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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7.1  통권 155호  필자 : 김주한  |  조회 : 3658   프린트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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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신유학(當代新儒学)”-중국 현대화의 모색



“오늘날 중국의 문제는 바로 세계의 문제이며 그 가운데 가장 내재적인 본질은 문화의 문제이다.” - 모종삼(牟宗三)1)

사회주의 노선을 통해 공산화를 추구한 모택동(毛泽东)의 경제 성장 운동인 대약진운동의 실패와 사상운동인 문화대혁명의 과오 이후 등소평(邓小平) 주도의 개혁개방이 시작되면서 오늘날 중국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2006년 CCTV에서 방영했던 다큐멘터리 대국굴기(大国崛起)는 이제 중국공산당의 ‘강대국으로의 부상’이라는 대외적 슬로건을 그대로 보여주는 표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경제 성장과 더불어 중국은 공산당의 정치적 정체성인 사회주의 노선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자본주의 시장의 경쟁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이념적 혼란과 미래적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모택동 사상의 실패와 개혁개방의 단점들을 보완할 새로운 제3의 사상을 모색 중인 중국은 이를 1980년대부터 ‘중국식 사회주의’라는 주제로 연구해 왔습니다. 중국은 더 이상 전 세계 자본주의 시장에 대한 개방을 막을 수 없고 폐쇄적으로 사회주의 노선만을 추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중국의 외교와 정치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는 현실에서 중국이 주목하는 것은 그 이면에 있는 문화와 사상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중국이 그리는 현대화의 길은 공산화와 서구화를 넘어선 새로운 ‘중국화’의 길입니다. 중국의 소프트파워, 문화대국의 강조가 바로 그런 것입니다.

20세기 초의 중국은 서구열강과 일본제국주의의 침탈로 혼란스러운 근대화를 맞이하였고 5•4운동과 신문화운동 등을 통해 적극적인 서구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전반서화(全般西化)의 주장이 거세게 전개되었습니다. 곧 ‘현대화는 서구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여 서구의 과학과 자유만을 숭상할 것이 아니라 중국의 전통 사상에서 가장 중국적인 정신을 마주할 것을 주장한 일군의 학자들이 있었습니다. 곧 ‘현대화는 중국화’라는 것을 주장한 현대 신유학자들입니다. ‘신유학’은 춘추전국 시대의 선진유학의 정신이 쇠퇴하고 불교와 도교의 폐단이 극심했던 시기에 다시 한 번 유학의 정신을 되살리려 했던 송명대의 유학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현대의 유학자들은 바로 이러한 송명대의 유학처럼 서구의 도전과 사상적 충돌 앞에 새롭게 중국의 문화전통을 유학을 통해 재정립하려는 시도를 보여줌으로써 중국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 전반서화파와 더불어 ‘현대 신유학’이라는 3대 사조를 형성하였습니다.

현대 신유학자들은 국가의 문제는 경제나 정치적인 것을 넘어 곧 문화의 문제라고 생각해왔고 서구열강이 강조한 과학 정신과 자유 사상을 곧바로 중국의 문화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여겼습니다. 이성과 합리를 중시한 서양 사상과 심성과 수양을 토대로 발전한 동양 사상의 차이를 인식하면서 개혁개방 시대의 자본주의 시장과 무한경쟁 사회를 바라보는 현대 신유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간다움’의 회복과 실현 자체였고 이것은 그들에게 있어 서양이 아닌 동양에서 얻어야 할 지혜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서양 철학을 단순히 배척한 것이 아니라, 서양 철학의 논리와 언어를 흡수하면서 단순한 전통 사상의 복고가 아닌 동서양 사상이 융합된 세계의 보편적 사상을 고민하였습니다.

현대 사회는 더 많이 가진 ‘풍요의 시대’임과 동시에 인간다움은 더 많이 잃어버리는 ‘상실의 시대’에 직면하였습니다. 소유냐 존재냐 하고 물었던 에리히 프롬의 물음과도 같습니다. 공산당은 그들의 정치적 이념만으로는 중국을 풍요롭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배웠습니다. 그리고 경제적 개방만으로도 인간다움을 실현할 수 없을 것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모택동의 사회주의 이념 노선인 홍(红)과 등소평의 실용주의 개방 노선인 전(专)의 투쟁과 모순 속에서 ‘중국식 사회주의’의 새로운 대안으로 현대 신유학의 ‘도덕주의’에 주목하게 된 것입니다.

현대 신유학의 도덕적 형이상학은 우주 질서를 윤리 질서로 해석하고 인간 존재의 핵심을 이러한 질서를 실현하는 도덕주체로 파악합니다. 자연의 객관성만을 탐구해온 근대 서구의 기계적 우주관과 이성중심주의를 비판하면서 보다 직관적으로 인간의 도덕적 주체성과 도덕적 종교성을 강조합니다. 근대 이후의 서구는 신학과 철학을 분리하면서 종교와 사상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성중심의 사고를 발달시켰습니다. 그리고 종교적인 것은 다분히 신비적이고 반이성적인 것으로 치부하였습니다. 그러나 현대 신유학자들은 인간은 무엇보다 내재적 종교성과 주체적 도덕성을 통해 그 존재를 확인한다고 여겼습니다.

현대 신유학자들은 특히 민족의 위기는 언제나 문화의 위기라고 여겼으며 그것은 곧 중국 역사의 생명적 위기라고 하였습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 지식을 많이 쌓는 것과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인간다움을 실현하는 것에 대한 관심 없이 얻어지는 모든 가치는 결국 ‘풍요 속의 빈곤’을 더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대 신유학자들은 무엇보다 중국의 역사, 문화, 민족을 돈벌이로, 실증적 비판의 대상으로 보는 과학주의, 실증주의의 시각을 단호히 거부하고 ‘동정(同情)과 경의(敬意)의 이해방식’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이제 서구의 사상을 미개한 동양에 전파해야 한다는 ‘기독교식 확장’의 모델을 극복하고 스스로의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입니다.

서구의 자유주의의 핵심이 곧 ‘개인’의 영역을 확보하고 발전시키는 것에 있다면 중국 사회주의의 핵심은 이러한 개인들의 집합체인 ‘인민’에 있습니다. 여기서는 개인의 자유보다는 인민대중의 질서와 규율, 사회주의 정신의 계승 등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때문에 유학사상의 도덕과 질서에 대한 강조가 또한 이러한 사회주의 국가 이념에만 이바지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윤리를 개인의 자율성에 두기보다는 사회적 제도와 문화적 규율을 기준으로 국가적 가치를 명분화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현대 신유학자들은 이러한 유학의 역사적 폐단까지도 철저히 비판하면서 그러한 국가중심 사상으로 작용하였던 주자학(理学)보다는 인간의 주체성과 주체의 도덕적 경지를 강조했던 양명학(心学)에 더욱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주자학을 강조하였던 풍우란(冯友兰)2) 이외의 현대 신유학을 일컬어 신심학(新心学)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현장에서 중국이 전 세계에 자랑한 그들의 문화는 ‘공자’였습니다. 논어의 구절들을 공연하면서 중국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모습으로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현대판 분서갱유라고 일컬어졌던 문화대혁명 시기의 유교 탄압이 무색하게 오늘날 유교 경전에 대한 관심과 제자백가 사상의 유행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현대 신유학의 발전과 함께 중국은 그들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현대화의 길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앞으로도 계속 현대화를 모색하는 중국을 보며 우리는 동서양 사상의 충돌과 융합에 대한 전망을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 한가운데 유학이 있다는 것은 서구화를 추구하며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외쳤던 우리나라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1) 모종삼(1909-1995)의 자(字)는 이중(离中)으로 중국 산동성(山东省) 서하현(栖霞县) 출생. 중국 북경대학(北京大学) 철학과를 졸업하였다. 모종삼은 당대(當代) 중국 철학, 그중에서도 유가 내성(內圣)과 외왕(外王)의 가치를 지키면서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는 신외왕학(新外王学)을 펼치려 노력한 현대 신유가의 대표적 학자이다. 대표적인 저작으로는 《心体与性体》와 아울러 《歷史哲學》, 《道德的理想主义》, 《政道与治道》, 《佛性与般若》, 《智的直觉与中国哲学》, 《现象与物自身》, 《圆善论》, 《从陆象山到刘山》, 《才性与玄理》,  《认识心批判》, 《理则学》, 《原始典型》, 《中西哲学之会通十四讲》, 《中国哲学的特质》 등 다수가 있다.

2) 풍우란은 중국의 대표적 철학자이자 철학사가(哲学史家), 자(子)는 지생(芝生), 하남성(河南省) 당하현(唐河县)의 사대부 가문에서 출생. 1918년 북경대학 졸업(중국철학 전공), 이듬해에 미국 컬럼비아대학에 유학하여 존 듀이 등의 지도하에 <인생 이상(理想)의 비교 연구>라는 논문으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하남중주대학 교수, 북경대학 철학과 교수, 중국과학원 철학연구소 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주요 학술 저작으로, 불후의 경전적 고전이 된 《중국철학사」(상•하), 《中国哲学史扑》, ‘정원육서(贞元六书)’로 불리는 《新理学》, 《新事论》, 《新知言》, 《중국철학소사(A Short History of Chinese Philosophy)》, 《中国哲学新编》(전 7권) 등이 있다.







 

♠김주한 | 길가에교회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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