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2  통권 186호     필자 : 박애양
[신조어로 보는 중국 사회]
雄安新区(슝안 신도시)

일찍이 개혁개방의 시험 지구로 발탁된 작은 어촌 선전(深圳)은 1980년, 경제특구라는 날개를 달고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 중국 최대의 IT산업 전진기지이자 인구 2천만 명이 넘는 대도시로 성장하였다. 선전경제특구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중국 정부는 1992년 상하이 푸동신구(浦东新区)를 시작으로 2017년 4월 발표된 슝안신구(雄安新区)까지 19개 국가급 신구를 설치하였다.
 

신구(新区)는 말 그대로 새롭게 개발된 지역이라는 뜻인데 규모에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신도시’라는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 그동안 설치된 신구 가운데 슝안신구는 선전경제특구와 상하이푸동신구에 버금가는 메가도시로 건설될 계획이란다. 선전경제특구와 상하이푸동신구가 주강(珠江) 삼각지대와 장장(长江) 삼각지대의 경제 발전을 제고시켰다는 학습적 경험이 슝안신구 개발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2017년 중국 신조어에 ‘슝안신구(雄安新区)’가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존도시가 계속해서 발전을 거듭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인구 집중화, 교통 체증, 실업률 증가, 환경 파괴 등 도시화로 인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중국에서는 이를 ‘대도시병’으로 규정하고 대도시병을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
 

현재 ‘천년대계’로 일컬어지며 대규모로 진행 중인 슝안신구 프로젝트는 베이징(北京)과 텐진(天津)을 삼각형으로 잇는 허베이(河北)지역의 안신현(安新县), 롱청(容城), 슝현(雄县) 이 세 개의 작은 도시를 슝안신구라는 이름으로 묶어 개발하여 베이징이나 텐진과 같은 메가도시의 부담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수도 베이징에 잠재된 비수도적 기능이 인구 유입과 교통 혼잡을 야기한다는 판단 아래 도매시장이나 교육기관, 의료기관 등 비수도적 기능을 하는 기관을 인근 신도시에 옮겨 수도 베이징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인 의미와 기능을 회복시키는 동시에 대도시 프리미엄을 인근 신도시에 부여함으로써 도시 기능을 분산하고 도시 규모를 안정되게 확대하려는 전방위적 국가 발전 프로젝트이다.

 


 

중국 정부의 슝안신구 설계는 2013년 시진핑 주석의 ‘징진지(京津冀: 베이징, 텐진, 허베이) 협동 발전’ 발언에서 이미 그 윤곽이 드러났다. 슝안신구는 대도시와 근접성이 좋고, 철도와 도로, 항공 등 교통 인프라 확충의 편리성과 지역 자체가 보유한 지리•환경적 우세로 수도 베이징이 도시 기능을 회복하고 부수적 기능은 주변지역으로 분산시키는 데 가장 적합한 장소로 선택되었다.
 

중국 국무원을 통과한 슝안신구의 9가지 내용 가운데 다음 두 가지가 가장 혁신적인 특징을 보인다. 우선 ‘근무증(工作证)’제도의 도입이다. 그동안 중국인들은 ‘호구제(户口)’로 인해 구직활동에 제약이 많았는데 근무증제도가 도입되면 슝안신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사람 누구나 호구제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새로운 시도는 슝안신구 안에서는 주택 분양이 금지되고 대신 근무증이 있는 거주자들이 임대주택을 신청할 경우 임대주택을 저렴한 값에 제공하기로 했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러한 조치는 근무자의 거주 안정화를 가져와 근무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얼마 후 도시 건설을 천년대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설계한 슝안신구를 보면서 어쩌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사진 | 바이두
박애양 | 중문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