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4  통권 254호     필자 : 조만복
[선교일언]
인도네시아 안에 이미 역사하고 계시는 하나님

‘인도네시아’는 그리스어 ‘인도스(Ἰνδός)’와 ‘네소스(νῆσος)’의 합성어로서 ‘인도양의 섬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누군가에게는 신혼 여행지와 관광지로 기억되는 나라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세계 제일의 무슬림 인구가 집중되어 있고, 다문화와 다중언어 여건의 나라로 기억되는 나라이다. 이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고, 일반 사람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을 수 있지만 기독교 인구가 가톨릭을 포함하여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교회가 성장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선교 동원을 위해서 인도네시아에 다녀와서 그 성과와 의미를 정리해 보았다. 

지난 9월, 약 10일간에 걸쳐서 인도네시아 마카사르(Makassar)의 C&MA교단 신학교(Jaffray Seminary)와 교단 관련 지역교회들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의 주요 목적은 제프리신학교에서 선교대회를 진행하고, 지역교회를 방문하며 선교 동원과 우리 팀이 태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선교사와 선교사 후보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영어공동체 훈련 프로그램인 ‘Mission English Training Course(이하 METC)’를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이번 인도네시아 방문이 첫 방문이었는데, 워낙 인도네시아 자체의 규모가 컸다. 무엇을 가르치고 왔다는 소감보다는 문화적 다양성을 통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 학문적 가치를 발견하는 시간들이었다고 고백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이번 단기방문을 통해서 인도네시아에 관한 선교 이야기를 책과 간증, 선교보고 등의 타자를 통해서 듣기보다는 교회개척가(Church Planter)와 선교동원가(Mission mobilizer)의 시각으로 인도네시아교회를 관찰해 보고 싶은 욕심이 솔직히 더 컸었다. 직접 현장으로 들어가서 ‘선교는 책상에서만 해서는 안 된다. 그곳으로 가야 한다’는 개인의 선교적 원칙을 실행하게 된 것이었다.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면서 가장 큰 충격(?)은 선교학 자료들과 선교보고를 통해서만 만나 보았던 한 나라 안에 700여 개의 언어와 480여 개의 종족들이 살고 있다는 ‘다민족 국가의 모습’이 어떤 의미인지를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 한 예로 제프리신학교의 700여 명의 학생 중에는 약 30~40여 종족의 학생이 섞여 있다고 관계자가 말했다. 인종의 다양함은 방문자들을 놀라게 했다. 인도네시아의 종족은 ‘cultural blending(문화적 융합)’이라고 할 만큼 다문화 환경과 다국어 사용이 생활화해 있었고,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답게 무슬림 사역에 이질감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가장 잊을 수 없었던 것은 역시 사람들과 다양한 만남이었다. 첫날 늦은 밤에 자카르타에 도착하자 METC 졸업생인 Elphasti(엘파스티)가 맞아 주었다. 엘파스티는 태국에서 선교사역을 했으며 지금은 고국에서 어린이 무슬림 사역을 하고 있다. 엘파스티를 통해서 인도네시아 선교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안성원 선교사님(신학교 선배님)과 연결되어 계획에 없었던 그분 집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그리고 다음 날 선교사님이 개척하신 현지교회 방문을 했으며, 인도네시아교회와 인도네시아선교 전반에 대해서 자세히 듣고 공부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마카사르에서는 제프리신학교에서 700여 명의 학생들과 선교대회를 하루 종일 진행하였으며, 삼일간의 아침 채플시간을 통해 선교적 도전과 WEC, METC 훈련을 홍보했다. 특별히 그곳에서 교수 사역을 하고 계시는 신학교 선배이신 금대현 선교사 부부를 만날 수 있어서 큰 축복이었다. 특별히 제프리신학교 로비(Dr. Robi) 총장의 배려로 여러 지역교회를 연결하여 선교 비전을 나누고 교제할 수 있었다. 젊지만 열린 세계관과 국제사역의 경험이 있는 로비 총장은 나와 방문 팀 모두를 세밀하게 보살펴 주셨다. 그 덕분에 인도네시아에 대한 나의 정(情)은 더욱 깊어졌다. 

인도네시아교회와 신학교에서의 예배시간은 감동 그 자체였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모습들이 선명하게 보이며 나의 마음에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다양한 인종이 함께 어울려 드리는 열정적인 찬양과 말씀을 듣는 성도들의 초롱초롱한 눈을 잊지 못할 것이다. K-Pop의 영향으로 한국어로 함께 찬양하는 장면과 예배를 마친 뒤 성도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다과를 즐기며 오간 환담과 식사를 하며 교제를 하는 것을 볼 때 관계와 교제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 선교여행에서 긍정적인 부분 이 외에 부정적인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현지교회들이 여러 외부 선교단체들과 기관들의 무분별한 도움과 협력 속에 자생력을 잃어가는 것을 보았으며, 이단들이 자본을 이용해 유혹하고 회유하기 위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또 교회들이 자국 내 선교(Domestic missions)에만 집중하는 편협한 모습도 보았다. 선교단체 중에는 ‘무슬림 상황화 전략’을 무분별하게 사용하여 ‘혼합화’의 길을 걸으며 사역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교회 안에 있는 소망도 보았다. 예배와 전도가 살아있는 교회들을 보았으며, 그들은 이미 선교(국내선교, Domestic missions)에 동참하고 있었다. 또 자체적으로 선교단체(World Partners)를 구성하여 해외선교에도 참여하고 있었다. 대학 안에는 국제대학생 선교단체들이 영향력 있는 캠퍼스 사역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속한 선교단체(WEC)의 선배들이 뿌려 놓은 선교적 유산(International Mission Fellowship)이 긍정의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 감사했다. 또한 기독교인 사업가들과 교제를 나누었는데 이들이 선교에 적극 나서 줄 것을 단단히 부탁드렸다. 

이번 선교 방문 중에 함께한 두 동료가 고열이 나고, 피곤에 지쳐 쓰러지는 바람에 갑자기 내가 설교를 해야 했던 당황스러운 일도 있었다. 타고 가던 차가 오토바이에 부딪히는 가벼운 교통사고도 있었고, 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편이 갑자기 취소돼 새로운 표를 갑작스레 구입해야 하는 등 여러 일아 발생했다. 순간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번 여행은 무엇보다도 현지 사역자와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는 시간이었다. 마카사르에서 어느 야시장의 밤길을 일부러 몇 시간 동안 걸어 보았다. 야자수를 다듬고, 바나나를 팔고, 잡화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며 어떻게 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고민도 하고, 하루 다섯 번 찢어지는 듯한 스피커를 통해서 나오는 무슬림의 기도 소리를 들으며 외부에서 온 이방인으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기력에 빠졌다. 외부자에 의한 복음전파가 아닌 현지인과 현지교회가 주도권을 가지고, 삶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인도네시아교회가 선교적으로 준비가 되었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크게 중요한 것 같지 않다. 통계적으로 아직 인도네시아교회가 세계선교에 크게 동참하고 있지 못하지만 자국 내 선교에 열심이고, 그곳에서 신실하게 사역하는 선교사님들이 계시고 그리고 하나님을 사랑하고 예배와 중보기도에 진심인 성도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며 선교적인 큰 잠재력과 소망을 확인하고 돌아왔다.

■ Mission English Training Course(METC) 소개
METC는 WEC 국제동원팀(IMM)에서 진행하는 ‘선교영어전문훈련’ 프로그램이다. 아시아권의 선교사(후보생)들에게 필요한 실제적인 성경훈련, 타문화훈련(영어 ESL, 교회개척, 제자양육 등) 그리고 공동체 훈련을 타문화권(태국, 필리핀)에서 모두 영어로 진행하며, 21세기의 세계선교에 필요한 전인적인 선교적 리더 양성을 목적으로 세워졌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조만복 | 전 중국선교사, 태국 치앙마이 METC훈련원 책임자, WEC IMM 국제선교동원, 선교사 훈련사역(MET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