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6.2  통권 214호     필자 : 나은혜
[나은혜 선교문학]
단편소설 《회귀(回歸)》(2)
(2)

오혜영 선교사는 무슨 사고라도 났으면 이건 큰일이다 하는 생각이 순간 머릿속으로 스치고 지나갔다. 평소 지영이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안쓰러웠었는데 말이다. 어찌됐거나 지금은 빨리 지영이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집안 어디를 뒤져도 아이가 보이지를 않았다. 화장실도 다시 한 번 들여다 보았다. 무거운 커튼을 들추고 그 안에 숨었는가도 확인해 보았다. 하지만 지영이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를 않았다. 

그렇게 지영이를 찾던 오선교사는 문득 지영이의 방을 통해서 나갈 수 있게 되어 있는 베란다가 생각이 났다. 하지만 이 컴컴한 밤에 아이가 베란다에 나가 있을리는 만무했다. 불도 꺼져 있는 겨울의 베란다는 컴컴하기도 했지만, 추울 것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여름이라면 몰라도 겨울에 그런 추운 베란다에 누구라도 나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더욱이 4층 베란다에는 유리문이 없어서 한데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집안 어디를 뒤져도 지영이를 발견하지 못한 오 선교사는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지영아!” 하고 부르면서 베란다로 나가는 문을 열었다. 조용하였다. 그런데 이상한 예감이 든 오 선교사는 “지영아!” 하고 딸에 대한 걱정과 안타까움이 간절하게 묻어나는 목소리로 다시 불렀다. 그 순간 숨을 죽이며 조그맣게 우는  흐느낌이 들려왔다. 지영이었다. 

지영이는 베란다의 차가운 벽쪽에 등을 바짝 붙인 채 울고 있었다. 지영이는 내성적인 아이였다. 지영이는 큰 소리도 내지 않고 아주 조용하게 흐느껴 울고 있었다. 오 선교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충격을 느끼며 딸에게 달려들어 와락 끌어 안았다. 

“지영아, 이게 웬일이니? 왜그래? 무슨 일이 있었니? 오빠하고 싸우기라도 한 거야?” 오 선교사는 연속적으로 질문을 퍼부으며, 딸아이의 손목을 마치 다시는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꼭 잡고 방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오 선교사는 우선 따뜻한 녹차를 한 잔 가져다가 지영이에게 주었다. 추운 데 있다가 들어온 지영이에게 우선 따뜻한 차를 마시게 해서 안정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침착하게 행동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오 선교사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지영이가 왜 저렇게 행동하였을까 하는 걱정이 불안한 마음을 가져다 주었다. 한참이 지나자 지영이의 울음소리가 잦아 들었다. 오 선교사는 지영이의 등을 쓸어 주었다. 오 선교사는 "지영아! 무슨 일인지 엄마에게 말해 줄래?"라고 최대한 다정한 어투로 딸에게 물었다. 

지영이가 엄마 오 선교사의 다정하게 묻는 질문에 안심이 된 듯이 조그만 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엄마! 난 여기가 너무 싫어. 그렇지만 혼자 한국으로 갈 수도 없잖아. 그러니까 차라리 죽으려고 그랬어.” 여기까지 말하고 지영이는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베란다에서 아래로 떨어져 죽으려고 했는데, 떨어지면 피부가 깨지고 아플 거 같아서 무서웠어. 그래서 추운 베란다에 밤새 서 있으면 그냥 얼어 죽을 거라고 생각했어. 오 선교사는 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 가슴에서 쿵쾅 거리는 소리가 마구 들리는 것 같았다. 

오 선교사는 머릿속이 하얘지며 이거 큰일 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아이가 이 지경까지 오게 두었을까 자책도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이 다 선교지에 잘 적응하고, 또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깨달았다. 아…, 이제 어떻게 하지….





사진 | pixabay
나은혜 | 장로회신학대학교 선교문학 석사, 미국 그레이스신학교 선교학 박사,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지구촌 은혜 나눔의 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