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관용어를 중국어로 통역하고, 번역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관용어(惯用语)란 두 개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그 단어들의 의미만으로는 전체 의미를 알 수 없는, 특수한 의미를 나타내는 어구(语句)를 말한다. 다시 말해 관용어는 둘 이상의 낱말이 결합하여 제3의 새로운 뜻을 나타내는 것이다. 때로는 문법에 맞지 않지만 오랫동안 생활 속에서 습관적으로 사용되어 온 것으로 결합 형식이 고정되어 있다. 이번 호에는 한국어 관용어를 중국어로 번역할 때 일치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중국어에서 등가물(의미가 비슷한 것)을 찾아야 하는 관용어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1. ‘비꼬아서 말하다.’ 이 관용어는 상대방의 마음에 거슬릴 정도로 빈정거리면서 말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한국어 관용어를 중국어로 직역하면 원래의 뜻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어 관용어에서 의미가 비슷한 관용어를 찾아야 한다. ‘비꼬아서 말하다’와 같은 등가물을 가진 중국어 관용어는‘说风凉话’ [shuō fēngliánghuà]이다. 이 말을 직역하면 ‘찬 바람 부는 서늘한 말을 하다’이지만 이 말의 의미는‘비꼬아서 말하다’, ‘비아냥 거리다’, ‘빈정대다’이다. 그러므로 한국어 관용어‘비꼬아서 말하다’를 중국어 관용어로 번역할 때는 ‘说风凉话’로 해야 한다.
2. ‘뒷거래하다.’ 이 관용어는 남의 눈을 피하여 뒤에서 정당하지 않은 거래를 한다는 뜻이다. 이 한국어 관용어를 중국어로 직역하면 원래의 뜻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어 관용어에서 의미가 비슷한 관용어를 찾아야 한다. ‘뒷거래하다’와 같은 등가물을 가진 중국어 관용어는 ‘走后门’ [zǒu hòumén]이다. 이 말을 직역하면 ‘뒷문으로 들어가다’이지만 이 말의 의미는 ‘뒷거래를 하다’, ‘뒷구멍으로 손을 쓰다’, ‘연줄을 찾아 거래하다’ 등이다. 그러므로 한국어 관용어 ‘뒷거래하다’를 중국어 관용어로 번역할 때는 그 의미가 비슷한 ‘走后门’으로 해야 한다.
3. ‘고무신을 거꾸로 신다.’ 이 관용어는 여자가 일방적으로 사귀던 남자와 헤어졌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예전에 운동화가 없던 시절에는 모두 고무신을 신었다. 여자가 변심하여 남자 친구와 헤어질 때 신발을 제대로 신을 겨를도 없어 신발을 거꾸로 신고 그 남자를 떠났다는 의미이다. 이 한국어 관용어를 중국어로 직역하면 원래의 뜻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어 관용어에서 의미가 비슷한 관용어를 찾아야 한다. ‘고무신을 거꾸로 신다’와 등가물이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戴绿帽子’ [dài lǜmào‧zi]이다. '이 말을 직역하면 ‘녹색 모자를 쓰다’이다. 옛날부터 중국에서는 지위가 비천한 사람들은 녹색 두건을 착용하여 신분을 표시했다. 원(元), 명(明) 시대에 이르러서는 화류계 여성들의 남편들은 녹색 모자를 써야 한다는 규정이 만들어졌다. 여기에서 유래하여 ‘戴绿帽子’는 ‘다른 남자와 바람난 부인을 둔 남편’을 이르거나 ‘아내가 서방질을 했다’는 것을 뜻하는 관용어로 사용되었다. 한국어 관용어에서는 여자가 주어가 되지만 중국어 관용어에서는 남자가 주어가 된다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상대방이 바람났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한국어 관용어 ‘고무신을 거꾸로 신다’는 말은 중국어 관용어 ‘戴绿帽子’와 등가물이 같다고 할 수 있다.
4. ‘뜸을 들이다.’ 이 관용어는 일이나 말을 할 때 쉬거나 여유를 갖기 위해서 서둘지 않고 한동안 가만히 있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한국어 관용어를 중국어로 직역하면 원래의 뜻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어 관용어에서 의미가 비슷한 관용어를 찾아야 한다. ‘뜸을 들이다’와 등가물이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挤牙膏’ [jǐ yágāo]이다. 이 말을 직역하면 ‘치약을 짜다’이지만 이 말의 의미는 ‘말을 할 때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마음을 실토하는 것’을 뜻하거나 ‘일을 할 때 찔끔찔끔(조금씩) 일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한국어 관용어 ‘뜸을 들이다’를 중국어 관용어로 번역할 때는 그 의미가 비슷한 ‘挤牙膏’로 해야 한다.
5. ‘뚱딴지같은 말을 하다.’ 이 관용적 표현의 의미는 사실과 다른 엉뚱한 말을 하거나 물어보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한국어 관용적 표현을 중국어로 직역하면 원래의 뜻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어 관용어에서 의미가 비슷한 관용어를 찾아야 한다. ‘뚱딴지같은 말을 하다’와 등가물이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驴唇不对马嘴’ [lǘ chún bú duì mǎ zuǐ]이다. 이 말을 직역하면 ‘나귀의 입술은 말의 입에 맞지 않는다’이지만 이 말의 의미는 ‘말의 앞뒤가 맞지 않다’,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다’라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므로 ‘뚱딴지같은 말을 하다’를 중국어 관용어로 번역할 때는 ‘驴唇不对马嘴’로 해야 한다.
6. ‘맞장구 치다.’ 이 관용적 표현의 의미는 남의 말에 서로 호응하거나 동의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의 어원은 풍물놀이를 할 때 둘이 마주 서서 서로 장단에 맞추어 장구를 치는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맞장구를 잘 치려면 서로 호흡이 맞아야 한다. 이와 비슷한 말로는 ‘맞장단을 친다’가 있다. 이 한국어 관용적 표현을 중국어로 직역하면 원래의 뜻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어 관용어에서 의미가 비슷한 관용어를 찾아야 한다. ‘맞장구 치다’와 같은 등가물을 가진 중국어 관용어는 ‘顺竿儿爬’ [shùngānrpá]이다. 이 말을 직역하면 ‘대나무 장대를 따라 기어오르다’이다. 이 말의 의미는 ‘타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그의 말에 호응하거나 타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자기주장이 없이 남의 의견을 따르다’라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므로 ‘맞장구 치다’를 중국어 관용어로 번역할 때는 ‘顺竿儿爬’라고 해야 한다.
7. ‘골이 깊어지다.’ 이 관용어는 사람 간의 관계가 악화되거나 멀어지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한국어 관용어를 중국어로 직역하면 원래의 뜻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어 관용어에서 의미가 비슷한 관용어를 찾아야 한다. ‘골이 깊어지다’와 같은 등가물을 가진 중국어 관용어는 ‘矛盾加深’ [máodùn jiāshēn]이다. 이 말을 직역하면 ‘모순이 더 깊어지다’이다. 이 말의 의미는 사람 간의 관계가 악화되어 갈등이 생긴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므로 ‘골이 깊어지다’를 중국어 관용어로 번역할 때는 ‘矛盾加深’이라고 해야 한다.
8. ‘손 안대고 코 풀기.’ 이 속담은 손조차 사용하지 아니하고 코를 푼다는 뜻으로 일을 할 때 힘 안 들이고 아주 쉽게 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속담(관용어)을 중국어로 직역하면 원래의 뜻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어 관용어에서 의미가 비슷한 관용어를 찾아야 한다. ‘손 안 대고 코 풀기’와 같은 등가물을 가진 중국어 관용어는 ‘吃现成饭’ [chī xiànchéngfàn]이다. 이 말을 직역하면 ‘(남이) 해 놓은 밥을 먹다’이다. 이 말의 의미는 남이 이미 이루어 놓은 것을 힘 안 들이고 거저 얻게 되었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므로 ‘손 안 대고 코 풀기’를 중국어 관용어로 번역할 때는 ‘吃现成饭’이라고 해야 한다.
9. ‘뒷감당을 하다.’ 이 관용적 표현의 의미는 일의 뒤끝을 맡아서 처리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적 표현을 중국어로 직역하면 원래의 뜻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어 관용어에서 의미가 비슷한 관용어를 찾아야 한다. ‘뒷감당을 하다’와 같은 등가물을 가진 중국어 관용어는 ‘吃不了,兜着走’ [chī ‧bu liǎo, dōu‧zhe zǒu]이다. 이 말을 직역하면 ‘(배불러서) 다 먹을 수 없으면 싸 가지고 간다’이다. 이 말의 의미는 어떤 일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므로 ‘뒷감당을 하다’를 중국어 관용어로 번역할 때는 ‘吃不了,兜着走’로 해야 한다.
10. ‘손을 떼다.’ 이 관용어는 (어떤 사람이) 하던 일을 중도에 그만두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는 ‘도중 하차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의 의미는 시작한 일을 끝내지 않고 중간에서 그만두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를 중국어로 직역하면 원래의 뜻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어 관용어에서 의미가 비슷한 관용어를 찾아야 한다. ‘손을 떼다’와 같은 등가물을 가진 중국어 관용어는 ‘打退堂鼓’ [dǎ tuì táng gǔ]이다. 이 말을 직역하면 ‘퇴정(退廷)을 알리는 북을 치다’이다. ‘退堂鼓’는 조정의 관리들이 사무를 보다가 대청에서 물러날 때 퇴청을 알리는 북소리이다. 이 말의 의미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중도에 물러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는 ‘半途而废’ [bàn tú ér fèi]로 이 말의 뜻은 (끝장을 내지 않고) 중도에서 그만두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므로 ‘손을 떼다’를 중국어 관용어로 번역할 때는 ‘打退堂鼓’이라고 하거나 ‘半途而废’라고 해야 한다.
사진 출처 | 바이두 석은혜 | 본지 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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