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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3.1 통권 163호     필자 : 박애양 프린트   이메일 
광일미구(旷日弥久)


旷日弥久는 《战国策》에 나오는 말로 “하는 일도 없이 오랫동안 쓸데없이 세월만 보낸다.”는 의미이다. 전국(战国) 시대 秦․楚․魏․韩․赵․齐․燕 등 7雄이 서로 패권을 다투던 시기, 연나라의 공격을 받은 조나라가 제나라에 3개 지역 성읍에 대한 할양을 조건으로 제나라 명장 전단(田单)을 파견받아 연나라를 물리치려고 하였다. 이에 조나라 장수 조사(赵奢)가 강하게 항의했다. “조나라에 사람이 없어 제나라 장군을 영입하는가, 내게 맡겨준다면 당장 적을 격파하겠다. 제나라와 연나라가 비록 적국이기는 해도 전단이 조나라를 위해 힘껏 싸우지 않을 것이다. 강한 조나라는 제나라가 패자가 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단은 조나라의 군권을 장악한 채 광일미구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조나라는 시간만 소모하며 전력에 큰 손해를 입고 말았다. 중국어에서는 “旷日弥久(kuàng rì mí jiǔ)”혹은 “旷日持久(kuàng rì chí jiǔ)”라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를 둘러싼 주변국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북한의 핵 개발로 동아시아 정세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대한민국 선대 정부가 以德服人(덕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는) 정신으로 북한을 양지로 이끌어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나 불행히도 의도했던 방향으로의 결실을 얻지 못했다. 북한은 결국 핵 개발 계획을 실행했고 탑재 기기의 소형화를 꾀하면서 위협하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아시아와 전 세계가 예측 불가능한 이 거대 위협에 대응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은 북한 정권의 핵 실험을 제재하는 각종 성명을 발표하고 결의문을 채택하면서 지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는 한국은 이에 대한 발언권도, 주도권도 모두 포기한 것일까? 오랜 우방국이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라거나 새로운 경제 파트너가 선심을 써 주길 기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이미 이들에게 군사와 경제 성읍이 할양된 지 오래다. 그러나 우리 손엔 여전히 안보가 없다. 북한의 핵실험 감행으로 실낱같이 붙어있던 개성공단 숨길마저 끊어져 이제는 서로를 마주하며 험한 말을 쏟아내는 정신의 소모전만 계속되는 형국이다.

“국가가 만들어지는데 필요한 것은?” “국토와 국민과 주권입니다.” 영화 <동주>의 한 장면에서 들었던 말이 오래도록 울림으로 남았다. 그때, 우리에겐 ‘주권’이 없었다. 그래서 시도, 젊음도, 그리고 그 땅에 살던 사람들도 모두 짓밟혔다. 지금, 누구도 그때와 데자뷔 된 내일을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근현대를 거치면서 힘들이지 않아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픈 과거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기억의 방을 공유하게 된 우리는 자주국방에 대한 절실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는 힘을 자력으로 갖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자주국방’이라는 단어가 마치 ‘死语’처럼 현실에서는 잘 듣지도 말하지도 않는 단어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소위 자주국방이란 “적의 침략으로부터 스스로의 힘으로 나라를 지킨다.”는 의미이다.

물론 그 방법론적인 접근은 우리 안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고 한목소리를 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세계의 평화를 해치지 않으면서 우리의 자주권도 지킬 수 있는 현실이면서 지혜로운 방법을 찾아내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는 미국도 중국도 유엔도 아닌,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우리가 지켜야 한다. 그래야 더 이상 강자의 처마 밑에서 제한된 자유에 만족하며 광일미구하는 어리석은 국민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다.



박애양 | 중문학 박사


 

필자 : 박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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