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3  통권 258호     필자 : 이지혜
[생태선교_함께 생명을 향하여]
생태적 교회학교_사순절(탄소금식)
2024년 교회사역을 시작한 지 약 10년이 되어 간다. 교회는 몇 번 옮겼지만 신기하게도 줄곧 초등부(만 7세에서 만 11세까지)만 맡게 되었다. 사역을 시작했을 당시에 나는 아동에게 큰 관심이 없는 사역자였다. 교회학교는 그저 청년부나 성인부로 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학을 배우며 생명과 정의와 평화의 하나님을 만났고, 특히 어린이를 향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정점은 교회학교에 ‘생태선교’를 적용하기 시작했을 때부터이다. 

2020년, 전 세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은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했고 사적 모임에는 인원수가 제한되었다. 마스크 없이는 외출이 불가했고 기침 한 번 ‘콜록’하는 소리에 혹시나 하며 모두가 두려워했다. 교회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종교모임은 사적 모임보다는 제한하는 수가 적었지만 20명이 넘는 교회학교 아이들과 함께 모여 예배드리는 것조차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전환의 기회도 주었다.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결코 추상적인 단어가 아님을 깨닫게 해 준 것이다. 평소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던 나는 이 전환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때 시작하게 된 것이 바로 ‘사순절 탄소금식 캠페인’이다.

사순절은 부활주일 전, 주일을 제외한 40일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묵상하며 그 고난에 동참하는 교회절기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성도는 사순절 활동으로 말씀묵상과 기도 그리고 금식을 한다. 간접적으로나마 예수의 고난을 경험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나는 앞서 말한 활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세상을 구원하러 오셨다는 예수’를 묵상하는 절기치고는 우리가 하는 실천이 지독히도 개인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순절이 죄의 결과로부터 고통받게 된 모든 생명을 위해 죽으신 예수를 묵상하는 절기라면, 사순절 탄소금식 캠페인이야말로 기후위기로 온 생명이 고통받는 이 시대에 가장 적합한 사순절 활동이라 생각하였다. 

탄소금식 캠페인은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이하 ‘살림’)1)을 중심으로 제안하는 ‘기후위기 기독교 비상행동’ 중 하나이다.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탄소’는 기후위기의 큰 요인이다. 차를 타고, 밥을 먹고, 물건을 주문하는 등 우리의 모든 생활이 탄소를 배출하는 행위인데, 인간의 욕망에서 시작된 무분별한 개발과 성장주의는 이 탄소배출을 과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탄소배출, 일명 ‘탄소 발자국’을 줄이자는 의미의 활동이 바로 ‘탄소금식’이다. 살림은 탄소금식운동을 이렇게 설명한다. “탄소금식 운동은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회복하려는 기도와 실천입니다. 우리가 지구에 고통을 주며 누리고 있던 것을 고백하고 지구의 아픔을 덜어주는 거룩한 습관을 실천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한걸음입니다.” 코로나19로 어지러운 그때, 나는 이 한걸음에 동참하기로 결심하였다.

우선 메신저와 모바일 커뮤니티를 통해 성경말씀과 탄소금식 설명이 담긴 안내장을 전달했다. 당시 ‘~챌린지’라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그 흐름을 타서 ‘40일 탄소금식 챌린지’라고 이름을 붙였다. 활동은 아래와 같다.

월요일: 꼭 필요한 것만 사기
화요일: 일회용(플라스틱) 금식
수요일: 전기사용량 줄이기
목요일: 고기 금식
금요일: 전등 끄고, 기도의 불 켜기
토요일: 종이 금식
주일: 지구를 살리는 거룩한 습관 점검하기
                ▲[사진: 필자제공]

그리고 실천한 것은 매일 혹은 매주 모바일 커뮤니티에 올려 공유하기로 하였다. 사실 큰 기대를 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어린아이들이니까 부모의 적극적인 관심이 없는 이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나를 놀라게 했다. 직접 40일 표를 만들어 방에 붙여 놓은 아이, 전기 콘셉트를 뽑고 있는 아이, 물병을 들고 등교하는 아이, 채식 식단을 맛있게 먹고 있는 아이, 촛불을 켜고 기도하는 아이 등 공유한 사진과 글을 보며 나는 희망을 느꼈다. 그리고 이제야 예수님의 말씀이 온전히 이해되었다. “어린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허락하고, 막지 말아라. 하나님 나라는 이런 사람들의 것이다.”(막 10:14)

그 후로 매년 사순절 탄소금식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감사하게도 2021년부터 살림은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 탄소금식’2)을 만들어 배부하기 시작했다. 어린이가 삶에 적용하기 쉽고 구체적인 실천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좋았다. 사순절 7주 동안 일곱 개의 실천을 했는데 이는 아래와 같다.

1주: 학용품에 이름쓰기
2주: 햄버거와 콜라 먹지 않기
3주: 종이컵 사용하지 않기
4주: 꼭 필요할 때만 냉장고 문 열기
5주: 음식을 먹을 만큼 받고 남기지 않기
6주: 물 받아서 세수하고 양치하기
7주: 전기절약하기

             ▲ [사진: 필자 제공]

물론 완벽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매년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부서 선생님들과 어린이들은 탄소금식을 실천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졌다. 

이것을 계기로 나는 모든 교육활동에 생태적인 요소를 포함하기 시작했다. 부활주일 선물로 대나무칫솔, 친환경 수세미, 떡과 과일을 종이가방에 싸서 주었고, 어린이날과 여름성경학교 등 큰 행사가 있을 때는 최대한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진행하였다. 추수감사주일에는 평화운동가이자 가수인 ‘홍순관’의 노래 ‘쌀 한 톨의 무게’를 주제 삼아 재미있는 활동과 엮어 생태계 모두는 연결되어 있음을 전달하였다. 그리고 생태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가을에는 ‘창작 시화대회’를 열기도 했다.

             ▲부활주일선물 [사진: 필자 제공]

환경주일예배(6월 첫째 주 또는 둘째 주)를 매년 드리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특히 2020년은 ‘전기 없는 예배’로 드렸었는데 나중에 사례발표를 통하여 신문에 실리기도 하였다.3) 2023년 사순절에는 탄소금식 캠페인은 하지 못했지만 주일에 물병 들고 오기 캠페인, 다양한 업사이클 활동, 친자연적인 교회마당을 활용한 프로그램 등 전체 커리큘럼에 ‘생태 감수성 활동’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였다.

이처럼 다양하고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아이들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기후위기는 몇 년 살지도 않은 어린아이들이 아니라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어른들이 책임져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21)가 약 5년 전 16세 당시,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여 나눈 연설이 있다. 그는 격양된 얼굴과 목소리로 세계 정상들에게 소리쳤었다. “모든 게 잘못됐어요. 제가 여기에 있으면 안 돼요. 저는 바다 반대쪽 제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야 해요. 그러나 당신들은 어린 우리에게서 희망을 찾고 있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 당신들의 빈말 몇 마디가 제 꿈과 제 어린시절을 앗아갔어요. (…) 사람들은 고통받고 있어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있어요. 우리 눈앞에는 대규모 멸종이 시작되고 있는데 당신들은 돈과 영원한 경제 성장이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만 늘어놓을 뿐이에요.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4)

예전에는 변화는 오로지 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믿어왔다. 그래서 이 생태선교도 어른이 다음세대에게 교육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실존적인 문제이며, 지금 당장 실천이 필요한 전 지구적 문제이다. 그렇기에 말로만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어른보다 새로운 것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이는 넓은 마음을 가진 이 어린이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이다. 

2월 14일 수요일, 2024년 사순절이 시작된다. 올해는 어린이들과 함께 탄소금식 캠페인으로 예수님의 고난과 사랑을 실천해보는 것이 어떨까? 함께 생명을 향하여 나아갈 때 하나님의 녹색은총이 우리와 함께하기를!


사랑의 하나님 

세상을 망가뜨려 
죄송해요

바다를 오염시키고 
해마다 기름을 쏟아 
죄송해요

자동차 매연, 
산성비와 그로 인한 피해
죄송해요

동물과 동물의 집을 없애 버리고
길에 쓰레기를 버려서
죄송해요

우리가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_ 제럴딘 머피(10세), 《지구 이웃과 함께하는 40일 묵상 여행》 


미주  
1) https://eco-christ.tistory.com/
2) [기획특집/ 파리기후변화협약과 한국교회] 어린이를 위한 탄소금식 캠페인 
https://www.kidok.com/news/articleView.html?idxno=209970
3) 전기 없는 예배, 그림 5계명 실천… 교회학교 환경교육 경험 공유 [출처] 국민일보
[원본링크]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06667&code=23111111&cp=nv
4) 유엔에서 격정연설 한 16살 ‘소녀 환경운동가’ 툰베리 [연합뉴스]






이지혜 | 부산장신대학교 대학원생, 대지교회 전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