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臺北) 홍콩의 가장 오래되고 최대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해산 절차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은 홍콩 민주주의의 ‘한 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지난 2월 20일(목요일) 기자회견에서 1994년 창당된 민주당 로킨헤이(Lo Kin-hei, 羅健熙) 당대표는 기자들에게 “당 해체를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저를 포함한 3명의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될 예정이다. 우리는 현재의 정치 환경 등 여러 요인을 검토한 뒤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하며, 당원들의 투표로 당 해산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투표가 언제 실시될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지금까지 홍콩 정부는 민주당 해산 가능성에 대해 공식적인 견해를 내놓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소리(이하 VOA)’의 논평 요청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중국 당국의 규제를 받는 매체인 문회보(文匯報)는 지난 2월 24일(월요일) 사설에서 민주당이 해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현재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감 중인 언론계 거물 지미 라이(Jimmy Lai, 黎智英)와의 연관성과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 ‘폭력’ 시위대를 지지했다는 점을 들었다.
홍콩 민주당은 영국 통치가 끝나기 몇 년 전인 1994년에 창당되었고, 홍콩이 중국의 통치체제로 이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초기 지도자였던 마틴 리(Martin Lee, 李柱銘)와 알버트 호(Albert Ho, 何俊仁)와 같은 유명 인사들은, 홍콩이 중국의 통치 아래서 고도의 자치권을 향유하도록 고안된 헌법적 합의인 ‘일국양제(一國兩制)’ 방안을 수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뒤 민주당은 홍콩 입법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야당으로 자리매김하며 길거리 시위를 주도하고, ‘기본법’에서 약속한 보통선거와 직접선거 실시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2019년 홍콩 전역에서 수개월 동안 이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중국 정부는 홍콩에 대한 통제 강화를 위한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 2020년 7월에는 큰 논란이 된 ‘국가보안법’을 시행과 홍콩 선거제도의 개혁으로 인해 민주 진영 후보자들은 대부분 경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되었다.
홍콩의 ‘침묵 효과’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해산 절차에 돌입한 것은 홍콩 당국이 민주주의 조직에 대한 탄압을 한층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공민당(公民黨)과 같은 여러 야당은 정치적 압력과 운영상의 규제로 인해 이미 해산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정치학자 선마이치(沈麥琪, Maggie Shum)는 “민주당 해산 준비의 시작은 과거 (홍콩) 입법회에서 의석을 차지하고 유권자들을 위해 봉사하며 정부와 정책 협의를 진행할 수 있었던 ‘좋은 시절’이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또한 “이러한 탄압은 독립 서점과 독립 언론과 독립 기관에도 영향을 미쳤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VOA와 전화 인터뷰에서는 “홍콩 정부는 명단을 만들어 수많은 민주기관을 남김없이 제거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이런 상황은 홍콩 사회 전반에 ‘침묵 효과(寒蝉效应)’를 불러일으켰다고 밝혔다.
홍콩의 주요 언론인 단체 홍콩 기자협회(HKJA)는 지난 2월에 두 호텔의 예약이 취소되어 연례 기금모금 만찬 행사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정자루(鄭嘉如, Selina Cheng) 기자협회 회장은 예약 취소는 호텔이 ‘정치적 압력’에 직면한 결과일 수 있으며, 이 일에 대해 홍콩 정부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의 각종 여론을 조사해 온 ‘홍콩여론연구소(Hong Kong Public Opinion Research Institute, PORI)’는, 최고 경영자 중팅야오(鍾庭耀, Robert Chung)가 국가안전부 경찰의 소환조사를 받게 되면서 모든 자체 부담 연구 활동을 보류하고, 심지어는 ‘폐쇄’할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홍콩의 일부 민주 진영 운동가들은 최근 몇 달 동안 (중국) 당국의 탄압이 노동 권익 등 문제에 집중하는 단체로 전환했다고 말한다.
천자린(陳嘉琳, Debby Chan) 전 홍콩 민주 진영 구의원은 “홍콩 정부가 국가 안전 죄명으로 죄를 선고받은 사람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고, 해외 자금에 대해 더 엄격한 심사체계를 강화하는 입법 개정안을 제출했다”라고 밝혔다.
류후이칭(劉慧卿, Emily Lau) 홍콩 민주당 전 대표는 이러한 흐름은 홍콩의 정치체제가 민주주의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또 그녀는 VOA와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2~3년 동안 10여 개 이상의 단체가 해산했고 지금의 상황에서 민주화 인물이나 조직이 활동할 공간을 마련하기는 매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녀는 “홍콩 당국의 목표는 민주 세력의 ‘조직화’ 움직임을 ‘완전히 뿌리 뽑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 ‘홍콩의 국가 안전 보장’ VOA의 문의에 대한 답변으로,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은 중국 정부가 홍콩 당국의 ‘국가 안전 수호’ 노력을 확고히 지지하며, ‘비판자들’에게는 중국 정부의 홍콩 정책에 대해 ‘깎아내리지 말라’고 촉구했다.
주미 중국대사관 류펑위(劉鵬宇) 대변인은 이메일로 “홍콩의 경제는 활발히 발전하고, 헌법 질서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국가 안전은 보장되며,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愛國者治港)’ 원칙은 실현되고 있다”고 VOA에 전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선마이치는 당국이 시민사회에 대한 통제를 빠르게 강화함에 따라, 이들의 집단행동을 박탈하고 있는 상황에서 홍콩 사람들은 “방향을 잃거나 정치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녀는 “중국의 통치 방식을 시행하는 홍콩은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생활 전반을 통제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녀는 홍콩 사람들은 여전히 상징적인 방식을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를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VOA에 전했다.
또한 “홍콩의 인터넷 검열은 중국 본토만큼 심하지 않고, 망명 매체들이 홍콩의 상황을 보도하며 홍콩 사람들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연결 고리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 사진 설명 | 홍콩 민주당 로킨헤이(앞줄 오른쪽 두 번째) 대표 등이 지난 2월 20일 당사에서 당 해체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AP뉴시스 |출처 국민일보 ▩ 출처 | <차이나에드> (2025/2/26) ▩ 번역 | 하늘브릿지·자원봉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