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7.3  통권 239호     필자 : 강진구
[중국 사회와 문화 이야기]
중국 전통 무술인들의 수난

가짜 무술인 처벌에 나선 중국 정부
지난해 2월, 중국 국가체육총국(国家体育总局) 무술운동관리센터(武术运动管理中心)와 중국무술협회(中國武術協會)는 중국 전통무술의 후계자임을 자칭하면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는 가짜 무술 대가들 색출에 나섰다. 태극권(太極拳)이나 영춘권(詠春拳)과 같은 중국의 전통 무술은 중국 문화를 세계에 알린 장본인으로서 중국인의 민족적 자랑인 동시에 세계로 수출되는 중국의 문화상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돈과 명예를 건 격투기가 인기를 끌고 누가 과연 최고 강자인가를 겨뤄서 상대방을 굴복시켜야 한다는 유아적인 생각이 중국인들 사이에 퍼지면서 가짜 무술 대가들이 양산되기 시작했다. 

짝퉁 무술인들은 자신이 전통 무예의 후계자임을 자청하거나 전통 무술에 자신의 독특한 기술을 접목하여 신흥 계파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들은 자신이 수련의 최정상에 위치했다는 의미에서 마스터에 해당하는 ‘대사(大師)’로도 불린다. 흥미로운 점은 무협 영화에서 막 나온 것 같은 그럴듯한 자세를 취하면서 내공(內工)을 강조하고 기(氣)와 도(道)를 언급하며 사상적 체계를 갖춘 심신 수련법임을 강조한다는 데 있다. 얼핏 보기에는 정통 무술로 이해되기 쉬우며 그렇기 때문에 진짜 중국 무술인들이 오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정신수련에 머물지 않고 실제 싸움에서도 효과를 발휘하는 실전의 능력이 있음을 언급하면서 심지어 장풍(掌風)을 보여주는 사이비 고수들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무술계의 속성을 아는 사람들은 이것이 서로 짜고 하는 일임을 눈치채고 있지만, 일반 사람들로서는 무협지의 내용이 실현된다고 믿고 역사는 물론 현실과도 거리가 먼 중국 무술에 대한 무비판적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유튜브와 같은 SNS를 통해 격투 장면(실제로 보면 동네 싸움 같은 수준)이 생중계되기 시작하면서 돈과 인기를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다는 생각은 가짜 무술 대가들이 판치는 세상을 만들었다. 중국 전통 무술의 대를 잇고 수련하는 참된 무술인의 경우 이러한 세속적인 싸움에 뛰어들지도 않고 관심도 없으니 가짜가 세상을 어지럽히는 일이 계속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국민을 현혹하는 가짜 무술대가들을 도저히 내버려둘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민에게 허황된 사상을 주입하고 돈과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며 중국 문화를 오염시키는 사기꾼들을 강하게 처벌하기로 나선 것이다. 

쉬샤우둥(徐晓冬)의 도발(挑發)
2017년 중국 관영 CCTV의 인기 프로그램 <진짜 고수를 찾아서>에 출연한 뇌공태극권(雷公太極拳)의 창시자이자 자칭 태극권계의 고수인 웨이레이(魏雷)는 방송에서 주먹 한 방으로 수박 속을 곪게 하고, 손바닥의 비둘기가 날지 못하게 하는 신기한 기공을 선보였다. 그는 자신의 권법이 바람과 번개처럼 빠르면서 산처럼 고요하다고 소개하며 새가 막 날려고 할 때 힘을 감지해 새가 못날게 하는 것임을 말했다. 그러나 그의 진기한 기공 무술의 위력은 그 해를 넘기지 못했다. 중국의 전통 무술은 실전 능력이 전무한 사기라고 대놓고 도발하는 쉬샤오둥이 나타난 것이다. 쉬샤오둥은 종합격투기(綜合格鬪技, MMA; Mixed Martial Arts) 선수 출신으로, 현재 MMA 체육관을 운영하며 인터넷 방송 진행자로도 활동 중인 인물이다.


2017년 4월 27일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의 한 체육관에 벌어진 쉬샤오둥과 웨이레이의 대결은 사기에 가까운 중국 전통무술가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사건의 시작이었다. 지금도 유튜브에서 돌아다니는 당시 영상을 보면 쉬샤오둥은 잠시 거리를 조절하며 기회를 노리다가 순식간에 웨이레이에게 주먹세례를 베풀고 경기를 끝내버렸다. 심판의 중단선언이 아니었다면 웨이레이는 이마에 피를 흘리는 수준을 넘어 온몸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웨이레이가 바닥에 드러눕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4초에 불과했다.

쉬샤오둥은 웨이레이를 이긴 뒤 ‘인상(人像)’이란 프로그램에서 왕즈안(王志安)과 인터뷰 도중 이렇게 말했다. “무림풍(武林风)과 곤륜결(崑崙诀) 같은 전통 무술을 표방하는 격투 리그 경기의 30%는 조작입니다. 외국 선수를 돈 주고 사 와서 그냥 중국 선수가 이기는 것으로 하는 경기도 있습니다. 무림풍이 민족의 영웅으로 포장해 만든 이룽(一龍) 역시 소림사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이며, 이런 조작 경기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웨이레이는 경기 뒤에 이어진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이 넘어진 것은 바닥이 미끄럽기 때문이었고, 자신이 내공기술을 썼다면 쉬샤오둥은 며칠 후 죽었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자신이 감옥에 가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졌다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자신이 현존하는 최고의 태극권의 권사임을 밝힌 고수의 변명 동영상은 쉬샤오둥의 경기보다 더 많은 화제를 낳기도 했다.

쉬샤오둥이 사기 무술인들을 수난에 빠트리는 ‘도장깨기’ 식의 대결은 계속되었다. 2017년 6월 26일, 상하이(上海)에서 혼원형의태극문(浑元形意太极门)의 장문인 마바오궈(马保国)와 대결이 예정되었지만 경찰의 제지로 무산되고 말았다. 마바오궈 측이 패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미리 경찰에 신고했다는 후일담이 널리 돌았다. 영춘권의 딩하오(丁浩)는 6번이나 다운당하는 수모를 겪었고, 쿵푸 고수 톈예(田野)는 2라운드 시작 후 30초 만에 코뼈가 부러져 TKO 패하고 말았다. 영춘권과 점혈법 심지어 군대 격투술까지 모두 마스터했다는 뤼강(吕刚) 또한 경기 시작 47초 만에 코뼈가 부러지면서 의사의 판단으로 경기가 종료되었고 뤼강은 병원으로 실려 가고 말았다. 

쉬샤오둥이 비록 사기성 높은 무술가들이긴 하지만 전통 무술가들을 제압한 사건은 전통무술을 세계 최강으로 믿었던 중국인들을 충격에 몰아넣었고, 중국 정부는 2018년 11월부터 무술수련자들의 무허가 대결을 금지하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이쯤 되면 중국인들은 사기 무술인들의 허구성을 비판할 것도 같지만 분위기는 오히려 쉬샤오둥을 비판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격투기와 같은 서양에서 들어온 무술이 중국 전통 무술을 모욕했고 진짜 전통무술가들은 결코 질 수 없다는 이상한 논리가 중국인들 사이에 퍼졌던 것이다. 중국 전통 무술이 신비주의와 민족주의 바탕 위에 널리 퍼져왔음을 기억나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무협 영화 속에서 나오지 못하는 중국인
황비홍(黃飛鴻)이나 곽원갑(霍元甲) 그리고 엽문(葉問) 등 오늘날 중국 무술영화의 주인공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중국 역사에 실존했었다. 그들은 청나라 말기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서구세력과 일본 제국주의와 싸웠고 중국의 민족주의 사상을 전통 무술을 통해 보여주었다. 

그러나 중국 무협 영화가 판타지의 성격을 띠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와호장룡(臥虎藏龍)》(2000)에서 대나무 숲 사이를 날아다니고, 《킬빌2(Kill Bill: Vol. 2)》(2004)에서 다섯 손가락으로 심장 주변의 혈자리를 눌러 심장이 터지게 만드는 ‘오지심장파열술(五指心臟破裂術)’이 등장한 것은 물론 《쿵푸팬더(Kung Fu Panda》(2008)를 3편이나 만들고 최근에는 마블의 슈퍼히어로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Shang-Chi and the Legend of the Ten Rings》(2021)에도 중국 무술이 깊이 차용된 것은 그것을 합리적인 액션이 아닌 신비스러운 동양의 마술과도 같이 바라보는 시각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사기 무술의 현실을 지켜보면서도 중국 전통 무술이 갖고 있는 신비주의 전략을 거부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무술에 있어서 신비주의는 서구의 제국주의를 이기는 힘으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중국 무술을 애국주의 혹은 민족주의와 동일시하는 행태는 앞으로도 중국 전통 무술을 통해 사기 행각을 일삼는 대사들이 번성하도록 만드는 원천이 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최강의 힘을 얻는 데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심지어 전통 무술로도 최강자가 되려 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민족주의를 앞세워 그것을 정당화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중국 무술인이 사랑하는 태극권은 부드럽고 유연한 몸짓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그 사상은 ‘유능제강(柔能制剛)’, 즉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 78장에서 가져왔다. 
  
중국을 포함한 그 어느 나라도 힘센 자가 되기 위해 경쟁하고 싸우는 일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영원한 승자는 없으며 강자는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계속 싸울 수밖에 없는 비극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결코 자존심을 내세우고 허세를 부리는 힘겨루기에 말려들어서는 안 될 일이다. 

“여호와는 말의 힘이 세다 하여 기뻐하지 아니하시며 사람의 다리가 억세다 하여 기뻐하지 아니하시고 여호와는 자기를 경외하는 자들과 그의 인자하심을 바라는 자들을 기뻐하시는도다”(시 147:10-11)







사진 | 바이두
사진설명 |쉬샤오둥(오른쪽)과 웨이레이(왼쪽)
강진구 | 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과 교수,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