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은 중국 최고의 상품(?) 중국 최고의 관광명소는 만리장성(万里长城)이나 자금성(紫禁城)이 아니라 ‘짝퉁 시장’일지 모른다. 과거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중국의 대도시 어디를 가도 짝퉁 물건을 파는 시장은 있다. 베이징 시내 최대 짝퉁 상가로 꼽히는 슈수이시장(秀水市场)과 훙차오시장(红桥市场)에서는 정식매장에서 3천5백 위안(약 70만 원) 하는 폴로 트렌치코트를 150위안(약 3만 원)에 구매할 수 있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일수록 가격 차이는 충격적이다. 물론 모두 모조품이지만 말이다. 비록 짝퉁이긴 하지만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던 유명브랜드 상품을 가볍게 살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중국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에게 짝퉁 시장은 매력적인 관광명소가 아닐 수 없다.
중국 정부가 단속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중국 밖에도 보는 눈이 있고 또 명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소송을 걸어도 보지만 중국 정부의 대책은 소극적이기만 하다. 2006년도에는 슈수이와 훙차오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고발조치가 있었다. 그러나 베이징시 인민법원은 짝퉁을 판 상인들에게 총 10만 위안(약 2천만 원)의 배상금을 물리는 데 그쳤다. 이 가운데 샤넬과 구찌, 프라다, 루이비통, 버버리 등 세계적인 5개 인기 브랜드 제조회사가 배상금으로 가져간 돈은 각각 2만 위안 즉 한화로 4백만 원에 불과했다. 명품 핸드백 하나 값도 채 되지 않은 금액이었다. 오히려 난전(乱廛)이었던 슈수이시장은 베이징 하계올림픽을 앞둔 2007년에 7층짜리 현대식 건물을 올리고 그 안에서 버젓이 장사를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짝퉁의 제작과정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짝퉁이라고 다 같은 짝퉁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짝퉁은 보통 3등급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첫째 하등급은 누가 봐도 한눈에 짝퉁임을 알아볼 수 있는 상품들로서 값도 무척 쌀뿐만 아니라 공안들도 애교로 봐주는 수준이다. 둘째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진짜 같은 가짜 상품들로 상급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조차, 심지어 명품 제조회사 직원들도 구별하기 힘들 만큼 정교하게 베낀 상품들로서 제법 가격도 나가고 하자가 발생하는 일도 적다. 셋째는 명품 브랜드에도 없는 특급품이다. 분명 유명 브랜드의 로고나 심볼이 부착되어 있지만 정작 해당 회사에서는 만든 적이 없는 짝퉁 시장의 오리지널 디자인인 셈이다. 이들 가운데는 가끔 디자인이 출중한 제품들도 있어서 유명 브랜드 회사 소속 디자이너들이 구경을 온다는 말도 있다. 나름대로 수준도 있고 기술도 있는 짝퉁의 존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유튜브에는 이러한 짝퉁 시장에서 바가지 쓰지 않고 물건을 사는 법들이 소개되고 있다. 공통된 점은 이래도 될까 싶을 만큼 가격을 낮게 불러도 된다는 것. 상인들이 부르는 가격의 10%를 불러도 쫓겨나기는커녕 붙잡고 흥정을 계속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이곳 짝퉁 시장의 풍경이다. 중국 경제의 일부분이 된 짝퉁 시장 중국이 세계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짝퉁을 버리지 못하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짝퉁이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룰 만큼 중국 경제가 돌아가도록 만들면서 인민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되었기 때문이다. 2017년의 경우 EU 세관 당국이 적발 압수한 짝퉁 제품은 3천100만 개가 넘으며, 5억8천만 유로, 약 7천540억 원에 해당한다. 당연히 적발된 제품은 전체 짝퉁 제품의 숫자나 금액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鸟足之血)’다. 이것은 짝퉁의 생산이나 유통 그리고 자재공급 등에 종사하는 사람의 숫자가 얼마나 많을 수 있는지를 가늠케 한다.
둘째는 짝퉁은 일상화한 문화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짝퉁 날계란에서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모방 및 모조할 수 있는 것을 가리지 않다 보니 짝퉁은 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명품 몇 개를 위조해서 팔았을 경우 누구나 그것이 범죄행위이며 도덕적 비난을 받을 만한 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짝퉁이 일상화한 현실이라면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짝퉁으로 인한 피해당사자가 중국 내의 산업이 아닌 외국의 경우라면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중화사상까지 결합되어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을 수 있다.
셋째는 경제와 기술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으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오늘날 세계 2위 규모의 경제 대국이 된 중국이 언제까지 세계의 굴뚝으로 혹은 저가노동력으로 성장을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선진국 수준의 기술을 획득하는 일이 시급한 현실에서 짝퉁의 발상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기술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짝퉁으로 시작한 몇몇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짝퉁의 전략이 만든 결과라 할 수 있다. 짝퉁의 문제와 대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하면서 처음에 가졌던 예상과 다르게 고전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명확히 밝혀졌다. 속도전으로 밀고 나가기 위해 대규모 장갑차를 전장에 투입했지만 뜻밖에도 험한 지형에서는 타이어 파손으로 인해 전투가 불가능한 일이 자주 발행했던 것. 원인은 값싼 중국제 짝퉁 타이어 때문이었다. 부패한 러시아 고위 군 관리들은 정품 미쉐린 XZL 타이어 대신에 미쉐린 타이어를 모방한 중국 제품인 ‘황해 YS20’을 구입해서 부착했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천만다행이지만 이러한 일들이 생명을 다루고 평화적이며 건설적인 일들 사이에서 일어난다면 과연 안전과 번영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짝퉁의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은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에서 비롯될 수 있다. 짝퉁의 문화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중국의 그리스도인의 정직한 삶이 중요하다. 이에 대한 가장 좋은 선례는 대한민국 역사에 있다. 한국도 정직하지 못한 짝퉁과 거짓말이 일상화한 문화를 가진 적이 있었다. 한국 기독교는 그러한 사회와 역사를 바꿔놓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한국 역사에 있어서 정직의 가치는 누구보다도 도산 안창호 선생에 의해서 나타난다. 그는 기독교를 종교의 영역 안에 가두어 놓은 사람이 아니었다. 일제강점기 당시 민족의 문제를 하나님 앞에 내려놓고 하나님의 방식으로 해결점을 찾으려 했던 사람이었다. 다시 말해서 그는 기독교 가치관을 가지고 민족과 사회를 개혁하려는 운동가였다. 그는 ‘정직과 성실만이 이 나라를 구하는 유일한 길’임을 역설하면서 거짓말에 관한 두 가지 명언을 남겼다. 첫째는 ‘농담으로라도 거짓말을 하지 말라. 꿈속에서라도 성실을 잃었거든 뼈저리게 뉘우쳐라. 죽더라도 거짓이 있어서는 안 된다.’이고 둘째는 ‘속이지 말자. 속지 말자.’이다.
이러한 사회 계몽적 발언은 한국 역사에서 보기 드문 일이었다. 아니 기독교의 영향을 받은 사람만이 할 수 있었던 말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유교의 세계관이 지배하던 세상에서 거짓말은 입신양명을 위한 방편으로 치부되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 유교는 분명한 내세관을 갖고 있지 않고, 심판 사상에 대한 개념 역시 미흡한 까닭에 개인의 거짓말에 대해 내세에 처벌받을 것을 두려워하는 일은 없었다. 기독교인들은 천국과 지옥의 분명한 내세관과 심판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어서 거짓 행위를 할 때 아무래도 마음에 꺼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직과 거짓에 대한 이해는 그 시대를 주도하는 세계관이 무엇이냐에 달려 있다. 결국 중국이 짝퉁의 문화에서 벗어나 정직한 사회를 이루는 데는 중국의 기독교가 기여할 일이 많다는 것을 뜻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의 하나님이여 주께서 마음을 감찰하시고 정직을 기뻐하시는 줄을 내가 아나이다” (대상 29:17)
사진 | 바이두 강진구 | 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