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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7.3  통권 215호  필자 : 왕빈  |  조회 : 2948   프린트   이메일 
[선교나침반]
“D.C.(During Corona) 시대에도 전도·선교는 계속된다, 다만 방향과 방법이 다를 뿐”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상황하에서 향후 일상은 과거로 회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그러하기에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6월 29일 오전 10시(한국시간)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1024.2만 명, 사망자 50.4만 명이다. 코로나19 현황 실시간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6월 28일(미국시간) 현재 집계 결과 미국과 브라질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각각 4만 명, 3만 명으로 확산세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경험해보지 못한 길이 인류 앞에 놓여 있다면서 전 세계, 전 분야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실체가 아직 명확히 잡히지 않지만 가변적 미래를 충분히 가정해 각종 솔루션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세계교회와 선교계도 그런 점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과거와 현재를 더듬으면서 D.C.(During Corona) 시대에 걸맞은 ‘언택트(비대면·Noncontact)’, ‘컨택트(대면·Contact)’의 공존 문화를 만들어 미래를 디자인해야만 하는 시대적 과제를 갖고 있다. D.C. 시대에서는 컨택트도 과거와 같은 컨택트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나 어차피 올 미래였다고 생각한다면 현재의 위기를 새로운 전도·선교 문화, 일상 문화를 창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변화의 방향과 방법만 다를 뿐 자민족 복음화를 넘어 열방 복음화의 열망은 ‘어제의 우리’나 ‘오늘의 우리’나 ‘내일의 우리’나 변함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감염의 두려움으로 인해 강력한 통제가 일상화하고 있다. 격리, 분리, 폐쇄, 고립, 거리두기가 상시화하고 있다. 비대면의 일상 속에서 재택근무, 화상교육의 확장은 일반화하고 있다. 각국의 교회들 또한 공적예배를 자제하고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온라인 모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잘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된 온라인 모임이 아니기에 관계 형성, 결속력, 신앙 성장 등에서 각 교회별, 공동체별, 개인별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선교의 경우 현지인들과의 대면이 쉽지 않고, IT와 소셜 미디어의 발달에 따라 은밀한 사역은 과거보다 노출이 더 용이하기에 선교사들의 활동 반경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선교사들이 본국으로 들어온 뒤 다시 선교지로 나갈 수 있는지 확신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물론 모든 게 부정적이지는 않다. 예를 들어 온라인사역의 중요성과 확장성을 경험하는 선교사들이 늘어나 관련 영역 기술을 적극 익히면서 사역의 재점검, 재충전한 뒤 총체적 선교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다. 선교의 본질과 기본기를 다시 다지면서 각국에 맞는 선교사·현지사역자 훈련과정, 위기대응능력 제고, 소그룹 제자양육과 가정사역 강화, 언택트 문화 콘텐츠 개발, 단기선교팀 사역 중단에 따른 대안 발굴 등 초연결시대형 선교 방향과 방법을 찾도록 촉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선교 방향과 방법은 보다 더 수요자, 수혜자 중심이어야 한다. 공급자의 시각에서 벗어날 때 온전한 성육신적 사역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사역 또한 과거 당연했던 것이 지금은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조급증을 버리고 선교지 환경과 상황을 십분 고려해 속도와 범위,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온라인·디지털사역 일상화, 소그룹 제자훈련·가정중심사역, 현지사역 이양을 통한 현지리더십 강화, 네트워크·협력사역과 플랫폼 구축, 긴급구호·개발·회복사역, 다문화·난민·이주민선교 확대, 불안 심리·우울증·고립감·사기 저하 등 ‘코로나 블루’ 극복 방안 제시 등을 위해 교회와 선교기관, 선교사와 후원자들은 손을 맞잡고 역할 분담을 하면서 어느 때는 ‘함께’, 어느 때는 ‘개별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온라인의 보편화는 잠재적 회심층, 세대별, 사역별 접근을 보다 용이하게 한다. 전도·양육·훈련을 위한 디지털 콘텐츠 제작과 공유, 온라인사역의 체계화, 온라인·소셜 미디어에 익숙한 청소년·청년 대상 사역 개발은 더 이상 미룰 과제가 아니다. 온라인의 한계에 따른 소규모 오프라인 사역의 강화, 가정전도·가정회복·세대통합 예배 등 새로운 가정 사역 추진, 소수 핵심 리더십 훈련을 통한 제자가 제자를 낳은 재생산 거버넌스 구축, 현지 교회와 사역자 양성을 우선 하는 전도·선교 모델 발굴, 현지 교단·지역교회·현지(외국인·한인)선교사와의 네트워크 및 협력 강화도 힘써야 한다. 다문화인·난민·이주민들의 영적 갈증을 해갈하기 위해 노력하고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을 통한 복음의 접촉점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지구촌 곳곳에서 정신건강 위기, 심리적 팬데믹은 가히 폭발적으로 전염되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19와 우울감의 합성어인 ‘코로나 블루’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 됐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센서스국의 최근 조사에서 미국인의 3분의 1 가량이 코로나19로 인한 불안증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전보다 2배가 늘어난 것이다. 미국 카이저패밀리재단에 따르면 미국인의 절반가량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연방 정부가 운영하는 심리상담 핫라인 이용자는 올해 4월에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000% 증가했다. 미 연방 정부 기관인 ‘물질남용 정신건강 서비스국(SAMHS)’에 문자로 접수된 상담 건수는 지난 4월 한 달 동안 2만 건을 넘어섰다. 지난 4월 한국 경기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47.5%가 불안감이나 우울감을 경험했다. 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심리상담 핫라인(1577-0199)의 코로나19 관련 상담 건수는 지난 6월 3일까지 37만431건에 달했다.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 등 젊은 층의 정신건강도 이상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사회 첫발을 떼면서 좌절감, 절망감을 직면해야 한다. 장기 휴교와 온라인 수업 등으로 인해 고립 상태에 놓여 있는 어린 학생들도 적잖다. 불안·우울증과 좌절감,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이들을 향한 교회와 기독인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사진=픽사베이
 
홍콩교회와 기독인들의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중국이 추진했던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20차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통과된 이 법은 6월 30일 저녁 11시(현지시간)부터 발효됐다. 이 법에 따르면 경미한 범죄 행위에는 3년 이하 징역을 처할 수 있지만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에는 최고 무기징역형을 처할 수 있다. 이는 2009년 시행된 마카오의 국가보안법 최고 형량이 30년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처벌이 매우 무거워진 것이다. 시위대의 폭력시위도 테러활동으로 규정돼 처벌될 수 있다. 홍콩 반체제 인사들이 외국에 홍콩에 대한 제재를 요청하는 행위도 외국 세력과의 결탁으로 간주될 수 있다. 홍콩 영주권자가 아닌 사람도 홍콩 이외 지역에서 이 법을 위반하면 적용된다.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기 때문에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홍콩 기본법과 보안법이 충돌할 경우 보안법에 우선하도록 했다. 이 법을 강력하게 집행하기 위해 홍콩에는 ‘국가안전공서(國家安全公署)’라는 보안기관이 설립된다. ‘중국 정부 홍콩연락사무실(총괄)’,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군사)’, ‘외교부 홍콩사무소(외교)’에 이어 중국 중앙 정부가 홍콩에 설치하는 네 번째 기관이다. 국가안전 고문(보좌관)도 홍콩에 파견해 홍콩 정부가 신설할 국가안보수호위원회 업무를 담당한다. 홍콩 경찰에도 국가안보 업무를 담당할 조직을 설치한다. 수사권은 홍콩 국가안전공서가 갖고, 기소와 재판은 중국 본토의 최고인민검찰원, 최고인민법원이 지정한 기관이 맡는다. 피의자는 홍콩에서 중국 본토로 인도된다. 홍콩보안법의 시행에 따라 홍콩교회와 기독인들은 앞으로 정치와는 일정 거리를 두어야 한다. 좀 더 멀리, 더 깊이 보고 현지인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복음으로 대안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한편 하나님의 긍휼과 사랑을 조건 없이 보여주는 전위대가 돼야 한다. 복음은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서 구현할 수 있는 또 다른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고, 복음을 삶으로 살아내는 홍콩 기독인들을 통해 홍콩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을 것이다. 홍콩 문제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기싸움’을 벌이겠지만 전 세계 국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자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버거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From Everywhere To Everywhere)”라는 관점을 가지면 나와 당신이 있는 곳이 새로운 땅 끝이 되고, 우리 모두가 있는 곳이 미지의 땅 끝이 돼 그곳에 전도·선교적 교회, 전도·선교적 공동체, 전도·선교적 개인들이 세워지고 복음으로 살아가는 교회, 공동체, 개인들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한 선교지나 지역에서 뼈를 묻는 심정으로 사역하겠다는 것이 더 이상 유용한 꿈이 아닐 수 있다. 동일한 전도·선교대상을 하나의 국민·국가에서만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닌 B.C. 시대에서 정답은 하나만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와 여건에 따라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다양할 수 있다. 모든 민족은 신체적 이동 자유를 마냥 누릴 수 없을지라도 온라인상에서는 얼마든지 타자와의 만남을 위해 클릭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음을 우리는 매 순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새로운 관계를 맺기를 원하고 있다. 정보의 격차에 따른 지성, 영성의 갈증 현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를 풀어낼 혜안이 요구된다. 정치·경제적, 사회·문화적 갈등 지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교회가 미래 지향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면 또 다른 전도·선교적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라고 일갈한 누군가의 얘기가 유효한 오늘, 전도는 여전히 계속되고, 선교는 계속돼야 한다. 다만 방향과 방법이 바뀔 뿐이라는 걸 잊지 않는 기독인들의 능동적인 행동이 뒷받침되기를 기대한다. 







왕빈 | 중국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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