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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4.3 통권 164호     필자 : 박애양 프린트   이메일 
이목지신(移木之信)

 

《史记》〈商君列专〉을 보면 진나라 재상 상앙(商鞅)이 무너진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고 부국강병의 기틀을 세워 천하 통일의 기초를 마련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당시 사회는 불신 풍조가 만연하여 나라의 정책이 백성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개혁 관리였던 상앙은 나라 발전을 위해 사회의 병폐로 자리한 불신의 뿌리를 제거하는 일이 급선무라 판단하고 백성들의 신뢰를 얻을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상앙은 거리에 세운 나무를 옮기는 자에게 상금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그 약속을 지킴으로써 위정자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 백성의 신뢰를 회복하게 된다. 이목지신(移木之信)은 이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최근 새로운 힘의 권력을 중심으로 세계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불가항력의 역학관계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주변국은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안보와 경제가 휘청거리고 자주권이 유실될지도 모르는 백척간두의 위기가 엄습한 지금도 우리 정치 일 번지 국회는 심각한 내홍으로 국가와 국민을 생각할 겨를이 없어 보인다.

  “정치 학살, 자객 공천, 표적 공천, 기 싸움, 밥그릇 싸움, 겨냥, 칼날, 찍어내기, 선거 혈전, 지원사격, 심판론, 정책전쟁…….” 최근 뉴스를 통해 보도된 국회와 관련된 살벌한 표현들이다. 4년 임시직을 얻기 위해, 혹은 연장하기 위해 신의를 저버리고 체면도 염치도 내려놓는 낯익은 얼굴들을 보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4년 전, 시장과 거리를 오가며 만나는 사람마다 손을 잡고 등을 쓰다듬으면서 결연한 얼굴로 약속했던 후보자들의 그 많은 공약은 지난 4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정치인 자신도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한다고 한 샤를르 드 골 (Charles De Gaulle) 전 프랑스 대통령의 말처럼 당선 되면 자신이 약속한 공약이 무엇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정치인이 많아 公约은 ‘空约’이라는 등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일 것이다. 무책임한 공약이 난무하는 정치에 신물을 느끼며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선택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며 선거권 포기를 선언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정치가 혐오스러울수록 우리에게 주어진 선거권을 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기권’ 역시 일종의 선택이다. 그 선택에도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우리가 올바른 인재를 선출할 기회를 포기해서 능력이나 자질이 부족한 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면 그것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 또한 우리가 선택하지 않을 권리를 행사함으로 선택된 그들의 당선에 우리는 무한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논어》〈안연〉편에 이런 말이 나온다. 子贡问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爱矣.” 子贡曰, “必有得已而去, 於斯三者何先?” 曰, “去兵.” 子贡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何先?” 曰, “去食. 自古皆有死, 民无信不立.” 정리하면 “정치란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추는 것, 그리고 백성이 나라를 믿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다 얻지 못할 때 경제와 군사를 버리더라도 백성의 신뢰는 지켜야 하는데 그 이유는 백성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는 까닭이다.” 이 말은 정치계 대선배인 공자가 정치에 뜻을 둔 후배들에게 정치의 본질을 일깨워주는 진심 어린 충고라 할 수 있다.

4월은 총선이 있는 달이다. 이제 20대 총선을 통해 새로운 일꾼이 선출되면 그들은 우리를 대표해서 의정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필요한 일들을 할 것이고 부족한 일들을 개선할 것이며 불필요한 일들을 바꾸는 일꾼으로서의 4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쉽지 않은 길을 걷게 될 그들의 노고에 무한 감사를 표한다.

다만 당시 진나라가 신뢰회복을 통해 무너진 국가 기강을 바로잡고 부국강병을 성공으로 이루어낼 수 있었던 것처럼 이번 20대 국회에 입성하게 되는 민의의 대표자들이 ‘이목지신’의 의미를 가벼이 여기지 말기를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 사진출처 | 바이두

박애양 | 중문학 박사
 

필자 : 박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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