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구사(人口史)에서 발견한 것
세계의 각종 통계자료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월드오미터스(worldometers)에 따르면 2021년 2월 말 현재 세계의 인구는 78억 4천만 명을 넘어섰고 중국의 인구는 14억 4천3백만 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인구 6명 중 1명은 중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란 뜻이다. 중국의 명(明)과 암(暗)은 모두 인구로부터 비롯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인구는 중국의 세계적인 영향력의 기초가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처음부터 엄청난 인구를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전쟁과 기근이 잦았던 원나라 때까지는 대략 6천만 명 전후를 오가던 인구수가 명나라가 들어서면서 안정과 번영의 혜택을 받아 급속히 늘기 시작했다. 명나라 황제의 역사를 담은 《명실록(明實錄)》에 따르면 인구가 많았을 때가 7천1백8십5만 명에 달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학자들은 명나라 최악의 황제로 일컬어지는 만력제(萬曆帝, 1563-1620) 재위 중에는 1억 2천만 명까지도 보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오늘날 중국의 영토와 인구는 한족이 세운 명나라의 유산이 아니라 청나라가 대륙의 경계를 넓힌 덕분이란 점이다. 즉 여진족의 후예인 청나라가 명나라의 한족을 정복한 이후 몽골, 티베트, 만주족 등 주변의 민족들을 복속시키면서 인구도 늘고 영토도 확장되었다. 적어도 지금 중국 영토의 60% 이상은 청나라의 강희제(康熙帝, 재위 1661-1722)와 건륭제(乾隆帝, 재위 1735-1796)의 군사원정에 힘입은 바 크다. 특히 건륭제는 지금의 신장위구르자치구(新疆维吾尔自治区)를 청나라에 복속시키면서 영토를 무려 160만㎢ 나 넓혔다. 거기다 토지세를 은으로 납부하게 한 옹정제(雍正帝)의 지정은(地丁銀)제도가 정착되는 가운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인두세(人頭稅)가 폐지됨으로 말미암아 나라는 안정되었다. 그 결과 건륭제 말기의 중국 인구는 2억 9천만 명으로 급증하게 되었고 청나라 말기인 20세기 초에는 4억 명에 이르렀다.
오늘날 중국의 인구가 결국 청나라의 산물이란 점은 중국이 한족의 국가가 아니라 다민족 사회로서 끊이지 않는 중앙 정부와의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족 외에 중국에는 1천만 명이 넘는 4개 민족을 포함 55개의 소수민족이 중국 국경 안에 자리하고 있다.
인구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는 덩샤오핑(邓小平) 시기에 와서 벌어진 일이었다. 직전의 혁명 1세대인 마오쩌둥(毛泽东)만 하더라도 농민중심의 농업경제에 매달렸던 까닭에 충분한 노동력을 조달할 수 있도록 인구증가정책을 시행했었다. 인력을 국력으로 바라보던 시대였다. 그러다 식량 생산이 인구증가를 감당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가운데 문화대혁명 이후 자연재해에 따른 인민의 궁핍한 생활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덩샤오핑은 인구정책인 ‘계획생육(计划生育)’을 실시하기도 했다. 1970년대 중국에서 벌어진 인구제한운동의 대표적인 슬로건은 “하나도 적은 건 아니고, 둘은 딱 좋고, 셋은 많다(一个不少,两个正好,三个多了)”였다. 그러나 이 또한 권고사항이라서 기성세대의 남아선호사상에 따른 다자녀 출산을 막을 수는 없었다.
1980년부터 중국 정부의 강력한 산아제한정책이 실시되었다. “부부는 한 명의 자녀만 출산할 수 있다(每对夫妇只生育一个孩子)”는 정부의 강력한 인구통제정책은 효과를 발휘하였다. 왜냐하면 정책을 잘 따를 경우는 경제적 혜택과 승진 등의 보상이 주어지는 반면, 어길 경우에는 벌금을 물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중국 또한 앞날을 예견하고 인구정책을 세우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노동 인구의 감소와 더불어 이대로 가다가는 2050년까지 2억 명이 줄어들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밝혔다. 그 결과 2013년 11월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 제3차 중앙위원회전체회의를 통해 35년간 유지되어 온 한 자녀 정책의 완화를 결정하였다. 부부 중 한 명이 독자일 경우 두 명까지 자녀를 둘 수 있는 이른바 ‘단독이태(單獨二胎)’ 정책을 결의하였고, 2016년부터 중국은 ‘전면적 두 자녀(全面两孩)’ 시대로 접어들었다. 2018년 중국의 출산율은 1.21%로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 수준인 2.1%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보여주었다. 한국의 2020년 출산율 0.84%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희망적 미래를 장담할 수는 어렵게 되었다. 그동안 많은 인구로 인한 중국의 고민은 이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7자녀 가정에 관심을 가진 중국 지난 2월 25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광둥성에서 사업을 하는 장룽룽(张荣荣, 34)과 그의 남편(39)이 7명의 자녀를 낳는 바람에 100만 위안(약 1억 7천만 원)을 ‘사회적 지원 비용’으로 부담했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한마디로 중국의 ‘1가구 2자녀’ 정책을 위반하여 엄청나게 많은 벌금을 물은 셈이다. 그런데 보도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가의 법을 어긴 범죄자를 응징하고 사회를 계도하려는 분위기가 아니라 이 얼마나 대견하고 배울 점이 많은 일이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아이들을 많이 낳은 이유에 대해서 어머니인 장룽룽은 남아선호사상 때문은 아니라고 말하며 아이들이 많은 집안의 부모가 흔히 말하는 것과 같이 ‘아이들이 외롭지 않게 지내기 위해서’라든가 ‘내가 나이가 들었을 때 아이들이 서로 돌아가면서 나를 만나러 오게 하기 위함’과 같은 일반적인 얘기를 들려주었다. 중요한 것은 이어진 두 가지의 인터뷰의 내용이다.
첫째, ‘사업에서 더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일에 전념한다면 가족을 돌볼 수 없다. 선택을 해야만 한다’고 언급한 사실이다. 현대화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맞벌이 가정이 지니는 어려움이 중국도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돈으로 1억 7천만 원의 벌금을 낼 정도라면 어느 정도 자산을 보유한 부유한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이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려운 현실 인식과 더불어 아이들을 돌보는 양육의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며 자본주의사회 못지않게 돈에 대해 집착하는 사회를 만들었지만, 그 한계를 깨닫는 동시에 그동안 소홀히 여겼던 가족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되는 시점에 왔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대가족의 어머니는 아직도 자녀를 더 가질 계획을 중단하지 않았고, ‘중국에서 집값, 교육비, 의료비 등이 치솟고 있으나 대가족을 꾸리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7명의 아이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낳을 계획이 있다고 말한 부분은 중국에서 색다른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보모를 고용할 만큼 돈이 있는 집안의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고 자녀 양육에 부담을 느끼는 바람에 두 자녀는커녕 한 자녀도 낳지 않으려는 젊은 부부들에게는 용기(?)를 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아마도 신문이 이 기사를 실은 의도로 읽혀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재정적인 면을 고려해야 하고 땀을 흘릴 정도로 힘들지만 심리적으로 편안하며 양육환경 면에서도 아이들이 매우 행복해 한다’는 결론으로 기사를 마무리한 것은 아무리 봐도 자녀를 충분히 낳는 일이 막대한 벌금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우리는 기사의 인터뷰 대상이 중국 공안이 아닌 벌금을 낸 장룽룽 부부란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즉 부부의 생각을 신문은 적극 밀어주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중국 정부가 갖고 있는 생각을 신문은 장룽룽 부부의 이야기로 포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 南華早報)가 예전의 신문이 아닌 까닭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홍콩에 본사를 둔 유력 영자신문으로서 톈안먼(天安門) 사건 25주기나 홍콩 민주화 시위 등 중국 대륙의 언론이 다루지 못하는 민감한 사건을 보도했을 만큼 중국공산당 정부에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었다. 그러나 2015년 12월, 마윈(馬雲)의 알리바바(Alibaba, 阿里巴巴)그룹이 인수한 이후부터는 신문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세간의 평을 받고 있다. 즉 대륙의 공산당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7명의 자녀를 키우는 부부와 가족에 관한 이야기는 단순한 ‘1가구 2자녀’ 정책을 중국 인민들이 따라야 한다는 의도보다는 중국 인구의 감소세에 대한 중국 정부의 깊은 속내를 보여주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기독교 가정의 가치를 전수할 때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고 다자녀를 잘 양육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자녀들이 행복한 것 또한 아니다. 새로운 인구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은 건강하고 바른 교육관과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부모교육 등 새롭게 펼쳐야 할 가정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자녀 양육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중국 사회에서는 좋은 모델을 필요로 한다. 기독교 가정이 그 모델 역할을 할 수는 없을까? 중국선교의 새로운 숙제가 던져졌다.
사진 | 바이두 강진구 | 고신대 글로벌교육학부 교수, 영화평론가 |