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jpg) 산동(山東)성 지난(濟南)시 근교의 한 동네 병원에 근무하는 샤오구이즈(肖桂芝)가 웨이신(微信)을 열고 올라온 소식들을 들여다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요즘 동네 병원에는 환자가 너무 없어요. 환자들은 병의 경중을 떠나서 모두 시내의 큰 병원으로 가거든요.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환자들의 병원에 대한 요구사항도 더 까다로워졌어요. 이러한 요구사항에 대해 환자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해서 자주 마찰을 빚었어요.”
중국 병원의 대부분은 국가가 설립한 공립병원이어서 정부의 전액지원을 받았었다. 그러나 중국 시장의 개방 이후, 공립병원의 정부 지원은 큰 제한을 받았다. 병원은 수입의 90%를 일반 환자들에게 의존하게 되었다. 과잉검사와 치료 그리고 제약회사가 병원의 최대 수입원이 되면서 환자들은 병원을 신뢰하지 않게되었다.
이런 현실에서 많은 의사들이 직업윤리와 가족부양의 책임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그러나 생존에 대한 압박과 정부와 사회에 의해 자신들의 가치가 과소평가 당할 때, 일부 의사들은 의사직을 그만두고 병원을 떠나는 것을 선택한다. 불신이 가져온 많은 번거로움 때문에 동네 병원은 더 이상 함부로 환자들을 받지 않는다.
“의료진과 환자의 긴장된 관계 속에서 환자들은 걸핏하면 병원에 와서 고소를 하고, 손해보상을 요구하곤 해서 우리 병원은 골치 덩어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 위중하고 까다로운 환자는 아예 안 받기로 했어요.”
라고 샤오구이즈가 말했다. 한 언론매체에서 의사 폭행 사건이 일어나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는 보면, 의사들의 뇌물수수 외에도 병원과 의사들은 환자들을 봉으로 생각하고 모두 한 통속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환자들 중에는 병세의 악화를 의사 탓으로 돌릴 뿐 아니라, 의사들이 실력도 없고 도덕적 수양도 부족하다고 질책한다. 의료보장제도가 여전히 미비한 상황에서 환자들이 분노를 표출하고 고통과 불만을 호소할 수 있는 통로가 없는 현실에서는 의사 폭행 사건이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의사들의 근심거리이다. 중국으로 유학 온 왕이(王颐)라는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타이완이나 미국은 법률상 의사들을 보호하고 있고, 이러한 방면의 규정 또한 상세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의사는 훌륭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타이완 의사들의 폭행 사건 뉴스를 거의 접해 보지 못한 것 같아요. 물론 의료제도나 병원의 경영면에서 대륙과 타이완은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타이완에서 태어났으나 미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으며 중국에서 의학 석·박사를 받았다. 그녀는 덧 붙여 말하기를,
“타이완과 미국에서 의사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수입이나 사회적 지위는 꽤 괜찮은 편이지만 의사는 계약직이랍니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이행한 후에는 개인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어요. 의료보장제도의 범위 내에서 의사들은 다른 걱정을 할 필요도 없어요. 의료제도의 가이드라인 안에서 환자만 잘 고치면 되는 거지요. 서로 문화도 달라요. 미국에서는 환자들이 자원해서 새로운 임상실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해요. 예를 들어 미국에서 새로 연구개발한 약품이 중국에서는 아마도 10년을 기다린 후에야 임상실험 끝에 사용하게 될 것 같아요. 이는 중국 체제의 엄격한 제재 때문이지요. 또한 중국의 소극적인 의료 환경 때문에 중국의 부자들은 병을 고치러 미국으로 가고 있어요. 그들은 미국 의사들을 존경하고 아주 신뢰해요.”
“나는 절대 우리 딸에게 의사가 되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2014년 3월 1일 밤, 텐진(天津)의 한 고급 종합병원에 신경내과 전문의인 쑤양(苏洋)이 웨이보에 올린 글이다. 어떤 환자가 병실을 바꿔달라고 요구를 했는데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그 의사는 환자가 퍼붓는 욕설을 고스란히 들어야했다. 의사는 참을 수 없을 만큼의 화가 치밀었다. 그때 그는 이미 열 시간 이상을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경내과는 다른 과에 비해 훨씬 힘든 과예요. 환자들은 대부분이 뇌혈관질병을 앓고 있는 노인들이어서 스트레스가 심하죠. 환자가족들도 병원과 의사를 신뢰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요. 약간의 문제만 있어도 불신이 더해져서 갈등을 빚곤 합니다.” 쑤양은 의사인 자신은 전혀 행복하지 않다고, 일에 비해 성과가 너무 적다고. 게다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시를 받는다고 했다.
1980년에 태어난 쑤양은 고등학교 때 한국 드라마 《의가형제》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어른들은 집안에 의학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를 텐진 난카이대학교(南開大學) 의과대학에 입학시켰다. 본과에서 석사, 박사 그리고 미국 예일대학교까지 열심히 공부했기에 지금 이 자리에서 근무한 지 4년이 되었다. 처음 의학을 공부하면서는 환자들이 하루빨리 완쾌되어 웃는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동료 의사들이 환자들 때문에 마음 고생하는 일들을 자주 보게 되었다. 쑤양은 지난 6월, 《의학저널(醫學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게 되었다. “만약 당신이 과거로 돌아간다면 당신은 여전히 의사의 길을 갈 것 입니까?”라는 설문에 참여했던 937명의 의사 가운데 89.01%의 의료종사자들은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94.56%의 의사들은 본인의 자녀를 의대에 보내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69.26%의 의사들은 의학공부와 의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쑤양 역시 자녀들이 의대에 간다면 반대하겠다고 했다.
의과대학교 신입생 모집부서에서 일하는 반(辦) 선생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의과대학 지원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자기 자식이 고생할까봐 염려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모집과정에서 발견했다. 우한시(武漢市) 통지병원(同濟醫院) 응급실 내과 전문의인 제추이홍(解翠紅)은 “의사라는 직업은 자리가 확실한 만큼 책임도 그 만큼 크다. 그래서 매우 힘든 일이다.”라고 말했다.
의사가 되기를 선택했다면, 평생 희생하고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의 만족스럽지 못한 의료 환경에서는 의사인 부모의 뒤를 이은 2대 의사 가정이 나오지 않은 현상이 그리 이상한 일만도 아닐 것이다. 청두(成都)시 제2인민병원 비뇨기과 부주임 의사 런리밍(任黎明)도 그의 자녀들이 의학 고부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요즘 의사들의 취업이 낙관적이지 않다. 대도시 공립병원의 신규 의사 및 간호사 채용의 문턱이 높아져서 새로 입문한 그들의 월급은 매우 낮다. 다른 직업과 달리, 의사는 수련기간이 길어서 서른두 살 정도나 되어야 전문의를 달고 독자적으로 어느 한 부분을 담당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의료계 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환자와 의사 사이에는 늘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도사리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베이징의 한 대형 공립병원의 쩡캉카이(曾慷慨) 외과전문의는 흥분된 어조로 《의대에 지원하는 아이들에게》라는 글을 남겼다.
“우리 외과에 장년층과 젊은 의사들이 총 40여 명이 있습니다. 그중 명의가 4명이나 있는데 단지 한 명의 의사만이 그 자녀가 뒤를 이어 의학도가 되었습니다. 의학계에 종사한지 20년쯤 된 지금, 저는 내 자식이 남자아이라면 의사가 되지 않기를 원합니다. 딸아이 역시 간호사가 되는 것 더더욱 바라지 않습니다. 만일 우리 자식들이 굳이 의대를 가겠다고 하면 수의사가 되라고 권할 겁니다.”
본인의 50%의 대학교 동창들은 이미 전업을 했다고 한다. 의과대학교에 입학하려는 신입생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은 기정사실이 되어 버렸다. 우한과기대 부서기인 왕용후이(王永輝)는
“본과 졸업 의대생 중에 제약회사나 의료제품회사의 물류유통 계열로 취업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쑤양은 또 나름대로 분석한 결과를 이렇게 말했다.
“집안이 부유한 부모들은 자식들이 고생할까봐 의과대학교에 안 보냅니다. 그리고 형편이 어려운 집은 박사까지 공부시킬 능력이 없어서 못 보냅니다. 요즘 세상에서 돈 벌 수 있는 방법은 정말 많습니다. 굳이 모진 고생을 해가면서 환자들한테 욕먹는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업하는 의사가 점점 많아지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일 것입니다.”
이러한 곤경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상하이사회과학기술원(上海市社科院)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루샤오원(陸曉文)은 한 라디오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하여 ,“이 문제는 환자와 의사간에 소통이 필요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의 의료제도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땅의 의사들이 존경받고 합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中国周刊》2014년 8월 번역 | 차이나 · 본지 번역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