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  통권 135호     필자 : 조성찬
[중국의 미래]
구약성서의 토지제도는 중국 공공토지임대제의 원형

토지사유제는 신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토지가 사적 재산이라는 관념에 아주 친숙하다. 이들은 토지가 사적 재산권으로 설정되어 있어야만 안전한 교환 대상이 되고 시장경제 발전의 기초가 된다는 ‘토지사유제 신화’를 강하게 신봉한다. 그런데 토지사유제가 자본주의 경제발전의 기초라는 주장은 착시효과에 불과하다. 토지사용권만 안전하게 보장해 주면 토지에 노동을 투입하여 생산이 이루어지고 교환이 진행되면서 경제발전은 건강하고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 토지사유제와는 다른 이러한 방식을 공공토지임대제라고 부른다. 이 제도의 효과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중국 사례가 증명해 주고 있다. 그런데 개인에게 토지사용권을 넘어 배타적인 토지소유권을 부여하게 될 경우 토지 매매차익에 해당하는 불로소득까지 사유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개발업자가 매매차익을 추구하기 위해 과도한 개발을 통해 공급하고 투기자들 역시 매매차익 추구를 위해 거품수요로 화답하면서, 경제가 발전하고 있다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러한 개발은 결국 부동산 거품붕괴로 인한 시장실패로 이어진다. 한국의 토지사유제는 신화 단계를 넘어 이젠 ‘우상’이 되었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자본주의를 추진해오고 있는 한국은 토지사유제 신화가 초래한 폐단을 뼛속 깊이 학습하였다. 이러한 학습을 거친 상황에서 어떠한 토지제도가 건강한 토지제도라고 봐야 하는가? 특히 역사변화의 주인이 변증법이 아닌 하나님이라고 신앙 고백하는 교회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실학파의 대가인 정약용도 목민심서에서 “목자의 직책 중에서 토지 정책이 가장 어렵다”(정약용,『목민심서』, 李乙浩 역, 현암사, 1985, 196쪽) 라고 토로한 것을 보면 토지문제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구약성서는 건강한 토지제도 원칙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스라엘 토지법 전체에서 나타나는 공공토지임대제 모델
유명한 유태계 역사가인 요세푸스(Flavius Josephus, A.D. 37?-100?)가 쓴 ≪유대역사서≫(Antiquitates Judaicae)와 구약성서에 따르면, B.C. 1446년 고대 이스라엘 부족이 이집트로부터 탈출하여 이스라엘 부족이 원래부터 거주하였던 지역인 가나안 땅에 돌아왔다. 이스라엘 부족은 가나안 땅에 거주하고 있던 부족들을 몰아낸 이후 여호수아가 B.C. 1405부터 이스라엘의 지파들에게 토지를 분배하였다. 토지분배 및 토지사용의 기본원칙은 토지신유(土地神有), 토지공유(土地公有), 평균지권(平均地權)의 3가지이다. 비록 이러한 원칙은 주로 농촌사회의 경제조건에 부합하는 것이었지만, 도시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었다. 신학자들은 고대 이스라엘의 토지법을 공공토지임대제, 즉 토지를 공동으로 소유하면서 개인에게 토지사용권을 임대하되 토지사용료인 지대를 받는 토지사용제도로 해석하지는 않았으나 이러한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

고대 이스라엘의 토지원칙
제1원칙 : 토지신유
구약성서 창세기 1장 1절에서,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공동번역, 이하 동일)고 하여, 토지소유권은 하나님께 속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였다. “토지신유”는 고대 이스라엘 부족의 토지사용방식의 출발점이다. 레위기 25장 23절에서 “땅을 아주 팔지는 못한다. 땅은 나의 것이다. 너희는 다만 나그네이며, 나에게 와서 사는 임시 거주자일 뿐이다.”라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들에 따르면, 토지소유권이 하나님께 속하기 때문에 나그네인 인간이 서로 토지를 영원히 사고팔아서는 안 된다. 하나님은 다만 나그네들에게 토지 안에서 삶을 누리라고 명령하신다.

제2원칙 : 토지공유
상술한 첫 번째 원칙으로부터, 우리는 ‘토지공유’ 원칙을 도출해 낼 수 있다. 구약성서 시편 115편 16절에서 말하기를, “하늘은 주님의 하늘이라도, 땅은 사람(the children of men)에게 주셨다”고 했다(King James Version). 그런데 레위기 25장 23절과 시편 115편 16절의 내용에 근거하면 ‘토지공유’ 원칙은 토지소유권의 공유가 아니라 ‘토지사용권’의 공유를 의미한다. 그러면 남는 숙제는 이스라엘 부족들이 후세대까지도 포함하여 토지사용권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이다. 

학문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토지사용권에 대해 추가적으로 설명하면, 토지사용권은 하나님이 민족(지파) 전체에게 주신 ‘1차 토지사용권’과, 민족에서 가족들에게 분배된 ‘2차 토지사용권’의 2차원으로 볼 수 있다. 이때 ‘1차 토지사용권’은 공유의 대상이 되며, ‘2차 토지사용권’은 사유의 대상이 된다.

제3원칙 : 평균지권
토지사용권을 평등하게 분배하는 평균지권 원칙은 이스라엘 부족이 토지사용권 분배와 유지에서 지킨 핵심 원칙이다. 구약성서 민수기 33장 54절에서, “땅은 주사위를 던져, 가족별로 나누어 가지도록 하여라. 큰 쪽에는 큰 땅덩어리를 유산으로 주고, 작은 쪽에는 작은 땅덩어리를 유산으로 주어라.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대로, 각자 자기 것으로 삼도록 하여라. 땅을 나눌 때에는 같은 조상을 둔 지파들끼리 나누어 가지도록 하여라.”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요세푸스의 책 ≪유대역사서≫에 따르면, 토지분배는 단지 농지 면적만이 아닌 농지 ‘가치’도 함께 고려하였다.

평균지권 보장을 위한 공공토지임대제의 세부 장치들
‘
평균지권’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는 세 차원으로 나뉜다. 첫째 차원은 평균지권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이다. 이러한 것으로 토지사용권 평균 분배, 토지사용료(십일조) 납부, 50년 기한의 토지사용권 매매 제도가 있다. 둘째 차원은 평균지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지계표의 설정이 있다. 셋째 차원은 평균지권을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토지 무르기(Redemption)와 희년(Jubilee)제도가 있다. 첫째 차원의 토지사용권 평균 분배 내용은 이미 앞에서 설명하였기 때문에 나머지에 대해서만 설명한다. 

첫째 차원의 제도로 매년 토지사용료 납부와 50년 기한의 토지사용권 매매제도를 살펴보자. 먼저 토지사용료와 관련하여 살펴보면, 하나님은 토지사용권을 분배받은 가족들이 매년 토지 생산량의 10%를 토지사용료로 납부해야 한다고 명령하셨다. 이러한 십일조는 토지를 분배받지 못한 레위 지파의 토지권리 보장수단일 뿐만 아니라 공공서비스 공급을 위한 재정수입원이 되었다. 다음으로 토지사용권 기한과 관련하여 살펴보면, 제1원칙인 ‘토지신유’는 토지의 영구적인 매매를 금지하였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가난과 가족의 질병치료를 위해 50년 기한으로 토지사용권의 일시적인 매매를 허용하였다. 토지사용권의 최대 가격은 해당 토지가 50년 동안 생산할 수 있는 곡물의 화폐가치이다. 50년은 한 세대에 해당하는 기간으로, 한 세대의 문제는 한 세대에서 종결되도록 하셨고, 다음 세대에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하셨다. 이를 위해 토지 무르기와 희년제도를 통해 이전 세대가 팔아버린 토지사용권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셨다. 

둘째 차원으로 평균지권을 보호하기 위한 지계표 제도가 있다. 지계표란 자기 토지의 범위를 표시하기 위해 사용한 나무, 목재 등 표시물을 의미하는 것으로, 오늘날의 언어로 표현하면 토지등기에 해당한다. 이스라엘 부족은 지계표를 이용하여 토지독점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평균지권 원칙을 보호하고자 하였다. 

셋째 차원으로 평균지권을 회복하기 위한 제도로 토지 무르기와 희년의 두 가지가 있다. 토지 무르기란, 자기 소유의 토지를 판매한 경우, 50년 기한이 도래하기 전이라도 자신 또는 친족의 도움을 받아 자기 토지를 되사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아무도 토지를 무를 능력이 안 되면 50년째에 토지가 원래 주인에게 돌아간다. 이것이 바로 희년이다. 희년에는 토지뿐만 아니라 노예와 집도 본래 소유주에게 돌아가고 부채가 탕감되는 기쁨의 해인 것이다.

성읍 주택에서 나타나는 공공토지임대제 원리
농촌 토지제도는 성읍 토지제도와 약간 차이가 있다. 토지의 3원칙(토지신유, 토지공유, 평균지권)은 성읍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성읍 안의 주택을 어떻게 다루느냐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레위기 말씀을 보면, 농촌 촌락은 전토와 같은 것으로 보고 농지와 함께 물러 주도록 하였다. 그러나 “성벽 있는 성 내의 가옥을 팔았으면 판 지 만 일 년 안에는 무를 수 있나니 곧 그 기한 안에 무르려니와, 일 년 안에 무르지 못하면 그 성 안의 가옥은 산 자의 소유로 확정되어 대대로 영구히 그에게 속하고 희년에라도 돌려보내지 아니할 것이니라”(레 25:29-31)고 명령하셨다. 농촌의 주택을 토지로 본 반면, 성읍의 주택은 토지 위에 있지만 독립적인 재산으로 본 것이다. 또한 에스겔서에서 성읍 토지를 “이스라엘 사람 전체의 몫이다”(겔 45:6)로 규정한 말씀을 함께 검토하여 성읍에 있는 토지와 주택의 재산권 관계를 도식화하면, ‘토지공유 - 주택사유’의 관계가 형성된다. 이러한 재산권 관계는 경제법칙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한국의 ‘토지임대부 주택’과 중국의 보편적인 매매용 아파트는 이러한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구약성서의 토지제도는 중국 공공토지임대제의 원형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하면, 하나님이 토지를 소유하면서, 민족 전체가 1차 토지사용권을 공유하고, 가족 단위로 2차 토지사용권을 평등하게 나누도록 명령하셨다. 대신 매년 토지사용료로 10%의 십일조를 납부하도록 하셨다. 따라서 고대 이스라엘의 토지법은 ‘토지소유권 신유 - 토지사용권 공유 및 사유 - 토지사용료 납부’의 형태를 띤다. 이러한 체계는 토지사유제로 해석하기 보다는 공공토지임대제로 해석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구약성서가 그리고 있는 토지제도는 오늘날 중국이 실시하고 있는 공공토지임대제와 유사한 구도이다. 물론 중국 공공토지임대제의 경우 토지소유권이 하나님이 아닌 국민들에게 있다고 선포했으며 농지사용권에 30년이라는 기한을 설정하고 있어, 구약성서에서 그리고 있는 토지제도인 토지신유 및 가족 내 영구적인 상속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지사용권 분배 및 토지사용료 납부를 통해 평균지권을 보장하려는 핵심 철학에 있어서 같기 때문에 구약성서의 토지제도를 중국 공공토지임대제의 원형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다음 호에서는 구약성서에서 드러난 공공토지임대제의 원형이 역사적으로 중국 토지제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조성찬 | 토지+자유 연구소 토지주택센터장
(landjustice@hotmail.com)

미주)-----------------
 <뉴스앤조이>에 실린 기사인 “구약 이스라엘의 토지법에 나타난 공공토지임대제: 교회가 지지해야 할 북한의 토지개혁 방향” , (2011.3.11,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34133)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