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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먼저 중국의 학술 문화를 연구하는 중국과 세계의 인사들은 반드시 중국 문화가 살아 있는 생명존재임을 긍정하고 승인해야 한다고 정중히 요구한다.” _ 중국문화선언 中에서
1958년 현대 신유학자인 장군매(张君劢), 모종삼(牟宗三), 당군의(唐君毅), 서복관(徐复观)이 서로 의견을 모아 발표한 중국문화선언은 현대 신유가의 학문적 관심과 특성을 일목요연하게 드러낼 뿐만 아니라 서양의 철학과 과학, 정치 등에 대한 중국 현대 철학의 방향과 방법까지 제시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선언을 넘어 현대 중국 사상의 철학적 이정표의 의미가 있다. 그리고 현대 신유학은 문화선언을 발표한 이때를 기점으로 하나의 사조에서 중국 현대의 주류 학파로 자리매김하였다고 평가를 받습니다.
20세기 초 중국 내륙의 전반서화파의 거센 바람과 이후 사회주의적인 정치체제 등의 현실적 제약 속에서 중국 전통 문화의 가치를 옹호했던 현대 신유학자들은 1940년대 이후 홍콩과 대만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서양의 철학, 종교, 정치에 대해 연구하고 중국 유학의 도덕적 형이상학의 체계를 발전시키고 동서양의 사상을 융합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그러나 서양학자들의 중국에 대한 학문적 관심에 비해 그들이 중국을 바라보는 관점과 전제된 서양의 방법론들이 중국 문화의 심연을 올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그 가치를 왜곡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이 선언을 하게 된 것입니다.
문화선언은 상편(1-7)과 하편(8-12)으로 나뉘어 전체 12개의 소제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소제목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우리가 이 선언을 발표하는 까닭 ② 세계 여러 인사가 중국 학술문화를 연구하는 세 가지 동기와 방법, 그리고 그 결점 ③ 중국의 역사 문화가 표현한 정신생명에 대한 긍정 ④ 중국 문화에서 철학 사상의 지위 및 그것과 서양 문화와의 차이점 ⑤ 중국 문화에서의 윤리도덕과 종교정신 ⑥ 중국 심성지학의 의의 ⑦ 중국의 역사와 문화가 장구한 까닭 ⑧ 중국 문화의 발전과 과학 ⑨ 중국 문화의 발전과 민주제도의 확립 ⑩ 중국 현대 정치사에 대한 우리의 인식 ⑪ 서양 문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와 서양이 동양에서 배워야 하는 지혜 ⑫ 세계 학술 사상에 대한 우리의 기대. 이상 12개의 내용을 요약하면 중국의 문화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 3가지를 먼저 비판한 후 중국의 역사 문화를 ‘정신생명’으로 바라볼 것을 주장하면서 중국 문화의 특질을 사상적인 측면에서 윤리도덕, 종교정신, 심성지학 등으로 설명하고 서양 사상의 근현대적 도전인 과학과 민주정치의 문제를 다루며 마지막으로 서양이 동양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배우려는 자세로 나아갈 것을 강조하며 이를 통한 동서양의 평등과 화합에서 문화의 발전이 가속될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 끝맺고 있습니다.
문화선언은 먼저 서양인들이 중국 학술 문화를 연구하는 세 가지의 동기와 방법이 모두 그릇된 것임을 비판합니다. 그 세 가지는 ‘선교’를 목적으로 하거나 중국의 ‘문물’에 대한 호기심을 목적으로 하거나 중국 ‘정치·사회’와의 현실적인 관계와 접촉을 목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명말청초 천주교가 서학(西学)으로 전래될 때 선교사인 마테오 리치는 기독교가 유교의 모자란 부분을 보충한다는 보유론(补儒论) 입장이었고 이것은 기독교의 우월성에서 출발하여 타문화를 정복하려는 의도를 가지기 때문에 중국 문화를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아편전쟁 이후 중국의 문호가 개방되면서 서양인들의 눈에 비친 중국은 풍부한 유물과 유적의 역사재료들로 가득한 곳이었지만 거기서 중국 전통 문화의 숨결을 느끼기보다는 그것을 이미 죽어버린 문명을 대하듯 단지 고증하고 소유하려는 욕구만을 채우기에 급급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옛 것에 대한 관심보다 현실 정치와 외교 등의 동기로 중국을 연구하는 사람은 이미 중국 역사의 고고한 흐름에서 시작하지 않고 주관적인 안목과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중국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 또한 왜곡이라고 비판하였습니다.
문화선언은 이와 같은 왜곡된 시선들을 일갈하고 중국의 역사와 문화는 서양처럼 그리스의 철학, 히브리의 종교, 로마의 정치 등의 사상의 충돌과 다원성으로 발전해온 것이 아니라 특유의 도통(道统)을 통해 중국적인 사상의 일원적인 맥을 이어온 것이며, 그것은 더욱 심원한 것이기에 그 역사적인 곡절(曲折)을 깊이 파악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주관적인 의도 이상의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바라보는 동정(同情)과 경의(敬意)의 태도가 필요함을 이야기합니다. ‘중국’은 단순한 객관적 연구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인들의 생명과 심혈로 일구어낸 ‘객관적인 정신생명’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죽은 것을 대하는 안목으로는 중국 역사와 문화의 생명력과 심오한 지혜의 저력을 알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문화선언은 서양 철학의 윤리도덕과 서양종교인 기독교의 종교정신 등에 대해서도 논하며 그 내용들을 풍부하게 흡수하고 있는 중국 사상의 주류인 유교의 ‘심성지학心性之學’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것은 현대 신유학의 도덕 형이상학에 대한 중심 주제이기도 합니다. 이성을 강조한 서양 철학, 신성을 강조한 기독교와는 달리 심성지학은 천성(天性)의 초월이 곧 인심(人心) 안에 내재해 있다는 내재적 초월의 물아일체(物我一体)적인 지혜와 수양을 강조하였습니다. 이것은 곧 서양이 철학과 종교 두 영역으로 나눈 것의 통합적인 형태로 유교의 윤리철학적인 면뿐만 아닌 종교성을 강조하는 현대 신유학의 특성이 반영된 것입니다.
문화선언은 중국이 과학 발전과 민주 정치의 발전에서는 서양과 같은 역사적 성과가 없었음을 인정하고 반성합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구현하지 못했더라도 그러한 가치와 정신의 뿌리는 중국 문화의 정신 안에 있음을 또한 말합니다. 중국 유학은 내성외왕(內圣外王)의 학문이지만 그동안 인간의 내면을 중시하는 내성(內圣)에 치우쳐져 있음을 자각하며 현대 신유학은 서양사상의 도전에 대해 과학(학문)과 민주(정치) 등의 분야에서 신외왕(新外王)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문화선언은 서양인들이 동양 문화에 배워야 할 점으로 무한히 추구하고 개척하는 서양 문화의 정신에서 동양 문화를 통해 지금 이 순간에 바로 그렇다(当下即是)는 정신, 이론이성의 개념을 넘어 동양의 원만하여 신묘한(圆而神) 지혜, 서양의 열정과 사랑과는 다른 동양의 온유하고 가여워하는(温润而恒测) 정, 문화를 장구하게 유지할 수 있는 지혜, 천하를 한 집안으로 여기는(天下一家) 자세를 말합니다. 이런 배움을 통해 서양과 동양이 어느 한쪽의 우월감 없이 평등한 입장과 배우려는 태도에서 서로 비교하고 융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문화선언은 현대 신유학자들의 동서양 사상에 대한 이해와 동시에 1950년대까지의 중국의 문화와 사상운동 전반에 대한 반성과 재인식이 담긴 종합적인 결과물입니다. 이 문화선언을 통해 우리도 중국을 향한 우리의 시각을 점검해보고 중국을 본연의 중국답게 이해하려는 배움의 자세로 역사와 현실 속에 면면히 흐르는 중국의 생명(정신)을 만나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필자 주>
*중국문화선언은 ‘중국 문화에 관해 세계 인사들에게 알리는 선언(为中国文化警告世界人士宣言)’의 약칭이며 부제는 ‘중국 학술에 관한 연구 및 중국 문화와 세계 문화의 전도(前途)에 대한 우리의 공통 인식’이다. 단행본 『모종삼 교수의 중국 철학 강의 (원제: 中国哲学的特质)』 (예문서원 2011)의 부록으로 전문이 번역되어 있다.
♣ 김주한 | 길가에교회 전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