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4.3  통권 188호     필자 : 변성래
[책 속의 중국]
《로컬 차이나》: 급변하는 중국 시장, 현지 기업에서 답을 찾다
김도인 지음/ 미래의창

 

1910년 독일의 기상학자 알프레트 베게너(Alfred Wegener)는 찢어진 세계지도를 겹쳐 보자 남아메리카 대륙의 동쪽 해안선과 아프리카 대륙의 서쪽 해안선이 거의 하나로 맞물리는 것을 발견한다. ‘대륙이동설’이라는 이론이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지구과학 상식 중의 하나이지만, 그 당시에는 황당한 이야기였다. 어디 알프레트 베게너 뿐인가, 앞서가는 지식인들은 이단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인식의 변환’이다. ‘인식 체계의 대전환’이라고도 표현한다. 현시대에 들어서는 토머스 쿤(Thomas S. Kuhn, 1922-1996)의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로 이어진다. 패러다임 시프트는 중국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유용하다.
 

현재 중국 소비시장과 마케팅 전문가 그룹 시노스퀘어(SinoSquare)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 김도인은 한국의코리안 타임과 중국의 만만디(慢慢地)이야기로 시작한다. 현재 한국의 청소년들은 코리안 타임의 뜻을 알고 있을까? 들어보기나 했을까? 마찬가지로 중국의 만만디도 과거 속 이야기라는 것이다.
 

경제학자 장하준은 ‘문화는 변화한다’고 했다. 경제의 발전 정도에 따라 그 변화의 폭 역시 넓어지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비록 한창 잘 나가던 때에 비해 성장 속도가 둔화되었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중국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1,000원 어치씩만 팔아도 자그마치 1조 3,000억 원?
인구 13억 7천만 명의 중국인들에게 1,000원 짜리 물건 하나씩만 팔아도 초대박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나도 했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국토가 넓은 나라는 아니지만(중국은 러시아, 캐나다, 미국에 이어 세계 4위다) 지형, 지질, 기후의 다채로움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구상의 온갖 기후가 중국 전역에 걸쳐 존재한다. 지형은 저지대부터 8,000미터 급에 이르는 다양성을 보인다.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중국의 ‘오색토’이다.
 

독특한 기후와 지질, 지형으로 인해 각각 황색, 청색, 백색, 적색, 흑색을 띠는 다섯 종류의 이질적인 토양이 한 나라 안에 모두 존재하는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지구과학적인 특징은 당연히 지역마다 서로의 색이 뚜렷하게 다른 문화, 풍속, 습관의 토대로 작용한다. 지역별로 소비시장을 형성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중국 전역에 비즈니스를 파급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설명해준다. 아주 극소수의 브랜드만이 중국 전체시장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중국 소비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는(혹은 활약했던) 많은 기업과 브랜드의 사례를 들려준다. 상당 부분이 중국 로컬 기업들의 케이스에 맞추어져 있다. 그래서 책 제목도 로컬 차이나(Local China)다. 책은 크게 네 가지 틀로 구성된다. 첫째, 중국 소비시장에 대한 현황. 둘째, 혁신적인 아이디어 이야기. 기술적 혁신만이 혁신의 전부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 무엇이 세상을 바꿀 만큼 혁신적이라 한들 그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최종적으로 소비자라는 것이다. 셋째, 소통이 가치를 창출한다고 한다. 올바른 소통 없이 소비자와 공감은 불가능하다는 점에 공감한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소비시장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터넷’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확실한 점 한 가지는, 중국은 쉴 틈 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가 한국 경제에는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까? 기존 성장 공식에 얽매인 채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패러다임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중국 소비시장이라는 새로운 성장의 토대가 될 먹거리는 설령 그것이 아무리 커진다고 한들 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그룹 맥켄지는 현재의 한국 경제를 느린 자전거를 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입맛에 맞는 먹거리만을 찾다가는 쓰러진다.”
 

왕홍의 탄생
중국의 인터넷 방송 산업은 매우 빠른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에서 인터넷 방송을 통해 유명인이 된 이들이 등장했다. 이른바 왕홍(網紅, 인터넷 유명인사 정도로 해석되는 왕루오홍건[網絡紅人]의 줄임말)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수십만 명 이상의 팔로워(follower, 구독자)를 거느리며 중국 소비시장 안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존재로 부상하게 된다.
 

중국에서 왕홍이 중심이 된 산업의 연간 규모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 브랜드도 왕홍의 영향력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선 왕홍 경제라는 표현이 생겨날 만큼 이들로 인해 중국 소비시장이 출렁거리고 있으며, 왕홍을 전문적으로 육성하거나 유명 왕홍을 지원하는 기획사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한동안 국내에서도 ‘파워 블로거’가 소비시장을 주도한 적이 있었지만, 안 좋은 일이 많이 발생하면서 포털 사이트의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자 ‘파워 블로거’ 자체를 없애기도 했다. 물론 중국의 왕홍과 한국의 파워 블로거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중국 소비자들은 이제 SNS상에서 지인이기도 한 판매자의 일상이나 뉴스를 개인적으로 전달받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자 할 때에는 판매자와 직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 의사를 결정한다. TV에서나 볼 수 있는 유명 인사가 아닌, 그 출발이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기에 손대면 닿을 듯한 왕홍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브랜드를 인식한다. 이를 통해 그토록 중요시하는 개인적인 관계, 즉 관시를 자신과 판매자 사이에 형성하며 중국 소비자들은 기꺼이 소비하는 것이다.

 





변성래 | 중국을 알고 싶은 의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