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을 통한 중국선교 전략

진정한 전문인 선교
터키에 있는 회사와 사업을 하는 성도 한 분이 그 회사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한국인으로부터 한국인 기술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소식을 들은 이 성도는 이것이 선교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되겠다고 생각해서 기술자들 중에 선교비전이 있는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 선교비전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 적합한 기술을 가진 사람을 찾아볼 양으로 전문인 선교단체에 문의를 했다. 그 단체에서 그곳 직장의 여건을 묻길래 그 성도는 들은 대로 일주일 중에 5일은 직장에서 일하고 토요일과 주일은 쉬는 정상적인 직장이며 월급도 그곳에서 중산층으로 살기에 충분한 아주 좋은 여건이라고 알려 주었다. 특히 그 직장이 있는 지리적인 위치가 선교적인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이 사역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어서 좀 기대가 된다고 알려 주었다. 그런데 그 단체의 담당자가 알아보고 알려준 이야기는 정말 기가 막혔다. 일주일에 5일 동안이나 일해야 한다면 언제 선교사역을 하느냐 면서 선교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그곳에 가기를 원하는 선교후보생들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사실 나는 처음에 그 성도의 이야기를 듣고 그런 기술을 가진 사람으로서 선교사명을 가진 사람을 찾기가 쉽지는 않으리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전문인 선교단체에서의 그런 반응은 정말 예상치 못했다. 전문인 선교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직장에서 일하는 것을 선교사역을 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반응을 보니 우리나라에서 파송하는 전문인 선교사는 말이 ‘직업을 통한 선교'이지 '직업을 가장하는 선교'가 아닌가 우려가 되었다. 그런데 그것은 선교의 현실을 생각할 때도 바람직한 것이 아니지만 성경적으로도 옳은 것이 아니다.

선교적 사명을 가지고
전통적으로 직업을 선교와 무관한 일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 전통적인 이원론적인 사고방식에서 나온 생각이다. 그 이원론적인 사고방식에 따르면 선교는 하나님의 일이고 직업은 먹고 살기 위한 세상일이므로 둘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직업과 선교의 관련성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직업을 통해서 번 돈으로 선교에 후원하는 사람들에게 직업은 분명히 영적인 가치가 있다. 그리고 전통적인 선교를 하기 힘든 곳에서 세속 직업이 선교의 좋은 통로가 되기도 한다. 전문인 선교가 나타나게 된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아직도 선교지에서는 물론 현재 일터에서 직업 자체를 선교적인 사명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성경은 분명히 직업을 하나님이 맡기신 일로 가르치고 있으며 성경에 나오는 위대한 선배들은 이방나라에서 하는 일을 하나님이 맡겨주신 일로 여기고 그 일을 통해 인정을 받았다. 아브라함에서 시작해서 요셉, 다니엘, 오바댜가 그랬고, 누구보다도 목수로 일하신 예수님이 그랬다.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했던 사도바울은 장막을 만드는 일로 그렇게 했다. 직업을 통한 전문인 선교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바울은 육신의 일과 선교사역을 공히 자기에게 맡겨진 사역으로 이해했다. “형제들아 우리의 수고와 애쓴 것을 너희가 기억하리니 너희 아무에게도 누를 끼치지 아니하려고 밤과 낮으로 일하면서 너희에게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였노라."(살전 2:9) 그들이 한 일은 흔히 생각하듯이 복음사역과 대조가 되는 세상의 일이 아니었다. 그 일 역시 세상에서 성도들이 감당해야할 하나님의 일이었다.
물론 세상의 직장에서의 일과 전도자나 선교사에게 맡겨진 사역이 구별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역의 성격상 분명히 구별이 된다. 하나는 하나님이 주신 직업의 명령을 따른 것이라고 한다면(창 1:28) 다른 하나는 예수님이 맡기신 전도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행 1:8) 이 두 명령은 구별이 되기는 하지만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일이라는 관점에서는 똑같이 선교사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전문인 선교를 하려는 사람이 직장 일 때문에 선교를 못한다는 이유로 그 일을 포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복음의 접촉점으로 유리한 전문인 선교
아직까지는 자비량 선교사들이 선교지에서 자신의 신분보장을 위해 명목상의 이름으로만 직업을 내세울 뿐 실질적인 자비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정말 전문인 선교에 비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선교를 준비하는 것만큼이나 직업인으로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지금 일하고 있는 직장에서나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사명감을 가지고 임해야 하며 그곳에서부터 복음을 전하는 일에 열매를 맺는 연습을 해야 한다.
전문인 선교, 즉 직업을 통한 선교는 직업 자체가 선교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일하는 곳이 선교지역 사람들과의 접촉할 수 있는 중요한 현장이 된다는 의미에서 가치가 있다. 언젠가 모슬렘 지역에 선교여행을 하다가 그곳에서 선교사들이 개척한 교회를 방문하고, 그곳에 있는 우리나라 기업인이 경영하는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 둘을 비교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그 교회에서는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고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전통적인 교회로서 아무런 문제는 없어보였다. 그러나 선교지역에 있는 교회로서는 좀 아쉬움을 느꼈다. 현지의 모슬렘들을 끌어오기는 물론 그들과 접촉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그 교회가 이미 신앙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교회 밖에 있는 모슬렘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면에서는 크게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가 방문한 그 회사는 모슬렘 직원들이 많이 있어서 그 회사를 경영하는 분이 얼마든지 그들과 접촉 할 수 있었다. 물론 접촉할 수 있다고 전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교의 가능성은 교회보다 훨씬 더 많아보였다. 경영하시는 그 분께 선교의 사명을 갖도록 도전을 하면서 정말 그가 복음을 전하기만 한다면 선교의 역사가 이루어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그곳에 있는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그곳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분이 있었는데 그 분은 선교사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들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어느 교회의 목회자보다 더 선교사역을 잘 감당하는 분인데 안타까웠다. 아마도 그 분이 목사의 신분이 아니어서 그런 것 같았다.
선교지역에 가서 그곳 사람들과 일상생활 속에서 접촉하면서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선교사가 아니라면 어떤 사람을 선교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선교지역에 있으면서 교회를 세우고 섬기지만 정작 선교지역에 있는 사람들과 도무지 접촉할 수 없는 사람을 과연 선교사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름 받은 그 자리에서
선교지에서의 이런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교회가 세상 속에 있는 비신자들과 접촉점을 찾지 못하면 교회의 선교사명을 제대로 이룰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 속에 흩어져 있는 성도들이 세상 사람과 접촉점을 가지면서 선교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그들이 흩어진 교회로서 선교사명을 다할 때 교회가 선교의 사명을 이루게 된다.
현재 국제 전문인 선교사 협의회(Tentmaker International Exchange)의 회장이면서 뉴질랜드의 케리신학교 교수인 데렉 크리스텐슨이 한 말이 생각난다.“직장사역(Marketplace Ministry)과 전문인 선교(Tentmaking Mission)는 이란성 쌍생아이다." 신학적으로 뿌리가 같다는 말이다. "전문인 선교사는 비자와 비행기 표를 가진 직장사역자이다."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나 지금 일하고 있는 이곳에서 세상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복음을 전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사람에게 선교의 기회가 주어질 때 진정한 선교사역이 이루어진다. 사역의 장소가 다를 뿐이지 사역의 본질은 같다는 말이다. 이제 우리의 선교지에서도 제대로 일하고 돈을 벌면서 복음을 전하는 정말 바울과 같은 선교사들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방선기/ 목사, 직장사역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