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MK로서 감당해야 했던 부분 중에 힘든 점을 꼽으라면 당연히 현지에서의 교육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들게 적응했던 것이 언어이다. 이렇게 말을 하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아니, MK라면 당연히 어렸을 때 가서 그 나라 말을 자연스럽게 배우지 않았나요?”라고 묻는다. 하지만 나는 중학교를 마치고 중국에 갔기 때문에 이미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던 나의 언어 체계를 바꾸는 것이 문화적응보다도 힘들었다.

소위 사람들은 문화적응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몸도 마음도 그 문화에 익숙해 진다고 하지만, 나의 경우 언어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나의 단편적인 경험에서의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아온 바로는 많은 중국MK 중 아주 어렸을 때부터 현지에서 생활한 경우가 아니면 그렇게 썩 중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중국어와의 전쟁
나는 중국에 간지 불과 이틀 만에 현지인 학교에 입학했다. 중국어를 전혀 못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별다른 언어교육 과정이 없어 그 결정에 따라야만 했다. 중국과 한국의 새 학기 시기가 달라 이미 졸업한 중학교를 6개월 더 다녔다. 물론 그 시간은 언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항상 뒷자리에서 수업과 관련 없이 개인적으로 중국어 공부를 했다. 주로 했던 것은 연습장에 한자를 그려가면서(?) 단어를 외우는 것이었다.

물론 모르는 것이 생기면 중국친구들한테 물어보긴 했지만, 처음에는 어떻게 물어야할지도 몰라 참으로 난감했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자 어느 정도 자유스럽게 의사표현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기본적인 회화 능력만 가지고는 중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까지가 나에게 주어진 시간적 한계였다. 물론 더욱 더 많은 시간이 주어져서 중국어를 학습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 정확한 중국어를 명확하게 체계화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바로 다음 학기가 새 학년을 올라가는 시기였기 때문에 그 이후로는 중국어와 고등학교 과정을 병행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에서의 고등학교 생활은 하루하루가 늘 새롭게 다가왔다. 그 이유는 수업시간에, 혹은 친구들과 교제하는 가운데서 늘 새로운 단어를 듣게 되고 배워나갔기 때문이다. 

중국에 온 지 2년이 지나자 이전보다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기도 하고 주변 친구들과 좀 더 깊은 교제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힘들었다. 예전에 배웠던 중국어 문장들을 조합해서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어느 정도 길러졌지만 실제로 중국어 그 자체의 언어체계는 제대로 잡혀지지 않아서 좀 긴 문장의 말을 설명하려면 중간에 말이 꼬이기 일쑤였다.

어렸고 젊었기 때문에 순발력과 재치를 발휘해서 상황을 극복할 수는 있었지만 늘 자연스럽지 못한 나의 중국어에 아쉬움을 느꼈었다. 내가 선교지에 처음 왔을 때 바로 현지인 학교에 입학하는 것 보다는 어린아이가 언어를 배우듯이 아주 기초적인 언어체계를 구축하는데 시간을 더 투자하고 노력했다면 더욱 더 비약적인 발전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치 땅을 깊게 파고 기초공사를 튼튼히 한 건물이 높게 올라가는 것처럼 말이다.

MK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
중국에는 많은 MK들이 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중국에서 생활 한 아이들도 있고 나처럼 뒤늦게 나이 들어서(?) 중국 생활을 시작한 아이들도 있다. 나는 먼저 초점을 후자 쪽에 맞추어서 그들의 부모님들께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더라도 확실한 언어체계를 잡아주는 것이 장기적 안목으로 보았을 때 자녀들이 현지교육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그리고 후배들에게는 학생시절에 많은 것을 경험해 보라고 말해 주고 싶다. 또한 MK가 현지학교에서 외국인이기 때문에 받는 혜택이 다양하다. 물론 그 혜택을 남용해서는 안되지만 제재와 간섭이 현지인들에 비해 가볍기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 교장선생님, 교수 심지어는 한국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위치의 사람들과 교제할 수 있다. 만약 자신에게 체계적인 언어능력이 갖추어져 있고 항상 배우려는 의지가 있다면, 또래의 아이들보다는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고 인생에 있어서 선택의 폭을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야기의 초점이 단편적으로 언어에 맞추어져 있지만, 언어야말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이기에 재삼 강조하게 되었다.

끝으로 내가 중국에서 언어를 극복하고 환경에 적응하며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부모님이 사역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셨던 나에 대한 관심과 매일 드리는 가정예배를 통해 나의 영적 예배의 습관을 길러 주셨기 때문이다. 또한 항상 힘들고 어려울 때 나를 격려 하시고 힘주신 하나님의 사랑에도 감사드린다.

다니엘 / 중국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