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02년 7월 31일

사회자: 조반석 선교사(중국어문선교회 총무)


사회자: 오늘 이 좌담회는 2002 월드컵 중국연합선교단의 활동을 돌아보면서, 앞으로 한국 교회의 효과적인 중국선교를 위한 연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자하는 목적으로 마련되었습니다. 우선 이번 월드컵 중국연합선교단 사역에 대한 소감들을 나누어주셨으면 합니다.

김기제: 이번 월드컵 선교는 지역교회(Local church)와 선교단체(Para-church)가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으며, 선교단체의 정보와 기술, 교회의 인적, 물적 자원이 잘 결합되어 좋은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런 일들이 더욱 많이 있기를 바랍니다. 동기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그 연합을 기술적으로 이끌어낼 조직과 큰 비전이 제시되고 연구되면 연합도 저절로 이뤄질 것입니다.

이우윤: 저 역시 이에 공감합니다. 교회와 선교단체 연합의 기본적 자세는 섬김입니다. 선교단체는 정보와 기술과 전략을 통해 섬길 수 있습니다. 선교단체는 현장성이 강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반면 지역교회는 들려오는 결과를 통해 간접적으로 은혜를 체험하고 도전을 받습니다. 따라서 선교단체들은 지역교회가 선교의 열매에 대한 최종적인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선교단체가 지역교회에 최종적인 공을 도리는 섬김의 자세를 갖출 때, 현장성 있는 연합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교회와 선교단체의 섬김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그러한 섬김의 자세로 이번 월드컵 중국선교를 위해 선교단체의 정보, 기술과 교회의 인적, 물적 자원을 함께 이끌어 결합하는 역할을 한국대학생 선교회가 잘 감당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최한규: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기업들이 ‘월드컵 특수’를 노리고 적극 나섰습니다. 반면 교회와 선교단체들이 월드컵을 선교적인 기회로 자각한 것은 늦은 편이었습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 대부분이 미복음화 지역에 사는 이들이며 그 중에서도 중국인들이 많이 몰려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들에게 예수영화 CD를 배포하는 사역은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마게도니아 프로젝트와 관련된 교회들에게 연락하여 알렸더니, 아주 좋은 기회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더욱 감사한 것은 그동안 재정적 부담 때문에 선교에 소극적이었던 중소형 교회들도 이번 사역에는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많은 교회들이 선교 참여의 기회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02 월드컵 중국연합선교단의 활동은 60여 개 교회와 선교단체 연합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전문 단체나 대형교회가 아닌 ‘일반적 교회’들이 큰 역할을 감당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중 방주교회는 보이지 않는 흐름을 주도한 대표적 ‘일반적 교회’라 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회 차원에서 어떤 유익과 변화가 있었는지요?

김기제: 저희 교회는 이번 월드컵 선교에 참여하여 큰 유익을 입었습니다. 단 하루였지만, 경기 관람을 위해 온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성경과 예수영화 CD를 나눠준 550명의 방주교회 성도들은 이번 사역을 통해 왜 선교를 해야 하는지, 선교가 얼마나 기쁜 일인지를 직접 경험하였습니다. 월드컵이 끝난 이후에도 선교를 위해 구체적으로 기도하는 성도들이 많아졌습니다. 즉 교회가 신앙적으로 성숙하고, 성도들은 자신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국 교회는 선교의 수혜자입니다.

이필립: 목회자가 선교 마인드를 갖고 적극적으로 선교를 이끌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교회뿐만 아니라, 역량이 부족한 작은 교회들도 역동적으로 선교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들도 선교에 소외되지 않고 선교현장의 생생한 감동을 경험하고 유익을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기제: 한국교회를 분류해보면 1만여 명 이상의 초대형교회가 14개, 1000명~1만 명이 약8%, 나머지 91%는 300명 미만의 소형 교회입니다. 선교적인 차원에서 볼 때 이 300명 미만의 교회 대부분 전문적인 선교 지식을 찾고 있는 목회자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에너지는 있는데 어떻게 운동을 잘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교회의 에너지를 모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벤트성 사역에 있어서 연합과 섬김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사후관리(After service)’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월드컵 때 참여한 60여 개의 지역교회에 대해 아무런 사후관리가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 교회들을 지역별로 분할하여 순회하면서 중국선교 포럼, 세미나 등을 열어, 교회가 가진 에너지로 어떻게 선교할 것인가에 대해 나눈다면 교회들에게 굉장한 격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월드컵 중국선교를 통해 교회 뿐 아니라 선교단체가 받은 유익도 컸다고 생각되는데, 최한규 간사님께서 이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최한규: 저희 단체는 지금까지 해외 선교에 있어서 교회 연합을 시도해왔는데, 일부 중소형 교회의 경우 거의 연합이 불가능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에 작은 교회들도 많이 참여한 것을 보면서, 이들을 통해 중국 복음화의 목표가 어느 정도 성취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과 연합운동의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선교에 역량 있는 큰  교회들과 그렇지 않은 작은 교회들의 협력에 대해서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개별적으로 동참하고 싶지만 물질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개인들도 있는데, 지역 교회들이 이들과 동역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보다 넓은 차원에서 현재 한국 교회의 중국선교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한국교회가 중국선교를 위해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자원을 활용할 것인지 의견을 나눠주시기 바랍니다.

이필립: 한국교회의 중국선교의 가장 큰 문제는 중복투자입니다. 선교단체뿐만 아니라 교회의 연합을 통해 사역의 재배치가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김기제: 효율성은 생산성의 문제입니다. 한국의 교회와 단체들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중복의 문제 때문입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선교의 기술(mission technology)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연합이 필요합니다. 교회와 선교단체 간의 연합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선교지에서 오히려 선교를 막고 교회가 타락하는 안타까운 모습들이 보이게 됩니다.

이우윤: 기본적으로 중국선교의 연합에는 동감하지만, 연합을 위해서는 먼저 그 목표와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중국 전문 선교단체, 국제적인 역량이 있는 단체들이 함께 연구해서 향후 교회와 선교단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합을 위한 목표와 청사진을 연구할 수 있는 계기로서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활용하는 길은 어떨까요?

김기제: 베이징 올림픽 역시 선교적인 차원에서 좋은 이벤트 사역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장기적, 중기적, 단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전문선교단체들이 연구단체를 세워 각 교회들이 어떻게 이 사역에 참여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연구하는 것은 어떨까요? 예를 들면 사역 전략을 위한 컨퍼런스, 교회 방문, 세미나 등을 개최하는 것입니다.

이우윤: 같은 이벤트 사역이지만 한국에서 열린 월드컵과 베이징 올림픽은 차이가 있습니다. 월드컵은 우리를 향해 오는 사람에게 전했지만, 베이징 올림픽은 우리가 그들에게 가서 전하는 것입니다. 이에 참여하는 단체나 교회들이 사역 전략과 기술, 시간적인 면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사역에 있어 중복, 낭비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번 월드컵 중국선교의 실전 경험을 되살려, 각 교회 정예 맴버들을 투자하여 베이징 올림픽 때 활용한다면 시간과 물질 등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으로 이벤트 차원의 선교는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벤트는 화끈하고 열기가 있고 직접적인 것이지만, 사실 선교는 장기적이고 인내를 요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단기적인 이벤트를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선교로 이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월드컵과 올림픽, 단기적 이벤트와 장기적 선교의 전략적 연결고리를 적절하게 연결하는 마인드가 있어야 합니다.

월드컵과 올림픽의 연결, 단기적 이벤트와 장기적 사역의 전략적 결합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욱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한국 교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단기선교를 장기적으로 동원하여 중국 현지와 효과적인 결합을 이루어갈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이필립: 저는 한국 교회의 단기선교에 있어서 보다 전략적인 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속한 중국대학선교회의 전략을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전체 중국을 100개 정도의 지역으로 나누는데 우리의 목표는 미전도 지역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언어와 문화가 다른 490여 개 중국 소수민족 가운데 인구 1만 명 이상, 복음화율 5% 미만인 민족이 약 290~300개입니다. 이 민족들의 분포를 짚어보면 중국의 서부지역을 경계로 일종의 'Mission Belt'가 형성됩니다. 이 지역 내의 소위 관문도시라고 하는 중심도시와 그 도시 내의 대학으로 들어가서, 그 지역 전체를 연구, 조사, 정리하여 파일을 작성하는 것입니다. 

지역을 이해하면서 도시(City), 대학(University), 사람(People)을 엮어나가다 보면 전략적인 장.단기선교, 선교사 재배치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올 것입니다. 따라서 선교단체들이 함께 모여 지역을 분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교의 중복과 낭비를 막기 위해 지역을 분할하는 것이고, 이렇게 전략적인 사역을 하려면 한국 교회의 연합과 협력이 필수입니다. 

이우윤: 교회의 연합을 이룰 수 있는 방법으로, 지역 교회가 한 지역을 입양하고 선교단체는 그 지역에 대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단기선교와 선교사와의 연합도 도와야 할 것입니다. 선교단체는 실질적 선교현장을 교회 안으로 전달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중국선교 현장에서 경험하는 고난과 순수함, 다이나믹한 열정을 한국 교회로 전달함으로서 교회가 함께 선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선교의 주체가 교회라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선교현장을 교회에 전달하는 것은 선교단체의 책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선교현장의 상황과 필요에 대해 교회와 단체들이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우윤: 각 교회들이 구체적으로 지역 또는 종족 입양을 할 수 있도록 전문 선교단체들이 연합하여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단기선교에 있어서도 전문단체가 연결고리가 되어, 이미 다녀온 팀과 앞으로 갈 팀을 연결하여 정보가 축적되고 공유되도록 해야 합니다. 교회의 구성원들이 중국 내 선교사들과 연결하여 언어 및 선교 훈련을 하게 된다면 선교사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고, 장차 교회의 실제적인 선교에도 큰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입니다. 바로 이들을 세워 2008년 올림픽을 대비하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남은 6년 동안 한국 교회 안의 많은 젊은이들이 언어연수와 단기선교 훈련을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한규: 지난 5 년 동안 한국대학생선교회는 약500여 명의 학생들을 동아시아에 보내어 1년 간 훈련을 받게 했습니다. 지원자는 점점 많아지고 있고, 앞으로 베이징 올림픽이 열릴 때까지 천 명 이상이 더 가게 될 것입니다. 이들은 역량있는 선교 자원입니다. 각 지역 교회에서 이들을 잘 활용하여 교회 안의 중국선교를 일으키는 일에 활용해 주셨으면 합니다. 

김기제: 교회가 움직이지 않으면 선교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선교단체들이 적극적으로 교회들을 섬김으로 중국선교의 큰 흐름을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또한 지역교회가 갖고 있는 선교적 열정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중국선교연합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이상 선교가 중복되지 않도록 지혜로운 전략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최한규: 각 교회의 대표들을 초청하여 영역별 논문을 발제하는 포럼 등의 행사를 주최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중국선교단체들이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지역 분할이나 연합사역에 대해 더 풍성한 열매들이 맺히리라 기대됩니다. 올해 내에 그런 시간들을 마련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좌담회에 참여해주신 여러분들과 이끌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정리│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