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천국 포스터.bmp) 이 영화는 여성 감독 쉐샤오루(薛曉路)가 10년 동안 자폐아동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체험한 것을 토대로 구성되었다. 진실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에 배우 이연걸(李連杰)은 처음 대본을 읽자마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의 배우 인생 25년 만에 액션이 없는 영화를 찍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쉐샤오루(薛曉路)는 천카이거(陳凱歌)감독이 제작한 영화<투게더> 의 대본을 쓴 적이 있으며, <해양천국>은 자폐아와 부성애를 모티브로 한 처녀작이다. 주요 인물로는 간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아버지 왕신청(王心誠, 李連杰 역), 21세의 자폐아인 다푸(大福, 文章 역), 수족관에서 다푸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는 링링(玲玲, 桂綸美 역)이 등장한다. 이 영화의 주제곡인??說了再見??은 저우졔룬(周杰倫)이 직접 작곡한 노래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이연걸은 2004년에 22만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몰디브 쓰나미가 있던 당시 호텔에 투숙했는데, 딸과 함께 바다로 나갔다가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구사일생으로 딸을 구했다. 이 사건을 겪은 이후 그는 돈과 명예보다 한 인간의 생명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깊이 깨닫고, 자연재해 희생자들을 돕기 위한 재단을 설립하여 긴급 재난 지역을 지원하는 사회사업가로 변신하였다. 이연걸은 자폐증으로 인해 외부사람과의 접촉을 기피하는 조카를 돕기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상담을 받은 경험도 있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이연걸은 영화 속에서 자상하고 따듯한 아버지로서 자폐증을 가진 아들을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사랑하고 감동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자폐아 가족의 현실 자폐아를 둔 아버지 왕신청은 자신의 삶 보다는 오로지 아들 다푸를 돌보는 일에 여념이 없다. 이웃집 여인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과 아들이 그녀에게 짐이 될까봐 사랑과 호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떠난다. 아버지는 가정에서 아들의 모든 필요를 채워주려고 노력하는 반면 자신의 뜻대로 통제하려고 한다.
어느 날, 왕신청은 간암 말기 선고를 받게 되어 아들을 맡길 수 있을 만한 시설을 찾아다였다. 하지만 성인이 된 아들을 흔쾌히 받아주려는 곳은 없었다. 이처럼 자폐아를 둔 가족들은 사회나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개인이 모든 짐을 다 떠맡고 모든 편견과 차별 속에서 살아간다. 다푸는 정상적인 사람들과 소통 하는 것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지만, 수족관 안에서 수영을 하며 동물과 교감할 때에는 누구보다 행복해한다. 다푸의 어머니는 바다를 좋아하고 아이를 무척 사랑했다. 그녀는 아들이 자폐아라는 말을 듣고 많은 충격을 받았으며, 인생에 대한 절망과 좌절 속에서 삶의 의욕을 상실하여 7세 된 아들을 두고 물속에서 사고로 죽게 되었다. 왕신청은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내는 슬픔을 감당하기 어려웠고, 홀로 남은 아들을 자신이 부양하고 어머니의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부자간의 동반의존 동반의존(Codependency)은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그것을 베푸는 사람 사이의 지나친 정서적 의존성을 가리킨다. 왕신청은 다푸에게 전능자의 역할을 감당하며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려고 하며, 아들에 대해 지나치게 책임을 지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는 동반의존 경향을 보여 아들한테 집착을 보이며 자신의 삶과 사랑은 포기한 채 살아간다. 일상생활의 중심을 모두 아들의 위주로 맞추느라 간암 말기인 자신의 질병은 돌보지 않고 오직 아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살아간다. 그는 비록 남성이지만 요리나 바느질 등의 집안을 돌보고 아들을 가르치는 일에 모든 힘을 기울인다. 자신이 죽은 후에 아들이 아버지를 그리워할까봐 바구니에 거북이 형상을 그려서 마지막으로 수족관에서 아들과 수영하면서 행복한 추억을 남기려고 했지만 결국 몸에 무리가 가서 수족관에서 빠져 나올 기력조차 없어 힘들어하였다. 왕신청은 자신의 감정이나 필요는 채우지 않고 자폐아인 아들에 대한 죄책감과 수치심을 안고 매사에 아들의 감정과 행동에 대해 자신을 맞추려는 완벽주의 성향을 보인다.
떠나보내기를 연습하며 왕신청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후에 아들과의 이별을 준비한다. 다푸를 독립적이고 책임감 있는 아이로 교육시키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계란을 삶는 법, 숫자 세는 법, 집에서 수족관까지 버스를 타고 내리는 법 등을 가르쳤다. 아들이 차장한테 내린다는 말을 못해서 머뭇거리자 미리 정류장에 도착해 있던 아버지는 버스를 멈추게 하여 아들을 내리도록 하였다. 한 번은, 아버지가 수족관에서 걸레질 하는 것을 가르치는데 다푸가 제대로 하지 못하자 왜 이것 밖에 못하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아들은 자신이 남보다 지능이 떨어져 자신이 모자라다고 느끼는데 아버지가 버럭 화를 내자 더욱 좌절하여 울먹거렸다. 아버지는 그 순간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아들을 달래주고 격려하였다. 다푸가 옷을 벗으려고 두 팔을 올릴 때 아버지가 옷을 벗겨 주며 간지럼 태우는 것을 아들은 가장 즐거워한다. 그러나 시설에 맡겨지고 나서 아들은 자신의 옷을 벗겨줄 아버지가 없다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벽에 머리를 받으며 자신의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 황급히 달려온 아버지는 다푸가 무엇을 원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안다. 울고 있는 불쌍한 아들을 달래고 옷을 입혀 준 다음, 이후에 자신이 다푸 곁에서 돌보아 주지 못할 때를 대비해 다푸 혼자서도 재미있게 옷을 벗을 수 있도록 교육시킨다. 왕신청은 탁월한 교사인 동시에 환자의 감정을 잘 읽어내는 의사이며, 아버지로서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과 수용을 표현하여 다푸로 하여금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이며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수용하기 다푸는 수족관에 공연을 온 서커스단에 있는 여자 링링(玲玲)을 만나게 된다. 처음엔 공연단의 공을 빼앗아서 갈등을 빚었지만, 나중에 사과의 의미로 다푸가 그녀에게 계란을 선물하자 그들은 급속하게 가까워졌다. 링링이 다푸얼굴에 직접 익살스러운 분장을 해주고 함께 사진도 찍고 대화도 하면서 가까워진다. 링링은 수족관에 전화가 울리면 받으라고 다푸에게 반복적으로 가르쳐준다. 다푸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수용해주는 링링으로 인해 자신이 사랑받고 있음을 깨닫고 행복한 추억을 간직하게 된다. 그러나 링링이 수족관을 떠난 후에 아들은 외로움과 공허감에 빠지며 실종된다. 아들을 한참 찾아다니던 아버지는 결국 맥도날드 앞에 앉아있는 아들을 발견하게 된다. 자폐아가 말썽을 부리고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사고와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홀로서기와 자아분화 자아분화(self-differentiation)란 보웬(Bowen)이 주장한 개념으로, 가족 구성원이 자기 주변의 연대에 대한 압력으로부터 분리되어 자신의 인생의 목표와 가치를 정의 내릴 수 있는 능력을 말다. 여기에는 불안한 체계 속에서도 평안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자신의 선택과 감정에 대한 책임감이 포함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다푸는 죽음의 의미를 몰라 아무 감정을 느끼지 못했지만 자신의 두 발로 스스로 설 수 있는 자아분화를 경험하게 된다. 혼자 일어나 TV위에 있는 인형을 정리하기도 하고, 타인의 도움 없이도 계란을 담고, 혼자 버스를 타고 수족관에서 내리며, 수족관에서 걸레질을 하는 등의 일상생활을 보낸다. 아버지가 그리울 때에는 물에 들어가서 거북이와 함께 수영하며 과거 아버지와 함께 수영했던 추억을 떠올린다. 다푸의 자아분화는 아버지의 사랑과 교육,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회적인 돌봄과 지원 왕신청은 다푸를 맡길 곳을 수없이 찾아다녔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혹은 여러 가지 조건이 맞지 않아 정부기관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실망하였다. 다행히 전에 알던 원장님의 도움으로 아들을 맡아줄 기관을 소개받았다. 자폐아나 정신질환자 가족들은 환자를 안심하고 맡길 곳이 없고, 병원에 입원시키는 경우 약물의 부작용이나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가 있어 마음 놓고 자식을 맡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자폐아가 병원에서 퇴원 후에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에 관한 교육이나 정보를 얻을 곳도 많지 않다.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부모들의 모임이나 정보를 통해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사회나 국가기관에서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도우미를 파견하여 부모가 잠시 나마 안식을 취할 수 있도록 아이를 돌봐주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심리 상담과 치료를 통해 환자와 가족이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직면하고 자신감 있게 살아가도록 필요한 제반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아버지를 구출한 자폐아 다푸는 신체적으로 21세이지만 지능은 낮고 언어 장애가 있어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 그는 항상 손을 떨며, 얼굴 표정이 변화가 없으며 먹는 것을 보면 충동을 참지 못하고 사람을 만났을 때 먼저 인사 할 줄도 모른다. 반면에 그는 수족관 물 안에서 돌고래와 함께 수영을 할 때 가장 큰 행복감과 존재감을 느끼며 동물과 깊은 소통을 한다. 수족관에서 수영하고 싶은 충동을 참지 못해 물에 뛰어들었다가 감전될 위험에 처하자, 아버지는 놀라서 아들을 구하려고 물에 뛰어들었는데, 오히려 아들이 아버지를 구출하게 되었다. 왕신청은 자신이 간암 말기라 3개월 후면 죽는 다는 선고를 받고 아들을 맡길 곳을 찾지 못하자 절망감에 사로잡혀 자신과 아들의 다리를 끈으로 묶고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동반 자살을 시도했지만 결국 아들이 아버지를 구출해내는 모습이 그려졌다. 다푸는 비록 약한 것 같지만 삶의 의지가 강하고, 위기의 순간에 담대한 용기와 행동을 보여주었다. 하나님께서는 한 생명을 창세전에 택하셨고 친히 돌보시며 그를 통해 하나님의 뜻과 영광을 나타내신다. 사람들의 눈에는 모자라고 부족해 보이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지만, 하나님께서는 차별없이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시며 한없는 사랑으로 대해 주신다.
김 선 | 고려대학교 국제어문학부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