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세대 구분
세대(世代, generaration)를 구분하는 일은 나이에 따라서 자신과 다른 집단의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사람마다 개성이 있고 삶을 둘러싼 환경과 성장 과정이 다른 까닭에 자신과 다른 사람이 존재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나와 다른 성향이나 문화 그리고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 집단을 형성해 있다면 그때부터 고민은 시작된다. 내가 튀거나 별난 사람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다행히도 자신과 같은 고민이나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또 다른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면 이것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집단과 집단 간의 사회적 문제로 여기게 된다. 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집단의 차이가 연령에 따른 것을 우리는 세대라고 부른다. 세대 차이를 이해하는 일이 중요한 것은 한 사회에서 함께 공존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과 역사가 포함된 사회를 미래에도 존속시키기 위해서는 뒤를 이을 세대가 필요한 까닭이다. 과거에는 세대를 나누는 시간의 기준이 인간이 태어나서 결혼하고 후손을 낳는 기간을 고려하여 약 30년으로 잡고 있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 들어와서 기술 문명의 급진적 발달과 1, 2차 세계대전과 같은 세계적인 규모의 역사적 파장을 겪으면서 세대를 구분 짓는 시간의 기준은 매우 단축되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중국의 세대 구분이다. 중국의 세대 구분은 학술적인 연구의 결과라기보다는 격동의 시간을 겪은 중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말 만들기 좋아하는 언론을 통해서 생산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10년을 기준으로 뒷자리에 붙은 0자를 붙여 6세대로 나누고 있다. ① ‘우링허우(五零后)’세대: 1950년대 출생자로 중화인민공화국 설립 초기 태어나 노년기에 접어든 세대다. 부모로부터 마오쩌둥(毛泽东)의 사회주의혁명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② ‘류링허우(六零后)’세대: 1960년대 출생자이다.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태어나 대약진운동을 경험하며 기아와 아사로 생존을 위협받았다. ③ ‘치링허우(七零后)’세대: 1970년대 출생자로 1976년 마오쩌둥의 사망과 덩샤오핑(邓小平)이 집권하기까지 정치적 혼란기 속에서 성장했지만, 세계로 향하는 중국의 첫걸음을 목격했다.
④ ‘바링허우(八零后)’세대 : 1980년대 출생자이다. 폐쇄적인 사회에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이라는 국가 차원의 변화와 1989년 톈안먼(天安门) 항쟁 등의 사회적 혼란이 동시에 일어났던 때에 태어났지만 항쟁의 기억을 갖고 살기보다는 중국 경제발전의 꿀맛을 맛보며 살고 있다. ⑤ ‘주링허우(九零后)’세대 : 1990년대 출생자로 세계의 굴뚝이 집결할 만큼 눈부신 경제성장의 열매를 따 먹으며, 어릴 적부터 인터넷과 모바일을 친구삼아 성장한 중국 최초의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원주민) 세대이다. ⑥ ‘링링허우(零零后)’세대 : 2000년대에 태어난 Z세대를 말한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는 시절에 독자로 태어나 부모의 절대적 지지와 온갖 호사를 맛보며 자란 ‘소황제(小皇帝) 세대’이기도 하다. 식당에서 천방지축으로 날뛰며 말썽을 피워 해외토픽에 심심치 않게 등장했던 세대로 ‘슝하이쯔(熊孩子)’라는 꼬리표가 이들에게는 달려 있다. 어릴 때부터 부모를 따라서 해외여행 경험도 있고 스마트폰을 손에 쥐면서 자란 까닭에 디지털 기술을 자유롭게 사용하며 자신감 넘치고 개성 있는 세대로 성장하는 중이다. 국수주의(国粹主义)에 빠진 중국 Z세대 링링허우 세대는 2020년 기준으로 약 1억 64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Z세대처럼 디지털 기술에 능하고 개성이 넘친다. 그러나 한편으로 어려서부터 대입시험준비에 내몰리면서 몸과 마음이 피폐한 경험을 갖고 있는데다, 원하는 대학에 가기도 쉽지 않고, 또한 경기둔화가 계속됨에 따라서 대학을 졸업해도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직장에 다닌다고 하더라도 자고 나면 뛰는 집값으로 인해 안정된 주거 생활을 꿈꾸기조차 어려워서 한편으로 불쌍한 세대이기도 하다. 중국 주간지 <신주간(新周刊)>은 지난해 6월 링링허우 세대를 이렇게 묘사했다. “중국 역사상 가장 행운을 타고난, 하지만 가장 불행한 세대다.” 링링허우 세대의 주목할 만한 또 다른 특징은 중화사상에 전도된 국수주의다. 그들은 해외여행과 스마트폰을 통해 세계화한 역량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보적이며 사회 비판적인 청년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보다는 시진핑(习近平) 정부의 체제에 절대적 지지를 보내며 중국제일주의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한편으로는 개인주의 문화의 성향을 갖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국중심주의 문화에 깊이 매몰되어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이었던 2018년부터 시작한 미중 갈등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한 사람들도 주링허우 세대와 더불어 링링허우 세대였다. 비록 경제 규모로 볼 때는 심각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애국소비’를 확산시키며 중국을 찬양하는 ‘국뽕’ 바람을 일으켰다. “중국제품을 쓰지 않는 사람은 중국인이 아니다” 등의 메시지를 웨이보(微博) 같은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중국판 국뽕을 선도한 것도 링링허우 세대다. 이들이 얼마나 극성스러웠는지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로서는 링링허우 세대의 애국소비에 편승하는 ‘궈차오(国潮) 마케팅’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궈차오 마케팅은 중국 전통 문화를 의미하는 궈(国)와 트렌드를 의미하는 차오(潮)가 합쳐진 개념으로 ‘중국 문화를 높이는 트렌드’를 뜻한다. 심지어 저항과 사회비판의 상징적 음악인 랩도 중국의 새로운 세대들은 자국찬양으로 물들여 버렸다. 국내 인기 아이돌 그룹인 갓세븐(GOT7)의 홍콩 출신 멤버 왕잭슨(王嘉尔)은 2019년 발표한 ‘중국홍(RED)’이란 랩에서 “지금껏 나는 늘 100% 중국 정신을 유지했지”, “중국인은 중국 피를 늘 유지해”라고 노래하며 중국팬들의 마음에 부응(?)했다. 그러나 중국제일주의 색깔이 칠해진 안경을 낀 링링허우 세대에게는 상대방을 존중하거나 호혜 평등의 원칙과 같은 이해와 배려의 문화는 먼 나라 일인 것처럼 보인다. 2020년 10월,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가 한미관계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주는 밴 플리트상을 수상했을 때 링링허우 세대는 BTS의 수상소감을 문제 삼으며 BTS가 나오는 광고 상품들의 불매운동을 벌였다. BTS의 수상소감이란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 및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는 한국전쟁에 대한 일반적인 얘기였다. 링링허우 세대는 그들이 학교에서 배운 ‘항미원조 전쟁’, 즉 미국이 침략해서 중국이 북한을 도운 전쟁이라는 사회주의 교과서 내용을 적용하여 BTS를 비판하고 나섰다. 물론 이것은 중국공산당을 대변하는 환구시보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세계적인 인기그룹 BTS가 더 이상 중국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주간동아> 1266호는 애국주의 광풍을 주도하는 링링허우 세대를 21세기판 디지털 홍위병이라 표현했다. 교회는 중국의 Z세대와 소통할 수 있을까? 소통의 의지가 있는 사람이 교회 안의 기성세대라면 일단은 자기중심적인 문화의식으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 《1984》와 《동물농장》을 통해서 인간사회를 날카롭게 분석한 소설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세대는 자기 세대가 앞선 세대보다 더 많이 알고 다음 세대보다 더 현명하다고 믿는다.” 다시 말해서 교회의 어른은 Z세대에게 ‘꼰대’로 비춰져서는 안된다. ‘라떼(내가 어렸을 때는∼)’를 언급하며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감동을 주는 어른으로 다가설 필요가 있다. 시대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언어를 자신의 문화에 복종시키려 하기보다는 표현하고자 하는 각각의 언어들이 같은 방향을 가리킬 수 있도록 성령 안에서 하나 된 마음을 갖는 일이 중요하다. 오순절 성령강림 사건 때 각기 다른 언어를 쓰는 각 지방에서 온 사람들은 하나님의 큰일에 대해서 하나의 통일된 언어가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들었었다(행 2:11).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것은 기술과 전략의 유무가 아닌 의지와 사랑의 유무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사진 | 바이두 강진구 | 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