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서는 자선법의 제정 의도와 목적 가운데 ‘–빈곤감소를 비롯한- 민생개선에 있어 국가/정부 부담의 사회적 분담’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중국 외부 후원자 그룹과 NGO들과의 연계 차단 (중국의 자체적 공익자선 역량의 조성)’의 측면에서 자선법 제정에 내포된 의도를 고찰해보고자 한다.
중국 외부 후원자 그룹과 NGO와의 연계 차단(중국의 자체적 공익자선 역량의 조성)
자선법의 제4조와 15조는 매우 모호한 규정을 담고 있다. 4조와 15조는 공통적으로 ‘자선조직은 국가안전과 사회공공이익에 위해를 가하는 일에 관련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또 15조에는 ‘위법적이고 사회공덕을 위배하는 기부/후원은 받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추가되어 있다. 이와 같은 모호한 규정은 자선조직의 활동에 대한 당국의 자의적인 판단과 처분을 가능케 해주는 것인데, 물론 일차적으로는 자선조직을 포함한 사회조직들의 성장과 더 나아가 중국 공민사회의 확장이 국가-당정에 대한 위협요인이 되지 못하도록 규율하고 관리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겠지만, 그와 동시에 중국의 로컬 자선조직이 중국 내외의 해외NGO들과 연계되는 것을 차단하고 서구 시민사회의 기부와 후원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목적도 함께 고려되었다고 예상해볼 수 있다.
중국 내 해외기반의 NGO들과 중국 로컬NGO들 간의 네트워크와 연대, 특별히 중국 로컬NGO들에 대한 해외NGO들의 영향력과 자금지원, 그리고 서구 시민사회로부터의 기부/후원을 차단 혹은 적어도 감소시키고자 하는 전략적 의도는 자선법과 비슷한 시점에 통과된 해외비정부조직관리법에 잘 드러나 있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십년 동안 중국의 로컬 사회조직들은 두 배가 넘는 양적성장을 이룬 바 있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해외(즉 서구 시민사회)로부터의, 그리고 중국 내 grey area/zone에서 활동하는 해외기반 NGO들로부터의 재정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해외비정부조직관리법으로 중국 내 해외기반 NGO들의 입지, 운신과 활동의 폭, 재정상황 등은 크게 위축되게 되었고 더 나아가 이전처럼 중국 로컬 NGO들에 대한 자금지원이나 영향력 행사도 근본적으로 어려워지게 되었다. 또한 과거 국가외환관리국이 공포했던 통지 역시 사회조직들의 해외로부터의 자금수취에 대한 통제와 감독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이와 같이 자선법의 조항 그리고 여타 유관법제의 내용들은 결국 중국 내 독자적이고 자체적인 공익자선 역량을 구축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외, 특히 서구 시민사회의 개인 기부자, 후원집단, 공익재단 등으로부터의 지원과 영향력 행사를 점차 배제하고, 중국 공민사회의 기부/후원문화를 활성화시켜 중국 외부세력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중국 자선조직 생태계와 공익자선부문의 역량을 키워나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실 중국의 국가자존심과도 관련이 있다. 경제규모(수출과 수입) 세계 2위의, 그리고 대량의 중산층 이상의 개인과 가구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 자신들의 빈곤문제 해소 등에 있어 여전히 서구 시민사회의 기부와 후원을 받고 있다는 상황 말이다.
사진 | 바이두
김성민 | 동서대 국제관계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