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KBS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이하 태후)’ 열풍이 심상치 않다. 100% 사전 제작을 통해 중국 광전총국의 심의를 통과한 뒤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영되고 있는데 ‘태후’는 방송 전부터 웨이보(微博) 검색 1위에 올랐다. 중국에서 드라마를 상영하려면 6개월 전에 프로그램 방영 계획을 보고하고 3개월 전에 작품 전체 심의를 받아야 한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태후’를 서비스 중인 중국 최대 동영상 플랫폼 사이트 아이치이(爱奇艺)의 누적조회 수는 지난달 3월 16일 오전을 기준으로 7억 뷰를 넘어섰다. 아이치이는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가 엔터테인먼트•콘텐츠 관련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지난달 2월 중순 지분 100%를 인수한 업체다. ‘태후’는 ‘도준민 앓이’를 일으키면서 중국에서 총 37억 뷰를 기록한 2014년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 그대)’를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아이치이가 ‘태후’를 서비스하면서 유료회원 수가 단기간에 50%나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초 아이치이의 유료회원은 1000만 여명. 3월 25일 현재 1500만 명이 넘어섰다. 아이치이에서 ‘태후’를 보려면 VIP회원권을 사야 한다. 1개월 회원권은 19.8위안(약 3544원), 3개월 회원권은 58위안(1만382원)이다. 이밖에 6개월, 12개월+3개월 회원권도 있다. ‘태후’가 두 달 동안 방송되는 걸 고려하고 1개월 회원권을 2개월 치 끊은 이용자가 500만 명이라 가정하면 수입은 약 350억여 원에 달한다. 3개월 회원권으로 계산하면 수입은 더 올라간다. 따라서 ‘태후’를 통한 회원권 수입만 최소 350억 원을 거뜬히 넘어설 거라는 계산이 나온다. 아이치이는 ‘태후’의 매 회를 공개한 첫 주엔 유료로 제공한 뒤 무료로 전환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한 주만 기다렸다가 무료로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팬들은 본방사수를 위해 아이치이 회원가입을 한다. 중국 팬들이 유료로도, 무료로도 보면서 ‘태후’를 반복시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태후’의 판권 판매도 만만치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1편당 중국 25만 달러, 일본 10만 달러에 각각 판매됐다고 한다. ‘태후’가 총 16부작이니 판권 판매수익만 약 67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리메이크 판권, 관련 상품 등이 판매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향후 수익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태후’가 신드롬급 시청률을 보이면서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드라마를 본 뒤 부부싸움 끝에 이혼 신청을 하거나 남자주인공 송중기를 질투해 연인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20대 남성은 여자 친구가 송중기를 좋아한다며 그처럼 사진을 찍어달라고 사진사를 괴롭히다가 경찰에 신고 되기까지 했다. 한 여대생은 ‘태후’ 등 한국 드라마 18편을 몰아보다가 급성 녹내장에 걸려 실명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 공안부는 이례적으로 ‘태후’를 보면 잠재적 안전 위험이 발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SNS를 통해 드라마 시청 부작용을 경고했다. 중국 공안부의 ‘4대악 타격’ 웨이보는 “중국 여성들의 상당수가 ‘송중기 상사병’에 걸렸다”면서 “한국 드라마 시청이 위험할 수도 있고 법률문제를 일으키는 위험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한류라는 말을 처음 쓴 매체는 중국 ‘북경청년보(北京青年报)’다.
한류는 1999년 11월 19일자 북경청년보의 보도, “한국 유행이 밀려오다(韩国的流行拥来)”는 제목의 기사에서 유래했던 당시 한국 드라마와 음악 등이 유행하면서 한국 가수들의 콘서트에 중국 여학생들이 과민하게 반응하자 이를 우려하며 쓴 기사다. 다분히 부정적이고 비아냥조가 깔려있었다. 1992년 8월 24일 한중수교 후 ‘질투’를 시작으로 한국 드라마가 소개된 이유는 당시 중국방송산업이 구조개혁을 통해 채널이 다양화가 되면서 부족한 콘텐츠 수급차원에서 편성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 인기와 더불어 베이징 라디오의 ‘서울뮤직’을 통해 한국 음악이 알려지면서 HOT, 클론 등 그룹이 중국에서 콘서트 붐을 일으켰다. 그동안 중국에서 인기를 얻은 한류 콘텐츠는 정작 한국 제작업체의 수익으로는 제대로 연결되지 못했다. ‘별 그대’의 경우 중국 업체들은 돈방석 위에 앉았지만 한국 제작사는 판권료 계약만 해 그 수익은 한국 업체와 나눠지지 않았다. 반면 ‘태후’ 제작사는 중국 수익에 따른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작사 NEW는 아이치이 누적조회 수 증가에 따라 러닝 개런티 계약을 맺었다. 따라서 ‘태후’는 한중동시방송은 불법유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업계에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한국 콘텐츠의 이미지 변화와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 콘텐츠 기업들은 중국에 콘텐츠를 수출하는 것을 넘어 중국의 투자를 받거나 함께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보다 적극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다. 올해 한국이 주도해서 제작한 한중 합작 드라마만 7편, 영화는 7-8편에 달한다. 한류 콘텐츠 수출의 중심축이 일본에서 이미 중국으로 옮겨왔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류 콘텐츠의 중국 수출액 비중은 36%(대만 포함 시 41%)로 26%인 일본을 크게 앞질렀다. 한류는 유명 PD의 중국행을 재촉했다. ‘이경규의 몰래 카메라’, ‘양심 냉장고’, ‘나는 가수다’ 등을 제작한 김영희 PD를 중심으로 한 ‘김영희 사단’가 대표 사례다. 김영희 사단에는 ‘라디오스타’의 이병혁 PD, ‘느낌표’의 이준규 PD, ‘무한도전’의 김남호 PD, MBC의 신정수, 강궁, 문경태, SBS의 남규홍, SM C&C의 임정규 PD 등이 포함돼 있다. 이밖에 ‘런닝맨’의 장혁재, 조효진 PD와 ‘닥터 이방인’의 진혁 PD, ‘별 그대’의 장태유 PD, ‘파리의 연인’, ‘신사의 품격’의 신우철 PD 등이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과거엔 한국 PD들이 중국에 포맷 수출된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중국인들에게 제작 노하우를 전수했었다면 지금은 한중 합작 프로그램을 연출하거나 자신의 이름을 딴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고 있다.
한류에는 K-pop도 크게 한몫하고 있다. 특히 SNS 등을 통해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일명 ‘칼군무’라 불리는 일사불란한 안무, ‘후크송’이 붙은 쉬운 가사와 멜로디가 중국인의 마음을 광범위하게 사로잡고 있다. K-pop과 더불어 SBS ‘런닝맨’, MBC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 KBS ‘1박2일’ ‘불후의 명곡’,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 ‘비정상회담’, ‘히든싱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등 한국의 예능 콘텐츠가 중국화에 성공하면서 시청률을 선도해나가고 있다. 특히 중국판 런닝맨 ‘달려라 형제’ 시즌2의 경우 중국에서 연일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면서 한중 콘텐츠 교류의 최고 성공 모델로 꼽힌다. 웹드라마 분야도 한류에 편승하고 있다. 국내 최대 드라마 제작사인 김종학프로덕션과 중국 대형 포털사이트 소후닷컴이 합작 제작한 ‘고품격 짝사랑’(정일우, 전세연 주연)은 지난해 12월 14일 소후닷컴을 통해 공개된 뒤 1억 뷰를 달성했다. 한중 합작 웹드라마는 신인배우나 감독들에게도 또 다른 기회를 주면서 ‘한류의 틈새시장’으로 불린다.
한류를 찬찬히 더듬어보면서 생뚱맞을지 모르겠지만 ‘기독교의 한류’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한국교회 입장에서 볼 때 그동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세계선교협의회, 한중국제교류재단, 한중기독교교류협회 등 연합기관을 중심으로 중국 국가종교사무국, 중국기독교삼자애국운동위원회, 중국기독교협회와의 공식교류와 함께 각 성 또는 지역 단위로 실질의 협력 사역을 해왔다. 국가종교사무국, 중국삼자회와 오랜 공식교류 창구로서 박종순 목사의 역할은 상당했다고 평가할만하다. 이밖에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랑의교회, 온누리교회, 광림교회 등 메가처치뿐 아니라 부평제일교회, 상도중앙교회 등 한국교회와 중국교회 사시의 교류도 빈번했다. 이들 교회에서 1년에 몇 차례씩 중국교회의 방문을 공식 광고하는 것을 쉽게 듣고 볼 수 있었다. 중국교회 목회자, 장로, 교사 등 사역자와 성도들이 정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해 한국교회의 다양한 목회 프로그램 등을 체험하고 이를 중국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현지 상황에 맞게 재해석하며 상황화를 시도해 왔다. 실제로 한국교회를 방문하는 중국인 사역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교회의 부흥과 사회의 역할을 부러워하면서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교단과 개교회, 신학대 차원에서 산동(山东)성, 장쑤(江苏)성, 저장(浙江)성 교회 등과 계속해서 교류와 협력을 해 온 것도 사실이다. 웬만한 한국 목회자와 신학자들은 정기적 또는 부정기적으로 연계된 중국교회 또는 신학교에서 가르치거나 집회를 인도해왔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라고 할 정도다. 해외 한인디아스포라도 해외 유수 신학대나 교회, 선교기관 또는 화교들과 연대해서 중국교회의 목회와 신학, 선교분야의 발전을 도왔다. 여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한국교회에서 파송한 선교사들이 다양한 사역을 통해 오늘의 중국교회가 이단들에게 덜 휘둘릴 수 있도록 건강한 자양분을 제공해왔다는 점이다.
2010년대 들어 중국교회 입장에서 한국교회를 향한 ‘기독교의 한류’는 더 간절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뿐 아니라 비자 없이 중국인들이 자유롭게 입국할 수 있는 제주도에서 중국교회를 위한 집중훈련 과정이 빈번하게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중국교회의 절대 필요라 할 수 있는 ‘기독교의 한류’의 만족이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미흡하다는 것이다. 중국교회가 한국교회에 기대하는 바에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교회는 중국인의, 중국인에 의한, 중국인을 위한 목회와 신학, 선교, 가정, 차세대, 문화, 미디어, 출판, 세미나 등 각종 프로그램들의 필요가 절실하다. 하지만 중국교회에 적용할 만한 한국교회의 목회와 신학 프로그램이나 콘텐츠가 매우 부족하다. 한국인에 맞는 프로그램 중 그대로 중국인에 접목할 수 있는 것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게 더 많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최대 인터넷서점인 당당왕(当当网•www.dangdang.com)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기독교서적 종류는 3000여 개. 2004년에 만들어진 징동상청(京东商城•www.jd.com)에서는 기독교서적 관련해서 4000여 종을 검색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안에서 출간된 기독교서적들 중 한국과 연관된 것을 찾는 게 매우 어렵다. 기독교를 비롯해 한국종교 상황을 다룬 책은 종교문화출판사가 2006년에 출간한 ‘한국 신종교의 원류와 변천(韩国新宗教的源流与嬗变)’외에는 눈에 띄지 않는다. 과거엔 정부의 허가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선교사나 중국교회의 필요에 따라 번역돼 사용된 것이 있었다. 예를 들어 고 한경직 목사의 ‘기독교란 무엇인가’ 등 한국 목회자들의 설교집, 강해집, 신학서 등을 들 수 있다. ‘피의 복음’(방지일 목사), ‘전도법’(이만열), ‘성경주석’(유환준), ‘불기둥’(김홍도), ‘하나님의 열심’ ‘믿음의 본질’ ‘요한복음’ 신앙진단’ ‘성화론’(박영선), ‘그리스도와 나’(유소충), ‘어린이 구원 상담’(김건모), ‘조직신학개론’(이종성),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설교’(정창균), ‘주기도문 강해’(조병수), ‘창조의 신비’(김정한), ‘파도를 넘어서 피우는 행복’(송정아) 등 한국 목회자, 신학자와 과학자의 서적들이 중국 기독인의 시각을 넓혀주는 자료로 활용됐다. 조용기 목사의 ‘4차원의 영성(第四度空间)’ ‘성령론(圣灵论)’ 등은 대만교회, 중국교회에서 꾸준히 사랑을 받았다. 여기에 대학생선교회(CCC), 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UBF) 등 선교단체들이 제자훈련교재, 신학서적, 묵상집, 찬양집, 전도지 등을 번역 출판해 현지에서 사용했다. 장기 사역한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오랜 노하우가 배어 있는 훈련교재를 집필해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출판과 번역된 것은 200여 종에도 못 미치는 듯하다.
그나마 최근 들어 중국 출판사가 정식 절차를 거쳐 한국에서 기독교 베스트셀러를 중국어로 펴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처럼 중국, 대만, 한국에서 중국어로 출간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다소 위안이 되지만 수요가 공급을 크게 따라가지 못한다. 조병호 목사의 ‘성경과 5대제국’은 2014년 중국 단결출판사(团结出版社)를 통해 ‘消失的帝国’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김남준 목사의 ‘새벽기도’와 ‘게으름’도 2014년 감숙인민미술출판사(甘肃人民美术出版社)에서 나왔다. 소강석 목사의 ‘스펙을 넘어 스토리를 만들라’는 2015년 ‘超越灿烂的经历’라는 이름으로 출판됐다. 대만에서는 2011년 제자훈련교재인 옥한흠 목사의 ‘평신도를 깨운다’ 중문판이 나온 데 이어 2012년과 2014년 도성출판사(道声出版社)에서 오정현 목사의 ‘순종 기억: 거룩한 결심(顺服: 圣洁的决心)’과 ‘통찰과 예견(洞察: 看得深. 走得远)’이 각각 중국어로 출판됐다. 대만 성광신학원출판사는 2014년 유기성 목사의 ‘영성일기(灵性日记)’와 ‘예수님의 사람(属耶稣的人)’을 펴냈다. 박윤선 목사의 ‘창세기 주석’, 한영태 교수의 ‘웨슬리 조직신학’, 이애실 사모의 ‘어? 성경이 읽어지네!’ 등도 중국어로 속속 출간됐다.
중국기독교를 위한 ‘기독교의 한류’를 일으키기 부족한 상태를 반전시킬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 라는 생각에 이르자 오늘의 중국을 있게 한 정치국의 집단학습이 떠올랐다. 집단학습에는 중국 권력의 핵심인 25명의 정치국 위원, 각 부처 장관 등 약 40여 명이 참석한다. 이 학습은 3가지 중요한 원칙에 따라 진행된다. 첫째, 중대 결정을 하기 전 반드시 관련 지식을 올바로 습득한다. 둘째, 각계각층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청취한다. 셋째 집단토론을 충분히 활용한다. 이 원칙을 ‘기독교의 한류’에 적용한다면 한국교회와 한국기독인들은 먼저 중국과 중국인, 중국기독교의 상황과 직면한 과제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해야만 한다. 아울러 중국전문가와 현장에서 오랫동안 사역했던 선교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정기적, 부정기적인 포럼을 개최하는 한편 중국 각 성과 지역의 필요에 대한 분석과 사회 속에서 중국교회의 건강한 자리매김을 위한 방법론을 중국기독인들과 함께 연구해나가야 한다. 그런 뒤 중국교회에 적합한 목회와 신학, 선교가 이뤄져 나갈 수 있도록 시범지구를 선정하거나 다양한 곳에서 임상실습을 해나가면서 ‘기독교의 한류’를 만들어나가면 어떨까. 물론 ‘기독교의 한류’는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급자인 중국교회와 중국인에 보다 적합해야 될 것이다. 우리 것이 좋으니 비판 없이 받아들이라고 하면 이 또한 폭력이 아닐까. 아무튼 ‘기독교의 한류’를 만들어나가는 데 한국교회의 보다 열린 마음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왕빈 | 중국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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