른 형제와 자매는 약을 발라주거나 안마를 해주었다. 여자들의 등에 약을 발라 주게 될 경우 그들을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는데 아무도 속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나는 하나님 이 불쌍한 사람들을 구원해 주시도록 기도를 했지만, 정작 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것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임자매는 방에서 아이들에게 <예수아이워(예수님은 나를 사랑합니다)>를 가르쳤다. 두 시간 후 아이들은 찬양을 모두 외웠고 예수님을 영접하길 원했다. 너무 행복했다.
   택시가 한 시간 동안이나 우리를 기다린 데다 약품도 다 나누어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짐을 꾸리고 차에 올랐다. 조장은 어제 모아둔 성경책들을 촌장에게 선물하며 말했다. “우리는 모두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을 믿으면 구원을 얻고 천국에 가게 됩니다. 예수님은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이 자료들은 모두 예수님에 관한 책들입니다. 잘 읽어보세요.”
 촌장과 배웅 나온 마을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예수아이니>의 찬양을 부르며 마지막 인사말을 남겼다. “예수님은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양시하/ 중국인 대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