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관용어를 중국어로 통역, 번역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관용어(惯用语)란 두 개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그 단어들의 의미만으로는 전체 의미를 알 수 없는 특수한 의미를 나타내는 어구(語句)를 말한다. 다시 말해 관용어는 둘 이상의 낱말이 결합하여 제3의 새로운 뜻을 나타내는 것이다. 때로는 문법에 맞지 않지만 오랫동안 생활 속에서 습관적으로 사용되어 온 것으로 결합 형식이 고정되어 있다. 이번 호에는 지난 호에 이어 한국어 관용어와 중국어 관용어가 비록 형태는 다르지만 그 의미가 같은 관용어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1. ‘콧날이 시큰하다.’ 이 관용어는 사람이 어떤 일에 몹시 감동하였거나 혹은 슬퍼서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는 ‘콧등이 시큰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 관용어와 의미가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鼻子发酸’ (bízi fāsuān) 또는 ‘鼻梁酸疼’ (bíliáng suānténg)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각각 ‘코가 시큰하다’, ‘콧등이 시큰거리다’이다. 이 관용어도 어떤 일에 감동하거나 슬픔을 표현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한국어 관용어와 일치한다.
2. ‘이를 악물다.’ 이 관용어는 사람이 힘에 겨운 곤란이나 난관을 헤쳐나가려고 비상한 결심을 하거나 꾹 참는 것을 말한다. 이와 비슷한 말로는 ‘이를 깨물다’라는 말이 있다. 이 관용어와 의미가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咬紧牙关’ (yǎojǐn yáguān) 또는 ‘咬紧牙根’ (yăojĭn yágēn)이다. 이 말을 반역하면 각각 ‘이를 악물다’, ‘치근을 악물다’이다. 이 관용어도 고난이나 고통을 헤쳐나가려고 관을 굳는 결심을 한다는 뜻으로 그 의미는 한국어 관용어와 일치한다.
3. ‘호랑이 새끼를 키우다.’ 이 관용적 표현은 호랑이 새끼를 기르면 나중에 결국 맹수가 되어 자신이 해를 입게 되듯이 잘못된 인성을 가진 인재를 키우면 후에 배신을 당하거나 큰 근심을 얻게 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와 의미가 같은 중국어는 ‘养虎’ (yǎnghǔ)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호랑이를 키우다’인데 장래의 화(禍)가 되는 것을 모르고 화근(禍根)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관용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또 중국어 성어로 ‘养虎遗患’ (yǎng hǔ yí huàn)이라는 말도 있다. 이 말을 번역하면 ‘호랑이를 키워서 후환을 남기다’이다. 이 말의 의미는 ‘화근(적)을 남겨두어 후환을 남기다’라는 말로 한국어 관용어와 같은 뜻이다.
4. ‘바늘방석에 앉다.’ 이 관용어는 몹시 송구스럽고 난처한 처지에 있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의미가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坐针毡’ (zuò zhēnzhān) 또는 ‘如坐针毡’ (rú zuò zhēn zhān)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각각 ‘바늘방석에 앉다’, ‘바늘방석에 앉은 것 같다’이다. 이 말의 뜻은 매우 난처한 지경에 처해 불안하여 잠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것을 이르는 것으로 그 의미가 한국어 관용어와 일치한다.
5. ‘전철을 밟다.’ 이 관용어는 어떤 사람이 이전 시대의 과오나 이전 사람들의 잘못을 되풀이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의미가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复蹈前辙’ (fù dǎo qián zhé) 또는 ‘重蹈覆辙’ (chóng dǎo fù zhé)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각각 ‘전철(前轍, 앞 수레가 지나간 수레바퀴의 자국)을 다시 밟다’, ‘복철(覆辙, 앞 수레가 엎어진 수레바퀴의 자국)을 다시 밟다’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전철’이나 ‘복철’의 뜻은 이전 사람의 그릇된 일이나 행동의 자취를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의 의미는 이전의 실패를 다시 되풀이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로 그 의미가 한국어 관용어와 일치한다.
6. ‘발을 들여놓다.’ 이 관용어는 사람이 어떤 일을 처음으로 접하거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의미가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插一脚’ (chā yī jiăo)이다. 이 말을 직역하면 ‘한 다리를 걸치다(끼다)’이다. 어떤 일에 처음으로 참여하거나 또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의 구성원이 되었다는 뜻으로 그 의미는 한국어 관용어와 같다.
7. ‘헌신짝 버리듯 한다.’ 이 관용어는 요긴하게 쓰고 난 뒤에 아무 거리낌없이 내 버린다는 뜻이다. 이 관용어와 의미가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弃如敝屣’ (qì rú bì xǐ) 또는 ‘视如敝屣’ (shì rú bì xǐ)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각각 ‘헌신짝같이 버리다’, ‘헌신짝처럼 여기다’이다. 이 말의 뜻은 조금도 아쉬움 없이 쉽게 버리거나 천대한다는 뜻으로 그 의미가 한국어 관용어와 일치한다.
8. ‘불구덩이에 뛰어들다.’ 이 관용어는 매우 위급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뛰어들거나 비참한 지경에 빠지게 되었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의미가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跳火坑’ (tiào huǒ kēng)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다’이다. 이 말의 뜻은 지극히 비참한 생활환경에 처하거나 곤경에 빠지게 되었다는 것을 이르는 것으로 한국어 관용어와 일치한다.
9. ‘눈에 불을 켜다.’ 이 관용어는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몹시 욕심을 내거나 돈이나 물건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하나는 몹시 화가 나서 눈을 부릅뜨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첫 번째 뜻과 의미가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两眼放光’ (liăngyăn fàng guāng)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두 눈이 빛난다’이다. 이 말의 뜻은 돈이나 어떤 물건을 보고 욕심을 내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는 두 번째 뜻과 의미가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两眼冒火’ (liăngyăn mào huǒ)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두 눈에서 불이 나오다’이다. 이 말은 화를 내거나 성이 나서 눈을 부릅뜬다는 의미로 ‘눈에 쌍심지를 킨다’는 말의 뜻과 같다. 이 두 관용어는 한국어 관용어와 그 의미가 일치한다.
10. ‘찬물을 끼얹다.’ 이 관용어는 잘되어 가고 있는 일에 뛰어들어 분위기를 흐리거나 공연히 트집을 잡아 훼방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의미가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泼冷水’ (pō lěngshuǐ)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찬물을 뿌리다(끼얹다)’이다. 이 말은 어떤 일에 공연히 트집을 잡아 다른 사람의 흥을 깨거나 열정이 식게 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한국어 관용어와 일치한다.
사진 | 바이두 석은혜 | 본지 전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