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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4.20  통권 95호  필자 : 하영욱  |  조회 : 2042   프린트   이메일 
[중국의 미래]
한 자녀 세대들의 직면한 문제

TV와 인터넷 없이 한 주간을 보내는 동안 슬잉지에(史英婕)의 생활은 독서, 멍하니 있거나 거리 거닐기, 전화하기, 잠자기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우울하고 고통스럽다’ 라는 느낌을 호소할 뿐만 아니라 이런 조사를 수행하는 이들을 욕하기까지 했다. 조사 기간이 끝나자마자 슬잉지에는 미친 듯이 TV를 보고 인터넷을 했을 뿐 아니라 새벽 5시까지 인터넷 게임을 하는 등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기도 했다.

상하이 샹동(向東)고등학교 1학년인 슬잉지에는 이번 겨울 방학 동안 상하이 쟈베이취(閘北區)위원회 선전부와 푸단(复旦)대학 신문학과가 공통으로 주최한 ‘청소년 인터넷 안하기/TV 안보기 주간(离网离视周)’ 행사에 참여했다. 슬잉지에를 포함한 상해 각 지역의 초중고생 24명이 3개조로 나뉘어 인터넷 금지, TV시청 금지, 인터넷과 TV모두 금지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일주일이 결코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24명의 초중고생들에게는 ‘인생’의 첫 번째 도전인 듯 했다. TV시청 금지 조에 속한 상하이 샹동고등학교 1학년 후쥔지에(胡駿杰)는  ‘전기등이 없는 생활을 생각 할 수 없는 것처럼, TV가 없는 생활은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푸단대 신문학과 박사지도 교수이자 이번 조사의 지도를 맡은 루이에(陆晔)교수는 24명의 활동 일기를 읽고 주목할 만한 몇 가지 내용을 발견하였다. 전반적으로 아이들의 야외활동과 또래집단의 놀이가 부족하다는 것, 아이들을 위한 공공시설 및 장소도 심각하게 부족하며, 청소년 스스로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조속히 길러져야 한다는 것 등이다.

루이에 교수가 공부할 당시 한 미국인 친구가 중국인과 미국인의 가장 큰 차이 두 가지를 지적했는데, 중국 아이들은 야외운동을 싫어하는 데 비해 미국 아이들은 좋아한다는 것과 중국 가장은 난폭할 정도로 아이들을 훈계하지만 미국 가장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루이에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이 미국인 친구는 직장 관계로 많은 도시를 옮겨 다녀야 했지만, 자녀들은 매번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을 했는데, 그 비결이 바로 ‘농구공을 가지고 농구장에 가면 바로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중국의 도시 아이들은 피아노나 독서, 미술 등 개인적인 실내 활동을 한다. 이는 곧 가장들의 요구라는 것이다.

야외활동이나 또래 놀이 부족 현상은 아이들의 성격 결함을 야기 시켜 아이들에게서 이기적이고 실리를 추구하는 모습 등을 볼 수 있게 했다. 본 실험에 참가한 한 고등학생의 일기에는 ‘인터뷰는 재미있지만, TV에 방영될지 알 수 없고, 만약 TV에 나오지 않는 것이라면 내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또한 루이에 교수는 예전에 조사한 한 연구에서 교육 수준이 높고, 수입이 많은 가정일 수록 아이들이 더 고독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가장이 아이들에 대해 제한하는 것이 많고, 다른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받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가 크며, 뿐만 아니라 집에서 놀다가 집을 더럽힐까 염려하여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실험 기간 동안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대화는 적었던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오락성 대화는 더욱 적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TV를 시청한 경우는 70%가 넘었으나, 시청하는 동안 아이와 대화를 나눈 것은 50%, 시청 후 아이와 토론하는 경우는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적지 않은 가장들이 평소에 아이의 모든 생활을 주관하여 아이들 스스로 즐거움을 찾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한 가장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아이의 모든 활동을 계획하여, 매일 저녁 아이에게 내일은 무엇을 하고 놀아야 할지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루이에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아이들은 단체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는 놀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예전에는 아이들이 함께 책을 읽고 내용을 나눌 수 있었다. 또한 대학생들이 혼자 숙소에 앉아 TV를 보는 것보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기숙사나 식당에서 단체로 축구 시합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며 즐거워하는 것은 상호 작용이 더욱 강렬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자녀 세대 중 많은 아이들이 인터넷을 하거나 채팅을 선호하지 직접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러한 원인은 자원의 결핍과 치열한 경쟁에 있다고 루이에 교수는 계속해서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사회의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은 아이들에게 현실 생활에서의 만족보다 허구의 인터넷 세계에서 만족을 얻게 하는 결과를 낳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자녀 세대의 이러한 문제는 대학생이 되어 연애를 할 때에도 직면하게 되는데, 실연 후 남자 친구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양 자신을 추스리지 못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세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출처| 청년참고(靑年參考)

번역| 현지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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