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9.3  통권 241호     필자 : 강진구
[중국 사회와 문화 이야기]
뜨거운 감자가 된 컴퓨터 게임

중국도 피하지 못한 게임중독
게임중독 때문에 시끄럽기는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해 모바일 게임이 확산하면서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지 게임 삼매경에 빠질 수 있어서 게임 과몰입 현상은 더욱 더 중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공산당 유력 기관지 가운데 하나인 광명일보(光明日报)는 지난 4월 24일 쓰촨(四川)성 동부 난충(南充)시 주택가에서 20세 나이의 양 모 씨가 2살 된 이웃의 아이를 잔인하게 살해한 뒤 도로에 유기한 사건을 보도하였다. 양 모 씨는 얼굴에 기이한 복면을 한 채로 아이와 아이의 보호자는 물론 주변인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혔으며, 유모차에 타고 있던 아이는 끝내 숨지고 말았다. 이 사건을 조사한 공안은 용의자 양 씨가 현실과 게임을 착각하는 환각 상태에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양 씨는 무직자로 평소 집 안에서만 생활하며 온라인 게임에 몰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선 2017년에는 무려 넉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밤 12시부터 아침 9시까지 잠을 잊은 채 게임에 몰두했던 한 남성이 수면 부족으로 사망하여 충격을 주기도 했었다. 그가 빠져있었던 게임은 하루 이용자가 6천만 명에 달했던 인기 모바일 게임 ‘영광의 왕(王者荣耀)’으로 게임에 몰입한 청소년들과 부모들 사이에서 갈등이 끊이질 않는 바람에 언론에 집중 견제를 받고 있었다. 결국 광저우(广州)의 한 17세 소년은 40시간 연속으로 영광의 왕 게임을 하다 뇌경색으로 목숨을 잃을 뻔했고, 항저우(杭州)에서는 13세 남자아이가 이 게임을 못하게 하는 부모와 언성을 높이다 3층에서 뛰어내려 다리가 부러지기도 했다. 

영광의 왕은 중국 최대의 인터넷 회사인 텐센트(騰迅)가 2011년 미국 라이엇 게임스(Riot Games)사의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게임으로 유명한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일명 롤게임)’를 모바일용으로 바꾸면서 중국의 역사와 신화를 일부 첨가하여 만든 판타지 게임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报)는 청소년들이 학습에 열중하지 못하게 하는 한편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며 허황된 이미지에서 사람들을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인터넷 게임을 마약에 비유하며 이 게임을 비판했다. 비판의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인민일보의 비판을 받은 그다음 날 텐센트의 시가총액이 무려 151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17조 4천억 원)가 사라지고 말았으니 말이다.

게임규제에 나선 중국
한국에서는 2021년 8월 25일에 폐지된 이른바 셧다운제도가 중국에서는 여전히 살아있다. 한국의 경우 청소년 수면권 보장을 위한 목적으로 2011년부터 법률이 발효되어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들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다중접속게임(MMORPG)의 사용이 중단되도록 법적 조치를 취해왔었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청소년들이 밤을 새워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의 셧다운제도는 시민단체가 주도적으로 운동을 벌이며 법안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시민단체들은 청소년 게임중독 실태를 알리고 대안으로 미디어 교육 실시를 강조했는가 하면, 또 다른 시민단체는 학생 인권을 존중하는 가운데 셧다운제도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의 경우는 정부가 주도하고 청소년뿐만 아니라 게임산업 전방을 통제하는 가운데 셧다운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확연히 다르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 중독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중국 청소년 심리적 성장기지(中国青少年心理成长基地)’의 타오란(陶然)이란 학자가 제시한 ‘인터넷 중독 임상진단기준’을 근거로 인터넷 중독을 정의하고 있다. 매일 6시간 인터넷에 접속하고 그 기간이 3개월간 지속된다면 ‘인터넷 중독’으로 간주하여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게임 시간을 제한하는 법률을 발의하고 계속 수정한 끝에 2017년에는 12세 이하 미성년자는 매일 1시간으로 그리고 12세 이상 미성년자는 매일 2시간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게임 시간을 초과한 경우는 강제로 로그아웃이 되도록 설정하였고, 저녁 9시 이후에는 청소년들의 접속 자체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청소년들의 반발이 일어났고 그에 대한 정부와 기성 사회의 대응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2017년 9월, 후난(湖南)성의 한 시골 마을에서 15살 소년이 아무런 이유 없이 23살의 이웃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나자 상황은 급변했다. 3년 동안 샤다오페이처(侠盗飞车)라는 가상세계의 폭력 게임에 푹 빠져 있었던 소년은 “진짜 살인이 무엇인지 체험해보고 싶었다”고 말해 대륙을 경악시켰다.

결과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게임중독 청소년을 위한 ‘군대식 합숙 치료소’ 탄생으로 이어졌다. 중국 국영방송 CCTV가 인터넷 중독을 다룬 <거울>이란 제목의 6부작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합숙 치료소의 교관은 ‘상담이나 말로만 해서는 절대 고칠 수 없으며, 강한 행동교정만이 게임중독을 고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기본 3개월 과정으로 치료소 생활을 하게 되는데, 군대식의 기초체력 훈련을 포함해서 통나무 들고 달리기 등도 프로그램 안에 들어있다. 한국인들로서는 삼청교육대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지만, 상당수의 학생은 치료 효과를 보일 뿐만 아니라 부모와 관계도 호전되어 중국의 부모들에게 매우 환영받는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게임중독에 걸린 모든 청소년을 합숙 치료소에 넣을 수는 없는 노릇. 치료소 생활 비용만 6개월에 한국 돈으로 620만 원에 달해서 일반 가정이라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중국 정부는 2021년 8월 30일부터 미성년자는 금·토·일요일과 휴일에 한해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1시간만 온라인 게임이 가능하다는 ‘미성년자 온라인 게임중독 방지 통지(关于进一步严格管理 切实防止未成年人沉迷网络游戏的通知)’를 발표했다. 아마도 인터넷 게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조치임이 틀림없다. 일부에서는 텐센트와 같은 거대 인터넷 게임 회사를 흔들려는 정부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학부모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중국의 고민
그렇다면 중국의 게임업체들은 당국의 게임규제로 인해 심각한 손상을 입었을까? 천만에! ‘2021년 중국 게임산업 보고’에 따르면 2021년 중국 게임 시장 실제 수익은 2965억 13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178억 2600만 위안, 즉 6.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게임을 하고 싶은 게임유저들의 욕망은 당국의 규제보다 컸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게임산업에 대해 갖고 있는 모호한 혹은 이중적인 자세, 즉 청소년 보호도 필요하고 게임산업을 통한 경제활동 효과도 보려는 의도로 인해 중국 정부는 앞으로도 이 고민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은경 한신대학교 e스포츠 융합전공 대학원 교수는 현대의 디지털 게임을 이렇게 평가했다. “기술, 과학, 사람, 상상력, 철학, 인문학, 디자인, 메타버스, 디지털 미디어 등 정말 많은 산업이 융복합된, 살아 있는 유기체다. 계속 변하고 있고 그런 변화도 공급자가 아니라 사용자, 즉 유저 중심으로 이뤄진다.” 중국 정부가 절대로 게임산업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게임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 한 게임중독의 위험성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결국 인간의 절제 능력에 달려있을 수밖에 없다. 절제가 어디 쉬운가? 그래서 하나님의 도우심이 필요한 법이다. 교회가 게임중독의 사회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신앙을 통한 절제의 미덕을 가르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오직 능력과 사랑과 절제하는 마음이니”(딤후 2:7)








사진 | TechM(맨 위), 바이두
강진구 | 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과 교수,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