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JPG) 시진핑 지도부 출범 이래 중국 정치·사회 방면의 볼거리(?) 중, 인민 대중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고 광범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는 아마 ‘반(反)부패투쟁’이 아닐까 한다.
2012년 18차 당대회 폐막 직후의 기자회견에서부터 부패척결에 대한 의지를 보인 바 있는 시진핑의 반부패 관련 발언들 중 몇 가지를 보면 다음과 같다.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부패 문제를 방치하면 결국 망당망국(亡党亡国)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고 반부패투쟁에 나서야 한다.” _제18기 중앙정치국 제1차 집단학습 중에서 “호랑이든 파리든 모두 잡아야 한다. 당의 기율과 법 앞에서는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으며 (부패 문제를) 철저하게 해결해야 한다.” _제18기 중앙기율위원회 2차 전체회의 중에서
“(…) 극약처방으로 본때를 보여준다는 결심과, 뼈를 깎고 팔을 잘라내는 아픔을 이겨내는 용기를 가지고 반부패투쟁에 매진해야 한다.” _제18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3차 전체회의 중에서
여기서 ‘호랑이’란 부패한 고위급 관료(장차관급 이상)를, 그리고 ‘파리’는 하위급 관료를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부패척결을 ‘打虎(호랑이 사냥)’ 와 ‘拍蝇(파리잡기)’로 표현하는데, 호랑이와 파리 그 어느 것도 가리지 않는 무차별/무관용의 원칙 아래 진행된 시진핑 지도부의 고강도 반부패투쟁 이후 수많은 호랑이와 셀 수 없이 많은 파리가 잡혔다. 작년 10월에 개최된 18기 4중전회를 기점으로 반부패투쟁 1단계와 2단계를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약 2년에 걸쳐 실시된 반부패투쟁 1단계의 결과, 약 18만 명의 당정관료(즉, 18만 마리의 호랑이와 파리들)이 처벌되고 숙청되었다. (올 3월에는 네이멍구자치구에서 ‘100번째 호랑이(第一百只老虎)’가 잡히게 되어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99번째 호랑이 사냥 후, ‘그 다음 100번째 호랑이는 과연 누구일까?’ 라는 질문이 중국 내 초미의 관심사였다. 불운하게도 이 기록적인 숫자에 당첨(?)된 화제의 주인공은 전 네이멍구자치구 정치협상회의 부주석으로서, 호텔 인근에서 20대 후반의 내연녀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으로 붙잡혔다.)
전 중앙정법위원회 서기 저우용캉의 경우 단지 부패 문제만이 아닌 복잡다기한 정치적 내막이 있기에 논외로 하고, 부패혐의로 숙청된 대표적인 고위직 인사로 쉬차이허우(徐才厚)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구쥔산(谷俊山) 인민해방군 부부장을 꼽을 수 있는데, 이들의 뇌물수수 및 횡령 규모를 보면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이다.
쉬차이허우의 지하실에 보관 중이던 달러화, 유로화, 위안화 등 현금의 무게만 1톤이었고, 보물 가운데 옥 종류의 무게만 200킬로그램에 달했다고 한다. 압수된 물품들을 운반하기 위해 군용트럭 10대가 동원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쉬차이허우보다 앞서 구속된 구쥔산의 축재규모 역시 이에 못지 않은데, 순금으로 만든 마오쩌동 동상 및 (소형의) 모형범선, 중국 최고급 술인 마오타이주 약 1만 병을 쌓아놓고 살던 그의 축재규모는 약 200억 위안이라 하니 범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한편, 시진핑 지도부의 ‘사냥’ 대상에는 비단 호랑이와 파리만이 아니라 여우도 포함된다. 여우란, 부정축재 후 해외로 도피한 부패 공무원과 경제사범을 일컫는다. 일명 ‘猎狐(여우사냥) 2014’로 알려진 이들에 대한 검거 작전은 작년 7월 말부터 시작되었다. 작년 12월 31일 작전이 종료될 때까지 약 5개월 동안 해외에서 검거한 인원수는 무려 680여 명, 하지만 90년대부터 해외로 도피한 부패 공직자들이 2만 명에 가깝다고 하니 중국 당국이 좀 더 힘을 내야 할 것 같다. 그들이 해외로 빼돌린 자금의 규모 역시 천문학적 수준인데, 어느 금융감시단체의 추산에 따르면 2005년에서 2011년 사이에만 약 2조 8000억 달러 이상이 해외로 유출되었다.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중앙조직부, 국무원 감찰부와 공안부, 그리고 최고인민검찰원을 비롯해 인민은행에 이르기까지 당정 유관 기관들이 총동원된 반부패운동의 향방은 어떠한가.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의 규모와 수준으로, 그리고 언제까지 이루어질 것인가?
시진핑 지도부의 반부패운동과 정책은 시작부터 비교적 분명한 방침을 지니고 있었다. ‘선 처벌, 후 제도화’ 의 방침인데, 우선적으로는 부패사건들에 대한 엄격하고 단호한 처벌을 통해 준엄한 사회분위기를 일단 조성한 후, 개별적인 처벌의 횟수는 점차로 줄이면서 보다 근본적인 해법, 즉 부패방지를 위한 제도마련의 국면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특별히, 작년 10월에 개최된 제18기 4중전회에서 ‘의법치국(依法治国)’을 핵심의제로 제기한 것을 두고 처벌 중심 단계에서 제도화 중심 단계로 전환되는 신호라고 평가하는 분석들이 다수이다.
물론 현재에도 호랑이와 파리 등에 대한 소탕작전은 진행 중이다. 당분간 ‘개별적 처벌’과 ‘제도마련’ 이 두 가지가 동시에 공존하면서 최종적으로는 제도화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된다.
♠ 김성민 | 동서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