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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3  통권 265호  필자 :  |  조회 : 1112   프린트   이메일 
[신간도서]
중국필패 & 탈북 32년, 두만강 넘어 시드니 외



중국필패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야성 황 저 | 박누리 역 | 생각의힘 | 2024년 08월 16일 | 624쪽 | 정가 32,000원

개혁 없는 대국은 몰락하고 
거대한 하나의 중국은 무너진다

MIT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중국-인도 연구센터 주임인 미국 내 중국 전문가 야성 황 교수는 과거의 문명국가, 현대의 문제국가 중국을 읽는 새로운 접근, ‘EAST 공식’을 제시한다. EAST 공식은 단순 동양(East)을 뜻하지 않는다. 시험(Examination)과 독재(Autocracy)와 안정(Stability)과 기술(Technology) 네 가지 주제의 머리글자를 딴 이 공식은, 현대 중국을 존재하게 한 ‘국가 확장 공식’을 가리킨다. 수나라에서 시진핑까지, 대국은 어떻게 탄생하고 몰락하는가? 이 책이 제시하는 중국 특색의 국가 확장 공식을 통해 새롭게 알 수 있다. 

저자는 규모(Scale)와 범위(Scope) 두 상반된 힘의 축을 세운 다음, 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고 가는 균형과 긴장으로 중국의 역사를 해석한다. 규모는 동질성을, 범위는 이질성을 의미한다. 규모의 사회가 통일된 거대한 질서를 자랑한다면, 범위의 사회는 다양한 가치와 개성을 존중한다. 저자는 국가 확장과 유지를 위해 다양성을 희생하고 ‘규모’를 우선해온 유구한 역사적 맥락에 중국공산당이 기대어 있음을 왕조 시대 중국부터 중화인민공화국까지 중국 역사 전체를 재료로 한 여러 데이터 실험을 통해 밝힌다. 시진핑 정권은 이전 정권의 개혁주의 노선에서 후퇴해 ‘규모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의 혁신을 훼손하고 최소한의 ‘범위’도 인정하지 않는 시진핑의 중국공산당은 결국 중국을 파멸시킬 것으로 파악한다. 혁신 없는 대국은 무너지고 시진핑이 꿈꾸는 거대한 중국은 필패한다는 것이다. 특히 시진핑은 2018년 임기 제한을 폐지함으로써 ‘털록의 저주’를 봉인해제 해버렸다. 

EAST 공식은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인가? 중국의 야욕이 세계 질서를 흔드는 이때, 이 책은 거대한 시한폭탄의 해체도면을 그리며 중국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균형을 제안한다. 행동 기제를 파악하면 다음 수를 읽을 수 있고, 메커니즘을 알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독보적으로 유익하고 분석적인 이 책은 독자에게 많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 ‘아무나’를 위한 책은 아니다. 세계를 가로지르는 거시적 관점을 적확하고 옳은 근거로 기둥 세운 분명한 통찰을 원하는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역사의 거대한 구조를 뼈째 씹어 삼키고 ‘중국’이 어디로 갈지, 세계의 미래와 중국의 운명을 예측하는 당신만의 통찰을 완성하라. 덧붙여, 오늘의 한국 독자에게 이 책은 더욱 의미가 있다. 우리는 과거 제도와 유교 이데올로기를 직수입해 사용해 왔다. 전 국민을 일관된 수치로 평가하는 시험이 존재하는 사회의 능력주의 신화와 위계질서 내재화 및 이질성 거부 현상은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규모를 이룩하고 유지하기 위해 통일된 질서를 우선할 것인가, 사회에 때로는 혼란을 그러나 발전을 가져올 다양한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그들의 위기를 살펴 우리의 나아갈 길을 준비하자.


로빈 니블렛의 신냉전 힘의 대이동, 미국이 전부는 아니다
로빈 니블렛 저 | 조민호 역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08월 21일 | 정가 20,000

한국을 위한 맞춤형 자문
로빈 니블렛은 유럽 각국이 중국 및 러시아 대상 외교전략을 구상할 때 최우선적으로 자문을 구하는 최고 권위자다. 이번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놓인 특수한 상황을 십분 고려한 맞춤 전략을 조언하고 있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통제와 억제에 어느 선까지 맞장구쳐줘야 하는가?”라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고민을 언급하면서, 미국과 안보 동맹을 강화하되 중국과 제한적이지만 건설적인 관계를 이어가라고 제안한다. 한국이 중국을 규제하는 G7과 동조해서 중국의 거센 반발을 받고 있지만, 같은 민주주의 진영의 한국으로서는 “다른 선택은 없다”고 단정한다. 그렇지만 “한국 정부가 첨단 기술 분야를 제외하고 중국과 무역 및 투자를 유지해도 괜찮다”고 말하면서 이것을 “미국이 막을 일도 없고 막을 수도 없다”고 분석한다.

초강대국이 되고 있는 중국
중국 GDP는 덩샤오핑(鄧小平)이 정권을 잡은 1980년 이후부터 40년 동안 거의 꺾이지 않고 연달아 성장했다. 중국의 GDP는 총량만 놓고 보면 양적으로 미국을 추월하기 직전이며, 일부 질적인 영역에서도 미국과 유럽을 따라잡거나 이미 능가했다. 2001년 중국의 GDP는 1조 2,000억 달러(미국은 10조 2,500억 달러)였지만, 2022년에는 18조 달러(미국은 25조 9,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구매력 평가(PPP)’ 지수, 즉 다른 국가 통화 대비 위안화의 구매력 수준만 놓고 본다면 중국의 실제 GDP는 전 세계의 16.6%를 차지해 미국의 15.8%보다도 높다. 중국은 2009년에 세계 최대 수출국으로 등극했으며, 현재는 미국과 독일보다도 한참 앞선 상황이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것이다.

전 채텀하우스 소장이 지경학적으로 분석한 국제정세 긴급 보고서
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나라에 위해를 가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명백하다. 유럽의 식민지 쟁탈전이 그랬고 세계대전과 그 이후의 미소 냉전 시대도 다를 바 없었다. 따라서 항상 국제정세를 파악하고 정책과 전략을 준비하는 일은 필수다. 저자는 “냉전과 신냉전의 주요 차이점을 이해하는 일”은 우발적이든 의식적이든 “전 세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사태를 피하기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라고 진단하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중국은 소련과 무엇이 다른가?”, “21세기의 미국과 20세기 후반의 미국은 어떻게 다른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분열된 세계에서는 어떤 국제기구가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하는가?”,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은 가능한가?” 이 책은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보면서 10개의 장에 걸쳐서 신냉전이 구냉전과 다른 차이점과 특징을 살펴본다. 또한 마지막 장에서는 신냉전이 비극적 종말의 결과로 향하지 않도록, ‘자기충족적 예언을 하지 말 것’, ‘자유민주주의로 뭉칠 것’, ‘평화로운 경제 경쟁 구조를 만들 것’, ‘세계 각국의 군비 통제를 위해 노력할 것’, ‘글로벌 사우스와 협력할 것’이라는 5가지 규칙도 제시한다.


탈북 32년, 두만강 넘어 시드니 연합뉴스 기자의 30년 동행 취재기
김재홍 저 | 황금알 | 2024년 08월 30일 | 272쪽 | 정가 20,000원

이 책은 목숨을 걸고 탈북한 청년 에디의 한국과 호주 등에서의 삶을 응원해온 연합뉴스 김재홍 기자의 30년에 걸친 동행 취재기다. 모든 것을 걸고 두만강 여울을 건너온 대학생의 탈북 32년 다큐멘터리이다. 주인공인 에디는 실존 인물이다. 저자와 에디는 2년 가까운 기간에 걸쳐 에피소드를 구상, 에디가 초안을 쓰고 이를 바탕으로 사건을 당시 시대적 상황에 맞추어 재구성했다고 한다. 이 책은 모든 내용이 사실에 근거를 둔 기록이지만 독자들이 읽기 쉽게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에디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소설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에디는 북한에서 태어나 중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 9년 가까이 서울에서 대학생, 방송인 그리고 사업가로 활동하다 호주로 이민을 떠나 회계사가 됐다. 

이 책 출간 이후 에디는 KBS 북한 관련 프로그램 ‘남북의 창’에 고정 출연자가 됐다. 이어 《평양 가서 돈 버는 108가지 아이디지리여행》 등 북한 관련 책들을 잇따라 출간했다. 사업에도 손을 대어, 평양옥류관 서울분점을 강남에 열었다. 실향민 등 전국에서 온 손님들이 옥류관 냉면 맛을 보기 위해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그러다가 영국으로 어학연수 겸 유학을 떠났고 아이들 장래를 위해 호주 이민을 결행했다. 에디 아내가 시드니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나온 호주 시민권자라는 점도 호주 이민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한다. 하지만 호주에서 생활은 전혀 녹록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했다. 골프장 청소원, 우버 기사, 카센터 세일즈맨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당장의 생활안정도 중요하지만 늙어서 자식들에게도 존경받으려면, 에디는 전문직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려대에서 경영학과를 졸업한 경력을 살려 호주에서 경영대학원(MBA)에 진학, 회계사(IPA) 자격을 취득했다. 덕분에 회계사와 대북투자전문가로서 성공 궤도에 올라서게 됐다. 호주에서 북한 지하자원 투자전문 회계사로도 인정을 받았다. 에디는 북한의 지하자원이 남한과 북한, 한반도가 공존 번영하는 데 미래의 금맥이 될 수 있게 기여하고 싶었다. 호사다마라고 할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선천성 신장기형이 에디 몸에서 발견됐다. 신장을 이식하지 않으면 몇 년밖에 살 수 없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에디는 또 북한을 떠나온 후배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이 책에서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나이와 상관없이 가능한 남한의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아라. 남한에 온 이상 자본주의의 꽃인 돈벌이에 집중해야 한다. 돈을 모으면 차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돈을 번만큼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는다. 어느 정도 자리 잡기 시작하면 고향을 생각하며 부모 형제를 도와라 등이다. 

필자는 이 책에 나온 에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의 미래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과 북한 그리고 호주에서 에디의 끝없는 도전은 탈북자 한 사람의 삶이 아니라 남과 북 그리고 새로운 한반도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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