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4.3  통권 248호     필자 : 변성래
[책 속의 중국]
《스마트 차이나, 디자인의 미래》_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중국 디자인의 기회로 만들다
_황윤정 | 미술문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중국과 관련된 도서를 찾다 보면, 밝은 내용보다 어둡고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책들이 많습니다. 때로는 중국이 당장이라도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책들도 많이 출간됩니다. 특히 최근 시진핑이 만장일치로 3연임에 성공하면서 이런 책도 나왔네요. 《시진핑, 신시대 왜 한국에 도전인가?》 (이직 못 읽어봤습니다. 현재 중국과 한국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책도 눈에 띄는군요. ‘미중 패권 대결 최악의 시간이 온다’가 부제로 되어 있는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도 있군요.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마치 중국이 실패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여건과 분위기 속에서 모처럼 중국을 밝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제목이 절반이라고 하면, 책 표지에 그 내용을 짐작하게 하는 제목과 문장들이 보입니다. ‘팬데믹 위기를 중국 디자인의 기회로 만들다’를 부제로 했습니다. 《스마트 차이나, 디자인의 미래》를 통해 중국의 현황을 알아봅니다.

이 책의 지은이 황윤정 교수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 중국 후난(湖南)대학 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이 책 외에도 여러 권의 디자인 관련 도서를 출간했습니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금 왜 중국 디자인인가’,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중국 디자인’, ‘4차 산업혁명 시대, 중국의 문화 경쟁력’, ‘중국 디자인을 통해 본 한국 디자인의 미래’ 등입니다. 디자인이라는 단어의 첫 연결고리는 대부분 ‘의상’을 먼저 생각나게 하지만 그 분야가 넓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옷은 당연하고 생활용품 및 가전, IT, 간판, 일상용품, 건축 등 인간의 삶과 깊숙이 관계있는 물질들에 디자인이 함께합니다.

언택트 디자인이 이끄는 새로운 브랜드 경험 
COVID-19(19라는 숫자가 2019에서 따왔다는 것을 새삼 기억하며 지나갑니다)는 기존의 전통적 아날로그적 방식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디지털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했다는 점입니다. 만약 스마트폰도 없이 팬데믹을 겪었다면 어찌했을까? 물론 그 나름대로 살아갈 방법이 생기긴 했겠지요.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QR코드와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경제가 활성화하여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 이러한 스마트 기술들이 서비스 디바이스를 넘어 삶의 방식에 이르기까지 확장되었습니다.

언택트 서비스가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자 중국의 기업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용자 경험 디자인의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하며 언택트 서비스를 적극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배민(배달의민족)이라 불리는 ‘메이퇀(美团)’은 팬데믹 이후 배달의 패러다임을 빠르게 전환하며 배달 업계의 승기를 잡습니다. 팬데믹 이전에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문하면 배달원이 초인종을 눌러 소비자에게 직접 음식을 전달하는 방식이었고 배달 플랫폼에서는 ‘신속한 배달’을 키워드로 경쟁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배달원과 접촉으로 인한 감염 사례가 발생하자 순식간에 배달업체들은 ‘감염의 온상’으로 취급받으며 경영 리스크에 봉착하게 됩니다. 물론 감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음식을 공동현관이나 문 앞에 놓고 가는 등의 대안이 마련되었으나 음식이 금방 상하거나 보온이 유지되지 않는 등 품질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여기서 메이퇀은 ‘와이마이구이(外卖柜)’라는 획기적인 방식의 스마트 음식 보관함을 개발합니다. 우선 배달원이 각 아파트 공동현관에 설치된 보관함에 음식을 보관하고 배달이 완료되었음을 앱 알람으로 통지하면, 공동현관으로 내려온 소비자는 휴대폰 번호 뒷자리를 입력하고 음식을 찾아갑니다. 특이한 점은 메이퇀에서 개발하고 설치한 음식 보관함을 다른 배달업체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보편성이 역으로 메이퇀이 중국 배달 서비스의 선두 주자로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됩니다. 
 
한국인들은 중국 디자인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아울러 지은이는 우선 한국 사람들이 중국 디자인을 알고 있다는 착각에 대해 지적합니다. 이에는 선입견도 한몫을 합니다. 서구의 디자인은 일단 점수를 주고 들어가지만, 중국 디자인은 촌스럽고, 빨간색이 과도하게 많고, 짝퉁 일색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지요. 하지만 지은이는 몇 년 전만 해도 이러한 선입견이 일면 적용이 되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단호하게 지적합니다. 우선 넓은 땅, 많은 인구가 장점인 중국은 현재 1,700만 명의 디자이너가 활동하고 있답니다. 아울러 매년 30만 명의 디자인 전공자가 배출된다고 합니다.

특징적인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인 디자이너들이 세계적인 공모전에서 상을 거의 휩쓴다는 것입니다. 즉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이야기지요. 인문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중국 디자인(중국 디자인을 읽어내는 세 가지 축)도 중요한 읽을거리입니다. 중국이라는 입체적인 형상에서 가로(X)축은 ‘면적’, 즉 중국의 거대한 지역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세로(Y)축은 ‘시간’을 나타내며, 면적과 시간을 가로질러 유동적으로 존재하는 깊이(Z)축은 ‘다양한 민족’으로 표현됩니다.

먼저 ‘지역’은 중국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넓은 나라입니다. 지역별로 환경이 다르고 사람들의 성향도 각기 다르게 나타납니다. 따라서 비즈니스로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타깃 지역을 분명히 한 뒤 지역민의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이얼(海尔)은 중국의 지역적 특성을 디자인에 적극 반영하는 가전제품 브랜드로 유명합니다. 하이얼 창업자인 장루이민(张瑞敏)은 “외국인뿐만 아니라 중국 사람들조차 중국을 하나의 시장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하이얼의 대표적 상품으로 쓰촨성에서 판매되는 세탁기가 있습니다. 유독 쓰촨성지역에 세탁기 판매량이 줄어 그 원인을 조사하니 고구마 생산량이 많은 쓰촨성의 지역적 특성이 거론됩니다. 농민들이 세탁기에 고구마를 넣고 세척하여 배수구가 막히는 바람에 고장이 잦았던 것입니다. 이에 하이얼은 야채 껍질이 잘 빠지도록 배수관을 넓히고 필터의 구멍을 크게 뚫은 새로운 디자인의 세탁기를 출시했습니다. 이러한 하이얼의 유연한 대응은 쓰촨성뿐만 아니라 고구마 생산량이 많은 다른 지역들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고 이를 계기로 하이얼은 새로운 브랜드 혁신의 국면을 맞게 됩니다. 
 
이 외에도 건축에서 그 지역의 특징을 잘 살리는 디자인에도 관심을 갖게 됩니다. 중국의 건축가 추이카이(崔恺)가 설계한 둔황 막고굴 관광센터의 외관은 흙빛을 차용했으며 막고굴이 위치한 사막의 형상을 따와 유려하고 부드러운 곡선을 선보입니다. 구이저우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스창홍(石昌鸿)이 2016년 국경절을 기념하여 디자인한 도시 로고는 각기 다른 중국의 지역적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기존에 잘 알지 못했더라도 로고만으로 그 도시의 특성과 특산물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책 《스마트 차이나, 디자인의 미래》는 굳이 디자인 계통에 몸을 담고 있지 않아도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으로 추천합니다. 특히 중국에 부정적인 견해만을 갖고 있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책입니다. 글과 사진이 잘 어우러져서 가독성이 좋습니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중국의 디자인 분야의 발전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디자인 업계 종사자들이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니라 ‘차이나 메이드’를 앞에 내세우겠다는 의미를 알게 됩니다.






변성래 | 중국을 알고 싶은 의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