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결혼(闪婚)과 번개 이혼(闪离)

중국에서 유행하는 번개 결혼을 ‘산훈(闪婚, shǎnhūn)’이라고 하는데 ‘번개식 결혼(闪电式结婚)’의 약자이다. 산훈은 ‘산커(闪客: 플래시 제작자)’, ‘산춘(闪存: 플래시 메모리)’ 등과 같이 새롭게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산훈은 번개처럼 빠르다는 의미의 산(闪)과 결혼을 의미하는 훈(婚)을 합해서 만든 명사이다. 산훈의 뜻은 말 그대로 ‘번개처럼 매우 빠르게 하는 결혼’을 말한다. 젊은 남녀가 서로 만나서 결혼하기까지의 시간이 매우 짧은 현대적인 결혼유형이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결혼까지 해치우는 사람들을 ‘산훈족(闪婚族)’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말로 번역하면 ‘번개 결혼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만남에서 결혼까지의 기간이 얼마나 소요되는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 기간이 아직까지 공론화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기간을 1개월 이내로 보고 있다. 둥팡인터넷신문(东方新闻网)의 보도에 의하면 “산훈족은 5초 만에 한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 있고, 3분이면 한바탕 열애를 할 수 있으며, 몇 시간 만에 종신대사(결혼)을 결정할 수 있고, 일주일 안에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남녀가 빠른 속도로 결혼을 결정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한 과장된 표현이다. 맥도날드와 KFC가 대표하는 패스트푸드(fast food) 시대에 걸맞는 ‘패스트푸드식’ 의 ‘번개 결혼’은 처음에는 주로 일선도시(대도시)인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广州) 등에서 조용히 등장하다가 현재는 중국 전역에 널리 퍼져 있다.

중국에서 번개 결혼이 처음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도부터였다. 당시 상하이에서 발행되는 둥팡신문(东方新闻)은 2005년 5월 13일에 “번개 결혼의 대유행으로 중국에 ‘패스트푸드식’ 애정시대가 시작되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번개 결혼족은 주로 ‘바링허우(80后)’ 세대들로 1980년대에 출생한 젊은이들이다. 온라인 설문 조사에 따르면 네티즌의 60% 이상이 번개 결혼족이라고 대답했다. 번개 결혼이 사회풍속으로 자리 잡자 이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책이 많이 나왔다. 대표적인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TV드라마로는 《번개 결혼(闪婚)》과 《이혼 전 규칙(离婚前规则)》이라는 연속극이 있고, 출판된 책으로는 《번개 결혼(闪婚)》과《번개 결혼 남녀(闪婚男女)》등이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번개 결혼의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창춘(长春)시의 한 남녀가 전화통화 7시간 만에 결혼을 결정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또한 중궈왕(中國網) 한글판 보도에 의하면 충칭(重庆)시의 한 남녀가 친구 소개로 불과 5시간 전화통화를 한 후에 결혼을 결정했다. 이들이 서로의 결혼조건을 파악하기 위해서 전화통화 5시간, 양가 부모에게 인사드리고 청첩장을 돌리면서 새집마련 하는 데 3일, 만난 지 4일째 되는 날 결혼식을 올렸다. 베이징천바오(北京晨報) 보도에 의하면,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 커플이 ‘첫 만남에서 결혼까지 가장 짧은 시간에 골인한 경우’라고 한다. 그들의 부모도 자녀의 일에 간섭하지 않겠다면서 결혼을 찬성했다. 신랑은 “서로 배우자로서 조건이 맞았고 연애비용을 아끼기 위해 최단 시간에 가정을 이루는 번개 결혼을 선택했다”고 한다.

중국 젊은이들 가운데 번개 결혼을 선택하는 사람은 대체로 세 가지 유형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 첫째, 감정 충동형의 사람이다. 남자와 여자가 처음 만나는 날부터 서로 좋다고 느끼고, 감정이 급속도로 뜨거워지면서 아주 빠르게 결혼을 결정한다. 그리고 신성한 결혼식장(혹은 큰 식당)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민정국(民政局)의 혼인등록처에 등록하고 결혼증(结婚证)을 받는다. 이런 결혼은 표면적으로는 ‘인연이 찾아오면 막을 수 없다’는 속담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결혼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감정적 충동으로 결정한 경우가 많다. 둘째, 마음의 공허함을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과거 이성과의 만남에서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거나 결혼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마음이 공허하고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마음이 극도로 괴롭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줄 것 같은 대상을 만나게 되면, 서로 의기투합하여 고민없이 번개 결혼의 대열에 참여하게 된다. 그들은 결혼이 외로움과 공허감을 잠시나마 잊게 해 주는 진통제라고 여기면서 자신의 정서적 욕구충족을 위해 결혼을 하는 것이다. 셋째, 이익을 얻기 위해서 결혼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의 사회발전 속도의 가속화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사람들이 직업과 생활을 통해서 얻는 스트레스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다 풍요롭고 안정적이고 편리한 삶을 추구하면서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 승용차, 아파트, 영주권, 거액의 통장 등을 필요로 한다. 남녀 모두 이런 필요들을 조속히 해결하고 싶은 심리적 이유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조건만 맞으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번개 결혼을 선택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남녀가 오랫동안 사귄 후에 결혼을 결정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장거리 ‘마라톤식 결혼’이라고 표현한다. 젊은이들은 번개식 결혼이 좋다고 생각하고, 나이든 어른들은 그래도 역시 마라톤식 결혼이 좋다고 생각한다. 번개식 결혼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마라톤식 결혼에 대해 비판하면서, 오랜 기간 알았다고 서로를 다 이해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번개 결혼은 맹목적으로 결혼을 빨리 서두른 것이 아니라 기회가 왔을 때 잡은 것이며, 적합한 상대를 만났는데 놓치게 되면 다시는 결혼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번개 결혼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번개는 순간적으로 눈부신 빛일 뿐이며 그 빛이 지나간 후에는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오고 긴장과 천둥을 동반하는 데, 번개 결혼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사회학자 하오마이서우(郝麦收) 교수는 “결혼의 가장 기본 조건은 사랑이며 사랑이 있어야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할 힘이 있는 데, 번개 결혼은 가장 중요한 사랑이 빠져 있어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는 어떻게 결혼할 상대를 만나는가? 중국은 우리나라와 같이 친구나 지인의 소개로 만나게 된다. 그 외에도 신문이나 잡지에 ‘구혼 광고(征婚启事)’를 내거나 부모가 직접 공원에 나가서 구혼 광고를 펼쳐 놓고 자녀의 배필을 찾아 주기도 한다. 주말에 베이징의 중산(中山)공원，톈탄(天坛)공원, 롱탄(龙潭)공원, 상하이의 런민(人民)공원에 가면 어르신들이 공원에 마련된 상친각(相亲角: 소개팅 코너)에 떼를 지어 모여 있다. 이들은 자녀의 신상정보를 종이에 빼곡히 적어서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벽면에 붙이거나 혹은 오고 가는 길목에 펼쳐 놓고 있다. 거기에 자녀의 나이와 신체사항, 직업과 연봉, 가족관계, 보유주택 평수, 대출 유무, 성격, 호적(戶口), 이상형 등의 정보가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어떤 사람은 자녀의 프로필이 적힌 팻말을 목에 걸고 배우자감을 직접 찾아다기도 한다. 우리는 그 이색적인 모습을 보고 재미있다고 웃고 넘어가지만 그들에게는 자녀의 일생이 걸린 문제로 자못 진지하다. 이제 이것은 일종의 중국 맞선 문화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결혼만 빨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혼도 빨리하는데, 이것을 ‘번개 이혼(闪离)’이라고 한다. 번개 이혼은 중국어로 ‘산리(闪离, shǎnlí)’이며, ‘번개식 이혼(闪电式离婚)’의 약자이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이혼하는 것을 말한다. 갓 결혼한 부부 중의 일부는 짧게는 1개월, 길게는 1년 정도의 결혼생활을 하다가 이혼을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이혼하는 가장 큰 이유가 탈선, 가정 폭력, 빈곤 등이 아니라 ‘사소한 일’이 이혼 사유의 1위를 차지했다. 34.21%가 사소한 일 때문에 이혼했다고 답했다. 음식을 만들거나 설거지를 누가 하는지에 대한 문제, 식료품이나 생활용품 구입에 대한 의견 대립, 쓰레기를 버리는 문제 등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 때문에 이혼하는 날까지 서로 극렬하게 싸운다. 다시 말하면 이혼의 주요 원인은 젊은 부부들에게 인내와 양보, 관용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바링허우는 정부의 ‘하나만 낳기 정책(计划生育)’ 때문에 독생자녀로 자란 사람들로 이들의 이혼율은 비교적 높다. 그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조부모나 부모의 지나친 사랑과 과잉보호를 받았고, 원하는 모든 것을 받으며 자랐기에 성격이 이기적이고, 참고 양보하는 것과 관용이 부족한 사람으로 성장했다. 그래서 결혼생활에서도 부부가 모두 관용과 인내, 양보가 부족하기에 갈등을 이겨내지 못하고 쉽게 이혼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바이두(百度)의 자료에 의하면 이혼 커플 중에 부부 모두 독생자녀인 경우 이혼율이 90%에 달했다. 란저우(兰州) 이공대학(理工大学)의 양(杨) 선생의 말에 의하면 독생자녀들은 형제자매가 없기에 결혼생활을 참고할 모델이 없다고 한다. 아이들은 16세 이전에 마땅히 정서적 안정과 타인과의 교제 형성, 건전한 사회성에 대한 사전 이해가 있어야 하는 데, 중국은 조기 정서교육이 아직 대중화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서 갓 결혼한 젊은이들은 가정생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관계 형성의 어려움 등으로 혼란을 겪다가 쉽게 이혼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 과도기에 가정과 결혼 분야에서 정서적 위기에 처한 중국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젊은 남녀들 사이에서 번개 결혼과 번개 이혼이 유행처럼 번지게 되자 언론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산둥성의 지난(济南)신문은 ‘요즘 자주 보이는 번개 결혼과 번개 이혼이 하나의 유행이 되고 있다’라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에 의하면 지난시의 최근 몇 년 간 통계를 보면 결혼한 지 1년 이내에 이혼하는 비율이 전체 이혼자의 17%-18%에 이른다. 심지어 중국의 한 신문의 만평에는 ‘젊은 남녀가 만난 지 4일 만에 동거하고, 10일에 혼인등기, 50일에 결혼식, 결혼 후 5일 만에 이혼’이라는 풍자만화까지 등장했다. 최근 중국의 번개 결혼과 번개 이혼은 성(性)문화 개방이나 결혼생활 불만으로 인한 이혼과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결혼 경시’ 그 자체라고 지적한다. 중국 혼인가정연구회의 한 연구원은 “중국의 번개 결혼은 애정(爱情)을 배제한 결혼으로써 애정의 기반이 결핍된 결혼생활로 이어지게 되고 부부간 약간의 갈등이라도 겪게 되면 아무런 고민 없이 빠르게 이혼을 선택하는 최근의 결혼 경시 풍조”라고 비판했다.

현재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다. 중국은 번개 이혼 외에도 갈수록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혼을 하게 되면 이혼증(离婚证)을 발급해 준다. 이 증명서를 통해서 사람들의 이혼 유무를 판별할 수 있다. 2020년 10월 현재, 국가통계국과 민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결혼율은 6년 연속 하락하고 있는 데 반해 이혼율은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2013년 이후 결혼율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2013년 전국 결혼율은 9.9 %, 2014년 9.6%, 2015년 9%, 2016년 8.3%, 2017년 7.7%, 2018년 7.2%로 점차 감소되었다. 2019년 결혼율은 6.9%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인구 500명 가운데 기혼자 수는 4명에도 못 미치고, 100명 당 기혼자 수도 1명 미만으로 집계됐다. 특히 경제 수준이 높은 대도시 지역일수록 결혼율이 하락하였다. 경제가 가장 발달한 지역인 상하이의 결혼율은 4.4%에 그쳤고, 베이징, 광둥, 톈진 등 기타 대도시도 보편적으로 결혼율이 낮았다. 2020년 상반기 중국 전역에서 결혼등록을 한 숫자는 387만 9천 쌍이며, 전년 동기 대비 22.1%가 감소되었다.

반면 중국 전체 이혼율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중국 민정부(民政部)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혼율은 2003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해서 16년간 연속 상승하고 있다. 국가통계국 자료에 의하면, 2016년 415만 8200쌍이, 2017년 437만 4000쌍이 이혼했다. 2018년에는 약간 감소했지만 380만 1000쌍이 이혼했고, 2019년 431만 쌍이 이혼했는 데 이는 2003년 이혼 건수(130만 건)의 3배이다. 2020년의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역사적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도시의 이혼율은 다른 지역보다 높다. 2009년 베이징의 유배우(有配偶: 배우자가 있는) 이혼율은 22.87%였으나 6년 뒤인 2015년에는 그 3배인 64.04%에 달했다. 유배우 이혼율이란 해당 연도 말 기준 혼인한 부부의 수에서 이혼한 부부의 수를 나눠 산정한 것이다. 2018년 베이징의 이혼율은 48.3%, 2020년 상반기에 57.26%를 기록했다. 사실상 두 쌍이 결혼을 하면 그중 한 쌍이 이혼을 하는 셈이다. 2020년 상반기 이혼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동북삼성으로 지린(吉林)성 71.51%, 헤이룽장(黑龙江)성 67.16%, 랴오닝(辽宁)성 65.83% 순이다. 그 외에 톈진 63.83%, 충칭 50.65%, 상하이 45.54%를 기록했다.

이혼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원인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번개 결혼 때문이다. 번개 결혼은 흔히 ‘짧고, 높고, 빠름(短高快)’ 이 세 가지를 야기시킨다고 말한다. 짧은 시간에 높은 열정을 가지고 결혼했으나 결국 빠른 이혼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는 번개 결혼의 토대가 처음부터 안정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애정없이 조건만 보고 급하게 한 결혼은 가정불화로 이어지기 쉽고, 안정감 있게 오래 지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결혼조건으로 집을 마련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데 주택 가격이 매우 비싸기에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산다. 그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서 결혼 후 20∼30년 동안 ‘집의 노예(房奴)’로 살아야 한다. 이 외에도 계속 확대되는 사회적 격차, 생활비 상승에 따른 부담, 영유아 양육비, 자녀 교육비, 노인 부양비 등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가족 간 갈등이 심해지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또한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실직, 실업이 늘어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이런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갈등이 이혼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셋째, 위장 이혼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주택 보유 현황, 결혼 여부 등에 따라 주택 구매에 제한을 두고 있다. 그 결과 기혼 부부는 집을 여러 채 구매할 수 없고 매매 시에도 세금을 많이 내야만 한다. 결국 부동산 투기와 부의 축적을 위해서 위장 이혼을 하는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난징(南京)의 한 마을에서는 160쌍의 부부가 단체 이혼을 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이들은 이혼 후 새집을 구매하거나 혹은 매매하고 재결합하지만 이혼율 상승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이혼율이 갈수록 상승하자 이혼을 줄이기 위해 중국 정부가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중의 하나가 ‘이혼시험(离婚家庭考试)’ 제도이다. 2018년에 장쑤(江苏)성과 쓰촨(四川)성 등 일부 지역에서 이혼시험제도를 도입하였다. 이혼에 앞서 지방 정부 해당 지역의 인민법원이 출제하는 시험을 봐야 한다. 시험 문제는 빈칸 채우기, 단답형 질문, 진술문 질문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험에는 결혼기념일, 배우자와 자녀들의 생일, 집안일의 분배 현황, 결혼과 가정에 대한 자신의 생각 등 총 15개의 문제가 출제되며 총점은 100점이다. 부부의 시험 점수가 둘 다 60점 이상이면 회복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이혼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부부의 점수가 모두 60점 이하이면 ‘위험 단계’로 판단하여 이혼 절차를 밟을 수 있게 해 준다. 점수가 높더라도 일부 지역에서는 부부간 애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혼이 가능하다. 중국에는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下有对策)”라는 말이 있다. 중국에서 이혼시험제도를 시행하자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에 ‘이혼시험의 예제’와 ‘이혼 가능한 모범 답안’이 등장했다. 중국인들은 당국의 조치에 대해 “현실성 없는 황당한 대책이라 그 효과 역시 미미하다”고 말한다. 그들은 이런 제도를 시행한다고 이혼율이 낮아지지도 않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중국에서 가정사역이 시급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