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는 처음 창조세계의 모습을 동산(garden)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 동산은 보기에 아름답고 먹기에 좋은 열매 맺는 온갖 나무가 자라는 숲의 모습이었고, 이 숲의 나무들을 자라게 하신 이는 바로 하나님이셨다(창 2:9). 사람은 이 동산을 돌보는 존재였으나 하나님이 먹지 말라고 하신 나무의 열매를 따 먹는, 하나님의 뜻을 거역함으로써 심판을 받아 동산에서 내쫓기고 만다(창 2:23). 계속해서 성서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동산을 돌보라고 하신 하나님의 뜻을 거역했으며, 창조의 동산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했음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우리들이 지금도 숲을 찾는 이유는 하나님의 동산에서 숲과 더불어 살아가던 시간을 잊지 못하는 근원의 그리움이 우리의 영혼 어디인가에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에게 남아 있는 바로 그 그리움이 기후위기 시대에 마지막으로 남은 구원의 한 가닥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 은총의 숲 조성사업은 창조세계의 보전을 넘어 온전한 모습으로의 회복을 위해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한국교회환경연구소가 2008년부터 진행해 온 한국교회의 녹색선교 사업이다. 현재 은총의 숲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몽골 은총의 숲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2024년부터는 새롭게 네팔 은총의 숲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몽골 은총의 숲 조성사업은 2010년부터 현지의 NGO 단체인 그린 실크로드(GREEN SILK ROAD)를 통해 몽골 토브 아이막 아르갈란트 솜의 300,000㎡의 토지를 숲 조성을 목적으로 몽골 정부로부터 30년간 임차하면서 본격적으로 숲 조성사업이 시작되었다. 황량한 벌판과 같았던 땅에 울타리를 세우고, 우물을 파고, 관정을 파고, 전기 시설을 하고, 양묘장을 짓고, 묘목을 심고, 거름을 주고, 나무들을 돌봐온 10여 년의 수고로 이제 황무지였던 땅이 나무들과 풀들이 점점 무성해진 초록의 땅으로 변하여 새들과 동물들이 모여드는 은총이 가득한 숲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 몽골 은총의 숲은 외형적으로도 확연한 숲의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한국교회가 기후위기, 생태위기에 대응하는 생태환경 선교사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0여 년의 시간 동안 몽골 은총의 숲 사업은 크고 작은 어려움과 변화를 겪었다. 사업 초기 기반시설 마련과 지속적으로 묘목을 심기 위한 기금의 모금이 어려워져 사업이 전면 재검토되는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몽골 현지 책임자의 건강이 악화하여 사업 진행에 심각한 위기가 닥치기도 했고, 몽골에 10년마다 닥친다는 혹한의 피해로 생태기행이 도중에 중단될 상황에 처하기도 했으며, 세계를 휩쓴 유행병으로 생태기행 자체가 여러 해 취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국내 환경 현안 대응 사업에 익숙한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한국교회환경연구소가 몽골 은총의 숲 조성사업과 같은 장기적인 해외사업 추진의 경험이 거의 없었기에 국내 상황과 기후적, 문화적, 경제적 조건이 상이한 몽골 은총의 숲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힘든 조직적 한계였다. 하지만 그 숱한 문제들을 몽골 현지 책임자의 헌신과 몽골 은총의 숲 추진위원의 지속적인 지원, 사업 실무자들의 열심 그리고 말 그대로 하늘의 은총으로 극복해 나가면서 몽골 은총의 숲 사업은 지금까지 지속되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한국교회환경연구소는 사업 초기부터 몽골 은총의 숲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몽골 은총의 숲 현지의 상황을 점검하고, 은총의 숲 전반의 계획을 점검해 왔다. 몽골 은총의 숲 추진위원회에 보고된 그린 실크로드의 ‘몽골 은총의 숲 조성계획’은 1단계는 초기 임농업 기반을 구축하는 단계로 시설과 부지, 안정적 재정 등 사업 기반을 확보하고, 2단계는 안정적 임농업 기반을 구축하는 단계로 현지 전문가를 양성하고, 현지 임농업 소득을 추진하며, 교육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었고, 3단계는 몽골 임농업의 대안을 모색하는 단계로 황폐지를 복원하고, 임농업 체험과 교육의 장을 마련하며, 임농업의 수익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최종 단계에서는 공동체 마을을 조성하여 조경을 고려한 숲 관리와 임농업과 관광으로 자립을 이어가는 단계별 계획을 계획하였었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한 몽골 현지에 닥친 여러 변수, 특히 몽골의 경제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경제위기 상황으로 가져갔던 코로나19 팬데믹의 상황은 이러한 계획이 진행되는 것을 가로막았다. 몽골의 경제는 석탄과 같은 자원 수출과 관광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몽골의 국경 봉쇄는 몽골의 가뜩이나 취약한 경제적 기반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몽골 은총의 숲의 자립구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몽골 은총의 숲에서 수확한 비타민, 커런트 열매 등 판매가 가능한 임농산물들의 판로가 막혀 버렸고, 각종 기자재와 난방 연료의 가격이 폭등하여 은총의 숲 유지관리비가 상승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한 몽골의 경제위기 상황 가운데 계획했던 몽골 생태기행과 생태교육센터 건립은 여러 어려움 가운데 중단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몽골 은총의 숲의 자립 계획은 몽골의 경제적 여건이 회복될 때까지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코로나19는 몽골 은총의 숲에 있어 위기로만 작용한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19는 한국교회와 몽골 은총의 숲 지역 사회가 서로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19의 상황이 계속 심각해지던 시기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한국교회환경연구소는 한국교회를 통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몽골에 방역 마스크를 보내자는 캠페인을 진행하였는데, 이 소식을 접한 마스크 제조업체 관계자가 컨테이너 1개 분량의 마스크를 몽골에 보낼 수 있도록 마스크와 비용을 후원하였다. 하지만 몽골 국경 봉쇄로 인해 모든 화물의 유통경로가 차단되어 어쩔 수 없이 기증받은 마스크는 국내외의 어려운 단체와 교회로 보내고, 대신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는 비용을 몽골로 보내 은총의 숲 인근 학교와 지역 사회에서 방역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몽골지역 정부와 교육 기관에서 은총의 숲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향상됨과 동시에 관련된 여러 행정에 있어 편의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면 그동안 몽골 은총의 숲은 자신들의 가축을 기를 목초지에 울타리를 치고 나무를 심는다는 불편한 시선으로 은총의 숲을 바라보던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각종 민원의 대상이 되었었는데, 그동안 이러한 민원들에 대해 잘 합의하라고 수수방관하던 지역 정부가 이제는 터무니없는 주민들의 민원은 자체적으로 해결을 해주고 있다. 몽골 은총의 숲 조성사업은 최종적으로 생태공동체 마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몽골 은총의 숲의 기반을 만들어온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무척이나 험난했듯이 몽골 은총의 숲에 생태 공동체 마을을 만드는 길 역시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닐 것이다. 또한 은총의 숲에 세워질 공동체 마을이 경제적 자립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단지 시장경제에 의존하는 임농축산물 생산과 관광 모델의 개발만으로는 몽골 은총의 숲이 지향하는 생태적 가치를 온전히 구현할 수도 없을 것이다. 몽골 은총의 숲의 상황에 맞는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에서 자유로운 에너지 자립과 현대 산업문명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생태적 가치를 우선하는 생명의 경제 모델이 몽골 은총의 숲에서 구현될 때 은총의 숲은 비로소 태초의 온전한 은총을 간직한 생태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또한 몽골 은총의 숲이 가진 시대적, 역사적 의미를 생각할 때 몽골 은총의 숲은 인도의 오로빌, 프랑스의 떼제, 영국의 핀드혼과 같은 생태적 영성을 기반으로 한 세계적인 생태공동체로의 미래를 계획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유라시아 대륙의 정점으로써, 아직 창조의 순간이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대자연이 살아 있는 생태적 공간으로써, 인류의 도시 문명이 만들어 낸 기후변화의 피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초원 문명의 기후재난의 현장으로써, 인류와 지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며 아주 오래된 미래를 꿈꾸는 지혜의 교실로써 그리고 국경과 민족을 넘어 사람들의 선한 의지와 연대의 정신으로 만들어진 공동체로써, 몽골 은총의 숲은 더 세계적인, 더 영적인, 더 정신적인 공간으로의 의미와 공간이 확장될 수 있어야 한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한국교회환경연구소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몽골 은총의 숲을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운 숲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몽골 은총이 숲을 만들어 나간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시작된 네팔 은총의 숲 조성사업에서는 많은 시행착오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한국교회가 몽골 은총의 숲을 기후위기 시대의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녹색선교의 모델로서 적극 활용하게 되기를 바란다. 이미 한국교회의 역량은 지구촌 곳곳의 한국교회의 선교지마다 크고 작은 숲을 조성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그러한 일들이 지구적 생태 정의 회복의 차원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기후재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기후난민들에게 희망의 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요한계시록 22장은 성서의 첫 장인 창세기 1장과 마찬가지로 생명수가 흐르는 강과 강변 양쪽에서 자라는 열두 종류의 생명나무가 열매를 맺는 동산의 모습으로 새롭게 창조된 세상을 이야기한다. 이천 년 전 기록된 성서가 창조세계의 고난과 시련이 지난 뒤에 다시 온전한 모습으로 회복하여 다양한 생명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동산의 모습을 회복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회복된 동산의 모습으로써 은총의 숲이 기후위기 시대 한국교회의 선교에 소망이 되기를 기도한다. 그동안 한국교회의 정성과 기도가 메마른 기후위기의 땅 몽골에 작은 숲을 일구어냈다. 이제는 더 큰 희망의 꿈을 꾸어야 할 때다. 숲으로 창조세계를 회복하여 온 생명이 평화를 누리는 기쁨으로 가득한 꿈을 꾸자. ▩
♠사진 출처 |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소개 영상 캡처 ♠이진형 목사 |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은총의 숲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