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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20  통권 78호  필자 : 한윤숙  |  조회 : 2369   프린트   이메일 
[특집] - 특집/ 중국의 무슬림
중국 무슬림에 대한 현 중국 정부의 정책과 태도

개혁 개방이후의 관용정책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 정책이 추진되면서 중국 정부는 이슬람을 믿는 소수민족과 그들의 종교에 대한 관용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문화대혁명 당시 폐쇄되었던 모든 칭전쓰(淸眞寺)가 개방되었고, 칭전쓰 재건을 위한 수리재건비 기금을 허락하거나 정부에서 보조하였다. 무슬림들은 자신들의 종교신앙의 자유를 다시 가질 수 있었고, 각종 이슬람 종교행사와 절기성 공휴일, 구제헌금도 허용되었다. 또한 중국어나 아랍어로 인쇄가 가능하였고, 이슬람 종교교육 기관인 경학원 8개소도 재개방되었다. 심지어 중국의 이슬람교 교사들과 학생들은 아랍 국가1)로 유학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고,외사처에서 중동권과 외교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통역 요원으로 발탁 등용되기도 하였다. 1985년부터는 성지순례(하지)를 허락하여 수천 명의 순례자들이 메카를 순례하고 돌아왔다. 무엇보다도 개혁 개방은 중국 무슬림들에게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였다. 정부는 무슬림들이 자영(自營)업, 사업이나 상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하였고, 이에 따라 많은 칭전쓰들이 호텔, 이발관, 식당, 여행업, 기념품점 등을 운영하여 그 수익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몇몇 무슬림 공동체들은 자신들의 은행을 개점하였으며, 그 재정을 무슬림을 위한 프로젝트에 사용하기도 하였다. 한편 이 시기에 중국 정부는 중동 국가들로 하여금 중국 내 전기, 석탄, 미네랄 자원 등에 투자 하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후이(回)족이 밀집해 살고 있는 닝샤(寧夏)후이족자치구를 이슬람 경제특구로 만들어 이 지역의 경제발전과 중동 이슬람의 재력을 이용한 개발에 박차를 가하도록 논의하였다. 이러한 경제환경의 확대는 중국 무슬림과 중국 공산당, 그리고 국제적인 차원에서 중국과 세계 이슬람권의 접촉과 협력을 증가시켰다.

국과 이슬람 국가와의 외교, 경제관계 

중국 공산당은 제3세계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특히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중동, 중앙아시아의 주요 이슬람 국가들과 공개적인 관계를 맺었다. 파키스탄과는 정식으로 무역 협정을 맺었고 중국 무슬림 친선 대표단들이 이집트,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아랍에미레이트 등을 방문하여 중국의 종교신앙 자유 정책과 투자 유치를 위해 애썼다. 실제로 1985년 신장(新彊)의 무슬림들이 아랍에미레이트에서 수출상품 박람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1989년에는 베이징에 사우디아라비아 무역사무소가 문을 열었고, 1990년에는 외교부장 첸지천(錢其琛)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였다. 또란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중국과 이란의 고위 정부 관계자들이 서로 회합하였는데, 이 때 중국은 이란에 수산자원 생산능력 기술을 제공하였고, 군사 부분과 핵무기 기술협력에도 밀접한 관련을 갖게 되었다. 

중국이 중동 및 중앙아시아 이슬람 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을 중시하는 이유는, 위구르족 등 중앙아시아를 기원으로 하는 투르크계 무슬림이 살고 있는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중요성 때문이다. 신장지역은 전체 중국 영토의 1/6에 해당될 뿐 아니라 풍부한 광물 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등 경제 발전의 잠재력이 엄청나게 크다. 한편 구소력의 붕괴 이후 연이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독립,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 의한 테러 등은 중국 내 무슬림의 독립 요구와도 연관되기 때문에 중국의 정책은 당연히 지역 안정을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은 중앙아시아의 급진 이슬람 세력들이 중국 무슬림, 특히 신장의 분리 독립 움직임을 고취시킬까 우려하고 있다.

강경책과 온건책- 중국 무슬림에 대한 정부의 태도 

현재 중국 정부의 무슬림에 대한 최대 관심사는 어떻게 경제, 사회, 종교 정책을 잘 수행하여 그들로 하여금 중국에 충성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종교신앙 자유 정책과 개선된 경제환경을 통해 급진적인 수피즘(Sufism)과 비밀결사를 형성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 어떻게 이를 저지할 것인가이다. 중국 무슬림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관건을 어떻게 해야 이들에게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권위를 최우선적으로 증명하겨, 이들이 잘 복종하여 중국 내 소수민족으로서 존재함을 받아들이고 살게 할 것인가이다. 

중국 정부가 중국 내 무슬림들을 어떠한 태도와 정책을 가지고 대했는가에 대해서는, 그동안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과 상황에 따라 중국 정부가 강경책과 온건책을 사용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1980년 4월 신장의 악수(阿克蘇)에서 한족 젊은이들과 소수민족 민족 주의자들이 충돌을 일으켜 수백만 명의 시민, 군인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이것은 신장 지역에 계속되는 한족의 유입, 거주로 인해 경제발전의 주도권마저 박탈당할 것이라는 신장인드릐 위기감과 더불어 종교적인 자유와 독립 획득을 위한 움직임이 주요 원인이 된 것이다. 특히 1996년 이후 신장 지역에서는 분리 독립 움직임과 이로 인한 충돌이 수차례 발생하였는데, 가장 큰 사건은 1997년 1월 28일부터 2월 5일까지 발생한 소위 ‘2 5 폭동’이다. 이때 신장 6대 도시에서 1,500명이 체포되고 150여 명이 실종되었다. 이처럼 중국 정부는 중국의 통일을 위협하는 분리 독립 움직임을 여지없이 강압적인 물리력으로 원천 봉쇄하고 있다. 

한편 1989년 중국판 ‘악마의 시’2) 사건이 발생했다. 1989년 5월 12일 텐안먼(天安門) 광장에서 대학생들이 민주화 시위를 벌이는 동안, 베이징(北京)시내 니우가(牛街) 칭전쓰에는 약 3천 명의 무슬림들이 집회를 갖고 있었다. 이 집회는 한 중국 한족 작가가 쓴 「성풍속(性風俗)」이란 책에 대한 규탄대회였다. 이 책에 이슬람교와 무슬림을 성적으로 모독하고 비하하는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후이족, 위구르족, 키르기즈족, 카자흐족 이슬람 학생이 대부분이었던 시위자들은 정통 무슬림 복장을 갖추고 텐안먼 광장에서 현수막을 들고 “중국의 살만 루시디를 죽여라!”고 외쳤다. 당시 이들의 구호는 “우리는 중국을 사랑하고 우리 종교를 사랑한다”,“이슬람에 대한 모독을 반대한다” 등이었다. 이후 약 1,300만 권의 「성풍속」복사본이 몰수되었고, 몇몇 도시에서는 이 책을 불태워버렸다. 베이징 당국은 「인민일보(人民日報)」를 통해 이 사건을 주요 머리기사 중의 하나로 다루었는데, 이는 중국 무슬림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무마시키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무슬림들이 시위를 벌이기 전에 경찰과 공안국이 먼저 그들의 시위를 합법적으로 허락하고, 시위 다일 텐안먼에서 시위하는 무슬림들을 에스코트하기까지 했다. 더 나아가 정부는 관용정책의 일환으로 중국 무슬림들이 법률의 한도 내에서 지방성 시위를 벌이는 것을 허락했다. 같은 날 간쑤성 후이족 자치주에 거주하는 200명의 무슬림드리 란저우(蘭州)시의 성 정부 사무실을 폭파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중국 정부가 위와 같은 무슬림들의 시위 및 사건등을 비교적 관용적인 태도로 처리한 것은 같은 시기에 일어난 텐안먼 학생 시위를 무력적으로 강경 진압한 것에 비교해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 여기서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 분리 독립운동은 정치 문제로, 중국판 ‘악마의 시’ 사건은 종교문제로 분리하여 그에 따른 정책과 태도를 다르게 취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사건은 중국 무슬림들에게는 이슬람으로서의 동질성과 그 힘을 보여준 계기가 된 반면, 중국 정부는 중국 무슬림들이 유익도 되지만 직접적인 위협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 이런 일련의 시위와 사건을 연구한 어느 이슬람 연구가는, 이 사건을 통해 중국 무슬림들은 중국 내에서 이슬람 움마 공동체의 동질성과 이슬람의 지위와 입지를 고조시키는 체험을 하게 되었다면서, 이런 그들의 공동적인 체험과 운동을 중국 이슬람의 잠재력으로 보았다.


한윤숙  종족과도시선교연구소(IMPAC)연구원

※ 이 글은 필자와 한국이슬람연구소의 허락을 받고, <아시아의 무슬림 공동체>(한국이슬람연구소 편, 예영커뮤니케이션)에 실린 ‘중국의 이슬람교 발전과정과 현재 상황’의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편집자 주>

 

1) 보통 ‘아랍’이라고 하면 아랍어를 국어로 사용하는 국가 집단을 의미하는데, 현재는 이슬   람을 믿는 아랍 지역 주민을 나타내는 의미로 사요된다. 아랍연맹 회원국은 알제리, 바레   인, 코모로, 지부티, 이집트, 요르단, 쿠에이트, 레바논 리비아, 모리타니아, 모로코, 오만,    팔레스타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튀니지, 아랍에미레이트 연    합, 예멘 등 22개국이다.

2)「악마의 시」는 1988년 간행된 인도 출신의 영국 작가 살만 루시디의 소설이다. 이슬람교의 창시자 마호메트를 풍자하고 이슬람 경전인 꾸란을 악마의 계시로 빗대어 표현한 이 소설은 발간되자마자 전세계 무슬림의 분노를 촉발하였다. 파키스탄을 선두로 여러 이슬람 국가에서 발간 중지를 촉구하였고, 많은 나라들도 판매 및 번역 금지 등을 표면화 하였다. 1989년 2월, 이란의 최고 지도자 호메이니는 루시디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그의 암살에 1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결국 영국은 이란과 단교했고, 루시디는 오랜 피신생활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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