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5.1  통권 137호     필자 : 김영철
[중국 영화]
타이완 린수위(林書宇) 감독의《별이 빛나는 밤(星空, Starry Starry Night)》
- 상처받은 동심의 몽환적 여정

올해 3월 경북 지역의 자율형사립고 전교1등이 “머리가 심장을 갉아 먹는다”라는 말을 카카오톡에 남기고 자살하였다. 이렇게 이 시대 청소년들은 학업과 학교 폭력 및 외모지상주의로 인한 열등감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 2011년 11월에 상영한《별이 빛나는 밤(星空)》은 타이완의 유명한 삽화가 지미(廓米Jimmy, 본명: 福彬)의 책《싱콩(星空)》을 저본(底本)으로 삼아 부모의 불화와 가정폭력으로 고통 받는 두 남녀 청소년의 방황을 그렸다. 영화는 가족 간에 겪는 현실적인 갈등과 문제에 대해 진정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했 다. 그러나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방법으로 접근하여 한 폭의 유화처럼 아름답고 깊은 여운을 남기고 관객들의 상한 마음을 위로하였다. 

부모가 남긴 상처
학교에서 학업과 또래 관계의 어려움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집에 돌아와 부모와 원활한 소통도 마음의 평안도 누리지 못해 정서적으로 외로워하는 존재가 요즘 청소년들이다. 여자 주인공인 13살의 샤오메이(쉬쟈오, 徐嬌분)는 얼굴도 예쁘고 학교에서는 모범생이다. 할아버지와 사회에서 성공한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함께 살고 있어 남부러울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녀의 부모는 맞벌이 부부라서 평소에는 바쁘고 외국 출장도 잦다. 아이와 대화하는 법을 모르고 표정 없는 얼굴로 서로를 차갑게 대한다. 

평소 부모님은 싸울 때 서로 양보하지 않았다. 어느 날 샤오메이는 부모님이 부부싸움을 하다가 어항을 깨뜨려 물고기가 바닥에 뒹구는 것을 문틈으로 보고 공포감을 느꼈다. 부모의 잦은 불화는 샤오메이는 혼자 버려진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달랬다.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인 샤오졔는 술만 취하면 아버지가 어머니와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자 아버지를 피해 어머니와 함께 자주 이사를 다니며 궁핍한 생활을 한다. 

그림에 소질이 있던 샤오졔는 문방구에서 미술용품을 훔치기도 하고, 한 번 화가 치밀어 오르면 스스로 통제를 못할 정도가 된다. 선생님의 요청으로 샤오메이와 함께 정성스럽게 만든 환경미화 작품을 건드린 남학생을 구타하여 복수하였다.

몽환의 세계
몽환은 낮 동안 옥죄는 현실에서 느끼는 불쾌감을 씻어주는 꿈과 같은 작용을 한다. 타이완의 삽화가인 지미가 창작한《싱콩(星空)》은 빈센트 반 고흐가 스스로 자신의 귀를 자르고 나서 생레미 요양원에 있을 때 그린《별이 빛나는 밤》에서 영감을 얻었다. 반 고흐는“왜 하늘의 빛나는 점들에는 프랑스 지도의 검은 점처럼 닿을 수 없을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듯이…….”라는 편지를 동생에게 보냈다. 그림속의 마을은 평온하고 고요한데 달과 별이 떠있는 하늘은 소용돌이치는 동적인 화면이 대조적이다. 그림속의 선도 왜곡과 파손으로 대비를 이루고 평온한 대지 위에 물결처럼 요동치는 하늘은 신비하면서도 황량하다. 고흐는 자신의 고향인 네덜란드에서 멀리 떨어진 외지 생레미 정신요양원에서 밤하늘을 쳐다보며 머나먼 곳으로 향하는 기차를 떠올렸다. 지미는 혈액암으로 투병생활을 할 때《시작(開始)》이란 삽화를 그려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고통과 고난은 막다른 외길로 보이지만 작가에게는 창작의 근원이며 몽환적 영감을 주는 원천이 될 수 있다. 

샤오메이의 부모님은 이혼할 결심을 굳히고 어린 그녀에게 통보했다. 샤오메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남자친구 샤오졔와 함께 할아버지가 계신 산으로 가출여행을 떠났다. 그들이 야간열차를 탔다. 그들은 땅에서 하늘로 비상하여 밤하늘을 질주하는 열차에서 신기한 환희의 세계에 매료되어 가정에서 일어난 불행한 사건을 잠시 잊어버린다. 온 세상은 고흐의 그림 세계로 변하여 그림과 영화가 하나가 되는 명장면이 연출되었다. 

야생 동물은 지미의 삽화《미소 짓는 물고기(微笑的魚)》처럼 일상에서 지친 현대인에게 다가와 친한 벗이 되어 준다. 샤오메이가 할아버지가 입원해 계신 병원에 찾아갔는데 전에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 나무 조각 코끼리인형이 갑자기 덩치가 큰 살아있는 푸른 코끼리로 변했다. 이로 인해 어두운 밤길은 재미있고 즐거운 장소로 변하였다. 영화 속에서 동물은 인간이 현실에서 느끼는 고독과 슬픔을 위로해주고 어두운 공포를 걷어주는 친구의 이미지로 묘사되었다. 

학교는 학생과 선생님 사이에 반목이 심하고 같은 반 학생들 간의 집단 따돌림이 빈번하게 일어나 치열한 전쟁터를 연상시킨다. 남녀 주인공이 교실에서 함께 종이접기로 만든 온갖 동물들이 긴 다리를 건너고 저녁노을이 펼쳐진 하늘을 새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영화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세상을 따뜻하고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평화의 상징물로 그려졌다. 지미의 삽화에 나오는 동물들은 숲 속 뿐만 아니라 도심에도 등장하는데 그의 책《지하철(地下鐵)》에는목이 긴 기린이 나타나고, 타이베이 지하철역 안에서도 지미가 그린 동물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샤오졔는 친구들이 자신의 그림을 조롱하자 화가 나서 옥상으로 갔는데 자신의 그림자가 갑자기 공룡으로 변해 포효를 내뿜어 내면의 분노를 표출하였다. 수업을 마치고 같은 반 남학생들이 새로 전학 온 샤오졔를 골목으로 끌고 가 구타하는 것을 샤오메이가 발견한다. 그녀는 달려가면서 불을 뿜는 커다란 공룡의 그림자로 변한다. 그리고 못된 친구들을 혼내주고 샤오졔를 구하는 정의의 화신 역할을 감당하였다. 몽환은 인간 내면에 쌓인 분노와 통제하기 힘든 폭력을 누그러뜨려 고통과 아픔을 경감시키고 삶을 성숙하게 승화시킬 수 있다. 

삽화가 지미는“나에게 생명의 변화는 너무나 크고 너무나 빠르지만 매번 모호한 시작은 무궁한 아름다움에 대한 기대로 충만하다.”고 고백하였다. 절망은 희망을 낳고, 위기는 전환점이 될 수 있고 시작의 모호함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 지미는 삶의 고통을 맛본 후에 몽환적 동심을 바탕으로 하여 따뜻하고 온유하며 선량함이 물씬 나는 그림을 그렸다. 

맹자는‘적자지심(赤子之心)’을 강조하여 어린 아이 같은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표방하였다. 후대 중국 문인들은 동심은 사심이 없는 진심이며 세속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며 예술 작품 안에 개성과 자유로 구현된다고 강조하였다. 삽화가 지미는 동양적 동심의 세계를 동경하여 작품에서 어린 아이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성인들에게 동심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려고 부단히 노력하였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감
영화의 첫 장면에서 소녀 샤오메이는 기차역에 홀로 앉아 있다. 하늘에서 내려 온 눈꽃이 눈물이 되어 눈가를 촉촉이 적셨다. 그리고 눈물이 되어 손에 쥐고 있던 기차표에 떨어질 때 서글프고 안타까운 감정을 자아냈다. 그때 샤오메이는 할아버지한테 달려가고 싶었던 마음을 잠시 접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분주한 일상을 보내는 부모님보다 할아버지의 자상하고 따뜻한 손길에 더 친근감을 느꼈다. 샤오메이는 새로 전학 온 샤오졔가 무뚝뚝하지만 외로운 것 같아 따라갔는데 문구를 훔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호기심에 따라해 본다. 이러한 일탈행위를 통해 내면에 감춰진 반항심을 표출하였다. 현대 사회는 자식과 떨어져 외딴 산골이나 도심의 요양원에서 지내는 노인들과 부모와 함께 살지만 가정불화로 인해 외로운 아이들이 적지 않다. 샤오메이는 내레이션을 통해 자신은 연약해서 남들이 따뜻한 시선으로 대해주기만 해도 만족한다고 호소한다. 그녀는 사소한 일상에서 사랑과 관심을 받기를 원한 것이었다. 

어린 남녀 주인공들은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고 있었지만 서로 알지는 못했다. 삽화가 지미는《턴 레프트, 턴 라이트》와《지하철》에서 메마른 도시에서는 가족 사이의 정이 사라지고 있고, 도시 속의 남녀는 가까이 살지만 서로 만나지 못하고 스쳐지나가는 안타까움을 묘사하였다. 소녀 샤오메이는 성장한 후에 아역배우 쉬쟈오에서 중화권에서 인기를 누리는 궤이룬메이(桂綸吻)로 변한다. 쉬쟈오는 장강7호에서 유머러스하고 깜찍한 남자 주인공 역할로 인기를 누렸는데《별이 빛나는 밤》에서는 매력적인 예쁜 소녀로 연기 변신을 하였다. 샤오메이는 프랑스 파리에서 크리스마스 찬송을 들으며 골목을 지나가다 우연히 직소퍼즐 그림에 퍼즐 한 조각이 없는 상점을 발견했다. 샤오메이는 상점에 들어가“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하다가 친구였던 샤오졔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렇게 어린 시절의 우정은 사랑으로 꽃을 피우게 된다. 때론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버림받은 아이들의 상처는 조부모의 따뜻한 사랑으로 치유되기도 하고 우정이나 남녀 간의 사랑을 통해 위로받기도 한다.

치유와 성숙의 여행
샤오메이와 샤오졔는 부모의 이혼과 폭력에 깊은 상처를 받고 집을 나와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 멀리 산으로 떠나는 기차가 지상에서 하늘로 치솟아 그들은 자유로움을 만끽하였다. 집을 떠나 간신히 산에 도착했지만 편안함이 사라지고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들은 함께 포크댄스를 추고 물가에 다리를 담그며 첫사랑의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두 사람은 쏟아질 듯 수많은 별들의 향연에 매료되었다. 그러나 샤오메이는 여행을 마치고 샤오졔와 연락이 두절된 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남녀 주인공이 프랑스 파리에서 재회하는 엔딩 장면은 《타이페이 카페스토리》에서 궤이룬메이가 36번째 자신만의 이야기와 사랑을 찾아 나섰던 것과 비슷하다. 이 장면은 관객에게 지루하고 답답한 현실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는 몸과 마음의 휴식이나 사랑을 갈망하기 때문에 여행을 떠나지만 어떤 사람은 여행을 도망이나 회피의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갈망과 추구를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삽화가 지미는“외로울 때 마음속의 그리움을 잘 간직해야 한다. 그림자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빛이 있기 때문이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면 세상이 아주 크고 아주 크게 변할 거야”라고 소망을 준다. 아울러 현재의 삶의 어두운 그림자에 갇혀 빛을 못 보는 사람들을 위로하였다. 

주님의 자상하고 따뜻한 빛이 세상에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임하길 소망한다. 그래서 자살의 유혹과 고통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귀한 생명을 주신 하나님을 깊이 만나서 회복되고 주어진 사명대로 이 땅에서 살아가길 바란다. “내가 너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아니하고 너희에게로 오리라”라는 요한복음 14장 18절의 말씀을 통하여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정서적인 고아처럼 살아가는 우리들 내면의 상처와 외로움을 어루만져 주시길 기대한다.


김영철 |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 중국학과 교육전담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