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레미1.jpg) 단기선교 무용론보다는 단기선교 낙관론에 서다 내 인생의 첫 번째 단기선교‘여행’은 2004년 1월로 기억되었어야 했다. 처음 계획대로라면 말이다. 2주 단기선교여행으로 가고자 팀 훈련에 참여하고 있던 중 우리 팀이 가려던 선교지의 선교사님이 때마침 한국을 방문하셨다. 그때 그 선교사님이 2주 단기선교 '여행'을 가려던 내게 1년 단기선교를 도전하지만 않으셨어도 지금 내 인생은 크게 달라져 있을런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무런 경험 없이 가게 된 키르기스스탄 오쉬에서 16개월 동안 단기선교사로 살았던 것이 내게는 첫 선교의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11년이 지난 2015년에 14박 15일, 첫 번째 단기선교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20여 명의 대규모 인원이 중국을 동서횡단해서 육로로 키르기스스탄에 들어가는 대장정, 처음부터 만만치 않은 여정을 만나게 됐다.
이 중국 횡단의 여정이 더욱 특별한 것은 단순히 한 번의 선교여행으로 끝나지 않고 ‘엠큐브(Mcube)’라는 이름의 선교동원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2004년과 2015년의 단기선교여행이 내 삶에 끼친 영향은 어마어마했다. 2004년 5월 키르기스스탄 오쉬에서는 토요일 심방 길에 선교사로 서원했고, 긴 방황 끝에 2015년 4월 다시 신학교로 부르심을 받은 뒤 중국을 횡단하며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생생히 목도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나에게 있어 “단기선교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명제는 너무도 당연한,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일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단기선교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효과 있는 전략을 재수립하는 일은 필요하겠지만 나는 단기선교 무용론보다는 단기선교 낙관론에 서는 편을 택하겠다.
한국은 너무 좁다. 떠나라, 열방으로. 그렇지만 꼭 모든 사람이, 단기선교를 더 많이 가야만 한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이 글에서는 나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단기선교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다만 독자들이 이 글을 읽고 올 여름 단기선교여행에 동참하고픈 마음이 든다면 그래서 열방을 향한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한 사람이라도 더 느낄 수 있게 된다면, 글 쓰는 보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백지계획표에 사인하라 철저한 선교 무(無)관심자이었던 나는 2002년 선교한국 대회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면서 내 인생 처음으로 ‘선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다. 숙소부원으로 선교한국 참가자들의 불편한 잠자리를 살펴주며 마음속에 한 가지 의문이 생긴 것이다.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기뻐하는 거지?’ 그래도 그 선교한국 대회에서 내가 선교사로 서원했다거나 선교 관심자로 회심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단지 딱 30분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영상중계 강의를 통해 '인생의 백지계획표에 사인하라'는 한 외국인 목사님의 도전에 수긍하여 내 나름대로 세웠던 인생의 계획표를 찢어버린 것뿐이었다. 그리고 1년 반쯤의 시간이 지나 단기선교사가 되어 키르기스스탄 언어를 배우고 있는 나를 발견했던 것이다(하나님은 정확한 분이시다). 그렇게 그곳에 살면서 키르기스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되었고 내 삶의 전부를 바쳐도 좋겠다 싶을 만큼의 결단도 생겼다. 하나님의 선교 사역에 나를 동참케 해주신다는 것이 엄청난 축복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단은 오래가지 못했다. 선교의 소명을 잊어버린 나는 10여 년의 시간이 흘러서야 익숙한 삶의 자리를 박차고 떠날 결심을 했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책을 만들어 꿈에도 그리던 키르기스스탄으로 돌아가서 6개월 동안 머물며 동화책을 선물하고 돌아왔는데, 다시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방황하던 나를 주님은 신학교로 부르셨고 그 즈음 만나게 된 것이 지난해 중국을 횡단해 키르기스스탄까지 들어갔던 서북영공단 팀이었다.
중국을 횡단한다? 그것도 20명이? 우리의 여정은 시작부터 말이 안 되는 면이 많았다. 믿음의 눈으로 보지 않는다면 무모하고 위험할 수도 있는 그런 여정이었지만 우리는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살아계신 하나님이 선교의 현장에서 어떻게 역사하시는지를. 한국에서 출발해 처음 3일은 침대칸 기차가 우리의 숙소였기 때문에 무더운 여름 날씨에 제대로 씻지 못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지하교회, 신학교를 찾아갈 때는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007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중국의 한 도시에서는 공원에서 기도할 때 경찰이 찾아오기도 했고 중국에서 키르기스스탄 국경을 육로로 넘어가며 고산병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이런 고생담(?)들은 이제 더 이상 기억에 많이 남아있지 않아서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떠올리고 있는 것일 뿐,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의 여정 가운데 만나게 하신 영혼들이다. 기차 안에서 하나님을 찬양할 때 관심을 보이던 얼굴들,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영접했던 사람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일임을 경험할 수 있는 것, 단기선교에서 그보다 더 큰 감격이 있을까? 더구나 말이 잘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다르고, 잠시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인연으로 끝날 수도 있었을 텐데, 아니 아예 평생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일 수도 있었을 텐데, 하나님의 계획하심으로 그들을 만나고 복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가슴이 뛰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단기선교가 엠큐브(Mcube)를 낳다 이렇게 가슴 뛰는 경험을 함께했던 우리들은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엠큐브(Mcube)’라는 이름으로 계속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엠큐브는 Mission(선교), Mobilization(동원), Movement(운동)의 영문의 앞 글자를 딴 M의 3제곱을 뜻한다. 3제곱이 큐브인 것에 착안해 이름을 그렇게 지은 것인데, 더 중요한 의미는 요한계시록 21장의 거룩한 성 예루살렘이 정육면체의 모양(큐브)을 띠고 있다는 것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왕으로 이 땅에 다시 오실 그날을 예비하기 위하여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디든지 선교동원운동을 일으키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일들을 처음 중국-키르기스 단기선교여행을 계획할 때만해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엠큐브에 대한 소개를 조금 더 드리자면, 우리는 주 1회 기도모임, 월 1회 정기모임 뿐 아니라 ‘가스펠 샤우터즈(The Gospel Shouters)’라는 내부 조직(?)을 통해 매월 첫째 주일 오후 거리찬양 전도를 하고 있는데 때때로 선교지에서의 감동 그대로 중국 조선족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방문해 중국어 찬양과 전도지를 나누기도 한다. 한국을 방문하는 선교사님들과 선교사자녀들을 섬기기 위해 만들어진 ‘1004 Club(천사클럽)’도 있다. 선교사님들에게 커피숍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선물하는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하려고 계좌를 열었는데 앞으로 많은 기금이 조성되면 선교사자녀 장학금 마련까지 하고 싶은 꿈이 있다. 가스펠 샤우터즈, 1004 club 모두 청년 중심인 엠큐브 구성원들이 자원해서 생겨난 사역들인데 단기선교에서 받았던 감격과 은혜를 잊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지난달 엠큐브 정기모임에서는 관심별로 이슬람, 북한, FTT(Finishing The Task) 3개의 영역으로 조를 나누었고 앞으로 하나님께서 이루실 일들을 기대하며 기도하며 한 걸음씩 내딛으려 한다. 신기한 것은 하나님께서 계속해서 선교 자원자들을 우리 모임에 보내주고 계시다는 것이다. 물론 올 여름에도 우리는 단기선교를 떠날 것이다. 어디로 인도하실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에도 하나님께서 놀라운 일을 행하실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는 것이다(엠큐브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문의는 kyrgyz25@naver.com).
선교는 삶이고 삶은 여행이고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모든 여행은 선교다 마지막으로 올해 2월 일주일 동안 방문했던 중국 Y성에서의 여정을 나누고자 한다. 먼저 ‘단기선교여행을 갔던 것인지?’라고 질문을 받는다면 대답 대신 이렇게 설명하고 싶다. 평소 '선교는 삶', '삶은 여행'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Y성에 다녀온 이후로 '선교는 삶이고 삶은 여행이고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모든 여행은 선교다'라는 한 문장으로 완성이 되었다고 말이다. 지난해 신학교 입시를 준비하면서 입시생 생활에 지칠 때마다 기도했던 것이 있었다. “하나님, 시험 끝나면 여행 한 번 가게 해주세요.” 그리고는 그 기도한 사실을 잊어버렸는데 시험이 끝나고 결과를 기다리던 어느 날, 예전에 함께 필리핀의 한인교회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섬겼던 언니가 함께 여행을 가자고 연락이 왔다. 그것도 해외로. 언니는 나의 주머니 사정을 알고 조심스레 항공비를 후원하고 싶다는 말을 건넸고 우리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기도하던 중 중국에서 가장 많은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Y성으로 가기로 뜻을 모으게 됐다. Y성은 관광지로도 각광을 받는 곳이기 때문에 그동안 입시 준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쉬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내심 속으로는 ‘정말 그냥 쉬고 오게만 하실까? 왜 그곳에 가게 하시는 걸까?’란 물음을 갖고 있었다. 그 궁금증은 Y성의 K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풀렸다. 현지 시각으로 새벽 3시가 다 되어 도착했는데 우리를 맞이하러 나오신 선교사님과 다음날 일정을 의논하던 중에 하나님의 계획하심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K지역에서는 딱 하루를 머물 계획이었기에 Y성 소수민족들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어서 민족촌을 방문하고 싶었다고 했더니 선교사님께서 무릎을 탁 치시며 반가워하시는 게 아닌가. 안 그래도 주님께서 한 달에 한 번씩 그곳을 방문해 기도하라는 마음을 주셨는데 지난달에 바빠서 가지 못했었다고 내일 일정을 바꿔서라도 안내를 해주시겠다고 하신 것.
중국어를 못했던 언니와 나는 덕분에 다음날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민족촌을 방문할 수 있었다. 민족촌은 굉장히 넓었는데 우리는 중보기도를 목적으로 갔기 때문에 6시간 동안 26개 민족의 구역을 구석구석 빠짐없이 다 돌았다. 전날 새벽에 도착한 탓에 잠을 2-3시간 밖에 자지 못하고 오랜 시간을 걸으려니 무척 피곤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그곳에서 만난 영혼들이다. 동행한 선교사님은 마음에 품고 있던 미전도종족 지누족의 한 청년과 교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고 말은 안 통했지만 라후족 청년들과 함께 찬양하는 기쁨도 누렸다. 유일하게 교회가 있었던 먀오족 구역에서 가져간 우쿨렐레로 찬양을 하는데 우리에게 다가왔던 청년…. 무언가를 말하는 것 같았던 그 눈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K지역에서의 일정을 시작으로 타 지역으로 이동했는데, 오랜만에 중국식 야간 기차에 탑승하려니 무척 설렜다. 작년에 20명이 중국을 횡단하며 복음을 전하던 그때의 감동이 마치 어제 일처럼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그 야간 기차에서부터 시작해서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하나님께서는 예비 된 영혼들을 쉬지 않고 붙여 주셨고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 말이 잘 통했던 것은 아니다. 함께 간 언니나 나는 중국어를 한 마디도 못했으니까. 정말 많은 중국 젊은이들을 길에서 만났는데 –그중에는 소수민족인 백족 할머니도 계셨다- 놀라운 것은 4일 연속 만나고 교제했던 친구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친구들과 헤어지기 전 마지막 30분 동안 우리는 스마트폰에 미리 설치해간 ‘비전트립’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복음을 제시했고, 둘도 없는 단짝 친구였던 S와 J는 이날 예수님을 영접했다. 다시 야간 기차로 K지역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쁨과 감격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개인적으로 Y성에서 신학교 최종 합격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더욱 특별했다.
Y성에서의 시간, 아직도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지만 이제 이쯤에서 마무리하려 한다. 우리는 Y에 머물던 중 우연히 한 도시의 한인교회 신년사경회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강사로 오셨던 분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언젠가 한 콘퍼런스에서 성찬에 참여할 때의 경험을 나눠주신 것이었는데 분병, 분잔을 모두 마친 집례자가 “아직 성찬에 참여하지 못한 분이 계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한 사람 두 사람,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일어나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네, 여기 있습니다. OO민족이 아직 우리와 함께 성찬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복음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우리와 함께 성찬에 참여해야 할 이들이 아직도 많다 왜 단기선교가 계속되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간단명료하다. 아직 복음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우리와 함께 성찬에 참여해야 할 이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 우리에게는 복음을 들고 땅 끝까지 나아가야 할 책임이 있다. 지금까지의 단기선교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돌파구 모색은 필요하겠지만 계속 나가야만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사실 선교에 동참하는 것은 하나님을 위해서도, 선교지의 영혼들을 위해서도 아닌 우리 자신에게 가장 큰 축복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부르심에 믿음으로 반응하는 것이면 된다. 무엇보다 단기선교가 계속되어야만 하는 이유는, 주님 다시 오실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그 날과 그때는 알 수 없지만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그 길을 예비하는 걸음,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선교의 현장이다. 요한복음 20장 21절의 말씀대로 우리는 계속 보내져야 한다.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 (요한복음 20:21)
도레미 | 신학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