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는 모든 사역과 삶의 태도를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종으로 헌신하였지만 종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 된 자의 자격으로 사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종으로 일하면 결국에는, 고갈되어 마침내는 하나님의 마음은 알지 못한 채 자기 일만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누가복음15장 26절에 “아버지께 대답하여 이르되 내가 여러 해 아버지를 섬겨 명을 어김이 없거늘 내게는 염소새끼라도 주어 나와 내 벗으로 즐기게 하신 일이 없더니”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사는 삶과 사역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나의 아버지가 되시면 문제 될 일이 없습니다. 이 관계가 깨질 때 문제가 생깁니다. 대만 현지교회에서 약5년 동안 협력사역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교회도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었고, 교회개척에 대한 주님의 감동하심도 있어서 이를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저는 한국교회나 교단의 지원이 거의 없던 터라 대만교회에 사정을 얘기해보았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교회개척의 비전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갈 바를 몰랐지만 그래도 순종하기 위해 교회에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설교를 하기 위해 이른 아침 교회에 와서 설교준비를 할 때였습니다. 그때, 주님의 감동하심이……. 예수 사랑하심은 거룩하신 말일세 우리들은 약하나 예수 권세 많도다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성경에 써있네 어린이주일학교에서 가르쳤던 찬송이었습니다. 하나님이 나의 목자가 되심을 확인해주셨습니다. 모든 걱정과 염려는 사라지고 두 눈에는 감사의 눈물이, 마음 깊은 곳에서는 기쁨이 흘러넘쳤습니다. 그리고 목자가 되신 나의 하나님은 신실하게 저의 앞길을 인도하시고 책임져주셨습니다. 헨리 블랙가비 목사님이 쓴 《하나님을 경험하는 삶》에 보면 ‘하나님은 우리를 관계 안으로 부르시고 그 관계 안에서 말씀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첫째는 하나님 자신의 성품에 대해서 알리시는 것은 믿음으로 본받게 하기 위해서요. 둘째는 하나님이 하실 일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것은 그분의 일에 동참하게 하기 위해서 라고 말입니다. 옛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나 그분의 일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믿음의 순종이 필요합니다. 믿음의 갈등을 통해 ‘죽으면 죽으리라’로 순종할 때, 하나님의 능력을 경험하게 되며, 그 경험을 통해 하나님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사역을 하면 할 수록 하나님을 더 많이 알고 믿게 됩니다. 예수를 믿으면 믿을수록 주님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공급하심
목자가 되신 주님은 인도하시고 공급해주십니다 시편23:1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선교사의 삶과 사역에서 하나님의 공급하심을 신뢰하고 배우는 것은 필수입니다. 저는 처음 대만에 올 때부터 ‘하나님, 현지에서 채워주세요!’라고 기도하고 떠나왔습니다. 물론 경제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주님은 정말 꼭 맞게 우리의 필요를 채워주셨습니다. IMF금융위기 때, 안타깝게도 많은 선교사님들이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처음부터 한국교회의 지원이 거의 없었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경제는 너무 어려웠기에 귀국해서 모금을 해 올 것을 지인 선교사님들에게 권유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돌아가라고 말씀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습니다.
나의 목자 되신 주님은 신실하셔서 때에 따라 풍성히 공급하셨습니다. 저희 부부의 생활과 사역 그리고 두 자녀의 양육에 이르기까지 모두 안성맞춤으로 채우셨습니다. 지난 20여년을 돌아보니 남는 것도 없지만 부족한 것도 없었습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니면서도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고 고백할 수 있습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가 되시고 나의 아버지가 되시기 때문입니다. 대만 신학교기숙사에서 지낼 때의 일입니다. 학교가 산 밑에 있어서 늘 습했던 탓에 두 아이가 피부병과 감기로 고생이 많았습니다. 감기에 심하게 걸린 작은 아이를 데리고 병원엘 꼭 가야 하는데 병원비가 없어 기도하면서 주님의 공급해주심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습기가 꼭 필요했지만, 어디 마땅히 도움을 청할 곳도 없고 해서 신문광고에 난 제습기를 오려 벽에 붙이고 기도했습니다. 가격은 타이비 4990달러. 며칠이 지난 어느 날, 교수님 한 분이 기숙사에 심방을 오셔서 이런저런 말씀을 나누고 가시면서 헌금을 하고 가셨습니다. 열어보니 타이비5000달러! 하나님의 응답을 기다리는 시간이 때로는 견디기 힘들기도 하고 이런저런 방법을 써볼까 갈등하기도 하지만, 이른 비와 늦은 비는 반드시 내린다는 믿음으로 그분을 신뢰하면 그 풍성함을 누리게 됩니다. 선교사로서 이 배움의 시간을 거치는 것 또한 필수입니다. 약속의 땅 가나안은 이른 비와 늦은 비가 없으면 씨를 뿌릴 수도 수확할 수도 없는 곳입니다. 그곳이 약속의 땅 축복의 땅입니다. 저에게는 이 선교지가 아름답고 광대한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약속의 땅이었습니다. 광야의 생활을 끝내고 평안하게 안착해서 삶을 누리는 땅이 아니라 믿음으로 훈련을 받는 곳이었습니다. 성도에게 이 땅은 그런 곳이라 생각합니다. 선교사는 가족과 나라를 그리고 안정된 생활을 떠나 타국에 와서 주님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약속의 땅에서 그분의 풍성함 누리는 영광의 삶을 사는 이들입니다. 이것이 바로 선교사의 삶과 사역입니다. 자신을 벼랑 끝에 놓고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삶을 향해 끝없이 믿음의 용기와 결단을 이어가는 삶을 사는 이들인 것입니다. 인도하심과 순종
순종에는 믿음과 사랑이 모두 포함됩니다. 대만 신대원 1학년 때의 일입니다. 실습으로 보내진 곳은 양메이(杨梅)라는 지역의 소수민족 객가족(客家族) 교회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실습생들 중에서 가장 먼 곳에 배정된 것이었습니다. 어린 아이 둘과 사모 그리고 저까지 모두 네 명. 오토바이 한 대에 넷이 가까스로 끼워 타고 고속버스 정류장까지 간 후,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한 시간 반을 더 달려야 도착하는 먼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멀리 고생하며 간 그 교회에서 제가 가장 많이 한 일은 다름 아닌 청소였습니다. 금요일 저녁 무렵 교회에 도착하자마자 부랴부랴 청소부터 합니다. 그리고 토요일엔 학생예배를 드립니다. 다시 또 청소를 하고 나면 주일! 주일 오전에 다시 점검하고 주일예배를 드립니다. 그리고 다시 정리정돈을 하고, 청소를 하고 그 교회를 떠나옵니다.
마음속에서는 조그만 불만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선교사로 왔는데, 이 먼 곳까지 고생고생하며 왔는데, 하는 일이 고작 청소라니……. 그때 성령님은 제게 한 말씀을 생각나게 하셨습니다. 수건 한 장 들고 무릎 끓으신 채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주님! 그리고 이어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는 것을 불평하고 있는 제 모습을 비춰주셨습니다. 그러자 불평은 곧 사라지고 빗자루를 들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게 해주셨습니다.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든지 주님을 섬길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한 것이 되었습니다. 주님 자신도 이 땅에서 선교사의 삶과 사역을 보여 주셨습니다.
내가 아무 것도 스스로 할 수 없노라 듣는 대로 심판하노니 나는 나의 원대로 하려 하지 않고 나를 보내신 이의 원대로 하려는 고로 내 심판은 의로우니라(요한복음5:30).
그러므로 예수께서 저희에게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들이 아버지의 하시는 일을 보지 않고는 아무 것도 스스로 할 수 없나니 아버지께서 행하시는 그것을 아들도 그와 같이 행하느니라 (요한복음5:19).
아들이 아닌 종으로서 사역을 하다 보면 일은 되는 것 같으나 고갈되고 마침내는 하나님과는 상관 없는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나는 부자라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 하나 오히려 주님은 문 밖에서 문 두드리시는 라오디게아교회처럼 네 곤고한 것과 가련한 것과 가난한 것과 눈 먼 것과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하는도다(요한계시록 3:17). 선교사의 삶과 사역은 따로 뗄 수 없습니다. 주님과 함께하는 삶이 사역에 있어야 합니다. 삶이 사역을 증거해주어야 합니다. 사역의 열매는 내가 배우고 훈련한 것으로 맺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견고히 붙어 있을 때 나무에서 공급되는 영양분으로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됩니다. 주님도 그렇게 견고히 하나님 아버지를 붙드신 채, ‘나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고백하셨습니다.
주님이 그렇게 사셨듯이 우리에게도 말씀하십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저가 내 안에, 내가 저 안에 있으면 이 사람은 과실을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한복음 15:5). 눈에 보이는 것이 있고, 배우고 훈련한 것이 있어 할 수 있을 것 같을 때가 가장 위험한 때입니다. 주님 없이도 뭔가 될 것 같은 유혹이 있을 때, 다시 생각해야 할 말씀, 나를 떠나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 선교사의 삶과 사역, 그리고 성도의 이 땅에서의 삶도 주님을 떠나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주님 안에서만 생명이 있고, 그 생명의 열매도 있습니다. 신앙생활은 시작도 믿음이요. 과정도 믿음이요. 마침도 믿음입니다.
윤승일 | 대만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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