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나는 늘 도시와 마을을 느긋하게 돌아다닌 내 여행의 과정과 멈춤, 만남, 배경, 성과를 그린 여행기를 쓰고 싶어 했다. 내게 여행은 삶이 작은 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졌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느낌을 열망하는 것과 유사했는데, 이런 짧고 긴 여행은 실로 매혹적이다. 수도 없이 버스를 타고, 오랜 시간 공기와 바람 그리고 나무와 물과 대화한다. 때로는 두 다리로, 때로는 섬과 섬을 오가는 배를 타고 먼 길을 갔다. 드디어 여행을 마쳤을 때, 나는 여행 도중에 산만하게 찍어댄 사진기를 쳐다보며 행복을 느꼈고, 빼곡하게 채운 닳은 많은 공책을 보며 흐뭇해하곤 했다. 이렇게 여행은 언제나 흥미진진하고 어디에나 이야깃거리가 깃들어 있다. 시골 마을이든 도시든 거기엔 기적과 신화, 이름 모를 사람들의 이야기 등 미신과 같은 이야기들이 얽히지 않은 곳이 없다. 내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마다 기억할 만한 기이한 이야기와 사건이 무성하게 펼쳐진다.
이번에 ‘책’ 관련 글을 부탁받았을 때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그것도 중국선교와 엮은 책이라니. 중국에 잠시 살다 온 경험이 전부인 내게 그 오고간 여정 가운데 잠시 또는 길게 읽어간 몇 가지 책이 머릿속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궤적을 뒤져야만 가능한 어느 정도의 ‘글’이란 점에서 당혹스러움이 크다.
이에 이번 ‘중국선교 독법’(가칭)에 대한 이야기를 ‘여행’기처럼 써보는 건 어떨까. 나에게 잠시의 최면을 걸고 조금씩 생각을 정리하고 다듬어 보려한다. 한 책 한 책 그 책을 마을을 느리게 걷듯이 걸어가며 그 이미지를 적어보는 것이다. 그러기엔 이번 여행이 잘 준비한 여행은 아니겠지만 또 모르지 않는가. 여행 가운데 우연히 만나는 이런 저런 사건들이 하나의 추억이 되듯이 뜻하지 않은 글쓰기와 독서 가운데 그분의 일하심을, 그분의 드러내심을 경험하게 될지도.
책읽기는 자신의 삶을 의미화하고 가치화하는 행위이자 문화를 이어가는 행위라 할 것이다. 나아가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는 역할 또한 해준다.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그런 면에서 매우 유익하다. 우리가 포괄적인 책읽기로 나아가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시에 비판적으로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되면 자신의 삶을 의미화하거나 가치화하지 못하고 모방의 차원에 머무르게 하고 답습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는 고정관념을 깨는 비판적 읽기가 이루어져야 하고 또 세계를 자신의 눈으로 읽어내려는 비판적 읽기도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나는 서슴없이 다양한 분야의 책읽기를 하려고 답할 것이다. 또한 그를 통한 여러 분야의 통합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의 폭과 깊이를 그만큼 넓히고 깊게 할 수 있다. 그러한 작업이 확대되어 문화예술, 과학, 정치, 경제, 역사, 사상 등의 다양한 분야와 긴밀한 관련을 갖고 서로 대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는 과정에서 우리는 책읽기의 진정한 즐거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베이징에 오신 예수님/ 데이비드 아이크만/ 좋은씨앗
중국선교의 과거와 현재를 종합적으로 조명한 책으로,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중국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한국의 선교 역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느낀다. 공산 체제 하에서 박해받던 모습, 죽음을 무릅쓴 지하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역사를 느낄 수 있으며 향후 중국이 선교사를 파송하는 선교의 미래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중국의 예수가정/ 보언 리즈/ 부흥과개혁사
이 책은 OMF의 전신이었던 중국내지선교회 소속으로 1921년부터 중국에서 사역했던 영국 출신 의료선교사인 저자가 1949년 공산당에게 추방당하기까지, 1947년부터 2년간 중국 산동성 마장에 있는 예수가족의 본부에서 사역하며 중국 토착교회인 예수 가족공동체의 신앙과 삶, 사역을 관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성령충만한 은혜를 경험한 후 성도들이 함께 모여 경건한 자립, 자활 공동체를 이루고 살면서, 더 나아가 중국 전역으로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감당했던 예수 가족들은 50년대 초반 공산당의 핍박으로 흩어지기는 했지만 당시 공산주의자들도 칭찬하고 인정하는 삶을 살았다. 오직 말씀에 매어 살며 사역했던 예수가족들의 삶은 읽어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은혜를 누리게 한다. 이런 공동체적 삶에 대한 소망을 품을 수 있으면 좋겠다.
중국선교는 지금/ 양명득/ 바울
중국에서 생활할 때, 어디서 누가 추방당했다는 소문을 들을 때면 신경이 곤두서곤 했다. 어떤 선생님의 생생한 증언을 들을 때면 그 말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다가도 돌아와 잠자리에 누우면, 누군가가 들이닥쳐 사역 현장을 급습하는 꿈을 자주 꾸곤 했다. 이 책은 150여 이야기의 방대한 자료로 구성되어 있다. 양 선생님은 이 글을 쓴 첫 번째 동기를 중국 조선족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국을 포함한 해외선교사들의 활동이 정확히 밝혀져서 소문으로만 듣던 선교 이야기들이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가 되어 바람직한 방향으로 한국과 중국에서 토론되기를 바라서라고 했고, 다음으로 중국선교에 뜻을 둔 선교 동역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해서라고 밝힌다. 한국교회가 얼마나 더 중국선교사 지원과 조선족교회에 장기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여러모로 회의적이지만 이 글을 통해 좋은 방향의 예측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산둥수용소/ 랭던 길키/ 새물결플러스
필독서 중 단연 최고의 작품으로 여기는 글이다. 이 책에서 인간은 자신의 위기와 생존 앞에서는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는 점을 생생한, 그러면서도 담담한 어투로 드러내고 있다. 인간은 합리적이라 믿고 그 합리성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건설할 수 있다는 것, 이 책은 여실히 그 과정이 허상임을 드러낸다. 인간의 합리성과 지성은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 인간은 동물과 같이 본능적으로 행하지도 않는다. 본능적이란 먹을 만큼 먹고 쉬는 것인데 인간은 그러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불안’의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반응하는 존재다. 인간은 동물과 같이 순간적인 만족에 만족하지 않는다. 인간은 미래를 생각한다. 그 모든 것이 만족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그 근본은 무엇인가? 이 엄청난 질문을 우리에게 지금도 강렬하게 던져주고 있다.
중국 사회의 지속과 변화/ 로이드 이스트만/ 돌베개
이 책은 16세기부터 19세기 초반의 중국 사회를 개관하면서,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제사적 변화 양상과 근대화의 원동력, 그리고 실패 원인을 중국 내부로 천착해 들어가 세세히 규명하고 있다. 특히 일련의 변화 속에서도 끊임없이 지속되는 중국의 사회 문화적인 가치관을 살펴봄으로써 변화를 가속화하거나 제어하는 요소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이 책은 중국학의 권위자인 이스트만이 인구, 개인, 사회, 농업, 공업, 수공업, 근대공업, 비적, 토비 등 중국의 다양한 사회·경제적 주제에 대한 최근의 연구 성과를 종합해 서술한 중국 근대사 개론서이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서구열강의 영향과 내부적 한계에 의해 근대 산업화를 이루지 못한 중국 근대화의 사회·경제적 접근은 우리의 근대사와 근대화 과정을 되짚어 보게 한다.
산 비/ 에일린 크로스만/ OMF
제임스 프레이져의 새로운 전기 ‘산비’를 추천한다. 텅총에 있는 ‘리수족’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한 영국선교사의 생애를 다룬 전기다. 외롭고 열악한 선교지에서 선교사가 어떻게 스스로 건강한 영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를 담담한 필채로 보여준다. 영적인 삶, 선교지의 시급한 영적 필요를 채울 줄 아는 통찰력, 현지인들 삶의 외형적 열악함이나 빈곤보다 그들의 내면적 빈곤에 관심을 갖고 영혼구원에 우선권을 두었던 선교 전략 등 거의 완벽에 가까운 선교사로서의 삶을 살다간 프레이져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상하이런 베이징런/ 루신 등/ 일빛
중국은 공식적으로 55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결합체의 성격을 갖고 있는 나라다. 그러기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단편적인 지식만을 가지고 중국을 대한다면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그들만의 정체성을 지역마다 남방과 북방, 세분해보면 여러 개의 개별적인 문화적 권역이 형성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중국을 이해하는데 보편적이고 통합적인 그리고 특수하고 개별화된 요소를 아주 맛깔나게 드러내 주고 있다. 또한 이 책에 담긴 16인의 다양한 목소리는 청각적으로, 풍부한 당시의 사진 자료는 시각적으로 독자들을 충족시켜줄 것이다.
중국 기독교사/ 조훈/ 그리심
조훈 교수의 중국 기독교사는 중국 근현대사의 시기적 구분에 따라 중국에 도래한 선교단체들과 선교사들의 활동에 대해 다루고 있다. 조 교수의 연구방법은 중국에 온 선교사의 선교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인이 세운 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역사 연구 방법론이다. 이 두 가지는 밀접한 상호 관계를 갖고 있기도 하며 차이점도 있다. 이러한 관계를 어떻게 엮을 수 있을지 긴 호흡으로 글을 쓰고 있다. 조훈 교수는 중국에 많은 교회사 자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모아서 관리하고 연구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회사 연구소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나아가 현재 중국교회사와 중국선교사에 대한 제대로 된 개설서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제대로 된 중국 기독교사를 저술하고자 펜을 들게 되었다고 말한다.
복음에 미치다/ 이용남/ 두란노
이 책에서 이용남 선교사는 ‘선교는 깨달음에서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기중심성’에서 ‘하나님중심성’으로의 전환을 경험한 그리스도인들을 통해 ‘선교’가 이루어짐을 알게 해 준다. 나아가 우리나라가 얼마나 복음에 빚진 나라인지를 보게 하고, 상상할 수 없는 사랑의 크기로 우리에게 다가온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선교사들의 삶 그 자체로 오롯이 담아 우리에게 전달해 주는 이야기들은 울림이 크다. 기도하는 선교사, 받은 축복을 열방으로 흘려보내는 선교사, 하나님의 선교의 비전을 가지고 열방으로 나아가는 파송선교사들의 반응을 잘 그려내고 있다.
주의 뜻을 따라 중국을 가다/ 박봉수/ 한국장로교출판사
이 책은 박봉수 목사가 주의 뜻을 따라 12년간 약 40여 차례 중국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사역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시는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와 비전을 이야기한 책이다. 중국이 과연 어떠한 나라인지 사람들과 사역들을 펼쳐가며 중국으로 더욱 깊이 이끌어갈 것이다.
바울의 선교 우리의 선교/ 롤런드 앨런/ IVP
저자 엘런은 이 책을 거의 100여 년 전에 썼다. 현 아시아의 상황은 엄청난 변화를 이루었다. 알다시피 이제는 ‘아시아선교’ 시대가 아니다. ‘선교아시아’ 시대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울 뿐만 아니라 많은 재정과 시간을 쏟지만 현지 지도자들을 세우고 새로운 선교지 개척에는 취약한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선교실제에 관련한 중요한 질문의 대상이 ‘지금, 여기의 우리’라고 강변하는 듯하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바울이 밟은 선교 지역과 그 당시 지역 사람들의 사회적, 종교적 상황을 검토하며 2부는 당시 중국선교에서 엘런이 고민하던 문제의 핵심을 바울의 선교방법에 비추어 전개하면서 그 선교방법이 당시 중국선교의 상황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지적하며 도전한다. 3부에서는 회심자들의 교육에 관한 것으로, 그들이 세례를 받으면 곧바로 교회의 일꾼으로 책임 있는 지도자로 세워졌음을 보여준다. 이는 당시 서구의 장기선교사들에게는 저항을 일으키고 불편하게 하는 점이었기에 결국 비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4부는 바울이 개척교회에서 권위를 어떻게 행사했고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해결책을 찾았는지를 다룬다. 5부는 마무리로 바울의 선교이론으로 얻게 되는 새로운 관점과 그 적용이라는 목표에 이르게 한다.
BST시리즈 선교/ IVP
이 책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극적인 변화들로 더 이상 가벼이 우리의 상황을 대변해 오던 정도의 기독교로 머물 수 없다는 지적을 한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예전에 당연시 여기던 전제들을 냉정하게 검토하고 오늘날의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에 대한 말씀의 지침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두 저자는 성경 본문에 근거해서 교회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그 독특성을 회복하고 삶의 전 영역에 걸쳐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이 책은 예수님의 제자로서 그리스도인들이 광범위한 세상사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보여주는 탁월한 책이다.
붉은 하나님/ 랴오이우/새물결플러스
저자 랴오는 중국 정부를 비판한 혐의로 중국 내에서 작품 출판이 금지된 반체제 작가, 기자, 시인이다. 1989년 천안문 사건을 규탄한 서사시 “대도살”을 쓴 혐의로 체포되어 4년간 수감생활을 한다. 그는 모든 종교에 대해서 회의적이었지만, 1998년 의사출신의 한 지하교회 전도자를 만나면서 기독교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후 현대 중국 사회의 주변부 인생을 취재하는 자신의 프로젝트에 그리스도인들을 포함시킨다. 이 책은 가정교회에 대한 가장 생생한 증언이 될 것이다. 변방 시골마을에서 일어나는 작은 움직임들이 21세기 전체를 흔드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자본주의 우상 앞에 절하는 우리들에게 혁명적 복음을 제시하고 있다.
♠권서인 | 아시안디아스포라연구소(adiaspora2@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