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중국은 어떻게 될까요? 미국과의 패권전쟁에서 패해 결국 손을 들지 않을까요? 부동산, 금융, 실업률 등 내부 문제가 산적한 터라 중국은 침몰하는 게 아닐까요? 특히 시진핑(习近平) 총서기가 집권하는 한 중국교회엔 미래가 없는 것은 아닌가요? 한국교회 등 세계교회가 중국교회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중국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사람으로서 이 같은 질문을 받으면 안타까울 때가 있다. 중국이 직면한 국내외 문제 어느 하나 녹록지 않은 것은 없다. 하지만 부분으로 전체를 일반화하는 것은 오해와 편견을 넘어 매우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중국기독교와 교회라는 일부분으로 축소해 본다고 해도 제대로,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중국 지도자들이 국가이익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미국 등 세계 지도자들이 중국과 씨름하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 어떤 판단을 하든 자신만의 로드맵으로 모든 경우의 수를 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세상의 일을 단순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중국교회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책이 나와 소개하고자 한다. 중국어로 출간된 것은 2019년, 하지만 올해 6월 한국어로 번역, 출판됐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중국의 시스템과 한국교회의 관심사 등을 십분 고려한다면 선방했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기독교삼자애국운동위원회(中国基督教三自爱国运动委员会) 쉬샤오훙(徐晓鸿·1964∼ ) 주석(主席) 주도로 30여 명 교회사 교수가 집필진으로 참여해 중국기독교양회(中国基督教两会)1) 이름으로 2019년 8월 출간한 《중국기독교사(中国基督教史)》가 지난 6월 한국어로 번역 출판됐다.
이 책은 중국의 대표적인 신학교인 금릉협화신학원(金陵协和神学院) 등 21개 신학교에서 공통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그동안 중국, 대만, 한국 등지에서 중국기독교 역사를 다룬 책들이 적잖게 출간됐지만 오랜만에 중국 관방 시각을 담아낸, 특히 중국기독교양회가 최초로 발행한 중국기독교 역사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중국기독교사》는 1∼2장을 통해 당(唐)·원(元) 시기의 경교(景敎), 야리가온(也里可溫)과 명(明)·청(淸) 시기의 가톨릭의 전래와 다양한 내부적 논쟁을 다뤘다. 3∼4장은 19세기 개신교의 전파와 발전을 소개하면서 선교사와 아편전쟁, 초기 중국인 목사와 세례 신자, 근대의 불평등조약과 선교, 의화단의 반제(反帝)애국운동, 중국과 서양의 문화교류를 담았다. 5∼6장은 비기독교운동, 교회의 자립과 연합, 향촌교회와 교회의 토착화 등을, 7장은 삼자애국운동의 시작과 추진, 8장은 신중국 건국 초기의 교회 상황과 문화대혁명 시기의 기독교, 9장은 개혁개방 시기(1979∼2000년)의 기독교 재건, 부흥, 신학사상의 수립 등을 수록했다. 이 책은 가톨릭 선교와 달리 19세기 개신교 선교가 중국문화와 전통을 무시하고 제국주의 침략을 돕는 등 오점도 남겼지만 성경 번역, 문화교류, 의료 위생, 악습 철폐, 사회 개혁 등에 일정 정도 기여한 것을 인정했다. 선교사 모두가 제국주의자는 아니지만 모든 면에서 좋다고 말할 수 없다는 관점이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중국기독교가 어떻게 적응하려고 애썼는지, 문화혁명, 개혁개방 시기에 중국기독교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등 중국기독교의 국가와 국민들을 위한 종교로 변모해가는 과정과 과거를 바라보는 중국 목회자들의 보편적인 입장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기독교삼자애국운동위원회는 2019년에는 현재 주석인 쉬샤오훙 주도로 《中国基督教史》, 2003년에는 당시 주석인 뤄관쭝(罗冠宗·1920-2011) 주도로 《前事不忘后事之师:帝国主义利用基督教侵略》를 펴냈다. 중국종교문화출판사가 출간한 《前事不忘后事之师:帝国主义利用基督教侵略》는 2019년 베이징(北京) 연경신학원(燕京神学院) 류둥센(柳东仙) 교수와 윤신영 목사에 의해 《지난 일을 교훈 삼아: 중국교회가 이해한 서구열강의 중국선교 역사》라는 이름으로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중국공산당과 정부가 기독교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기독교=제국주의’라는 도식이 그대로 적용됐다.
대표적인 예는 아편전쟁과 이를 대하는 선교사들의 태도다. “미국선교사들을 포함한 모든 선교사는 아편전쟁에 적극 찬성하였다.” “네비우스는 ‘옳든 그르든 이 전쟁은 이미 하나님의 보호 아래 이 광대한 제국과 관계를 개척하는 데 신기원이 되었다’고 말했다.” “불평등조약의 체결에는 선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고,…” 하지만 중국교회는 1954년 이후 삼자(三自) 원칙, 자치(自治)·자양(自养)·자전(自传)의 원칙을 꾸준히 추진하면서 크게 성장했고, 신도들은 ‘애국 애교, 하나님께 영광, 사람에게 유익’이라는 윤리 규범에 따라 사회에 많은 공헌을 했다고 자평했다. 실질적인 역사를 바라보되 중국 관방의 전통적인 시각을 잘 버무린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중국 관방의 입장이 담긴 두 권의 책 외에 가정교회 입장에서 중국기독교를 바라본 왕이(王怡) 목사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중국가정교회역사(1807〜2018)》 읽기를 적극 추천한다. 그때야말로 현재의 중국기독교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외국인으로서 중국교회를 위해 어떤 일을 감당할 수 있을지 겸손하게 고민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신교 선교가 시작된 1807년부터 왕 목사가 중국 당국에 체포되기 전인 2018년까지 중국교회의 역사를 담아냈다. 로버트 모리슨(1732∼1834년)의 중국선교, 가톨릭과 개신교 선교의 차이점, 근본주의 기독교와 자유주의 기독교의 차이점을 다루고 가정교회의 대표주자인 왕밍다오(王明道·1900∼1991년) 목사와 삼자교회의 대표주자인 우야오쭝(吳耀宗·1893∼1979년) 목사를 소개하면서 가정교회는 근본주의로부터, 삼자교회는 자유주의로부터 유래한다고 밝혔다. 가정교회는 가혹한 과정을 겪으면서도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했고 생명을 걸고 복음과 교회를 지켜왔다고 했다. 지상의 교회가 생존하기 어려웠던 문화대혁명 기간에도 신앙을 지키기 위해 기독교인들은 새벽 2∼3시에 굴이나 지하 공간에서 예배를 드렸다고 했다. 책은 왕 목사가 이른비언약교회 성인주일학교에서 강의했던 녹취록을 정리한 것이다. 삼자교회는 삼자원칙과 함께 중국공산당에 협조적이지만 가정교회는 복음주의 성향과 함께 성경과 기도, 전도와 평신도 중심 신앙운동을 강조한다고 왕 목사는 역설했다. 그는 국가전복선동죄와 불법 경영죄 혐의로 2018년 12월 9일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 가정교회의 공개화를 추진하고 중국 정부의 종교사무관리조례에 저항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듬해 12월 20일 청두(成都)시 중급 인민법원은 2가지 혐의를 인정해 그에게 징역 9년에 정치 기본권 박탈 3년, 벌금 5만 위안을 선고했다.
중국기독교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은 가정교회인가 삼자교회인가로 나눠져 있지 않을 것이다.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참기 어려운 고난을 겪어야 했던 이들의 상황에서도 하나님은 함께 계셨고, 설령 CCTV나 공안을 통해 모니터링되고 있는 예배의 현장에서도 하나님은 함께하셔서 목회자들의 설교, 성도들의 찬양과 고백을 들으셨다. 어느 순간에도 중국교회를 향한 관심을 내려놓지 않으셨을 것이다. 가정교회, 삼자교회 공히 하나님의 자녀에 대한 하나님의 시선은 흐트러지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교회가 하나님의 말씀, 성경에서 벗어나지 않는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매일의 일상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소망을 전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메시지, 편지, 향기가 될 수 있도록 세계교회는 기도해야 한다. 겸손, 온유, 오래 참음으로 사랑 가운데 서로 용납하고 평안의 매는 줄로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는 등 부르심을 받은 일에 합당하게 행하고, 하나님을 온전히 본받은 이들이 곧 중국기독교인이라는 평가를 중국 인민들에게서 받기를 기대한다.
미주 1) 중국기독교양회는 중국기독교애국운동위원회와 중국기독교협회를 통칭한다.
사진 | (위) 픽사베이
왕빈 | 중국전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