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중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시. 중국 공안이 한국선교사 가정집 30여 곳을 순차적으로 급습, 32명을 체포해 조사한 뒤 추방하고, 이후에도 다른 지역의 선교사와 그 가족에 대한 강제 출국이 이어졌다. 지난해 4월 발생한 중국 안 북한 식당 종업원의 집단 탈북 등 끊이지 않는 탈북 행렬에 대한 북한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인지, 선교사들의 탈북민사역을 못마땅하게 여겨온 중국 정부의 몽니인지,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계획에 따른 중국 정부의 보복조치인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중국 정부측의 의도와 향후 전개 방향 등을 놓고 이런 저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 정부는 선교사들이 ‘체류목적 외 활동으로 적발·퇴거 조치했으며, 2013년 7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중화인민공화국 출입국 관리법(中华人民共和国入境管理法)’을 적용했다고 한국 외교부가 지난 1월 26일 국내 언론에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공안 당국은 지난 13일 옌지 지역에서 활동하던 한국인선교사 32명에 대해 ‘체류목적 외 활동’을 이유로 10일 안 출국 명령을 통보했다”면서 “이에 주선양(沈阳)총영사관은 13일 출국 명령을 받은 선교사한테서 신변정리를 위한 출국 연기 지원을 요청받았다”고 했다. 중국 당국과 협의에 따라 1개월 동안 (이들의) 출국이 연기될 수 있도록 조치해 23일까지 ‘체류연장결정’이 내려졌다고 한국 외교부는 덧붙였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 2월 10일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와 20여개 선교단체 대표들을 불러 2017년 상반기 선교단체 안전간담회를 가졌다. 한동만 재외동포영사 대사는 이날 불법 선교행위로 인해 해당 국가 정부로부터 추방 또는 입국 금지 등의 처분을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현지법 준수와 현지 관습 존중, 단기선교인력에 대한 현지 법령관련 사전교육 등을 당부했다. 선교사 추방 사건 이후에도 창춘(长春)에서 국내 조직폭력배 범서방파에게 도박 사이트 해킹프로그램을 공급해온 김책공업대학 출신의 북한 해커 12명이 지난 1월 11일 집단 탈북을 시도했지만 이틀 만에 모두 붙잡혔다. MBC의 1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조직폭력배한테서 탈북 사실을 신고 받은 중국 공안이 검문·검색을 강화하자 탈북 해커들은 창춘시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해커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았던 북한 보위부 요원도 탈북을 함께 주도했지만 체포됐다. 지난 2월 11일에는 옌지시 한 호텔에서 투숙 중이던 한국계 미국인목사 등 4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9일 체포된 기독교인들은 미국 국적의 박원철 목사, 중국 국적의 김모 전도사, 손모 전도사, 한국 국적의 김모씨”라며 “모두 남성으로 선교 목적으로 활동하던 이들”이라고 전했다. 박 목사는 한국을 통해 중국에 입국했다가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옌지공항으로 출발하기 직전인 9일 오전 10시 30분쯤 호텔에 들이닥친 공안한테 출입국 관련규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현재 이들 가운데 한국 국적의 김모 선교사는 행정구류가 연장됐으나 3명은 지난 20일 벌금을 내고 풀려났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 외에도 중국 안 한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들어온 선교사와 목회자들에 대한 입국 거부, 비자 연장 불허와 체포, 추방(강제 출국) 조치 등이 2012년 이래 중국 전역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계획에 따른 중국 정부의 보복으로만 보기에는 이 사안을 너무 단순화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따라서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신 냉전 기류와 시진핑(习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 체제 아래 종교정책 변화라는 큰 틀에서 분석하면 이번 사안을 보다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일련의 사안을 분석할 때 중국의 정교관계와 시진핑 시대의 종교정책을 살펴보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종교는 정부의 정치 권위를 인정하고 정부의 영도와 정부의 정책을 받아들인다는 전제아래 정부의 승인을 받을 수 있고 정부와 협력할 수 있다. 정부는 종교조직에 대해 행정관리를 시행한다. 종교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제한을 받는다. 이는 중국인 특유의 사유 방식과 함께 중국 지도부가 갖고 있는 아픔의 과거 역사 경험과 인식,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입각한 종교관 때문이다. 중국인의 뇌리 속에는 과거 서양선교사들이 아편상들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 무관심한 대신 선교의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아편전쟁이라는 있을 수 없는 부정한 수단에 동조했다는 생각이 강하다. 중국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선교사들이 영국군의 작전까지 도왔다는 시각이다. 특히 1840년 아편전쟁 발발 이후 체결된 조약들 가운데 난징(南京)조약 외에는 기독교 집회와 선교의 자유가 주요 항목으로 포함됐다는 걸 주목해야 한다. 시진핑 시대의 종교정책 기조는 앞선 리더십과 동일하게 당•국가(党•国家)와 종교조직의 통제 체제를 통해 교회에 합법의 지위를 부여하는 대신 당•국가에 지배받는 교회를 더욱 선호할 수밖에 없다. 당•국가는 더 이상 극좌의 수단으로 종교를 말살하지 않는 대신 종교신앙자유정책을 통해 전국의 안정과 단결을 유지해나가는데 초점이 맞춰있다. 당•국가 시스템에서는 종교영역에 대한 관리와 지배를 포기하고 완전히 자유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종교는 중국의 장래를 평화적으로 변혁하는데 쉽게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독교의 중국화(基督教中国化)’는 시진핑 체제 아래에서 종교정책의 정수이다. 기독교의 중국화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중국’이 중심이 된 중국화이다. 즉 중국의 특색을 담아낸 중국화를 꿈꿔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는 중국의 현행 사회체계, 법치관리, 지역 관리구조, 조직의 형식 등에 적극 적응해야 한다. 교회의 중국사회 적응은 사회건설, 사회구조에 대한 적응을 포함한다. 교회는 사회라는 체계 속에 있는 하부구조이다. 교회 시스템은 중국사회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중국기독교는 중국문화 색깔을 더 많이 나타내 보이고 중국사상과 문화를 통해 표현해야 한다. 중국기독교 안에 중국문화를 녹여내라는 주문이다. 종교사무조례의 수정도 주목해야 한다. 현재의 종교사무조례는 2004년 11월 30일 국무원 제426호령으로 반포된 뒤 2005년 3월 1일부터 시행돼왔다. 이는 1994년 1월 31일에 공표된 국무원 제145호령, 즉 10조항으로 이뤄진 ‘종교활동장소 관리조례’를 대체한 것이다. 왕쭤안(王作安) 국가종교사무국 국장은 지난 1월 9∼10일 베이징에서 열린 2017년 전국종교국장회의에서 종교사무조례 수정안이 곧 공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종교사무조례가 겨누고 있는 것은 국가안전과 종교업무의 법치화, 사회주의에 조응하는 종교이다. 이는 기독교의 중국화 추진과 더불어 중국교회에는 도전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 중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체제 밖 가정교회’를 철저하게 박멸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한 증거로 2011월 9월 국가종교사무국이 개최한 ‘기독교계 애국인사’ 훈련반에서 국가종교사무국, 공안부, 민정부가 연명해 하달한 비밀문건을 꼽을 수 있다. 이 문건에 따르면 3단계를 걸쳐 가정교회를 근절하겠다는 계획이 드러나 있다. 1단계인 2012년 1월부터 6월까지는 전국 각지의 가정교회에 대해 낱낱이 파악해 처리 방안을 준비한 뒤 2단계로 2∼3년 동안 앞서 검토된 가정교회에 대해 집중적으로 정리하고 3단계로 10년에 걸쳐 가정교회를 완전히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눈 여겨 볼 것은 지난해 4월 전국종교공작회의 이후 중국 정부가 기독교사설집회처(가정교회)에 대해 제시한 4가지 방안이다. 첫째, 정부 관리와 기독교양회의 지도를 공히 받기를 원하는 교회는 등기를 해줄 수 있다. 둘째, 정부 관리는 받아들이기를 원하지만 기독교양회의 지도를 받기를 원하지 않는 교회는 임시등록을 해줄 수 있다. 셋째, 정부 관리와 기독교양회의 지도를 공히 받기를 원하지 않는 교회는 모임을 전환시켜나가야 한다. 넷째, 해외교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정부 관리와 기독교양회의 지도를 받기를 원하지 않는 교회는 척결해야 한다. 세계 개신교는 올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했다. 왜 기독교가 개혁되어야만 했는지 한국교회는 되짚어봐야 한다. 아울러 한국교회의 중국선교 방향도 ‘리셋’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결국 중국기독교는 중국의, 중국에 의한, 중국을 위한 모습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주님의 가르침은 중국 문화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부분이 적지 않다. 문화혼합주의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중국사회를 견인해나갈 수 있는 성숙한 종교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양, 신학에 있어 탁월해야 한다. 믿지 않는 사회 일원조차도 기독교인들을 존경하고 꼭 지역사회에 있어야 하는 존재라고 느끼게 된다면 어떤 탄압과 제약이 온다고 해도 교회는 중국사회와 더불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월 10일부터 광동(广东)성 선전(深圳)공항 등을 시작으로 올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중국 전역의 공항과 항구 등에 있는 모든 출입국 시설에서 14∼70세 외국인을 대상으로 지문을 채취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외교관 여권을 갖고 있거나 이에 상응하는 우대 혜택을 받는 외국인은 지문 채취가 면제된다. ‘중화인민공화국 출입국 관리법’을 근거로 시행되는 이번 조치는 중국 안에서 활동 중인 선교사들을 결코 정조준한 것은 아니지만 신분 세탁을 통한 불법 입국 등을 막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도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인치(人治)가 아닌 법치(法治)국가로 전환을 시도할 때마다 자국 안 외국인의 활동을 ‘유리알’처럼 들여다볼 수 있는 효과까지 거두게 될 것이다. 변화무쌍한 중국 안 선교 상황 속에서 추방된 선교사들은 한국교회와 더불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람의 끝이 하나님의 시작이다.”라는 말이 있다. 현실에 대한 바른 안목과 시대정신,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 중국 기독인들이 개인, 세상, 교회를 바로 알 뿐 아니라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도록 내부자·외부자 시각과 손길을 벗어나 하나님의 관점에서 도울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과거엔 비록 신학지식이 부족하더라고 말씀을 진정 사모하고 기도에 힘쓰면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대 상황과 사회의 요구가 바뀌었다. 국가의 종교에 대한 기대도 한층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중국교회도 국가와 민족, 사회가 진정 필요한 인재를 성경의 세계관으로 양성해야 할 책임을 갖게 됐다. 교회 안에만 머물 때 사회와는 멀어지고 선한 영향력을 흘려 내보내지 못해 결국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 선교사는 한국교회와 함께 삶을 통한 소통과 공감, 감동과 울림을 선교지에 전해줘야 할 책임이 있다. 중국 공안부가 극비리에 구축해온 시스템 ‘다칭바오(大情报)’의 실체가 드러난 적이 있다. 중화권 매체 보쉰(博讯) 닷컴에 따르면 다칭바오 구축예산만 1조 위안(한화 약 178조원)을 투입됐다. 휴대전화, 인터넷, 감시카메라, 해외중국인 등을 통해 정보 수집과 촘촘한 감시가 이뤄지고 있다. 요주의 인물의 얼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놓고 도시 곳곳의 감시카메라로 안면 자동인식을 하는가 하면 중국을 거쳐 가는 모든 국내외 전송데이터를 검색하고 분석한다. 유학생과 화교를 통해서도 외국 정부의 주요 정보를 수집하고 요주의 인사들의 해외 휴대전화와 인터넷 계정을 추적한다. 중국에서 다양한 분야의 법제화는 더욱 강화될 것이며 선교사에 대한 추방, 입국 거부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추방된 선교사와 그 가족들에 대해 부모와 같은 전방위 돌봄을, 추방된 선교사와 그 가족들은 현실이 아무리 암울하다 해도 하나님께 헌신한 첫사랑의 순간을 잊지 말고 또 다른 부르심에 대해 순종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하나님을 믿으면서부터 기독인은 언제든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감정과 예감으로 대처 방안을 세우지 말고 다양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철저히 분석한 뒤, 위기 종결과 사후 관리까지 고려하는 전방위 위기관리 대책이 요청된다. 기존의 선교사들은 중국 기독인들이 끊임없이 개혁하는 ‘에클레시아’가 될 수 있도록, 추방된 선교사들은 낙담하지 말고 새로운 사역기반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변함없는 사랑과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아울러 한국교회는 중국선교, 선교중국을 위한 집단 지성을 만들어 사람과 소프트웨어, 정보 사이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필요한 변화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중국선교, 선교중국을 위한 집단 지성은 장단기 관점에서 개인의 문제를 뛰어넘어 지역 사회, 국가, 국제 문제를 처리하는 데도 유용해야 한다. 지식의 복잡성과 상호 의존성을 처리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 기독인은 말과 행동에 있어 항상 올바름을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백투지저스.’ 그리고 일상 속에서 예수님처럼 자기부인의 삶을 생활화해야 한다. 중국기독교가 중국사회에서 주류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정치•사회, 역사의 관점에서 고려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계각층에서 활동하게 될 중국 기독인들을 주님의 제자로 키워서 나라와 민족, 사회와 가정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한국교회와 중국교회가 ‘백투지저스’ 정신으로 무장하고 우리의 열정과 헌신으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만심에서 벗어난다면, 선교의 주체이신 하나님께 그 주권을 맡기고 우리의 소임만 잘 감당한다면 시대의 소명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왕빈 | 중국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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