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십 년 동안에 너로 광야의 길을 걷게 하신 것은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하나님을 사랑하며 그 명령을 지키는지 알려 하심이라” (신명기 8:3, 13:3)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매일 40만 명을 웃돌던 이곳은 그 큰 고비를 잘 이겨내고 조금씩 일상의 생활로 돌아가고 있다. 작년 코로나19 팬데믹 때만 해도 조심스럽게 소그룹 모임과 구제 사역을 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매우 심각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결국 1년 반 이상 제대로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던 ‘문화센터’를 지난 10월에 정리하기에 이르렀다.
티베트족 청년과 아프리카 청년들의 도움을 받아 문화센터를 정리하면서 대부분의 가구는 티베트족 사역을 계속할 수 있도록 ‘텐진’ 가정에 주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아프리카교회와 나가종족교회와 몇몇 청년들의 필요에 따라 나누어 주었다. 그래서 우리의 작은 집은 센터에서 가져온 서적과 나눠 주고 남은 문화교실 물품들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우리가 문화센터를 정리하고 안식년을 갖기로 한 표면적 이유는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19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우리 가족이 중국을 떠나 이곳에서 사역한 것이 지난 8월로 9년 차가 되었고, 그동안 체력과 영적으로 많이 지치고 고갈되어 있다는 것을 여러 가지 증상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안식년 기간에 아내 그레이스 선교사는 한국에서 첫째 딸아이의 대학 입학 준비와 한국 정착을 돕고, 영육의 회복을 위해 일정 기간 한국에 머무를 계획이다. 저도 잠깐 한국을 방문해서 영육을 위한 쉼의 시간을 갖고 다시 사역지로 돌아가서, 그곳에 남아 있는 둘째 딸아이의 학업을 챙겨 주고, 비자 문제 해결과 ‘티베트불교’를 간파하기 위해 철학 박사학위 과정을 밟을 계획이다. 안식년 후에는 그 시기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최종 사역지로 마음에 품은 ‘티베트족 정착촌’으로 이사할 계획이다. 그동안은 의무적으로 대학원 수업률 60%를 채워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이소르에 머물러야 했다. 그러나 박사학위 과정을 밟게 되면 대학과 지역에 구애를 받지 않고 ‘티베트 사역’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많은 티베트 청년들이 경제적 이유와 더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이곳을 떠나고 있다. 우리의 사역을 통해 예수님을 영접한 티베트 청년 체왕도 그런 이유로 프랑스로 가서 난민 신청을 하고서 기다리고 있다. 가톨릭이 강한 프랑스에서는 교회를 쉽게 찾을 수 없기 때문에 한동안 체왕은 가톨릭 미사에 참석했다. 그가 성실하게 매주 미사에 참석하는 것을 눈여겨본 신부님이 영세를 받으면 난민 신청을 받도록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자신이 믿고 배운 것이 개신교 신앙이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한다. 감사하게도 지금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티베트인 형제자매와 함께 온라인(Zoom) 예배를 드리고 있다.
‘콘촉’이라는 신실한 티베트 형제가 있다. 난민 신분으로 프랑스 파리에 머물면서 티베트 난민들을 대상으로 열심히 복음을 전하고 있다. 이 형제가 복음을 전하려고 하는 한 티베트 여성에게는 3명의 중고등학생 자녀들이 있다. 부모가 모두 돈을 벌기 위해 프랑스에 온 관계로 자녀들만 인도 다람살라에 남아 있다. N선교사님을 통해 그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다람살라에서 사역하고 계신 한 선교사님과 아이들을 연결해 주었다. 그 선교사님은 복음으로 양육할 아이들이 생겨서 감사하고, 아이들은 한글을 가르쳐 줄 선생님이 생겨서 감사하고, 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역자들 간에 국경과 단체를 뛰어넘는 협력이 생겨서 감사하다.
이 땅에서 지난 8년간 앞만 보고 바쁘게 달려왔던 우리의 삶과 사역을 코로나19가 반강제적으로 멈추게 해 주면서, 한편으로는 우리 내면의 세계를 정직하게 깊이 성찰하며 무겁게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정말 우리가 이 땅에 처음 발을 딛는 순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순전한 삶과 사역으로 하나님과 영혼들을 사랑했는지? 아니면 자기만족이나 사람들의 인정과 매너리즘 그리고 경제적 후원 때문은 아니었는지……. 부끄럽지만 우리의 내면 상태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후자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아 때로는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우리 가정이 하나님 앞에 새롭게 다시 서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기도해 주세요] ▶ 간절히 부탁드리기는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지난날 저희 사역의 궤적을 정확히 성찰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코로나19 이후를 잘 준비하는 안식년이 되어 남은 선교 후반전을 잘 뛸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첫째 딸아이가 자신의 재능과 부르심을 따라 대학과 전공을 잘 선택하여 잘 준비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 주님 재림이 가까워진 이때에 남은 ‘미전도종족선교’를 위해 한국교회와 사역자들이 모두 근신하고 깨어 재헌신하는 은혜가 부어지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주안에서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사진 | 바이두 사무엘 | 선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