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30  통권 134호     필자 : 이정혁
[특집] - 특집/ 한국 속의 작은 중국, 안산 중국인 사역
안산 중국인 사역으로의 초대

다양한 민족을 한국으로 보내시는 이유
안산시 원곡동거리를 처음 찾은 사람들은 거리의 간판을 보고 깜작 놀란다. 중국 연변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금방 눈치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도 그송의 거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간체자(間體字)로 된 간판이 즐비하게 숲을 이룬 거리는 그리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오고가는 사람들의 대화에서는 중국어가 더 흔하게 들린다. 식당가를 지나치려면 꼬치구이 냄새와 중국 향신료 냄새가 코를 찌른다. 안산역 건너편 ‘다문화거리’를 중심으로 원곡동 일원의 풍경이다. 안산에서는 외국인근로자 중 특히 중국인근로자들이 많은 이유는 국가산업단지인 반월공단, 시화공단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 공단은 3D업종이라 여기는 염색, 도금, 프레스 등이 주를 이루다보니 한국인근로자들이 기피하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이주근로자들이 그 빈자리를 채워가게 되었다. 그에 따라 이들의 향수를 달래주고 꿈을 키워줄 수 있고 소통할 수 시장이 필요했다. 한 명 한 명 공단과 가까운 원곡동의 거리로 모여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문화거리가 되었다. 이곳은 행복이라는 하나의 꿈을 이루어가는 소통의 거리가 되었다. 이제는 멀리서도 주말이면 고향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푸는 이주민들의 수도가 되었다.

이주근로자들은 중소 기업인들에게는 저임금근로자로, 인권단체들에게는 인권사각지대에 놓인 자들로 인식된다. 반가운 것은 한국교회의 일각에서는 이들을 선교의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사도행전 1장 8절의 ‘땅 끝’이 사실은 우리 안에, 이 땅에 와 있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민족을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하시고, 각 나라(안산에 거주하는 외국인만 60개국 이상이다. 특히 노동부의 고용허가제에 따라 입국한 근로자만 해도 중국, 미얀마, 필리핀,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몽골, 동티모르, 인도네시아 등 15개국이나 된다.)와 민족의 사람들을 한국으로 보내주셨다. 그중에는 베트남, 중국 등 사회주의권, 스리랑카, 태국 등 불교권,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이슬람권, 필리핀과 같은 구교권 등 다양한 사회적, 종교적인 배경을 갖고 입국한 근로자들이 대부분이다. 그중에 숫자적으로 압도하는 외국인은 조선족으로 불리는 한국계 중국인이다(전체 외국인의 반 이상).

이주민 선교현장의 어려움
대부분 이주민들의 입국 목표는 돈을 벌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이들의 삶의 목적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이들 중에는 사역단체들의 선한 동기를 그저 이용하려는 자들도 더러 있다. 사역에 있어 시간적으로 제약을 많이 받을 뿐 아니라 낮과 밤을 가리 않는다. 한국 정부에서 허가하는 고용허가제상의 체류기간은 중국동포의 경우 5년, 기타 국가의 경우 3년, 이후 1년 10개월 정도 연장된다. 그나마 정식으로 노동할 수 있는 H-2비자나, E-9비자를 얻지 못한 이들은 단기비자나 불법체류자로 지내기 때문에 언제 귀국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에 놓여있다. 결국 한국 사회에 이들이 정주(定住) 내지는 영주할 수 있는 기회는 높지 않고 언젠가 돌아갈 신분이라는 불안한 처지에 놓여있다. 결국 제한된 시간 안의 만남이기에 이들을 통해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선교나 교회의 자립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결국 한국 내 이주민 교회는 구조적으로 안정된 교회나 경제적으로 자립된 공동체보다는 이와 같은 특수한 환경에 처한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선교단체’로 자리매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급박한 선교현장
불확실하고 일시적인 이주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선교이기에 선교활동들도 일반적인 선교와는 많이 다른 모습을 띨 수밖에 없다. 안산중국동포의집의 사례를 통해서 거주 중국인들과의 만남을 소개한다면 대부분 긍휼사역을 통하여 만남이 이루어진다. 첫째는 노동 상담을 통한 만남이다. 안산중국인교회의 교인들은 90%이상이 교회라고는 이곳 안산에서 처음 본 센터를 방문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방문 목적도 신앙적인 동기보다는 한국생활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동기가 더 많다. 임금체불, 산업재해, 병원, 출입국관련한 일, 은행, 자녀문제 등 작고 큰 어려운 문제들 때문에 보호의 손길을 찾아 방문하였다가 그 고충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교회라는 곳을 알게 되고 더불어 예수님을 알게 되어 교인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인 A씨는 한국에서 단기비자로 입국하여 일하다가 뇌출혈로 의식불명 상태까지 갔다. 한국에는 일가친척도 없었다. 결국 병원에서는 포기하고 본 센터로 인계하였다. 그러나 쉼터에서 거주하면서 다행히 건강을 찾고 먼 친척인 B씨도 찾았다. 몇 년 더 일해서 귀국할 즈음 B씨가 한말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분은 중국공산당의 당원으로 꽤 높은 직위에 있었는데 ‘아, 교회가 공산당보다 낫군요?’, ‘공산당은 말로는 인민을 위하지만 실상은 부패했거든요’ 라는 말을 했다. 결국 교회가 백 마디의 말보다도 어려움에 처한 이주민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뻗칠 때 그 어떠한 이론과 사상보다도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지금 한국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참으로 어렵고, 가난하고, 외로운 이들이다. 그러기에 역설적으로 작은 관심과 애정을 표해도 그들의 마음을 열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현지에서 중국인들을 만나는 것보다 이곳 안산에서 중국이주민들을 만나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다.

또 한 번은 제조업현장에서 일하다가 다친 중국동포가 있었다. 사장이 극구 산재처리를 인정해 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교회의 도움으로 어렵게 산재처리가 해결되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정당하게 보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그 회사에 보내왔다.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그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고 보상을 신청하라고 전달했다. 그런데 그분은 “나는 내가 거짓말을 하지 않은 것이 입증되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라고 하시며 오히려 내게 작은 선물까지 하시고는 그냥 돌아가셨다. 나는 그 사건을 겪으면서 ‘아, 이분들은 돈 몇 푼보다 거짓말쟁이로 모욕을 당하고 상한 자존심이 회복되기를 더 원하는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그 외에도 거주외국인 사역의 현장에서는 한국어 교실을 통한 만남, 무료진료를 통한 만남, 상담소를 통한 만남, 쉼터를 통한 만남 등 여러 가지 선교전략들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주님의 말씀처럼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없어’ 너무나 안타깝다. 정말로 이 사역을 통해서 만날 이주민들은 많지만 훈련되고 준비된 사역자들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제 질적으로도 이러한 긍휼사역을 뛰어넘어 제자화, 파송의 단계로 사역이 발전해야 하는데, 아직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 중국선교에 대한 열정과 실력을 겸비한 일꾼들이 나서서 여기, 이곳에서부터 중국선교, 세계선교를 이루어 나가기를 소망한다. 

다양한 선교전략의 필요
거주 외국인, 특히 중국인 선교에 관심을 갖고 사명으로 감당하는 단체와 교회가 안산에는 많다. 안산중국동포의집도 그중에 한 단체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가는 선교에 집중되어 왔다. 이제는 하나님이 우리민족에게 보내주신 세계선교의 기회를 활용할 때가 되었다. 이 작은 땅에 다양한 나라의 이주민들이 제발로 찾아오고 있다.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제자를 삼아 역파송하는 선교전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떤 선교사들은 선교지로 파송되어 죽기까지 복음을 전하기 위해 애쓰며, 어떤 선교사들은 문서를 통한 선교에 집중하며, 어떤 선교단체에서는 교육기관을 세워 선교하는 일에 매진한다. 또한 의료기관이나 사회사업을 통하여 선교의 접촉점을 찾기도 한다. 이러한 선교적 접촉점들을 거주 이주민, 특히 국내체류 중인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선교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역교회, 선교단체들이 연합하여 선교 전략들을 체계화하며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해 한다 그리하여. 바로 이 땅에 찾아온 중국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더 나아가 제자화시켜 이들이 돌아갈 때는 마치 ‘오네시모’와 같이 복음의 역군으로 귀국하기를 기대한다.

오늘 안산을 찾아온 이주민들을 잘 섬기는 것이 우리의 1차 목표이다. 그들이 중국과 각 나라로 돌아갈 때 복음을 들고 역파송 되는 것이 우리의 꿈이자 목표이다. 이를 위해 매년 춘절(春節)사역이 행해진다. 해마다 설날(음력설)전날 작은 축제를 연다. 설은 우리민족의 고유명절이지만 중국인들에게도 큰 절기이다. 특히 춘절 전날 CCTV를 통해 방영되는 만담프로는 중국인들에게는 최고의 볼거리이다. 요즘은 좀 덜하지만 10년 전만 해도 각 가정마다 TV가 없는 중국인근로자들을 위해 교회당에서 커다란 화면으로 춘절 특집 방송을 시청하며, 함께 만두를 빚어 나눔은 고향을 떠난 중국인근로자들에게는 큰 위로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해마다 여름 휴가철에도 하루나 이틀 일정으로 휴양을 떠난다. 주로 안산에서 가까운 안면도나 계곡 등에서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곤 하는데 이러한 섬김 역시 혼자 생활하는 중국인근로자들에게는 삶의 활력소가 된다. 또한 가을이면 추석을 맞아 한국의 고궁나들이를 하거나 놀이공원에서 신나게 하루를 즐긴다. 며칠씩이나 되는 휴가에 친척도 없고 갈 곳도 없이 그저 친구들과 술잔치를 벌릴 뿐이다. 이들과 추석 명절을 함께 보내면서 가까워지기도 한다. 이런 행사에는 주로 조선족 중국동포보다는 한족들이 더 많이 참여한다. 그나마 동포들은 친척들이 대게 한국에 나와 있기에 그래도 같이 할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올 추석에는 원곡동 만남의 광장에서 중국동포 노래자랑 대회를 개최했는데, 즉석에서 출연진을 모집했음에도 불구하고 40여 분이 참여하고 천 명이 넘는 많은 분들이 참여하며 고향을 떠난 향수를 달래기도 했다. 또 연말이면 송구영신예배를 마치고 동해로 일출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육신적으로는 피곤하지만 송구영신 예배 후 한분씩 새해 성구 뽑기와 축복 안수 기도 후 동해 바다로 일출여행을 떠났다. 몇 년 전만 해도 버스 2대로 부족했었다. 그리고 매월 둘째 주에는 대한여자기독의사회와 함께 무료진료 시간을 갖고 있다. 벌써 10년째 무료진료사역을 하고 있는데 지금은 무료진료소도 더러 있고 보건소에서도 합법체류자에 한해서는 무료진료프로그램도 많다. 그러나 10여 년 전만 해도 이 사역은 수많은 이주민들이 치료의 빛을 덜게 해주었다. 그리고 해마다 이맘때면 독감 예방접종도 실비로 제공하고 있다. 이런 무료진료사역은 진료에서부터 조제, 안내에 이르기까지 100% 자원봉사자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10년 이상 이어져 오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도움의 손길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무료진료프로그램을 거쳐 간 사람들만해도 수천 명이 넘을 것이다. 한글교실도 사역초기부터 진행되는 중요한 사역이다. 초기에는 주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요즘은 정식으로 한국어과정을 수료한 자격자들이 아니면 인정받지 못하는 추세이다. 본 교회의 한국어 과정도 지금은 자격증이 있는 교사들에게 강사료를 지원하며 이 과정을 진행 중이다.

쉼터 사역도 초창기 춥고 배고프고 있을 곳이 없던 나그네와 같은 중국인근로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사역이었다. 물론 지금도 허름하지만 20여분의 쉼터거주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늘 술, 담배, 주일성수 문제로 쉼터 사역은 가장 골치 아픈 사역 중의 하나이다. 그럼에도 이 사역은 큰 기쁨이요 도전을 준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천국이다. 1인용 침대에 자기 몸을 맡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식사만 각기 해결하면 된다. 그러나 초창기에는 추운 방 한 칸에 10여 명씩, 심지어 거실에서도 등 붙일 곳만 있어도 다행인, 다닥다닥 구겨져 새우잠을 자던 그때 기억이 엊그제 같다.

이곳에서부터 중국선교가 시작되기를
10여년의 이주민사역, 특히 중국인근로자들과의 사역을 되돌아보며 두서없이 적어보고 나니 아쉬움이 많다. 지나올 때는 몰랐는데, 이제 와 보니 시간이 참 빨리 갔다. 새로운 해에는 좀 더 체계적인 제자훈련을 통한 일꾼을 길러내는데 힘을 기울여야겠다. 이를 위해 중국어로 된 제자훈련 교재를 찾고 있는데 쉬우면서도 한국어, 중국어로 된 교재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중국선교에 사명이 있는 사람들은 중국으로 파송 받기 전에 이런 재한중국인 사역 현장에서 함께 하며 중국문화도 일부 익히고, 중국인 친구도 사귀고 하면 서로 좋을 것이다. 실지로 본 교회에서 1년 남짓 봉사하던 자매 중에는 베이징 사범대로 유학을 떠나기도 했다.

원곡동에서는 지금도 중국을 사랑하며 중국선교에 사명이 있는 분들을 찾고 있다. 직접 중국대륙으로 파송되든 안산에서 사역하든 중국에 대한 사랑은 동일한 것이다. 여기, 이곳에서부터 함께 중국선교를 시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정혁 | 안산중국동포의집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