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이면 호랑이도 만들어낸다 三 석 삼, 人 사람 인, 成 이룰 성, 虎 호랑이 호
성경에 의하면 세상은 창조주의 말씀(logos)으로 창조되었다. 언어는 태초의 시기부터 인간의 의사소통에 필수 불가결한 도구였고, 추상적인 논리와 사고를 발달시키는 데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언어는 이처럼 긍정적인 일면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삶에서 언론의 횡포, 언어의 폭력 등 언어로 인한 상처들을 흔히 발견할 수 있고 또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三人成虎”, “세 사람이면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라는 고사성어는 언어의 부정적인 일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 戰國策 . 魏 惠王 ]의 기록에 따르면 戰國時代 魏나라에 龐恭(龐葱이라는 판본도 있음)이라는 사람이 太子와 함께 인접국가인 趙나라의 수도 邯鄲으로 인질로 가게 되었다. 이때 龐恭은 魏王과 이런 대화를 나눈다.
방공 : “지금 한 사람이 시내에 호랑이가 있다고 하면 왕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
위왕 : “믿지 않겠다.(不信)”
방공 : “두 사람이 시내에 호랑이가 있다고 하면 왕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
위왕 : “과인은 그 사실을 의심하겠노라.(疑之)”
방공 : “세 사람이 시내에 호랑이가 있다고 하면 왕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
위왕 : “과인은 그 말을 믿겠다.(信之)”
방공 : “저 시내에 호랑이가 없는 것이 분명한데, 세 사람이 이야기하여 호랑이를 만들어 내습니다. 지금 邯鄲은 大梁과 떨어져 있는데다 시내에서도 거리가 먼 데, 신을 비난하는 자들은 세 사람이 넘을 겁니다. 원컨대 왕께서는 이 사실을 살피시옵소서.”
여기에 등장하는 魏王은 바로 [ 孟子 . 梁惠王 ]에 나오는 梁惠王을 가리킨다. 魏나라가 安邑에서 大梁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梁으로 명칭이 바뀌었기 때문에 梁惠王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고사는 [ 韓非子 . 內儲說 ]에도 기록되어 있는데, 거기에서는 魏王은 세 번 다 “믿지 않겠다(不信)”고 대답한 것으로 되어 있다. 반면 위에서 본 것과 같이 [ 戰國策 ]에서는 말하는 사람 수에 따라 “믿지 않겠다-의심하겠다-믿겠다”라고 기술하여 魏王의 내면심리의 변화까지도 표현에 담아내고 있다.
무수히 떠도는 수많은 언어들 속에서 진실은 표류하고 상처받는 이들은 늘어만 간다. 분명 진실은 존재할 것이고 누군가는 그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진실은 한 사람의 양심에서부터 지켜지는 것이리라. 진실이 뒤바뀐 끔찍한 사회를 경계하기 위해 그 옛날 “三人成虎” 고사를 한 번쯤 상기해 봄이 어떨까.
박성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중국어문선교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