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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대한 중국인들 시선  
차하경  Email [2014-10-21 19:06:28]   HIT : 664   

얼마 전 중국의 한 원로 교수와 편하게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마침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한창일 때라 자연스럽게 주제가 됐다. 그는 “홍콩 시위대의 요구는 중국에 ‘백기 투항’하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중국은 결코 양보 안 한다”며 목소리 톤을 높였다. 그리고 “영국 식민지 때와 비교하면 홍콩이 지금 얼마나 좋아졌느냐”면서 “옛날에는 경찰들이 곤봉으로 시위대 마구 때렸지만 우리는 안 때린다”고 했다(사실 지난 주말에는 곤봉이 등장했다). 홍콩 시위에 대한 강한 반감을 느낄 수 있었다.

홍콩 시위를 대하는 중국 정부의 입장은 그동안 뚜렷했다. “무엇보다 홍콩의 민주주의 발전을 지지한다. 따라서 홍콩의 보통선거를 인정한다. 하지만 중국의 핵심 국가 이익에 반하는 것은 용납이 안 된다.”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중국 정부는 50년간 한 국가 두 체제라는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선택했다. 홍콩은 중국 영토의 일부지만 2047년까지 외교와 국방을 제외하고는 입법, 행정, 사법에 걸쳐 고도의 자치권을 인정받고 있다.

홍콩기본법 45조는 홍콩의 최고 지도자인 행정장관을 선출할 때 보통선거로 결정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이를 위해 점진적으로 제도를 마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홍콩 시위를 촉발시킨 것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마련한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이었다. 1200명의 후보추천위원회에서 2∼3명의 후보를 낸 다음 주민들이 직접선거를 통해 이들 중 한 명을 선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홍콩 시민들은 중국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행정장관으로 앉히려는 꼼수라고 비난하며 도심 점거 시위에 나섰다. 사실 홍콩 시위 지도부는 이렇게까지 시위가 확산될 것으로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지도부는 ‘센트럴을 점령하라’ 시위 참가자가 5000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경찰에 신고한 시가행진 인원도 1만명이었다. 홍콩 시위의 목표는 당초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였다. 이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호응은 5000명 정도 수준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한때 수십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로 발전한 계기는 최루탄이었다. 경찰의 폭력에 분노한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완전한 보통선거’보다는 ‘렁춘잉 행정장관 사퇴’ 목소리가 더 커졌다. 지도부는 군중의 분노를 하나로 만들어 결과물을 얻어내지 못했다.

많은 중국인들은 홍콩의 보통선거는 중국이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안 줘도 되는 것을 준 것인데 홍콩인들이 선물이 좋다 나쁘다 타박을 하는 데 상당한 불쾌감을 갖고 있다. 도심 점거 시위는 폭력으로 간주한다. 한 중국 학자는 BBC 기고문에서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이 기본”이라며 “제도 시행과 관련해 얼마든지 대화가 가능한 것인데 모든 것을 얻겠다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비난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사회주의 제도 하에서는 협의로서 전 사회의 염원과 요구에 대한 최대공약수를 찾는 것이 인민민주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중국인들을 만나보면 중국의 ‘인민 민주주의’가 서구의 ‘선거 민주주의’보다 우월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선거를 통해 선출되지 않았지만 국가 지도자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낸다. 공산당의 결정도 자신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것이 어린시절부터 받았던 교육의 산물이든 철저한 언론 통제의 결과이든 말이다.

뭔가를 이뤄낼 것 같았던 홍콩의 시위는 서서히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는 느낌이다. 실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성공은 더더욱 아니다. 언젠가 홍콩인들의 민주화 시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쨌든 중국인들의 마음을 먼저 얻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베이징=khmaeng@kmib.co.kr | 맹경환
출처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2818386&code=11171225&sid1=col&sid2=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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