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나와 있는 선교사는 두 가지 임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현지의 영혼을 위한 임무 그리고 또 하나는 한국교회에 대한 임무이다.
  첫 번째는 각설하고 한국교회에 대한 임무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선교지는 영적 전쟁터이다. 우리가 생각지 못한 공격이 존재하고, 그것을 상상할 수 없는 방법들로 해결하시는 분이 계시는 변화무쌍한 공간이다. 그래서 선교사들은 자신이 겪는 고난이 아버지를 더 가까이 만나고 영적 경험을 깊이 할 수 있는 축복의 시간이며 선교사의 특권이라고 종종 말하곤 한다.
  그런데 그것을 한국교회와 나눌 수 있다면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신앙생활에 활력이 되지 않겠는가? 냉담해진 마음에 불길이 일지 않겠는가? 막연한 대상에 대한 기도에서 영상을 통해 본 생생한 장면을 품고 기도하지 않겠는가?
  결국 현지에서 일어나는 하나님의 역사를 선교지에 살지 않는 많은 성도들에게 알리는 것은 신앙의 성장과 동역의 차원에서 매우 필요한 것이다. 한국교회의 선교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것을 안타까워하는가? 그렇다면 현장에서 만난 아버지를 얼마나 잘 전달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교전략, 리서치
선교사는 아버지께서 지구촌 구석구석에 보내신 특파원들이다. 그 특파원의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리서치이다. 6년 전 모 방송의 해외프로그램을 제작할 당시의 일이다. 장소는 파퓨아뉴기니의 오지 섬마을에서 촬영을 하게 되었다. 수도인 포트모르스비에서 경비행기를 3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긴장된 여정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잔디로 된 활주로를 처음 경험한 때이기도 했다. 마지막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형식적으로만 구분되어있는 공항 청사 밖을 나가 볼 기회가 있었다. 그 때 내 눈에 색다른 풍경이 들어왔다. 얼기설기 엮기며 자라는 정글의 풍경과 달리 오와 열을 맞춰 아름드리로 자란 팜나무 군락이었다.  '이 먼 오지에 누가 이런 농장을 만들었을까?' 원주민의 말로 이 농장은 20년 전 일본 회사가 만든 것이며 지금도 이곳에서 생산되는 것은 일본회사가 관리한다는 것이었다. 일본에서 태평양을 건너와 이런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그들의 용기에 감탄하면서 든 생각은 이곳의 가능성과 필요들을 본국의 투자자와 경영자에게 잘 알려서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필요를 잘 알려서 한국과 함께 일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지금 가끔 다른 나라의 선교사들을 만나 그들이 일하는 방식을 보게 될 때가 있다. 그런데 우리와 서방이나 일본인의 다른 점은 사전조사의 철저성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초기부터 영상을 활용해서 설득해 나간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영상은 내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보고용만은 아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A라는 지역에 선교목적으로 학교를 세우는데 교육의 필요성을 알지 못하는 그들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은데 토착 종교의 크리스천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의 후원교회에서 이해 부족으로 선교비마저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영상을 활용한 상황으로 변화시켜보자. 우연히 A라는 지역에 여행을 하다 보니 학교를 통한 선교의 가능성이 보였다. 그 후로 그 마을에 왕래하며 선교 가능성과 반발의 가능성 그리고 필요성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그러한 자료를 토대로 Project Proposal Media를 제작한다. 사전 기획을 통한 기도, 전문가, 물질후원의 동역자를 확보한다. 진행되는 상황을 보고하고 개교 기념 영상을 촬영한다. 모든 일을 진행 한 후에 악수하는 장면만을 위한 미디어의 활용이 아니라 최초의 기획단계에서부터 함께 해야 하고 고려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한국도 몇 년 전부터 리서치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팀들이 많아져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5년 전 어느 선교회의 부탁을 받고 미얀마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수도인 양곤에 계신 선교사의 안내로 선교 상황을 촬영하게 되었다. 미얀마 양곤은 불교의 나라답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불탑 쉐다곤 파고다가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그 불탑을 촬영하는 것이 너무도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꾀를 내어 차량을 한 대 빌렸다. 차량으로 불탑의 가장 가까운 부분까지 접근하여 창 밖으로 카메라를 꺼내어 촬영을 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대 성공, 우리는 촬영이 성공리에 끝난 것을 감사하며 촬영을 마쳤다. 그리고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모 방송사의 요청으로 다시 미얀마를 찾게 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파고다의 입구에서 미화 5달러를 내면 내국인이건 외국인이건 촬영을 얼마든지 허락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의 허무함이란… 더 이상 어떤 말이 필요하겠는가?

객관적인 시각으로
동원 미디어는 현장의 현실을 잘 전달하는 것 외에,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일의 객관적인 조명과 평가의 기능을 동시에 해야만 한다. 그러한 영상제작을 통하여 더 발전적이고 성공적인 선교활동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분의 동원미디어를 제작하게 되었다. 첫날 우리는 선교지의 상황과 동원미디어의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교제의 시간을 가졌다. 다음날부터 미디어 제작에 들어가기로 하고 사역을 정리한 초안을 정리해 주기로 했다. 이튿날 이른 아침 내 손에 들려져 있는 건 달랑 A4용지 한 장, 그것도 순서 없이 써져 있는 한 장의 편지를 보는 듯 했다. "저, 이거 말고는 없나요?" 그분 왈 "글재주가 없어서… 제가 옆에서 설명해 드릴게요."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객관적인 조언과 참여, 그리고 공동의 노력을 위한 정리의 시간이 아닌 또 하나의 자신만의 주장을 강요하는 동원 미디어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동원이 잘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영상을 통한 효과적인 사역
꽤 많은 선교사들을 만난다. 내 직업을 들으면 으레 미디어 제작에 관심을 보이고 한번쯤 부탁을 하게 마련이다. 미디어에 대한 지식이 있건 없건 미디어를 통한 동원의 효과는 매력적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미디어세대니 정보화시대니 하는 구태의연한 말보다 이미 필요성은 피부로 느끼고 있으리라. 나 역시 영상을 통한 사업의 효과에 당연히 확신이 있고 더 많은 도움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상을 통한 사업의 효과는 위에서도 많이 언급했지만 굳이 한 가지 더 첨가한다면 동질성이다. 현장과 후방의 동질성. 이것을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희생도 따르겠지만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많은 단체에서 시도하다가 실패한 경험도 있으리라. 그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하다가 언젠가 심모라는 개그맨 겸 영화제작자가 CF에서 하는 말이 기억났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라고, 여기에 한 마디 덧붙이고 싶다. "바른 방법으로."
미디어를 이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말은 "미디어는 나를 위해 만든다. 그러나 내 관점에서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다. 모순 되는 듯한 이 말이 미디어의 속성을 잘 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이해시키기 위해 미디어라는 도구를 사용하지만 수용자의 입장에 서 있지 않다면 결국 미디어 제작의 목적인 설득이라는 GOAL에 도달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 사람에게 설교를 하려면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가? 당연히 한국어다. 왜? 그래야 알아들을 수 있으니까.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공중파 방송을 통해 자신의 인생의 햇수만큼 일반 영상언어의 문법에 길들여져 있다. 내용은 변질시킬 수 없지만 표현방식이나 영상문법은 일반적인 것을 따라야 한다.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내용인지 외형인지를 선택한다면 미디어 제작자는 좀더 쉽게 선교사의 목소리를 한국에 전달 할 수 있을 것이다.

꾸준히 그리고 다양하게
자, 그럼 어떻게 해야 영상제작에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 미디어 제작에 막 입문하거나 이미 활동 중인 분들께 꼭 하고 싶은 말은 "이론적인 습득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왕도는 아니다." "꾸준히 그리고 다양하게"이다.
방송관련 일을 할 때 후배들을 보면 대학에서 미디어관련 학과를 전공하고 졸업 후 아카데미를 다닌다. 나름대로 오랜 시간을 경험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방송 현장에 나가게 되지만 많은 후배들이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TV를 통해서 보게 되는 영상이 어떤 전문가들과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책이나 귀동냥으로 전체를 이해하기란 매우 힘든 것이다. 여러 종류의 방송관련 서적이 출판되고 있지만 그것을 완전히 암기한다 한들 영상제작의 다양성과 응용력이 키워지기는 매우 힘든 것이다. 다양한 제작경험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무엇보다 폭넓은 시각을 가지고 영상의 깊은 이해가 선행 되어야 한다. 기초와 폭넓은 시각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혼자만의 노력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영상을 자폐적 상태로 만들기 십상이다.
내용을 전하기 위해 외형을 바꾸자 했다. 상담의 기본은 그들의 수준에서 들어주는 것이고 그들의 대화 방법으로 대화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그 속에 있는 치료와 위로의 효과는 그대로 아닌가? 현장에서 함께 자신을 녹여가며 배우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내가 있는 지역에 와서 함께 공부할 수 있길 원한다. 수업료는 안 받을 테니.
가정교회에서 사역하시는 선생님 왈 "미디어 같은 건 저기 자유로운 곳에서나 쓰지 우린 엄두도 못 내요." "아하, 그렇긴 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은근히 속이 상했다. "혹시 이런 건 가능한가요?"라며 이야기를 꺼내는 내게 무관심 하시다가 이야기가 진행 되자 조금은 관심을 보이셨다. 나의 이야기인즉 중국의 가정교회 상황을 알리기 위해 가정교회를 촬영한다면 모두들 신분이 노출되어 어려움을 겪게 될게 뻔하다. 그럼 과연 중국의 가정교회를 알리는 방법이 예배장면밖에 없는가? 예배장면이 빠지면 가정교회의 상황을 이해시킬 수 없는가? 그래서 예를 들게 되었다. 가정교회 리더들이 공안당국에 붙잡히게 되면 그 가정은 말할 수 없이 고통을 겪게 되는데 부부가 모두 리더인 경우 그 실체는 매우 비참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해서 보여주면 어떨까요?" 하면서 가상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어느 농촌, 한 가정에 한 명씩만 자녀를 낳게 되어있어 모두들 자녀가 하나이다. 그런데 특이하게 한 집은 또래의 사내아이가 셋이나 있다. 쌍둥이는 아닌 듯 하고…
내용인즉, 먼 이웃 동네에 있는 가정교회 목사 부부가 얼마 전 공안에 체포되어 오갈 데 없어진 아이를 데려오다 보니 다른 곳에서도 알고 하나를 더 부탁해서 아들이 셋이나 된 것이다. 주변에는 그저 친척집 아이들 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살림에 두 입이 더 늘어 걱정은 늘어간다. 그래도 복음을 위해 잡혀간 아이들의 부모를 생각하면 이정도 쯤은 감수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식이면 크게 위험하지 않지 않을까요?"라는 나의 제안에 동감을 표해 주셨다.

글로 다 표현할 수 는 없지만 상황을 잘 바라보다 보면 좋은 제작 아이디어가 있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느낌과 감정, 내용의 전달이고 설득이다. 꼭 내가 관계있는 곳만 보여준다고 설득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영상제작자들이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기능이고 또 그렇게 만들어진 영상에 자신의 사역지가 나오지 않는다 해서 속상해 하지 말아야 한다. 광고에 보면 자신의 제품이 나오지 않아도 좋은 광고로 사용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을테니.
어떤 방법이 되었건 어떤 결과가 나오건 이제 영상의 필요성들을 이야기할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실행의 시기가 아닐까 싶은 것이다. 

Michael/ 중국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